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격전지는 ‘모바일오피스’
  • 이철현 기자 (lee@sisapress.com)
  • 승인 2010.10.18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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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서비스업계, 새 서비스 품목으로 점 찍고 개발 박차…선점 노리는 SK텔레콤에 KT 반격 나서

워렌 버핏이 ‘오늘의 나를 만든 스승’이라고 칭송한 필립 피셔는, ‘앞으로 매출이 상당히 늘어날 수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갖추지 않은 기업은 투자할 가치가 없다’라고 권고한다. 성장이 정체된 업체에는 미래가 없다는 뜻이다. 국내 통신서비스업계는 성장이 정체되어 고민하고 있다. 이동통신이나 초고속통신 시장은 포화 상태에 이른 지 오래다. 매출이나 영업이익은 안정적으로 나오고 있지만, 늘지 않고 있다. 통신서비스라는 업종 특성상 수출을 통해 시장을 확대하기도 쉽지 않다. 통신은 국가 안보와 관련된 탓에 진입 장벽이 높다.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통신 인프라나 솔루션 수출이 간헐적으로 성사되기는 하나 상시적으로 발생하는 매출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국내 통신서비스업체들은 새 서비스 품목을 발굴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 SK텔레콤 모델이 스마트폰을 이용한 모바일오피스 솔루션을 시연하고 있다. ⓒSK텔레콤 제공


국내 통신업계는 모바일오피스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국내 최대 이동통신업체 SK텔레콤이 가장 앞서나가고 있다. SK텔레콤은 일찌감치 기업 고객과 제휴해 모바일오피스 솔루션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KT는 지난 9월 초부터 전국 5대 도시 기업 고객 1천곳을 상대로 모바일오피스 전략과 솔루션을 소개하고 있다. LG U+는 2백개 업체와 제휴해 모바일오피스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모바일오피스는 ‘움직이는 사무실’이라는 뜻으로, 노트북이나 스마트폰 같은 이동통신 기기를 이용해 사내 컴퓨터망에 접속해 외부에서 업무를 처리하는 시스템을 일컫는다. 메일, 전자 결제, 일정 관리 기능을 갖춘 그룹웨어 메뉴부터 영업 관리나 생산 관리 같은 업무 처리 기능까지 갖추고 있다. 모바일오피스 솔루션은 업무 지체 시간은 줄이고 의사 결정은 빨라지도록 유도해 산업 생산성 향상에 기여한다. 임직원은 어디 있더라도 실시간으로 업무를 처리할 수 있어 재택 근무나 현장 자유 시간제 같은 새로운 개념의 근무 형태가 가능하다. 이렇다 보니 국내 대기업이나 공공 기관이 앞다투어 모바일오피스를 도입하고 있다.

통신서비스업체에게 모바일오피스는 매력적인 시장이다. 기업 고객은 개인 고객에 비해 해지율이 낮고 가입자당 매출액(ARPU)은 많다. 이미 성숙 단계에 들어선 개인 고객 시장은 투입하는 마케팅 비용에 비해 기대 수익은 크지 않다. 이와 달리 모바일오피스 솔루션과 함께 커지는 기업 고객은 이제 형성되기 시작해 성장 잠재력이 크다. SK텔레콤은 2020년까지 B2B(기업 상대 비즈니스) 부문에서 총매출의 50%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기업 고객 시장을 이끌 핵심 산업으로 모바일오피스를 꼽는다.

유·무선 통합 오피스 솔루션 개발 요구 커져

통신 환경 변화도 모바일오피스 도입을 재촉하고 있다. 인프라, 솔루션, 신규 수요라는 측면에서 모바일오피스 생태계가 형성되고 있다. 우선 갤럭시 시리즈나 아이폰 시리즈 같은 고성능 스마트폰이 잇달아 출시되고 있다.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통신 단말기 업무 처리 기능이 눈에 띄게 커졌다. 갖가지 응용프로그램(애플리케이션)이 사내·외에서 개발되어 스마트폰 성능은 무한 확장하고 있다. 통신서비스업체가 자체적으로 개발한 애플리케이션은 사내 시스템과의 연동성을 높이는 서비스를 가능하게 한다.

