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론 바꿀 만큼 영향력 있지 않다”
  • 이철현 기자 (lee@sisapress.com)
  • 승인 2010.11.01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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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만수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위원장 인터뷰 / “타협했더라면 대한민국 발전은 없었을 것”

 

ⓒ시사저널 이종현

강만수 대통령 직속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위원장(65)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핵심 경제 참모 래리 서머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을 연상시킨다. 서머스 위원장이 오바마 행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을 결정했듯이, 이명박 정부 1기 경제팀을 이끌며 경제정책 기조를 완성했다. 강위원장은 지금도 대통령 경제특별보좌관을 겸직하며 주요 경제 현안에 대해 대통령에게 조언한다. 서머스 위원장은 직선적이고 비타협적인 성격 탓에 백악관 경제팀 내부에서 불협화음을 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강위원장은 주요 경제 현안을 두고 야당뿐만 아니라 여당 인사와 의견 충돌을 서슴지 않는다. 한나라당 의원 일부가 부자 감세 법안을 철회하겠다는 뜻을 밝히자 반대 견해를 명확히 밝혔다. 이와 관련해 한나라당 당론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는 비난까지 들어야 했다.

<시사저널>은 지난 10월29일 서울 세종로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위원장실에서 강만수 위원장을 만났다. 인터뷰 도중에도 ‘부자 감세 법안 철회를 저지하는 데 관여했는가’라고 묻는 언론사 취재 요청 전화가 여러 차례 걸려왔다. 

부자 감세 법안과 관련해 한나라당 의원과 통화하거나 당론 결정에 관여한 적이 있는가?

아무 상관이 없다. 한나라당이 감세 철회 발언을 없던 것으로 결정하고 나서 정두언 최고위원에게 전화했을 뿐이다. 지난 10월27일 저녁 임종룡 기획재정부 1차관 상가에 가는 길에 차 안에서 정두언 최고위원과 통화했다. 이미 한나라당이 감세 철회 논의를 접은 뒤였다. 정최고위원이 감세 철회를 건의했다고 해서 정의원에게 “지난번에 보내준 자료 못 봤나?”라고 물었다. 폴크루그먼 프린스턴 대학 경제학 교수, 크리스티나 로머 스탠퍼드 대학 경제학 교수(전 백악관 경제자문회의 의장)를 비롯해 주요 경제 석학이 감세정책의 유효성에 대해 쓴 글을 갈무리해서 보낸 적이 있었다. 그러면서 정최고위원에게 (이명박 정부의 선거) 공약을 함부로 바꾸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정두언 최고위원과는 친분이 있는 사이이다 보니 자주 연락한다. 이 통화 외에는 한나라당 인사에게 따로 전화한 적이 없다. 이쯤에서 그 문제에 대해서는 그만 얘기하자. 정치인들하고는 안 부딪히는 것이 좋다. 정치에는 정치 논리가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강위원장이 현 정부에서 맡고 있는 역할은 무엇인가?

경제특보로서는 주요 경제 현안에 대해 대통령의 판단을 돕는 역할이지 않겠나. 경제 정책을 입안하고 수행하는 업무는 경제수석실이나 경제 부처가 맡고 있다. 나는 주요 경제정책 기조와 관련해 대통령의 기본적이고 장기적인 판단에 도움이 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경쟁력강화위원회에서는 지난해까지 기업 환경 개선에 주력했다.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을 연구한 것이다. 올해부터는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규제 완화뿐 아니라 사회적 자본을 확충하는 일에 치중하고 있다. 사회적 자본이란 사회 시스템을 선진화할 수 있는 제도와 관행을 일컫는다.

