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도 교육 알찬 ‘명품 학교’ 있다
  • 평창·경주 김세희 기자 (luxmea@sisapress.com)
  • 승인 2010.10.11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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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부, 1백40곳 ‘전원학교’ 지정해 매년 10억~20억 지원…영어 캠프에 골프 실습까지

시골에도 명품 학교가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해 7월 농·산·어촌에 있는 초·중·고교 중에서 전원학교 1백10곳을 선정했다. 올해 7월에는 다시 30곳이 늘어나 현재 1백40곳이 운영되고 있다. ‘전원학교’는 자연친화적 환경과 e-러닝 첨단 시설을 갖추고 우수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미래 학교이다. 이른바 ‘전원 속의 명품 학교’라고 할 수 있다.

전원학교로 선정되면 학교당 해마다 20억~30억원이 지원된다. 이 돈은 시설을 확충하고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 쓰인다. 모든 전원학교에는 첨단 e-러닝 교실이 구축되고, 학생 1인당 노트북 한 대씩과 학급마다 전자칠판이 지급된다.

▲ 강원도 평창 면온초등학교 ⓒ시사저널 전영기

통폐합 위기 벗어나 인기 학교로

뉘엿뉘엿 저무는 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친구들과 뛰어놀기에 한창이다. 더우면 운동장 한쪽 구석에 마련된 정자에서 땀을 식힌다. 학교는 산으로, 운동장은 나무로 둘러싸여 있다. 시원하게 드리워진 나무 그늘 아래에서 신나게 웃고 떠들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기 일쑤이다. 쑥쑥 커가는 아이들이 손수 흙을 만지며 자연을 알아가는 곳, 무거운 책가방을 벗어던지고 친구들과 정을 나누며 공부하는 곳, 통폐합 위기에서 벗어나 이제는 지역을 대표하는 명품 학교로 거듭나고 있는 시골 학교들이 있다. 시골 학교라고 해서 외딴 섬마을의 자그마한 분교를 상상한다면 틀렸다. 도시 학교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제법 많은 학생이 전국 각지의 시골 학교로 몰려들고 있다.

경기도 광주시에 있는 남한산초등학교 황영동 교사는 “학교가 죽으면 지역 사회가 붕괴된다. 이를 알게 된 정부가 확실하게 재정적으로 지원을 해주고 있고, 교육 현장에서는 선생님과 학생들이 노력하고 있다. 조그맣던 학교가 지역 사회의 새로운 활력소로 성장하고 있다”라며 되살아나는 시골 학교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했다.

 ‘명품 학교’의 롤모델, 평창 면온초등학교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면온 인터체인지에 다다를 즈음에 옆을 보면 조그마한 학교가 눈에 띈다. 입구조차 찾기 힘든 작은 학교. 하지만 소나무에 둘러싸여 운치를 더하는 학교, 면온초등학교이다. 지난 9월14일 찾아간 면온초등학교에서 이제 막 골프 수업을 끝낸 학생들을 만날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낯선 이의 방문에도 경계하기보다는 먼저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면온초등학교 입구에는 학생 20여 명은 거뜬히 수용할 수 있는 골프연습장이 있다. 강릉에서 초빙한 전문 강사와 함께하는 골프 수업은 학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방과 후 활동 가운데 하나이다. “3개월 전 여기로 전학 오면서 골프를 치게 되었어요. 정말 좋아요.” “저는 골프 수업은 좋아하는데아직 잘 못해요.” “저는 1학년 때부터 쳤어요!” 몰려든 학생들이 저마다 한마디씩 외친다. 한 손에는 골프채를 들고, 머리에는 운동모자를 눌러쓴 학생들에게서 ‘꼬마 선수’의 느낌이 물씬 풍긴다.

면온초등학교는 20여 가지가 넘는 다채로운 방과 후 활동으로 유명하다. 다른 학교에서 벤치마킹을 하러 찾아오는 일이 잦다. 골프·풋살·밴드·종이 공예·인라인·영어 회화 등 참여형 학습이 주를 이룬다. 프로그램만 만들어 놓은 것이 아니다. 골프장 옆에는 풋살장이 마련되어 있고, 운동장 한복판에는 인라인 트랙이 설치되어 있다. 학교 수업이 없는 주말에도 학생들과 지역 주민들로 붐비는 이곳은 면온초등학교를 대표하는 명소이다. 

면온초등학교가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은 불과 2~3년 전부터다. 지난 2005년에만 해도 전체 학생 수가 25명에 불과해 통폐합의 위기를 겪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주최하는 ‘농·산·어촌 전원학교’에 선정되면서 학생 수가 크게 늘어났다. 현재 학생 수는 1백34명에 달한다. 5년 사이에 무려 다섯 배 이상 증가했다. 특기할 만한 사항은 늘어난 학생 대다수가 수도권을 비롯한 대도시 출신이라는 점이다.

김영호 교사는 “어제만 해도 세 학생이 전학 왔다. 전입 학생의 대다수는 도시 생활을 하던 아이들이다. 학생 수에 제한을 둘 수 없어 반을 증설해야 하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3년 전 이곳에 부임한 김교사는 현재의 면온초등학교를 만든 숨은 주역이다. 학교 곳곳에 그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그중에서도 학교를 에워싸고 있는 생태학습장은 김교사에게 가장 큰 자랑거리이다. 그는 “아이들이 텃밭에서 기른 가지나 고추를 직접 따 먹는다. 올해는 방울토마토가 많이 열렸다. 모두 학생들이 직접 기른 무농약 채소들이다”라며 환하게 웃었다.

