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_1.암] 간암
  • 박상재I국립암센터 간암센터장 ()
  • 승인 2010.10.18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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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없이 다가오는 공포 간염 환자는 조심 또 조심!

고등학생과 중학생 두 자녀를 둔 45세 김 아무개 과장은 10년 전 만성 B형 간염 보유자인 것을 알았지만, 과중한 업무와 1주일에 두세 차례 술자리를 계속 이어갔다. 만성 B형 간염 보유자는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나 몸에 별 이상한 점이 없고 병원에 가기가 무섭기도 해서 검사받기를 미루어왔다. 최근 들어 평소보다 좀 피곤하다는 생각이 들어 그동안 미루어온 건강검진을 받게 되었는데 검사 결과를 들으러간 날 담당 의사로부터 간에 혹이 있으니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들었다. 정밀 검사를 받고 간암(간세포 암) 진단을 받았다. 암이 크고 간문맥이라는 큰 혈관 안으로 암세포가 들어갔기 때문에 수술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시사저널자료

 

그러나 수술을 하지 못한다고 치료법이 없는 것이 아니다. 먼저 경동맥 화학색전술을 해서 간에 있는 암을 억제하고 양성자 치료를 병행해 간문맥에 있는 암세포를 죽이고 필요하면 항암제 치료를 추가해 암을 고치기로 했다. 김과장은 8개월에 걸쳐 경동맥 화학색전술, 양성자 치료 및 항암 치료를 병행했고 이후 검사한 결과 간문맥 내의 암세포가 사라지고 간암이 많이 줄어든 것을 발견했다. 김과장은 남은 간암 부위를 제거하기 위해 간 절제 수술을 받았고 이후 지금까지 2년째 재발 없이 잘 지내고 있다.

김과장의 사례와 같이 간암은 직장과 가정에서 중추 역할을 하는 40~60대 남성들 사이에 위암 다음으로 많이 발생하는 암이다. 중앙암등록본부에 따르면 간암은 우리나라에서 2007년 한 해에 약 1만5천명의 환자가 새로 발생(남자 1만1천명, 여자 4천명)해 위암, 갑상샘암, 대장암, 폐암에 이어 발생 순위 5위인 암이다. 간암은 치료 성적이 좋지 않아 발생률이 5위인 것에 비해 사망률은 폐암 다음으로 2위이다. 그러나 1993~95년의 경우 5년 생존율이 10.7%였던 데 비해 2003~07년의 경우 21.7%로 지난 15년간 상당한 발전이 있었으며 향후 간암 치료 결과의 지속적인 향상이 기대된다. 간암에는 여러 종류의 암(간세포 암·간내담관·암·육종 등)이 포함되는데 80% 이상이 간세포 암이므로 흔히 간암이라고 하면 간세포 암을 지칭한다.

 

▲ (왼쪽부터) 정상 간, 간경변증, 간암.

 

김과장은 간암을 미리 예방하거나 초기에 발견할 수는 없었을까? 간암을 효과적으로 치료하는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다른 암종들과 달리 간암은 주요 발생 위험 인자가 비교적 잘 알려져 있어 예방이 가능한 암이다. 국내 간암 환자의 약 70%가 B형 간염을 가지고 있고 10%가 C형 간염을 가지고 있으므로 전체 간암의 80% 정도가 간염 바이러스와 관련이 있다. 따라서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도록 조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예방법이다. 만성 B형·C형 간염 환자의 일부는 수 년, 또는 수십 년에 걸쳐 간경변증을 거쳐 간암으로 진행한다. 영유아기에 B형 간염 예방 백신을 맞아 방어 항체를 만들어놓으면 B형 간염은 걸리지 않으며 이에 따라 간암 걱정도 덜게 된다. B형 간염 바이러스를 갖고 있는 산모에서 태어나는 아기는 출생 즉시 면역 글로블린과 백신을 모두 맞으면 80~90%는 전염을 예방할 수 있다.

