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생활 우선하는 정치할 것”
  • 김지영 (young@sisapress.com)
  • 승인 2010.11.01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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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한 달 맞은 손학규 민주당 대표 인터뷰 / “말이 좋아 ‘공정 사회’, 5공 ‘정의 사회’와 뭐가 다른가”

 

▲ 민주당 대표에 취임한 지 한 달을 맞은 손학규 대표가 10월27일 그동안의 소회와 앞으로의 계획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취임 한 달을 맞았다. 지난 10월3일 전당대회에서 혈전을 치렀던 ‘빅3’(손학규·정동영·정세균)를 주축으로 새롭게 구성된 최고위원회에서는 막 전투를 끝낸 ‘장수’들 간에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이렇다 할 만한 큰소리가 나오지는 않는다. ‘국민 속으로’를 강조하는 손대표의 발길은 민생 현장으로 향하고 있다. 주변에서는 이를 대권 행보로 보기도 한다. 덩달아 그의 차기 대선 후보 지지율도 치솟아 이제 야권 선두를 거의 굳혀가는 양상이다.

지난 10월27일 오후 지역구인 서울 종로구에 있는 사무실에서 손대표를 만났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10·27 재·보궐 선거 투표가 한창 진행되고 있을 때여서 재·보궐 선거 얘기부터 꺼냈다. 손대표의 반응은 의외로 무덤덤했다. 그는 “선거 결과가 그리 중요하다고 보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광주 서구청장 재선거의 경우, 야권의 유력 대선 주자인 손대표와 국민참여당 유시민 정책연구원장의 대리전으로 보는 시각에 대해서도 “그렇게 볼 이유가 없다. 확대 해석할 필요가 없다”라고 분명한 선을 그었다. “내가 후보자를 공천한 것도 아니고, 그 선거에 ‘올인’하지도 않았다”라고도 했다. 그보다 손대표는 마치 작심한 듯이 이명박 정부를 향해 강한 비판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당 대표로 취임한 지 한 달이 되었다.

바쁘게 지냈다. 민주당에 이변이 생기니까 국민들의 관심과 기대가 커졌다. 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10월3일 전당대회 투표는 당원들이 했지만, 그 표심에는 국민들의 뜻이 담겨 있었다고 본다. 민주당이 변해서 수권 정당이 되어야 한다는 기대가 반영되었다.

민생 현장을 많이 둘러보았는데, 현장 민심은?

살기 힘들어하는 현실, 그리고 뿌리 깊은 좌절감이 있었다. 배추 농사짓는 분들을 만났는데 그분들이 걱정했던 대로 되었다. 그때는 배추 값이 폭등했던 시기인데, 그분들 말씀이 ‘자기네 배추는 아직 출하되지 않았는데 출하할 때면 다시 폭락하지 않겠느냐’ 하는 것이었다. 그것이 현실이 되었다. 인력 시장에서 만난 일용직 노동자들은 ‘고용보험을 받으려면 연간 1백80일 일해야 하는데 거의 불가능하다’라고 했다. 겨울철을 빼고 매달 20일씩 9개월 동안 일해야 하는데 그것이 힘들다는 것이다. 1백20일만 일해도 고용보험을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쌀농사를 짓는 분들은 쌀 재고량이 늘어나 쌀값을 제대로 못 받을 것을 걱정했다. 현 정권에 대한 불신도 강하게 느낄 수 있었다. 앞으로 더 민생에 관심을 갖고 국민 생활 속으로 들어가 ‘국민 생활 우선’ 정치를 할 것이다. 

민생 탐방 결과, 당장 무엇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나?

일용직 노동자의 고용보험 문제라든지, 기업형 슈퍼마켓(SSM) 규제 법안 통과라든지…. 중소 영세 상인들을 위해 정부에서 할 수 있는데도 하지 않고 있다. 이미 다 합의해놓고 국회 상임위까지 통과시켜놓고 못하겠다고 한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화하는 문제, 청년 고용 할당제, 중소기업을 위한 납품 단가 연동제(원자재 값 변동에 따라 납품 단가를 현실화하는 제도) 등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부산의 한 중소기업인은 ‘외국은 하는데 왜 우리나라만 그렇게 못하느냐’라는 불만도 쏟아냈다. 현 정부가 대기업 편만 들어주니까 그렇다.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소기업을 튼튼하게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갖는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범야권 차기 대선 후보 1위에 올랐다. ‘컨벤션 효과’(전당대회로 인한 일시적인 지지율 상승 효과)로 분석되기도 하는데.

컨벤션 효과일 수도 있고, 다른 가능성일 수도 있다. 여론조사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내 개인도 개인이지만 당 지지율을 높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 새로운 당 대표가 국민 생활과 밀접한 정치를 해서 공감을 얻을 때 당 대표 개인의 지지율도 오르면서 민주당에 대한 인식이 바뀔 것이고, 그것은 곧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다.

▲ 지난 10월7일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대전역 앞 시장을 방문해 시장 상인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시사저널 유장훈

 

당 지지율을 높일 수 있는 복안은 있나?