이와 관련해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는 직진 후 좌회전 제도를 도입했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서 자동차의 평균 통행 속도가 8% 빨라지고, 교차로 사망 사고는 35% 줄었다. 좌회전을 우선했던 나라는 한국밖에 없었다. 소수인 운전자를 우선시한 잘못된 정책이었다. 제주도는 교통 신호대를 모두 없애려고 한다. 교차로는 회전 교차로로 바꾸고 들어오는 곳은 깜빡이로 표시하게끔 하고 있다. 교차로에 들어오면 무조건 속도를 줄이게 됨으로써 사고를 막는다. 충북 보은군은 신호를 다 없애 군민의 열렬의 지지를 받고 있다. 우측통행도 위원회가 도입한 제도이다. 전세계가 우측통행을 하는데, 우리만 좌측통행했다. 과거 칼을 왼쪽에 차고 다니던 사무라이가 길거리 시비를 피하기 위해 좌측통행하던 관행을 우리가 도입한 것이다. 일류 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사회적 자본이 중요하다. 베스트셀러 <Trust>의 저자인 프란시스 후쿠아먀는 국내총생산(GDP)의 20%는 사회적 자본이 결정한다고 했다.

강위원장이 경제특보 이상의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 강만수 위원장은 “한국 경제의 최대 숙제는 청년 실업과 투기 자본”이라고 말했다. ⓒ시사저널 이종현

오해가 많다. 나와 관련해서는 사실과 관련이 없는 내용이 진실인 양 떠돌고 있다. 나는 미네르바가 누군지도 몰랐으나 강만수가 미네르바를 만나려고 했다는 엉뚱한 소리가 인터넷에서 회자된 적이 있다. 주요 경제 현안에 대해 경제 논리로서 설득하거나 토론한 적은 있지만 당론을 바꿀만큼 영향력이 있지도 않고 그럴 의사도 없다.

한국 경제가 직면한 주요 과제는 무엇인가?

대내적으로는 내수 기반 확장이다. 국내 수요를 확장하지 않으면 현재의 청년 실업을 해소할 수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비스업을 육성해야 한다. 서비스업 활성화를 통해 젊은이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4대강 산업은 치산·치수 사업이기도 하지만 서비스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한다. 4대강 사업이 완료되면 강에 요트가 뜨고 주변에는 카페가 생긴다. 갖가지 레저·관광 산업이 활성화한다. 서비스 산업이 자연스럽게 커질 수 있다. 한국 경제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가 100만명에 이르는 청년 실업이다. 서비스업은 이들을 위해 많은 일자리를 줄 수 있다. 한국은 서비스업 비중이 너무 낮다. 서비스업 비중을 높이지 않고서는 청년 실업을 해결할 수 없다. 우리가 해야만 하는 대형 프로젝트이다. 이런 프로젝트로 4대강 이야기를 하면 누구든 수긍한다. 반대를 하는 이들은 청년 실업 해소를 위한 대안으로 무엇을 내놓을 수 있는가. 

대외적으로는 투기자본이 멋대로 들고나가는 것을 통제할 기제를 마련해야 한다. 해외 투기자본이 한국 경제를 좌지우지한다. 한국 경제가 작지만 완전히 개방된 체제이다 보니 외국 자본이 마음껏 휘젖고 다니면서 경제의 불안정성을 높인다. 투기자본의 흐름을 적절히 관리하지 못하면 한국 경제가 위기로 갈 수 있다. 스트로스 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도 단기 자본에 대한 적절한 규제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투기자본에 대한 적절한 규제로 환율의 안정화를 도모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G20 경주회의에서도 경제 펀더멘탈(기초 체력)을 반영한 시장 결정 환율 체제를 합의했다. 그동안 환율 주권론자라고 비판도 많이 받았으나 기본적으로 나는 환율이 경제 펀더멘탈에 의해 결정되어야 한다는 근본주의자이다. G20 경주회의에서 그 정당성을 인정받았다.

까다로운 경제 현안에 대해 주위 눈치를 보지 않고 할 말은 다하는 것 같다.

