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_1.암] 자궁 경부암
  • 김주영I국립암센터 자궁암센터장 ()
  • 승인 2010.10.18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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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 약·방법 끝없는 진화 완치율, 갈수록 높아진다

최근 보건의료계의 정책 과제나 암 분야 연구 과제 중에 장기 생존자를 위한 부분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이것은 이제는 암 자체보다는 치료 후에 발생한 신체 변화와 가족·사회 관계에서 어떻게 적응하며 살아갈 것인가 하는 것이 문제가 될 정도로 암의 완치율이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암 생존자 중 아마도 제일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암은 자궁경부암일 것이다. 특히 이 암은 여성 인구 중에서 여섯 번째로 많이 발생하면서 여성에서 생기는 암종만으로 따졌을 경우 두 번째로 많은 암이다. 유방암 역시 장기 생존자가 많은 암이지만 이 두 가지 암은 여러 면에서 서로 다른 특징을 각각 가지고 있어 실제로 두 암종을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다. 

 두 암종의 가장 큰 차이점은 유방암은 초기 종양 단계부터 암세포가 몸의 여러 곳에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는 상태로 존재해 체계적으로 항암제를 사용하는 것이 국소수술이나 방사선과 함께 중요시된다는 점이다. 반면 자궁경부암은 기본 검사에서 전이가 육안으로 발견되지 않은 경우에는 종양이 오랫동안 국소적으로만 존재하기 때문에 방사선이나 수술 등 국소요법으로 치유가 잘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특징은 암 질환 중에서도 매우 독특하고 다행스러운 특징인데 왜냐하면 자궁경부암의 경우 대다수 환자에게서 암이‘어느 곳’에 존재하는지를 치료하는 의사가 볼 수 있으므로 치료가 정확하게 주어질 수 있고 치료 후 반응 및 전이 여부를 진찰과 영상 검사를 통해‘눈으로’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자궁체부와 자궁경부 위치

 자궁경부암은 완치율이 높은 암이다. 자궁경부암의 병기는 네 단계로 분류되는데 조기 병기 상태로 발견될 때에는 국소 치료로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 또한 방사선에 매우 반응이 좋아 임파선 전이가 있는 경우라 해도 비교적 용이하게 치료가 될 수 있다. 주로 임파선을 통해 몸에 퍼지게 되어 방사선과 항암제를 같이 사용함으로써 완치율이 높으며 진단 당시 치료가 힘든 혈행성 원격 전이가 발견되는 경우는 전체 환자의 5% 정도밖에 되지않는다. 폐암이나 유방암과 달리 자궁경부암의 완치율이 높은 이유이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3분의 1에서 4분의 1정도의 자궁경부암 환자들은 완치가 되지 않고 사망에 이르게 된다. 2004년도에 사망한 홍콩의 영화배우 겸 가수인 매염방도 진행된 자궁경부암이 원인이 되어 세상을 떠났다. 자궁경부암으로 사망하게 되는 경우는 방사선 치료나 수술적 치료에서 국소적인 종양 제어에 실패하는 경우, 그리고 원격 전이로 진행되는 경우이다. 어떤 환자가 이런 나쁜 예후를 가지는지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 핵의학 영상으로 본 자궁경부암의 임파절 전이, 방사선 치료 전(좌)과 치료 후(우) 모습. ⓒ국립암센터

그렇다면 자궁경부암은 어떤 병이고, 왜 생기는 것일까? 여성의 생식기인 자궁은 해부학적으로 둘로 나누어 진다. 자궁의 몸체(자궁체부)와 자궁의 목 부위(자궁경부)이다. 자궁의 경부에는 세포 변화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는 부위가 있으며 이를 편평원주 접합부(squamouscolumnar junction)라고 한다. 자궁경부는 구조와 위치상 외부의 발암물질이 접근할 수 있으며 성교를 통한 바이러스의 침입 기회에 노출되어 있다. 또한 세포의 증식과 고사가 끊임없이 일어나기 때문에 암을 일으킬 수 있는 고위험군 인유두종 바이러스가 편평원주 접합부에 존재하는 세포 내로 침입하게 되면 바이러스의 유전자가 쉽게 암화 과정을 일으키게 된다. 이러한 세포의 암화 과정은 수년에서 수십 년 동안 진행되며 처음에는 자궁경부의 표면 세포에만 변화를 일으키지만(이형성증·상피내암) 더 진행되면 침윤성암(자궁경부암)으로 발전하게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인유두종 바이러스가 체내에 들어갔을 때 모든 사람에게서 자궁경부암이나 상피내암으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사실 이러한 병이 발견되는 것은 인유두종에 감염된 여자 인구의 약1% 이하이다.

왜 어떤 사람은 암으로 진행되고 어떤 사람은 괜찮은 것일까? 이 부분은 아직 잘 밝혀지지 않았다. 단지 흡연과 음주, 다른 균의 존재, 피임약의 장기 사용 등이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보조적 요인으로만 알려져 있을 뿐이다. 또 한 가지 의심되는 요인은 유전적 요인으로써 몸의 면역체계와 관련된 유전자의 변이 때문에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 기능의 저하가 원인이 되는 경우, 혹은 발암물질에 의해 발생하는 유전자의 손상을 복구하는 기능이 감소되는 유전적 질환이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되고 있다. 자궁경부암과 관련한 가족력이 있는 환자의 경우 이러한 요인이 특히 의심될 수 있겠다. 

ⓒ국립암센터

  자궁경부암은 조기 검진의 방법이 잘 알려져 있어 조기 발견이 가능한 질환이다. 세포도말검사가 그것이다. 성 경험이 있는 여성들에게는 1년에 한 번 세포도말검사가 권유되며 최근에는 인유두종 바이러스 검사까지 동시에 시행하는 등 검사의 정확성을 높이고자 하는 노력이 시도되고 있다. 최근 판매되고 있는 자궁경부암 백신은 세계적으로 여성을 자궁경부암의 위험에서 구원할 수 있는 위대한 발명품으로 생각되고 있다. 성 경험이 없는 어린 나이에 백신을 맞았을 경우 가장 효과적이며 자궁경부암의 원인 중 가장 많은 16번과 18번 감염과 관련된 암을 예방하는 데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백신 효과의 지속 기간은 연구상으로는 5년으로 알려져 있으나 추가 접종이 필요한지는 아직 알 수 없으며 백신을 맞은 여성이라도 맞지 않은 여성과 똑같이 규칙적인 세포도말검사가 권유된다.

▲ 자궁경부 세포도말검사 방법 및 암세포를 보여주는 현미경적 사진. ⓒ국립암센터


국내에서 최근 몇 년 사이에 점점 자궁경부암의 빈도가 하락해왔다. 아마도 백신의 사용으로 인해 앞으로 10년에서 20년 이후부터는 인유두종 바이러스와 관련된 상피내암 및 자궁경부암의 빈도는 더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된다. 하지만 점점 개방화되는 성풍조 등으로 인해 백신 사용만으로 어린 청소년들이 이러한 위험성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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