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_1.암] 위암
  • 김영우I국립암센터 위암센터장 ()
  • 승인 2010.10.18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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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에만 발견하면 무서울 것이 없다

 

ⓒ시사저널자료

위암이란 위에 있는 일부 세포가 정상 상태를 벗어나 제멋대로 분열하고 증식하는 것을 말한다. 위암의 약 95%를 차지하는 위선암(胃腺癌)은 위 점막에서 소화액을 분비하는 샘(腺)에서 발생한 것이고, 림프 조직에서 발생하는 림프종, 위의 신경 및 근육조직에서 발생하는 간질성 종양, 육종(肉腫) 등이 모두 위암에 포함된다. 위암은 한국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암으로, 매년 2만5천명 정도가 새로 위암 진단을 받는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07년의 전체 암 발생 건수 16만1천9백20건 중16.0%를 차지했고, 암에 의한 사망률에서도 인구 10만명당 20.9명으로 폐암과 간암에 이어 3위이다.

그렇지만 정기적인 위 검진을 받아 초기에 발견해 치료한다면 위암으로 생명을 잃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위암에 대해 환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점 몇 가지를 추려 문답식으로 정리해본다.

 

위암, 어떻게 예방할 수 있나?

위암은 특정 원인에 의해 생기는 것이 아니므로, 음식이나 약물, 또는 의학적 치료를 통해 예방할 수 없다. 대신 위암의 원인으로 여겨지는 인자들을 차단하거나 회피하면 발생 가능성이 어느 정도 줄어들 수 있다. 위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요인으로 대표적인 것은 짠 음식, 탄 음식, 질산염 화합물, 흡연,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helicobacter pylori), 만성 위축성 위염, 장상피화생(腸上皮化生), 위 절제술을 받은 병력 그리고 유전적 요인 등이다.

ⓒ국립암센터

짠 음식의 경우 소금이 위점막을 손상시켜 위 속에서의 발암 작용을 돕는 보조적 역할을 해 위암을 유발한다고 알려져 있다. 국내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짜게 먹는 사람의 위암 발생 위험도는 싱겁게 먹는 사람의 네 배나 된다고 한다. 반면, 매운 음식과 위암 발생 간의 상관관계는 객관적으로 제시된 바가 없다. 다만 매운 음식은 대부분 짜기도 하다는 데 유의하고 싱겁게 먹는 습관을 들이는 편이 좋다.

질산염 화합물은 위암과 직접 연관되는 화학물질로서, 질산염이 음식물을 통해 섭취되면 체내에서 질산나이트로소(N-nitroso)라는 화합물을 만들어 발암 작용을 한다. 이러한 질산염은 염장 식품, 가공된 육류, 방부제 등에 많이 함유되어 있고, 대표적 발암 물질인 담배에도 함유되어 있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은 위 점막에 서식하는 나선형 세균으로, 아동기 감염이 많고, 주로 가족을 통해 전염된다. 이 균은 위 점막에 살면서 만성 위염과 소화성궤양을 일으키는데, 이러한 만성 염증이 결국 위암으로 이어진다고 알려져 있다. 연구 결과,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되면 위암의 위험도가 세 배 정도로 높아진다고 한다. 그러나 헬리코박터균을 치료한다고 해서 위암이 의미 있게 줄었다는 증거는 부족하며, 여기에 항생제 내성 문제와 경제적 비용까지 고려하면, 위암 예방을 위해 헬리코박터균 감염자에게 일률적으로 제균(除菌) 치료를 하는 것은 추천할 일이 못된다.

만성 위염의 가장 흔한 형태 가운데 하나인 위축성위염은 만성 염증 때문에 위 점막이 얇아지면서 소화 효소를 분비하는 위샘이 파괴된 상태를 말한다. 장상피화생이란 위 점막세포가 염증 때문에 대장이나 소장의 상피세포와 비슷하게 변한 것을 이르며, 두 병변 모두 암과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러한 병변이 있을 경우 치료를 할 필요는 없으나, 정상인에 비해 위암 발생 가능성이 큰 만큼 정기적으로 위 내시경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과거에 위를 절제하고 남은 위와 소장을 연결한 수술을 받은 경우, 소장의 소화액이 위에 역류되면서 만성염증을 일으켜 위암을 발생시킬 수 있다. 위 절제 수술 병력이 있으면 20년 이상 경과했을 때 위암 발생률이 정상인에 비해 3~5배 정도 높아진다.