면온초등학교에는 방학이 없다. 여름과 겨울에 방학이 있지만 학생 중 열에 아홉은 방학 프로그램에 참가한다. 면온 학생들이 계절 스포츠에 강한 이유이다. 학교 가까이에 있는 수영장과 스키장이 또 다른 학교이다. 지난해 겨울방학에는 열흘 동안 열린 스키 교실에 전체 학생이 참가해 스키를 배웠다. 스키뿐만 아니라 스노보드도 인기 있다.

2005년에는 면온초등학교 스노보드팀이 창단되었다. 동계체육대회를 휩쓸고 있다. 이쯤이면 ‘명품 학교’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다. 면온초등학교는 단순히 진학률이 아니라 인성 교육과 재능 극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 푸른 기와지붕을 얹은 경주 양동초등학교. ⓒ시사저널 전영기

전통이 숨 쉬는 경주 양동초등학교

경북 경주에는 전통이 살아 숨 쉬는 학교가 있다. 지난 7월31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경주 양동마을 입구에서 방문객을 맞이하는 양동초등학교이다. 조선 시대 양반촌답게 교문을 들어서면 푸른 기와지붕을 얹은 학교가 위엄을 더한다. 학교 담장 너머로 펼쳐져 있는 양동마을의 전경 또한 일품이다.

지난 2008년까지만 해도 이 학교 학생 수는 46명에 불과했다. 한 학년당 여덟 명꼴이었다. 대부분 양동마을 출신 아이들이었다. 하지만 남무열 교장이 새로 부임하고 지난해 ‘전원학교’로 선정되면서 이곳 양동초등학교도 학생 수가 급증했다. 주변 지역과 저 멀리 포항에서도 학생들이 찾아오고 있다.

한때 폐교 위기에 처했던 학교가 2010년 현재 학생 수 80명으로 2년 새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꿈과 보람, 감동을 주는 교육을 하는 것이 목표이다. 선생님의 관심 정도에 따라 학생의 미래가 달라진다.” 남교장의 교육 철학은 확고했다.

양동초등학교 학생들은 격주 수요일마다 한복을 입고 등교한다. 전통마을다운 발상이다. 한복을 입고 듣는 사자소학 수업과 양동 예절 체험은 양동초등학교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교육 프로그램이다. 물론 학생들에게는 사자소학이 낯설고 어렵다.

▲ 방과 후 도서실을 찾아 책을 읽고 있는 양동초등학교 어린이들. ⓒ시사저널 전영기

“한자들이 어려워요. 하지만 한복을 입는 것이 좋고 마치 서당에 온 듯한 기분이 들어 재미있어요.” 4학년에 재학 중인 권은지양은 수공예 수업을 더 좋아한다. “그릇도 만들고, 내 손으로 이것저것 만들어 내는 게 신기해요.” 수공예 수업은 방과 후 활동 가운데 하나이다. 방과 후 활동에는 과학 실험, 동화 구연, 요가, 댄스 스포츠, 영어 뮤지컬, 풍물놀이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있다.

그중에서도 풍물놀이는 양동초등학교의 대표적인 방과 후 활동이다. 풍물패는 그 구성진 가락을 인정받아 곳곳에서 초대를 받아 공연을 다니고 있다. 영어 수업도 빼놓을 수 없다. 한동대학교와 연계한 영어 체험 학습과 영어 캠프는 학생과 학부모 모두 만족도가 높다.

양동초등학교에는 화려한 골프장이나 잔디운동장은 없다. 대신 고즈넉한 역사의 향기가 학교 전체를 휘감고 있다. 때 묻지 않은 학생들의 웃음소리가 교실을 가득 채운다. 세계를 가슴에 품는 선비 정신을 새겨주는 이곳, 전통과 함께하는 양동초등학교가 주목받는 이유이다.


 면온초등학교 김회억 교장이 꼽은 ‘명품 학교의 조건’

팍팍한 도시 생활을 벗어나게 하고픈 우리 아이에게는 어떤 학교가 좋을까. 면온초등학교 김회억 교장의 의견을 빌어 명품 학교 선별 ‘팁’을 알아보았다.

1. 아이들이 선호하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는가

수요자(학생-학부모) 중심으로 선택의 폭이 넓은 학교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학교마다 특색 있는 교육 프로그램들이 운영되고 있다. 각 학교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확인하거나 직접 방문해 수업 현장을 둘러보는 것도 좋다. 물론 모든 프로그램은 전원학교 예산에 의해 무상으로 제공된다.      

2. 활용 가능한 주변 시설이 많이 분포되어 있나

면온초등학교의 경우 인근에 스키장과 수영장, 허브농원이 있어 현장 학습 장소로 요긴하게 활용되고 있다. 학교 주변에 있는 시설은 교육 프로그램의 연장선에서 활용되기 때문에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3. 자연친화적인 학교인가

시골학교의 특성상 대부분의 학교들이 자연친화적 환경을 갖추고 있다. 경기도 남한산초등학교의 경우 산자락을 활용한 숲 속 교실이 운영되고 있다. 또한 학교 내부에 생태학습장이 마련되어 있어 자연과 함께하는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4. 학교 분위기는 화목한가

대도시에서 전입학하는 학생들이 늘어나다 보니 기존 학생들과 얼마나 쉽고 빠르게 동화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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