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억으로 한강변 ‘둥지’ 틀기
  • 이은지 (lej81@sisapress.com)
  • 승인 2010.10.04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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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정·망원 지구, 당산·양평 지구 등 유도 정비 구역에 ‘기회’…개발 유보 지역인 만큼 멀리 보고 투자해야

한강변 도시관리계획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이 오는 10월16일 나온다. 정확한 사업명은 ‘한강변 전략 및 유도 정비 구역 지구 단위 (정비)계획 수립(이하 지구 단위 계획)’이다. 지난해 1월 오세훈 서울시장이 한강 공공성 회복 선언을 통해 한강변에 병풍 아파트를 없애겠다고 발표한 데 따른 연구 용역 결과물이다. 이 지구 단위 계획이 도시계획위원회의 가결을 통해 고시가 되는 내년 초쯤 한강변 집값은 다시 뛸 가능성이 크다. 전영진 예스하우스 대표는 “지구 단위 기본 계획이 발표되고 나면 집값이 급등하는 추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2002년 뉴타운 발표 이후 나타난 현상이다. 1억~2억원으로 한강변에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 한강이 바라다보이는 강변 지역에 고층 아파트가 들어설 여지는 아직 많다. ⓒ시사저널 이종현

이미 발 빠른 강남 부자들은 한강변으로 이동하고 있다. 선진국 사례를 보아도 부자들은 강 주위로 모여든다. 압구정동이나 여의도동, 성수동, 동부이촌동은 벌써 집값이 오를 만큼 올랐다. 지난해 1월 전략 정비 구역으로 지정된다는 큰 그림이 나오면서 집값이 폭등했다. 최소 10억원은 있어야 1백9㎡(33평) 규모 아파트를 살 수 있다. 월급쟁이 소득으로는 어림없다. 그러나 어디나 틈새는 있기 마련이다. 1억~2억원짜리 전세에 살고 있는 실수요자라면 유도 정비 구역으로 지정된 한강변을 노려볼 만하다.

유도 정비 구역이란 중·장기적인 시간이 필요한 개발 유보 지역을 말한다. 전략 정비 구역이 앞으로 5~7년 뒤에 개발된다면, 유도 정비 구역은 최소한 10년쯤 지나야 철거와 이주 등의 정비 사업이 시작된다. 서울시는 망원동, 당산동, 반포동, 잠실동 그리고 구의·자양을 유도 정비 구역으로 지정했다. 잠실은 아파트 지구로 개발된 탓에 내 집 구입 비용으로 최소 7억~8억원이 필요하다. 구의·자양은 건축 허가 제한 지역으로 묶이면서 소형 신축 빌라가 들어설 수 없게 되었다. 기존에 지어진 건물은 대지 지분이 33.05㎡(10평) 이상이기 때문에 최소 3억~4억원은 있어야 한다. 결국 한강변에 지정된 유도 정비 구역 가운데 1억~2억원으로 소형 빌라를 마련할 수 있는 곳은 합정·망원 지구, 당산·양평 지구로 좁혀진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생활의 편리함을 따진다면 합정·망원 지구에, 투자 가치를 최우선으로 삼는다면 당산·양평 지구에 집을 마련하라고 권한다. 합정·망원 지구는 교통망이 잘 연계되어 있고, 한강시민공원과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 등이 있어 편의시설 환경이 좋다. 당산·양평 지구는 부지가 좁은 대신에 준 공업지역으로 지정됨으로써 용적률이 높아 향후 재개발이 되었을 때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더 많다. 
  

 현재 시세는 합정·망원 지구와 당산·양평 지구가 비슷하다. 다만 구역 안에서 강변과 얼마나 가깝느냐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합정동의 강변 인접 지역은 대지 지분 가격이 3.3㎡당 4천2백만원 내외로 가장 비싸다. 합정동 비(非)강변 지역과 망원동 강변 지역이 비슷한 시세로, 3.3㎡당 대지 지분 가격이 3천7백만원이며, 망원동 비강변 지역은 3천2백만원으로 가장 저렴하다. 대지 지분은 건물의 대지 면적을 가구 수로 나누어 등기부에 표시되는 면적으로, 보통 대지 지분의 두 배가 전용 면적이 된다. 합정동 강변 지역에 전용 면적이 33㎡(10평)인 방 두 개짜리 신축 건물을 산다고 가정하면 2억1천만원의 비용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망원동 비강변 지역은 1억6천만원이면 살 수 있다.

공산품과 마찬가지로 신축 주택에도 도매가와 소매가가 따로 있다. 도매가는 소매가와 비교해 대지 지분 3.3㎡당 3백만~4백만원 정도 싸다. 하지만 일반인이 도매가로 신축 주택을 구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다만 건축업자에게 신축 주택을 전량 사들인 분양업자를 소개받거나 건축업자를 연결해주는 전문가를 통하면 소매가보다는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소형 주택 투자 때 꼼꼼히 따져봐야 하는 것들

부동산 전문가들은 집을 살 때 두 가지를 염두에 두고 살펴보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주차 공간이 충분히 확보된 곳인지, 빛이 잘 들어오는 곳인지를 확인해보라는 것이다. 장인석 착한부동산투자연구소 대표는 “신축 빌딩의 주차 면적 기준이 완화되면서 60㎡ 이하 소형 주택은 세대당 주차 대수가 0.5대이다. 주차 공간이 부족해 골목 주차를 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골목에 여유 공간이 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또한 대부분 소형 주택은 짓지 않은 상태에서 분양을 하기 때문에 빛이 잘 들어오는지 직접 볼 수 없다. 이럴 때는 도면을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중개업자를 통해 검인계약서를 받아두어야 한다. 그래야 분양 사기를 당하더라도 원금을 찾을 수 있다.

관건은 실수요자들이 구입할 수 있는 소형 주택이 얼마나 남아 있느냐이다. 양평동 4·5·6가에 들어설 신축 빌라의 수는 총 2백80개 정도로 예상된다. 10월부터 완공된 소형 주택이 쏟아져 나오지만 이미 절반 넘게 분양이 되었다. 남아 있는 것은 100개 정도이다. 합정·망원 지구도 비슷한 수준이다. 수요가 넘치더라도 신축 주택을 지을 땅이 없어 물량에는 한계가 있다. 게다가 신축 소형 주택을 통한 지분 쪼개기가 심해지면 조합원들이 재개발 이후 받을 수 있는 면적이 좁아지기 때문에 해당 구청에 민원이 들어가게 된다. 그렇게 되면 자양동처럼 서울시가 건축 제한 구역으로 지정할 수도 있다.

이렇게 구입한 신축 주택이 향후 10년 뒤 재개발되었을 경우 얻을 수 있는 실익은 얼마나 될까. 현재 시세를 감안해서 산출해보면 대지 지분 15.20㎡를 샀을 때 얻게 되는 수익은 5천만원 정도이다(표 참조). 하지만 10년 뒤 한강변 집값이 현재 시세보다 높아진다면 얻을 수 있는 수익이 많아지는 것은 당연지사이다. 전영진 예스하우스 대표는 “10년 뒤 한강변 프리미엄이 얼마로 평가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소 불편하더라도 지금 1억~2억원을 투자해 소형 빌라에 살게 되면 10년 뒤에는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고층 빌딩에 내 집을 갖게 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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