유전적 원인으로 발생하는 위암은 전체 위암의 5% 미만으로 추정되며, 일반적으로 가족 중에 위암 환자가 있는 경우 위암에 걸릴 확률은 그렇지 않은 사람의 세 배쯤 되나, 식생활이나 환경이 비슷한 것이 더 큰 요인으로 보인다. 유전적인 위암은 이케드헤린(E-cadherin)이라는 유전자의 돌연변이 때문에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일부 연구자들은 가족 중 여러 사람에게서 위암이 생기는 경우 이케드헤린 유전자의 돌연변이 유무를 검사해 돌연변이가 있는 경우 예방적 수술을 실시하는 것이 좋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한국에는 이러한 종류의 유전성 위암이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위암은 유발 요인을 회피할 뿐 특정 방법으로 예방할 수 없으므로, 예방보다는 조기 발견에 역점을 두는 편이 합리적이다. 위암에 걸렸더라도 일찍 알게 되면 완치될 가능성이 크다. 이를‘2차적 예방’이라고 하는데, 가장 현실적인 예방법이라고 하겠다. 특히 가족 중 위암 환자가 있는 사람, 이른바 가족력(家族歷)이 있는 사람은 위암 발생 위험도가 세 배가량으로 높아지기 때문에 좀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정기적인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위암을 의심할 만한 증상에는 어떤 것이 있나?

위암의 특이적 증상은 없다. 속이 쓰리거나 소화가 잘안 된다는 환자도 있지만, 조기 위암의 80%는 증상이 없다. 조금만 먹어도 배가 부르고 속이 더부룩한데 혹 위암 증상은 아닐까라고 걱정하는 환자들이 많지만 앞서 이야기한 대로 위암의 특이적인 증상은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증상들이 3~4일 이상 지속된다면 반드시 병원을 방문해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20~30대의 젊은 나이에도 전체 위암 가운데 7~8%가 발병하므로 주의할 필요가 있다.

병이 진행된 경우에는 체중 감소, 연하(嚥下) 곤란(음식물을 삼키기 힘든 증상), 구토, 토혈, 흑색 변, 복부에 덩어리가 만져지는 것 등이 있을 수 있다. 이런 증상이 보이면 반드시 병원에 가서 검사해야 한다.

최근에는 정기 건강검진을 받는 사람이 늘어난 덕에 증세가 없어도 조기에 위암이 발견되는 경우가 40% 이상이고, 계속 증가하는 추세이다. 조기에 발견하면 완치율이 높아질 뿐 아니라 수술 후에도 좀 더 나은 삶을 영위할 수 있다.

 

▲ 위암에 대한 복강경 수술 장면. ⓒ국립암센터

 

위암은 어떻게 진단하나?

위암은 위 내시경(endoscope)으로 조직검사를 해서 확진한다. 또한 병의 진행 정도를 보기 위해 복부의 전산화 단층촬영(CT, computed tomography)을 반드시 실시한다. 그 밖에 초음파내시경(EUS,endoscopicultrasound), 초음파(ultrasound scanning), 자기공명영상(MRI, magnetic resonance imaging), 양전자 방출 단층촬영(PET, positron emission tomography) 등의 검사를 보조적으로 시행하는 경우도 있다.

위 내시경검사는 내시경으로 위 내부를 직접 관찰하면서 병변의 크기와 모양, 위치를 보고 위암이 의심되면 조직을 채취해 검사를 하는 것이다. 증상이 없는 조기 위암의 발견에 유용할 뿐 아니라 진행된 위암의 경우에도 정확한 진단을 위해 꼭 필요하다.

최근 CT의 해상도가 획기적으로 향상되어, 작은 병변 발생이나 위암이 다른 장기로 침범했는지를 정확히 판정할 수 있게 되었다. 3차원 입체 영상과 위장관 조영술(照影術)도 병변의 발견율을 높이는 데 기여해, 이제는 위암의 진단과 병기 결정이 훨씬 정확해졌다.

다른 장기로의 전이가 의심되는 경우, 해당 장기의 CT·MRI·초음파 검사 등을 시행하고, 전신적인 원격적인 여부를 확인할 때는 PET(양전자 방출 단층촬영)을 이용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양전자 방출 단층촬영의 경우 방사성에 많이 노출되고, 진단의 민감도가 CT보다 높지 않아 특별히 필요하다고 판단된 경우에만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작은 복막 전이는 영상 진단으로 판별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수술실에서 전신마취를 한 뒤 복강경(腹腔鏡, laparoscope)을 이용해 진단하기도 한다. 복강경이란 복강과 그 안의 장기를 검사하기 위한 내시경으로, 배에 작은 구멍을 뚫고 삽입해 내부를 들여다보는 것을 말한다.

 

▲ 각종 위암의 내시경 사진들. ⓒ국립암센터

 

최신 위암 치료법은 무엇인가?

위암의 치료법으로는 수술적 치료, 내시경적 절제, 항암 치료(항암 화학요법), 방사선 치료 등이 있으며, 암의 진행 상태에 따라 위암 전문의와 상의해 결정하면 된다. 위암은 병소를 완전히 절제해야 근본적으로 치료되며, 이에 해당하는 것이 수술이다. 아주 초기의 병변은 내시경적 절제도 가능하다. 그 외의 항암 치료나 방사선 치료는 수술 후 또는 전의 보조적인 치료방 법으로 이용되거나, 재발을 한 경우 또는 수술을 하지 못하는 경우에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이다. 그러므로 절제가 가능한 경우에는 수술이나 내시경으로 절제를 하는 것이 가장 좋다.