공직자가 욕먹지 않기 위해 소신을 숨기는 것은 옳지 않다. 40년 동안 경제 관료를 지내면서 갖가지 경제 정책을 입안했다. 부가가치세를 입안하고 금융실명제 초안을 만들기도 했다. 부가가치세 도입 당시 비난 여론이 쇄도했으나 지금처럼 한국의 재정 건전성이 선진국 가운데 최고인 것에 부가가치세가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금융실명제 초안을 입안할 때는 당시 장관에게 혼나고 장관실에서 쫓겨난 적도 있었는데, 장관이 다시 불러 법안 작성을 지시하더라. 나도 왜 내가 가는 곳이 시끄러워지는지 내가 하는 일이 시끄러워지는지는 모르겠다. 럼스펠드 전 미국 국방장관은 ‘비난을 듣지 않는 공직자는 일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나폴레옹은 ‘승리하는 장군이 가장 훌륭한 장군이다’라고 말했다. 욕을 먹고 안 먹고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결과가 중요하다. 도입 당시 욕먹었던 부가가치세에 대해 요즘 찬사가 쏟아지지 않나.

지난 2008년 한국 언론 모두가 기획재정부장관에서 물러나라고 했다. 요즘 와서는 인터뷰하자고 한다. (정책에 대한 올바른 평가가 나와 분위기가) 좋아질 때까지는 언론을 만나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가족들이 받는 상처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인터넷으로 기사나 댓글을 보는 자식들은 (공직을) 당장 그만두라고 한다. 인터넷으로 아버지 비난을 접한 딸은 1주일에 두세 번씩은 울었다. 공직자로서 국가에 대한 마지막 봉사라고 생각하고 앞으로 1년 남짓 최선을 다하겠다.

경제 관료로서 남은 과제가 있다면 무엇인가?

ⓒ시사저널 이종현

사회적 자본인 신뢰(트러스트)를 축적하는 것이다. 사회적 자본이 한 나라의 생산성을 높이는 토대가 된다. 인적 자본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사회적 자본이다. 후진국에서는 콴시를 중요시한다. 선진국에서는 전화 한 통화면 된다. 이 차이가 국가 발전을 좌우한다. 위원회가 인감증명제를 폐지한 것도 이때문이다. 인감 제도는 일본·타이완·한국밖에 없다. 인감증명 제도는 서로를 믿지 못하는 데에서 나온 악습이다. 자신이 계약 당사자 앞에 있는데 뭘 또 증명해야 하나. 새 정부의 비전은 선진 일류 국가이다. 사회적 자본 확충은 이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중요한 과제이다.

비난이 쏟아져도 강위원장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신임이 변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아시다시피 이명박 대통령과는 교회에서 만났다. 비슷한 시기에 야인 생활을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했다. 이야기하다 보니 그분도 어렵게 커왔다는 것을 알았다. 대통령은 직원이 98명에 불과할 때 현대건설에 입사했다고 하더라. 현대건설이 임직원을 22만명이나 거느린 현대그룹으로 성장하자 대접받았다고 한다. 대통령은 기업에서 나는 관료로서 비슷한 것을 겪고 느꼈다. 요즘 사람과의 대화에서는 통하지 않는 것이 있다. 우리 세대는 힘든 시절을 겪어내면서 뭐든지 극복하고 이겨내려 했다. 그런 환경을 극복했기 때문에 오늘이 있다. 타협을 했다면 오늘의 대한민국은 없다. 기성세대가 타협했다면 대한민국의 발전은 없었으며 나는 지금 촌에서 농사짓고 있을 것이다. 대통령이나 나는 목표 지향적일 수밖에 없다.

경제 관료를 마친 뒤 자연인으로서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시골에서 살면서 소설가가 되고 싶었다. 지금 소설가가 되기는 힘들 듯하다. 야인 시절 공직을 마감한다는 생각으로 책 <현장에서 본 한국 경제 30년>을 썼다. 공직에 돌아왔으므로 수정본을 내야 할 것 같다. 자전소설 내지 소설 형식의 자서전을 쓰고 싶다. 후배들에게 잘못된 정책이 무엇이었는지, 다른 나라와  협상을 어떻게 하는 것인지를 알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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