진정성을 갖고 꾸준히 국민 속으로 들어가 실천해야 한다. 신뢰감을 주면서 수권 정당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 된다. 진보적인 정당과 시민단체 그리고 중도층을 끌어안아야 한다.

비공개로 진행되는 최고위원회의 분위기는?

좋다.

최고위원들 간에 서로 다른 주장을 해서 마찰이 빚어지는 것 같기도 한데.

최고위원 아홉 사람이 모여 있으니 당연히 다양성을 띨 수밖에 없다. 그것이 힘이다. 다양성 속에서 경쟁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소리’가 나기도 해야 한다. 야당이라고 해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면 안 된다. 하지만 한 달 동안 소리가 난 적은 없다.

회의를 주재하면서 정해놓은 원칙이 있다면.

국민과 공감할 수 있는 정치가 무엇인가를 생각한다. 그 자세만 제대로 지키면 민주당이 국민들의 신뢰를 얻고 대선에서 이길 수 있다고 본다. 국민들과 함께 우리 사회의 현실을 같이 보고 같이 참여하고 같이 고통과 슬픔을 느끼는 공감의 리더십을 가져야 한다.

전당대회에서 경쟁했던 최고위원들과 따로 ‘감정의 골’을 푸는 비공개 모임이라도 가졌나?

지난번에 비공식적으로 만찬을 가졌다. 특별히 감정의 골이 있는 것도 아니다. 요즘 정치인들은 그리 술을 많이 마시지 않는다. 내가 우선 술을 거의 안 마시니까. 평소에도 최고위원들과 개별적으로 밥도 먹고 차도 마신다. 특별하게 생각하면서 보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다.

곧 예산국회가 열린다. 주안점 둘 부분은?

서민 생활 향상을 위한 예산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다. 관련해서 4대강 사업과 같은 토목·건축 쪽에 쓰는 예산을 줄여서 서민 복지에 쓰자는 것이 기본이다.

여야 일각에서 개헌 얘기가 계속 나온다.

지금 개헌해서 서민 생활이 나아진다면 개헌을 하자. 국민 생활을 향상시키는 것이라면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논의되는 개헌은 정치인들만을 위한 개헌이다. 이 정권은 어떻게 하면 정권을 연장할 수 있을까에 관심이 집중되어 있다. 그런 맥락에서 개헌론이 나왔다. 현 정권의 정권 연장을 위한 술책이다. 서민 생활과 직결된 SSM 법안과 납품 단가 연동제 등은 안 하려고 한다. 이런 것은 안 하면서, 민간인 사찰 등 민주주의 파괴 공작은 계속하고 있다. 현 정권은 이런 현실에 대한 관심들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 싶은 것이다. 개헌 논의 자체가 블랙홀이다. 모든 것을 빠져들게 한다.

그렇다면 개헌 시기는 언제여야 하나?

다음 대선 출마할 사람들이 공약으로 제시하고, 다음 대통령이 집권한 후 떳떳하게 개헌 논의를 하면 된다. 이 정권은 2년 남은 것이 아니다. 2012년 총선을 감안하면 1년도 채 안 남았다. 그 기간 동안 국민들의 정신을 뺏어가려고 해서는 안 된다. 

이명박 대통령이 천명한 ‘공정 사회’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것으로 안다.

말만 공정 사회이지, 사기 치는 것이다. 전두환 정권의 ‘정의 사회 구현’과 뭐가 다른가. 공정 사회를 지키려면 우선 다른 것을 하지 말고 SSM법부터 통과시키라는 것이다. 서민들이 삶의 터전을 빼앗기고 있는데 그게 공정한 사회인가. 대기업과 중소 상인이 기회 균등하게 경쟁하라는 것이 이명박식 공정 사회이다.

G20 서울회의가 얼마 남지 않았다. 특별히 야당이 할 일이 있다면?

G20 회의가 잘 되면 정부의 공적일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반(反)서민 정책을 쓰면 안 된다. (야간 집회를 금지시키는) 집시법을 개정하려고 하지 않았나. 미국 정상(오바마 대통령)의 비위를 맞추려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서 쇠고기와 자동차 관련해서 재협상을 하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지 못하도록 감시해야 한다.

청와대에서 영수회담 제의는 있었나?

없었다.

제안이 온다면.

그런 얘기는 여기서 할 얘기가 아니다.

어제 외교부 2차관 인사가 단행되었는데 논란이 많다. (청와대는 10월26일 외교통상부 제2차관에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에서 우리측 대표를 맡았던 민동석 외교안보연구원 외교역량평가단장을 내정했다.)

2년 전 촛불 시위에서 나온 국민들의 염원을 저버린 것이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국민 스스로 지키겠다는 주권 의식을 완전히 무시한 것이 아닌가. 국민들의 염원에 대해 ‘웃기는 소리하지 마라’라는 것이 어제의 인사였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국민 사과는 진심이 아니었다. 정치인은 진정성이 있어야 하는데 대통령의 어제 인사에는 진정성이 없다고 본다.

당 대표를 물러날 때 민주당이 어떤 모습이기를 바라나?

국민들에게 수권 정당으로 비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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