수술적 치료는 수술 전 검사에서 위암과 국소 림프절 전이 부위를 완전히 절제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시행한다. 수술은 복부를 절개하는 전통적인 개복 수술과, 작은 구멍만 내지만 개복 수술과 같은 내용의 수술을 할 수 있는 복강경 수술 그리고 복강경 수술을 한층 더 발전시킨 로봇 수술로 나뉜다. 복강경 수술은 현재 주로 조기 위암을 대상으로 한다. 진행성 위암일 경우에는 개복 수술을 시행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현재 임상 연구가 진행 중이므로 향후 수년 내로 진행성 위암에서도 복강경 수술이나 로봇 수술이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로봇 수술은 이론적으로는 여러 가지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값이 비싸며 현재 보험 적용이 되지 않고 기존 수술에 비해 합병증 면에서의 안전성이나 생존율 등에 대한 검증이 충분하지 않아 의료진과 충분한 상의한 후에 결정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수술은 크게 세 과정으로 구분된다. 첫째, 암이 복강 내의 다른 곳에 퍼지지 않았는지 확인해 절제 여부를 결정한다. 둘째, 암을 포함한 광범위한 영역의 위와 주위의 림프절을 한 덩어리로 절제한다. 셋째, 남은 위나 위를 모두 절제한 경우에는 식도를 소장과 연결해 음식물이 지나가는 길을 다시 만들어 식사를 정상적으로 할 수 있도록 재건 수술을 해주는 것이다. 배에 여러 번 칼을 댈수 없기 때문에 한 번에 최선의 수술이 될 수 있어야 한다. 절제 범위는 암의 진행 정도와 상관없이 발생 위치와 모양에 따라 결정되는데, 위의 중부나 하부에 위치할 경우, 위의 3분의 2가량을 절제하는 위아전절제술(胃亞全切除術)을 시행하고, 암이 상부에 발생했거나 위 전체에 있을 때는 위 전부를 절제하는 위전절제술(胃全切除術)을 시행한다.

내시경적 절제는 내시경으로 병변 부위의 점막 및 점막 하층의 일부를 잘라내는 것이다. 일반 수술과 달리 마취가 필요 없고 통증이 거의 없으며 금식 기간이 하루 내지 이틀로 짧다는 점 등 장점이 많으나, 모든 위암 환자에게 시행하는 치료법은 아니다. 조기 위암 중에서도 병소가 점막에 국한되어 림프절 전이가 없고 궤양이 없으며, 크기가 2~3cm를 넘지 않고 암세포의 분화도가 좋은 병변만 내시경적 절제술의 대상이 된다. 시간은 대개 30분에서 1시간 정도 걸리며, 위암의 위치나 출혈 여부 등에 따라 소요 시간이 달라질 수 있다.

항암 치료는 크게 다음 두 가지 경우에 시행한다. 완전 절제 수술 후에 재발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보조적으로 시행하는 경우와 진단 당시 암이 많이 진행되어 수술이 불가능한 경우이다. 특히 두 번째인 경우를 고식적(姑息的) 항암 화학요법이라 하는데, ‘고식적’은 근본적 대책이 되지 못하고 임시 변통이나 현상 유지의 성격을 지녔다는 뜻이다. 즉 암을 완치하는 것이 아니라, 암의 진행을 늦추어 생명을 연장하고 증상을 완화시킬 목적으로 시행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우수한 항암제가 개발되면서 처음에는 수술이 불가능했으나 항암 치료 후 수술적 치료가 가능해지기도 하므로 환자들은 희망을 잃어서는 안 된다.

표적 치료는 암의 발생과 성장, 전이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표적 인자’들을 찾아 내어 이를 공격해 죽이는 치료를 말한다. 암세포에서만 많이 나타나는 표적을 공격하도록 해 항암제의 효과를 배가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위암 치료에서 표적 치료약들의 효능에 대해 대규모 3상 임상시험들이 현재 진행되고 있거나 일부에서는 결과가 나와 실제 치료에 적용될 준비를 하고 있다. 최근 한국이 주도해 진행한 Her-2/Neu 라는 분자를 표적으로 한 트라스투주맙(Trastuzumab)이라는 치료제를 기존 항암제와 병합한 치료 방법을 검증한 범세계적인 다기관 임상 연구에서 Her-2/Neu 양성인 위암 환자에서 생존율 향상이 있다는 결과가 나온 바 있다. 이러한 치료 방법은 앞으로도 계속 발전될 것으로 보인다.

방사선 치료는 특정 부위에 방사선을 조사(照射)해 암세포를 죽이는 치료로, 국소적인 치료이므로 전이 병변에 대한 치료 방법은 아니다. 대신 암으로 인한 통증·폐색·출혈 등의 국소 증상이 심할 때, 방사선 치료를 하는 경우도 있다. 근치적인 수술 후에 보조적 치료로서의 가치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현재 임상 연구가 진행 중이어서 아직 결론을 내리기가 어렵다.

양성자 치료란 수소 원자의 핵에 들어 있는 양성자(陽性子, proton)를 가속해 병소에 쏘는 것으로, 방사선 치료와는 달리 정상 조직에 대한 손상 없이 암 조직에 강한 방사선을 조사할 수 있는 장점이 있으나, 위암에서는 큰 역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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