그러나 C형 간염 바이러스에 대해서는 아직 백신이 개발되지 못해 미리 면역력을 얻을 수 없다. 이미 B형 간염 바이러스를 갖고 있는 경우에는 백신을 맞는 것이 아무효과가 없다. B형·C형 만성 간염 환자들의 경우 간염의 정도가 심하고 오래될수록 간경변증 발생이 늘어나고 그에 따라 간암 발생이 증가한다. 그러므로 바이러스 활동성이 있는 만성 B형·C형 간염 환자의 경우 항바이러스제 등 적절한 치료를 통해 간질환의 진행을 막아야 한다. B형이나 C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의 혈액이나 체액이 상처 난 피부나 구강 점막, 성기 점막 등을 통해 전염될 수 있으므로 면도기나 칫솔을 나누어 쓰는 일은 피해야 한다. 또한 제대로 소독되지 않은 침술이나 뜸, 문신, 귀뚫기 장식 등도 전염되는 한 원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음식이나 물을 통해서는 전염되지 않으며 일반적 포옹이나 피부 접촉으로도 전염되지 않으므로 공동 생활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만성 간염 환자가 술을 절제하지 않으면 간암 발생 확률이 높아지므로 술을 절제해야 하며 알코올성 간염이나 간경변증이 있는 경우 절대적으로 금주해야 한다. 담배는 간암을 유발하는 발암원 중의 하나이며 따라서 만성 간염 환자 및 간경변증 환자의 경우 절대 금연해야 한다.

최근 많은 연구에서 비만이 간암의 발생 위험을 키운다고 알려져 있으므로 건강한 식생활과 적당한 운동을 통해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간암은 소리 없이 다가온다. 간암은 초기에는 대부분 증상이 없고 오른쪽 윗배 통증, 덩어리감 등은 암이 많이 진행된 후에 나타난다. 따라서 완치시킬 수 있는 초기 단계에 진단하기 위해서는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찾아내야 하는데, 간암은 원인이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발암 위험 요소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정기 검진을 철저히 해야 한다. 국립암센터는 대한간학회와 공동으로 간암을 조기 진단하기 위한 검진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이는 B형 또는 C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나 어떤 원인이든 간경변증이 생긴 사람들이 대상이며 남자 30세, 여자 40세 이후에는 6개월 간격으로 혈액검사인 알파태아단백(AFP)치 측정과 간 초음파검사 모두를 주기적으로 실시한다. 검진에서 이상이 있으면 확진을 위해 역동적 조영 증강 전산화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MRI), 혈관 조영술 등의 영상 검사를 시행하는데, 보통 역동적 조영 증강 CT가 제일 중요하다. 간암은 다른 암과 달리 혈액검사와 영상 검사만으로 확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임상적 진단이 불확실한 경우 조직검사를 시행한다.

 

▲ 간암 진단을 위해 CT 촬영을 하는 모습. ⓒ시사저널자료

 

간암 환자의 대부분은 간경변증이나 만성 간염을 가지고 있어 간 기능이 저하되어 있고 복수·정맥류·간성 혼수 등의 합병증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으며 이런 경우 간암 치료를 제대로 하기가 어렵다. 즉 간암 환자에게는 암이 진행된 정도와 함께 간 기능이 얼마나 잘 유지되어 있는가가 치료법 선정이나 치료 효과를 결정하는 데 중요하다. 간암 자체를 치료하는 방법은 다양해 간절제술, 간이식술과 같은 수술적 방법과 국소 치료술, 경동맥 화학색전술, 방사선 치료, 항암 화학요법 등 비수술적 방법이 있으며 최근 새로운 치료법이 속속 고안되어 그 효과를 검증받고 있다.

