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_1.암] 대장암
  • 오재환I국립암센터 대장암센터장 ()
  • 승인 2010.10.18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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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 줄이고 술 줄이면 안전…치료 방법도 갈수록 진화한다

2009년에 발표된 한국중앙암등록본부 자료에 따르면, 2007년 우리나라의 암 발생 건수는 총 16만1천9백20건이었다. 그 가운데 대장암은 남녀를 합쳐서 2만5백88건이었다. 이는 전체 암 발생의 12.7%로 2위(갑상선암 제외)에 해당하며, 인구 10만명당 대장암의 발생 건수는 남자 49.7건, 여자 33.9건으로 조사되었다. 대장암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빠른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는 암 가운데 하나이며, 이러한 대장암의 증가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으로 얼마나 더 살 수 있을까?”환자에게 대장암으로 진단되었다는 것을 알렸을 때, 환자 본인이나 가족들이 가장 많이 던지는 질문 중 하나이다. 이 질문에 한마디로 답하기는 어렵다. 진단 당시 암의 병기에 따라 생존율이 크게 차이 나기 때문이다. 보통 암환자의 예후를 말할 때 5년 생존율(5-year survival rate)을 얘기한다. 암의 5년 생존율이란 암 진단 후 5년까지 환자가 생존할 확률로, 암의 치료 효과를 판단하는 지표가 된다. 암의 재발은 대개 수술 후 5년 이내에 발생하고, 5년이 지나서 재발하는 경우는 드물다.

 

ⓒ시사저널자료

 

따라서 암의‘완치율’이라고 하는 공식적인 의학 용어는 없지만, 환자들에게는 암의 5년 생존율을 완치율로 조심스럽게 설명한다. 최근 국내에서 발표된 한국인 대장암의 병기별 5년 생존율은 1기 93.4%, 2기 83.4%, 3기 54.2% 및 4기 11.9%였다. 즉, 1기 대장암은 대부분 완치된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암이 점막 또는 점막하층에 국한된 경우를 조기 대장암(early colorectal cancer)이라고 하는데, 조기 대장암의 경우 100%에 가까운 5년 생존율을 보인다. 2기 대장암도 80% 이상 완치된다. 그러나 3기 대장암부터 5년 생존율은 54.2%로 크게 떨어지고, 4기 대장암은 11.9%에 불과하다.

대장암으로 인해 죽지 않기 위해서는 대장암에 안 걸리도록 노력하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한다. 만약 대장암으로 진단되더라도 초기일 경우에는 대부분 완치되므로 역시 대장암으로 죽지 않을 수 있다. 대장암을 예방하는 방법은 식생활의 경우 붉은 육류 또는 가공 육류 섭취를 줄이는 것과 가급적 고섬유질 식이를 섭취하고 동물성 지방 및 알코올 섭취를 줄이는 것이다. 그 밖에 신체 활동을 활발히 하고 금연하는 것도 대장암의 발생을 줄일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처럼 개인의 생활 습관 및 환경 요소를 개선해 암의 발생을 예방하는 것을 암의 1차 예방이라고 한다.

이에 비해 암의 2차 예방은 적극적인 암 검진을 통해 암을 전암 단계 및 초기 단계에 발견해 이를 치료함으로서 암을 예방하거나 완치시키는 것을 말한다. 대장암은 양성 종양인 용종(폴립) 단계를 거쳐 대장암으로 진행되는데, 양성 용종이 대장암으로 발전하는 데에는 5년에서 10년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정기적인 대장 검사를 통해 이들 용종을 진단해서 제거해주면 대장암의 발생 자체를 예방할 수 있다.

특별한 증상이 없는 다수의 인구 집단을 대상으로 특정 질환을 초기에 찾아내기 위해 시행하는 검진 목적의 검사를 선별 검사(screening test)라고 한다. 대장 용종 및 대장암의 선별검사로 가장 좋은 방법은 대장 내시경 검사이다. 대장 내시경검사가 다른 대장 검사들에 비해 다소 침습적인 검사 방법이기는 하지만, 대장 내시경검사는 대장 용종 및 대장암을 조기에 진단하는데 가장 효과적인 검사로 알려져 있다. 대장 내시경검사가 효과적인 이유는 용종 및 조기 대장암을 가장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고, 또한 진단된 용종을 대장 내시경으로 제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 조기 대장암 수술 전후 모습.

최근에는 일부 조기 대장암(고분화 암이면서 혈관 침범이 없고, 점막하층 침습 깊이가 1천㎛를 넘지 않는 경우)의 경우에 림프절 전이의 위험이 없거나 매우 낮다는 연구 결과들이 알려지면서, 이들 일부 조기 대장암에 대해서는 수술을 시행하지 않고 내시경적 절제만으로 대장암을 치료하고 있다. 다른 암들이 그렇듯이 대장암도 초기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다. 혈변이나 복부 팽만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는 이미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대장암을 조기에 진단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증상이 없더라도 주기적으로 대장 내시경을 받아보아야 한다. 국립암센터와 대한대장항문학회에서 제안한 대장암 검진 권고안에 따르면 대장암의 조기 진단을 위해 50세 이후부터는 매 5~10년마다 대장 내시경검사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으며, 대장암 발병의 위험 요인을 가진 고위험군에서는 반드시 전문가와 상의해 더 일찍부터 검사를 시작해서 더 자주 받을 것을 권하고 있다.