갖가지 무선통신망도 잇달아 구축되고 있다. 통신서비스업체마다 와이파이 네트워크를 경쟁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3G(3세대) 무선네트워크가 활성화했고, 이제 4세대 모바일네트워크까지 도입하고 있다. 데이터 전송 용량이나 속도가 눈에 띄게 늘어나거나 빨라지면서 지금까지 숙명적으로 안고 있던 서비스 품질도 유선통신과 비교해 떨어지지 않는다. 모바일 프로그래밍 기술까지 눈부시게 발전해 기업 입맛에 맞는 맞춤형 서비스까지 구축하기가 용이해졌다.

▲ 정만원 SK텔레콤 사장(오른쪽)이 래리 클레어 외환은행장과 지난 4월 업무 제휴 조인식에서 악수하고 있다. ⓒSK텔레콤 제공

국내 통신서비스업체 가운데 모바일오피스 시장 선두 업체는 SK텔레콤이다. SK텔레콤은 지난 9월 초 국내 5백개 업체가 자사 모바일오피스 솔루션을 도입했다고 발표했다. 경쟁 업체인 KT나 LG U+로부터 다소 과장되었다는 비난을 받기도 하지만 SK텔레콤은 ‘고객이 밝히기를 꺼려 해 해당 기업을 발표하지 못할 뿐 국내 내로라하는 기업들을 고객으로 확보했다’라고 밝혔다. SK텔레콤이 지금까지 밝힌 기업 고객은 삼성그룹, 포스코, 대상, 롯데홈쇼핑, 외환은행, 한미약품이다. 포스코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 현장 관리와 생산 관리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한미약품은 무선식별자(RFID)를 활용해 물류 관리에 활용하고 있다. 롯데홈쇼핑은 SK텔레콤 모바일오피스 솔루션을 도입해 유·무선 통합 오피스를 구현했다. 기업체 외에도 기상청이 SK텔레콤 모바일오피스를 채택했다. 모바일오피스는 도입 초기에 물류나 유통 기업 위주로 확산되었다. SK텔레콤 기업 고객 가운데 도·소매업과 운수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70%에 육박한다. 지금은 전 업종으로 확산되고 있다. 박인식 SK텔레콤 기업사업부문장은 “SK텔레콤은 모바일오피스 시장의 성장 잠재력에 주목해 일찌감치 시장 조성에 나서 초기 모바일오피스 시장을 석권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은 국내에서 쌓은 모바일오피스 구축 노하우를 동남아 시장을 중심으로 수출할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KT는 아이폰4 출시와 함께 반격에 나서고 있다. KT가 꺼낸 카드는 제휴 전략이다. KT는 모바일오피스 솔루션을 보유한 23개 업체와 제휴해 솔루션 개발과 마케팅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이영희 KT 기업고객전략본부장은 “KT는 솔루션 개발사들과 제휴 관계를 맺고 모바일오피스 상품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23개 솔루션 개발 업체와 13개 협력사는 KT와 공동 마케팅과 개발을 통해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다”라고 말했다. KT가 지닌 강점은 와이파이, 와이브로, WCDMA(3W 무선통신망)처럼 촘촘히 깔린 무선통신망이다. 도시철도공사는 KT와 손잡고 지난해 12월 3W 스마트폰을 활용해 지하철 5~8호선 운행 지원 시설을 실시간으로 관리하는 유지 관리 시스템을 도입했다. 보일러 제조업체 귀뚜라미는 지난 8월 KT와 손잡고 스마트폰 기반 모바일오피스를 구축했다.

LG U+는 LG CNS나 버추얼텍을 비롯해 약 2백개 업체와 제휴하고 있다. LG U+가 가진 강점은 ‘캡티브 마켓(전속 시장)’이다. LG그룹 계열사 전체가 고객으로 삼아 영업 실적을 쌓고 있다. 지난 6월에는 뉴코아, 킴스클럽마트, 이랜드, 데코를 거느린 이랜드그룹에 모바일 그룹웨어와 스마트폰을 지급했다. 이 밖에 조달청, 경기도소방본부, 백병원에 모바일오피스를 구축했다. LG U+는 지난 10월 초 중소기업용 모바일오피스 솔루션 개발을 마치고 보급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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