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관’에 찬물 끼얹는 기후 변화 이야기
  • 조 철 (2001jch@sisapress.com)
  • 승인 2010.10.11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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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가 초래할 지구촌의 사회문화적 재앙들에 대한 미래 보고서

 

▲ 하랄트 벨처 지음 / 영림카디널 펴냄 / 424쪽│1만7천원

지난 9월21일 추석 전날 서울은 말 그대로 ‘물 폭탄 퍼붓는 전쟁터’였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화에 적극 대처하겠다고 천명한 나라에 하늘도 무심하셨다. G20 정상회의를 준비하는 나랏님도, 슈퍼컴퓨터를 보유한 기상청도 속수무책, 보이지 않는 적의 공격에 무방비로 당하고 말았다. 수도권 일대에서 침수 피해가 잇달아 보고되었다. 아마도 ‘기후 전쟁’이 이런 것인가 싶었다. 앉아서, 눈 뜨고, 갑작스레 맞아야 하는….

 ‘녹색 지구’를 슬로건으로 탄소 배출량을 줄이려는 전 지구적 노력을 예를 들거나, 지구의 자정 능력을 내세우며 낙관적으로 전망하는 학자들도 있다. 하지만 물 폭탄 맞으면서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등골이 오싹해지는 경험을 해보면, ‘아, 그래서 지구 종말을 다룬 영화들이 쏟아져 나오는구나’ 실감할지도 모르겠다. 대안을 제시하기도 하지만 시작부터 비관적인 기후 변화 관련 책이 나오는 것이, 그래서 예사롭지 않다. 독일의 대표적인 소장 사회심리학자가 기후와 폭력이 어떤 연관 관계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풀어가는 책 <기후 전쟁>은, 이상 기후가 더 이상 자연과학의 문제만이 아니라 정치·사회·문화적 문제라면서 물 폭탄보다 더 무서운 인간의 폭력을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후 변화가 계급·종교적 신념 그리고 자원에 대한 문제와 복합적으로 작용해 인간의 공존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식수와 토지를 둘러싼 분쟁, 인종 청소, 빈곤국에서 계속되는 내전 및 끝없는 난민들의 행렬 등 이미 현실이 되어버린 상황을 명확하게 담아냈다. 세계적인 기후 변화로 인해 개별 국가와 사회는 물론 전 지구적으로 심각한 갈등이 야기되고, 변화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 경쟁은 폭력을 통해 표출되고 있으며, 인간은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에는 무기력하다고 역설했다.

저자는 기후 변화가 사회를 재편하거나 사회적 파국을  일으키는 사회적 재난이라고 주장했다. 가난한 나라들에서는 이미 기후 전쟁이 발발했으며, 환경 변화와 생존 경쟁으로 인한 폭력 때문에 고향을 등진 환경 난민의 숫자는 현재도 이미 2억5천만명이 넘는다. 2050년에 이르면 현재의 10배에 달하는 난민이 발생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다. 그 지경이 되면 기존의 국제 관계가 와해되어, 그동안 기후 변화에 대해 상대적으로 큰 영향을 받지 않았던 선진국들에까지 영향이 미치게 될 것이다.

이 책은 지난해 대재앙 이후 인류의 처참한 미래를 그려 화제가 된 영화 <더 로드>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인육을 먹게 된 생존자들이 인간을 사냥하는데, 그 무리에서는 인간 사냥을 아주 정상적인 것처럼 느낀다. 이 책에서는 ‘변화된 현실에서 변화된 인간들’이라는 소제목을 달고 미래 모습을 보여준다. 미디어를 통해 기상 이변을 점점 더 자주 접하게 된 사람들은 이상 기후를 정상적인 것처럼 여기게 되는 ‘바탕 교체’ 현상을 겪게 된다. 그리고 이것은 자연의 영역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과정에서도 똑같이 작용한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방향을 안내하는 지시 프레임도 변화시켜 극단적인 폭력을 용인하게 된다. 그 폭력에 적극 가담하는 가치 전환이 일어날 수 있음을, 과거 홀로코스트나 인종 청소의 폭력 사례를 통해 보여주기도 한다.

영화 <더 로드>는 ‘불씨를 옮기는 사람’으로 표현한 선한 사람들이 생존을 이어나갈 것이라는 암시로 끝나지만, 이 책은 대안을 던지고도 비참한 미래에 대한 경고로 막을 내리고 있다. 씁쓸하다. 


 
ⓒ문학의문학 제공
“이 세상의 모든 문학 작품은 모국어의 자식이다. 따라서 모국어를 사용하는 사람은 그 시대, 그 사회의 모순과 비극을 써야 할 책임이 있다. 그것이 모국어의 나라에 빚 갚음하는 작가로서의 책무이다. (중략) 자본주의의 천박성에 전세계가 휘말리고 있다. 돈에 환장하는 인간들의 작태를 스케일 크게 집필할 계획이다. 각 분야 지배 계층들의 조직적 결탁과 그들의 위선 그리고 그 횡포와 돈을 쫓는 각축에 대해 구상 중이다.”  

 지난해 조정래 작가는 한 인터뷰 자리에서 차기작에 대한 계획을 이렇게 밝혔다. 최근 작가는 그 계획을 실현해냈다. 시대의 화두인 ‘성장의 빛과 그늘’을 그린 <허수아비춤>(문학의문학 펴냄)을 발표한 것이다.

이 소설은 비자금 조성과 전방위 로비, 재산 상속과 경영권 승계 등 재벌 사회의 이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보여준다. 이를 통해 작가가 던지는 화두는 ‘경제 민주화’이다. 작가는 “정치에만 ‘민주화’가 필요한 것인가? 아니다. 경제에도 ‘민주화’가 필요하다. 낯선 말일 수 있다. 그러나 그 말뜻은 어렵지 않다. 이 땅의 모든 기업이 한 점 부끄러움 없이 투명 경영을 하고, 그에 따른 세금을 양심적으로 내고, 그리하여 소비자로서 줄기차게 기업들을 키워온 우리 모두에게 그 혜택이 고루 퍼지고, 또한 튼튼한 복지 사회가 구축되어 우리나라가 사람이 진정 사람답게 사는 세상이 되는 것, 그것이 바로 ‘경제 민주화’이다”라고 설명했다.

작가는 제목에 대해 기업 집단의 만행이 ‘허수아비춤’이 되지 않고는 세상이 인간답게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그들의 행위를 ‘허수아비춤’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지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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