1. 간 절제술 및 간 이식술

간 기능이 유지되는 경우, 종양이 국소적이면 간 절제술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 아직도 간을 자르면 회복하기 어렵다는 통념이 남아 있지만 지난 20년간 수술의 안전성은 비약적으로 발전해 국내 전문 기관의 수술 사망률은 1~3% 이하로 감소했고 5년 생존율은 50% 이상으로 높아졌다. 간 이식은 간암뿐만 아니라 병든 나머지 간도 함께 제거하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다. 그러나 간암이 너무 진행되어 있으면 간 이식 후에도 재발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심한 간경변증 환자에서 비교적 초기 간암이 발생한 경우가 적합하다. 최근에는 심하지 않은 간경변증 환자에게 발생한 간암에서도 시행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간 이식을 위해서는 공여자가 필요하며 가족이 제공하는 생체 간 이식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실정에서는 공여자의 안전, 윤리적인 문제 등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현재 국내 전문 기관의 간 이식 사망률은 5% 이내, 5년 생존율은 60% 이상이다.

2. 국소 치료술

국소 치료술로는 고주파 열치료술과 알코올 주입술 등이 있다. 기존에는 종양에 알코올을 직접 주입하는 알코올 주입법이 많이 시행되었으나 요즘은 고주파 열치료술로 대부분 대체되고 있다. 고주파 열치료술은 침을 종양 안에 찌르고 침을 통해 고주파를 발생시켜 열로 종양을 괴사시키는 방법이다. 크기가 작고(3cm 이하) 종양의 수가 3~5개 이하인 경우에는 간 절제술에 근접하는 치료 효과를 보인다.

 

▲ 바이러스성 간염에서 간암으로의 진행

 

3. 경동맥 화학색전술

경동맥 화학색전술은 수술적 치료나 국소 절제술을 시행할 수 없는 간암 환자, 즉 종양이 여러 개이거나 혈관을 침범하거나 간 기능이 저하되어 있는 경우 가장 많이 시행되고 있는 방법이다. 항암제와 암 혈관을 막는 물질을 함께 간동맥을 통해 주입하는 방법으로 비교적 안전하게 여러 차례 시행할 수 있다. 최근 치료 효과를 높이기 위해 새로운 약물을 주입하는 연구들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4. 방사선 치료 및 항암 화학요법

간암은 오래전부터 방사선 치료와 항암 치료가 잘 듣지 않는 암으로 알려져왔으나 최근 들어 이 부분에 상당한 발전이 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국립암센터에서 보유하고 있는 양성자 치료기를 포함한 최첨단 방사선 치료 기기의 개발에 힘입어 혈관을 침범한 간암 등 그동안 치료가 힘들었던 간암에서 향상된 치료 성적을 보이고 있다. 간암에 대한 기존 항암제의 치료 성적은 대체로 만족스럽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간암 발생 관련 세포물질을 겨냥한 표적 치료제가 기존 항암제보다 더 나은 치료 효과를 보인다는 것이 증명된 이후 진행된 간암에서 사용하는 예가 증가하고 있다. 아직 의료보험이 되지 않아서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이 너무 큰 실정이지만 현재 여러 종류의 표적 치료제들이 임상시험 중에 있어 향후 더 나은 간암 치료 성적을 기대하게 해주고 있다.

 

▲ 양성자 치료 전·후 간암의 크기 변화 모습. ⓒ국립암센터

 

간암은 아직은 치료가 잘 안 되는 무서운 암이다. 따라서 예방이 최선이고, 조기에 발견해 완치하는 것이 차선이다. 일단 간암이 생긴 경우에는 다양한 치료법을 이용해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간 기능이 잘 유지되어 있는 초기 간암에서는 간 절제술, 고주파 열치료술 등을 시행해 5년 생존율 50% 이상의 좋은 치료 효과를 보일 수 있지만 이런 환자는 전체 간암 환자의 30% 이하에 불과하다. 간 기능이 저하된 초기 간암의 경우에는 간 이식술이 가장 이상적인 치료법이며 뇌사자 장기 이식이 활성화된다면 많은 간암 환자를 살릴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많은 간암 환자가 진행된 상태로 발견된다. 진행된 간암이라고 치료를 포기할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치료법을 꾸준히 그리고 적절히 병행한다면 김과장의 사례처럼 좋은 치료 결과가 있을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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