대장암 병기 2기 이상의 진행성 대장암의 경우에는 수술적 치료와 함께 항암 화학요법(항암제 치료), 방사선치 료 등 을 병 용 하 는 다 학 적 인 접 근 방 법(multidisciplinary approach)으로 치료함으로써 생존율을 더욱 높이고 있다. 수술은 대장암 치료에서 가장 근본이 되며, 암의 발생 부위에 따라 수술 방식이 각각 다르게 적용된다. 대장암 수술의 원칙은 다른 암 수술과 마찬가지로 종양과 적절한 경계를 유지하면서 암세포의 전이 경로가 되는 림프관·혈관을 차단하고 주위 림프절을 포함해서 암 덩어리를 광범위하게 절제하는 것이다.

최근 복강경을 이용한 대장암 수술이 기존의 개복 수술과 비교해서 장기적인 암 치료 성적에 차이가 없다는 연구 결과들이 발표되면서, 수술 후 통증이 적고, 흉터가 작으면서 빠른 회복을 보인다는 장점들로 시술 사례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의료용 로봇을 이용한 복강경 수술도 관심을 끌고 있다. 직장암 수술의 경우 수술 술기의 향상과 자동 문합기 등 수술 기구의 발달로 종래에는 항문을 절제하고 복부 인공 항문을 만들어야 했던 많은 환자들에서 항문 보존이 가능해졌으며, 수술 전 항암 화학 방사선요법을 통해 항문 보존율을 극대화하고 있다.

 

▲ 0기: 점막층에 국한된 경우1기: 근육층을 넘지 않고 림프절 전이가 없는 경우2기: 전층을 침범하고 림프절 전이가 없는 경우3기: 림프절 전이가 있는 경우4기: 다른 장기로의 원격 전이가 있는 경우※ 조기 대장암이란 점막층 또는 점막하층을 침범한 경우를 말한다.

 

항암 화학요법의 종류에는 보조(adjuvant) 항암 화학요법, 고식적(palliative) 항암 화학요법 및 선행(neoadjuvant) 항암 화학요법 등이 있다. 보조 항암 화학요법은 근치적 절제가 가능한 대장암에 대해서 수술을 시행한 후 암의 재발을 막아 완치율을 높이기 위해서 시행하는 화학요법이다. 2기 혹은 3기 대장암의 경우에는 수술 후 약 6개월간의 보조 항암 화학요법이 추천되며, 이로써 재발률 및 사망률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이 알려져 있다. 보조 항암 화학요법은 2000년대 중반까지는 FL(5-FU + leucovorin) 요법이 표준 요법이었으나, FOLFOX(5-FU + leucovorin + oxaliplatin) 요법이 더 효과가 좋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현재 널리 쓰이고 있다. 간 또는 폐로 전이된 대장암의 경우에도 대장암과 전이병변을 수술하고 보조 항암 화학요법을 시행하면 장기 생존률이 30%가량 된다고 알려져 있으며, 전이병변의 개수가 적거나 재발까지의 무병 생존 기간이 길었던 경우와 같이 양호한 예후 인자를 가진 환자의 경우에는 약50%까지의 완치율도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고식적 항암 화학요법은 암이 진행되어 근치적 수술이 불가능한 경우에 암의 진행을 억제하고 생존 기간을 연장시킬 목적으로 시행하는 항암 화학요법을 말한다. 선행 항암 화학요법은 수술 전에 항암 화학요법을 먼저 시행하고 나서 수술을 받는 경우를 말한다. 특히 하부 직장암의 경우에 방사선 치료와 함께 선행 항암 화학요법이 많이 시행되고 있다. 최근에는 진단 당시 수술적 절제가 불가능한 전이암의 경우에서, 선행 항암 화학요법에 반응이 좋아 추후 수술이 가능했던 경우들이 보고되고 있고, 이러한 경우에는 통상적으로 15% 정도의 장기 생존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방사선 치료는 주로 직장암에서 사용되며, 전이성 대장암의 전이 병변에 대해서도 선택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직장암에서 방사선 치료는 과거와 달리 그 역할이 많이 넓어진 편이다. 가장 많은 변화는 수술 전에 방사선 치료를 시행한다는 점인데, 선행 항암 화학요법을 동시에 시행하기 때문에 이를 수술 전 항암 화학 방사선요법(preoperative chemoradiation therapy)라고 한다.

 

 

수술 전 항암 화학 방사선요법의 장점은 수술 후 항암 화학 방사선 치료에 비해 국소 재발률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밖에도 하부 직장암에서, 수술 전 항암 화학 방사선요법을 시행한 경우가 바로 수술을 시행한 경우에 비해 항문 보존율을 높일 수 있었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 된 바 있다.

그 밖에 과거 근치적 절제술이 불가능해서 고식적 치료를 시행했던 후복막림프절 또는 골반부에 재발된 대장암에 대해서 최근에는 항암 화학 방사선 치료를 시행함으로써 생존율을 더욱 높이고 있다. 이러한 치료 효과는 방사선 치료의 급격한 발전과도 연관이 있다. 토모치료나 양성자 치료와 같은 첨단 방사선 치료를 쉽게 이용할 수 있게 됨으로써 근치적 방사선 치료를 시도하는 일이 보편화되고 있는 추세이다.

결국 대장암이 초기를 지나 진행된 상태에서 발견되었다고 하더라도 수술적 치료, 항암 화학요법 및 방사선 치료 등의 다각적 접근 방법을 통해, 암의 진행 상태에 맞는 적절한 치료법을 선택한다면 충분히 완치될 수 있다. 따라서 어떠한 경우에도 희망을 버리지 않고 의료진의 치료 계획에 적극 협조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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