“한국 박테리아, 내성 더 강하다”
  • 노진섭 (no@sisapress.com)
  • 승인 2010.10.04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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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훈 연세세브란스병원 세균내성연구소 교수 인터뷰

ⓒ시사저널 임준선
교육과학기술부 자료에 따르면 국립대 병원의 지난 6년간 ‘항생제 내성균’ 감염 사례(사망 포함)가 1천3백73건에 달한다. 국내에도 이미 슈퍼박테리아가 돌아다니고 있는 셈이다. 정석훈 연세대 의대 세균내성연구소 교수는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국내 박테리아가 외국의 것보다 내성이 강하다는 점을 밝혔다.

▶슈퍼박테리아가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국내 사정은 어떤가?

일각에서 슈퍼박테리아에 감염되거나 사망한 사례가 없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그런 사례를 조사한 자료가 없을 뿐이다. 슈퍼박테리아가 있는지 없는지조차 모르니 대책을 세울 수도 없는 노릇이다. 표준 치료 지침도 마련되어 있지 않아 슈퍼박테리아 치료법이 의사마다 다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국내 슈퍼박테리아에 특징이 있는가?

내성 박테리아가 슈퍼박테리아인데, 국내에 있는 슈퍼박테리아의 내성이 외국 것보다 강하다. 일본에서 발견된 아시네토 박터는 내성률이 5% 미만이고, 네덜란드의 황색 포도상구균도 그 정도 수준이다. 그런데 국내에 있는 박테리아의 내성은 50~70%에 이른다. 국내 박테리아가 내성을 쉽게 획득하는 것 같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정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항생제 오·남용이 의심된다. 한국은 항생제를 많이 처방하는 국가이다. 항생제 처방률을 줄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세균 감염 치료에 항생제는 반드시 필요하다. 문제는 쓰지 말아야 할 곳에 사용하는 것이다. 이를 줄여야 하는데 단순히 모든 처방에서 항생제를 쓰면 안 되는 것 같은 분위기가 형성되고 말았다. 심지어 항생제를 쓸지를 의사가 환자에게 물어보고 처방해주는 어처구니없는 일까지 일어나고 있다.

▶슈퍼박테리아는 의료 행위 중에 전파되므로 일반인 감염은 없을 것이라는 주장을 어떻게 받아들이나?

의료진·환자·보호자·방문자 등이 지역 사회에서 활동하기 때문에 병원에서 생긴 슈퍼박테리아가 지역 사회로 퍼지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생전 병원에 와보지 않은 아이가 슈퍼박테리아에 감염되고 사망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 병원에 다녀온 사람은 깨끗하게 손을 씻는 등 개인위생에 신경 쓰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최선의 예방책이다.

▶내성이 강하다고 해서 반드시 전염성이나 독성이 강한 것은 아니지 않은가?

물론이다. 그렇지만, 한국 사회에 슈퍼박테리아에 감염되기 쉬운 사람이 증가하고 있어서 문제이다.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고령자가 많아지고, 이런저런 이유로 병원에 입원하는 환자가 많아지고 있다. 또 장기 이식 등 수술을 받는 사람도 증가 추세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면역력이 약하다는 점이다. 즉, 세균에 감염되기 쉬운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한 번 퍼지면 순식간이다. 치료제가 없으니 합병증으로 사망할 가능성도 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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