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 전사들이 쏘아 올린 ‘공’, 금빛 될까 은빛 될까
  • 서호정│스포탈코리아 기자 , 신명철│인스포츠 편집& ()
  • 승인 2010.11.08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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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 모으는 구기 종목들의 관전 포인트

  축   구  

▲ 24년만의 아시안게임 우승을 노리는 한국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파주 훈련장에서 가볍게 몸을 풀고 있다. ⓒ연합뉴스

아시아 축구의 왕자, 대한민국은 아시안게임에서만큼은 24년째 노골드이다. 홈에서 열린 지난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뒤부터 줄곧 정상 직전에서 미끄러졌다. 이번에는 한국 축구의 영웅 홍명보 감독이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도전한다.

한국이 아시안게임에서 전통적으로 약했던 것은 아니다. 마지막 금메달을 목에 건 1986년까지 이전 9차례의 대회에서는 금메달이 3회, 은메달이 3회일 정도로 강했다. 하지만 1990년부터는 동메달(1990년, 2002년)이 최고 성적이다.

한국의 아시안게임 부진이 시작된 것은 세계로 눈을 돌리면서부터다. 1986년 한국은 32년 만에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았고, 이후 한국 축구의 지상 과제는 월드컵 출전에 집중되었다. 더구나 아시안게임은 월드컵과 같은 해에 열린다. 월드컵을 마치고 돌아온 대표팀에게는 아시안게임 정상 도전에 대한 동기 부여가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부터는 새로운 징후도 포착되었다. 올림픽처럼 아시안게임도 축구 종목에 23세 이하 선수로 팀을 구성하고 연령에 상관없이 선발 가능한 와일드카드 세 명을 적용하는 형태로 규정을 바꿨다. 하지만 이 와일드카드가 역효과였다. 입대 직전인 선수들에게 와일드카드가 배려되었지만 그들의 합류는 어린 선수와의 부조화를 낳았다. 금메달이라는 명예가 아닌 병역 혜택이라는 실익에 목을 메는 바람에 무리한 경기 운영을 펼치다 중요한 순간 무릎을 꿇는 경우도 허다했다.

지난해 U-20 대표팀을 맡으며 감독으로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선 홍명보 감독은 이집트 U-20 월드컵에서 8강 진출이라는 성과를 내며 지도자로서의 능력을 증명했다. 당시 U-20 대표팀에는 이전 세대에 비해 이렇다 할 스타플레이어가 없는 데다 그나마 핵심 전력이었던 기성용마저 불참했다. 그러나 홍명보 감독은 ‘올포원, 원포올(All for one, one for all)’이라는 구호 아래 하나 된 팀을 강조하는 조직력 축구로 독일·미국·파라과이 같은 강호들을 뛰어넘었다. 홍명보호의 성공은 한국 축구가 U-17 월드컵(8강), 남아공월드컵(16강), 여자 U-20 월드컵(3위), 여자 U-17 월드컵(우승)에서 유례없는 성공 시대를 여는 출발점이 되었다.

이번 광저우 아시안게임에도 홍명보 감독은 주장 구자철(제주)을 중심으로 김민우(사간토스), 홍정호(제주), 김영권(FC 도쿄), 김승규(울산), 윤석영(전남) 등 U-20 월드컵 성공의 주역들을 중심으로 팀을 꾸렸다. 23세 이하에 해당하는 1987년생, 1988년생 선수들을 과감히 포기하고 21세 이하인 1989년생 선수들을 중심으로 선발한 것은 두 가지 목적에서다. 우선은 세계를 상대로 성공을 맛본 홍명보의 아이들로 조직력의 기본 틀을 가져감으로써 안정감을 찾기 위해서다. 다음은 홍명보호의 차기 목표인 2012년의 런던올림픽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올림픽 역시 23세 이하로 팀을 구성해야 하기에 아시안게임을 런던의 성공으로 가는 과정으로 보겠다는 장기적인 비전을 세운 것이다.

홍감독의 와일드카드 세 장 선택도 의미심장하다. 당초 홍명보 감독은 공격·수비·골키퍼 포지션에 중심이 될 세 선수를 고려했고 박주영(모나코), 조용형(알 라이안), 정성룡(성남)이 그 대상이었다. 그러나 박주영만 합류했다. 조용형과 정성룡은 소속팀의 반대로 무산되었다. 이후 홍명보 감독은 와일드카드의 주목적을 경기력 극대화가 아닌 조화에 두었다. 두 선수 대신 김정우(광주)를 발탁한 것이 그 예이다. 상무 소속인 김정우는 헌신적인 플레이와 차분한 성격으로 어린 선수들과 잘 조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박주영 역시 그라운드 안에서는 강한 책임감을, 밖에서는 조용한 리더십을 갖추었다. 홍명보 감독은 기존 주장인 구자철의 역할을 침범하지 않는, 조용하지만 강한 와일드카드를 택한 것이다.

홍명보호의 유일한 아쉬움은 기성용(셀틱)의 불참이다. 소속팀의 반대로 아시안게임에 참가할 수 없게 되었다. 대신 홍명보 감독은 윤빛가람(경남), 지동원(전남) 등 K리그의 슈퍼 루키를 수혈했다. 홍명보 감독은 “24년 만에 금메달을 따는 것이 목표이다. 혼신의 힘을 다해 매 경기 최선을 다하겠다”라는 각오를 밝혔다.   

서호정│스포탈코리아 기자


  야   구 

우승 전망은 흐린 뒤 갬 정도이다. 완전히 맑지 않은 까닭은 김광현의 대표팀 탈락과 타이완의 만만치 않은 전력 등 무시하지 못할 변수가 있기 때문이다. 

야구는 지난 9월6일 김광현·박경완(이상 SK) 등 24명의 대표 선수를 뽑고 포스트시즌 경기가 끝난 직후인 10월25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강화 훈련을 시작했다. 그런데 김광현이 갑작스런 컨디션 난조로 제외되었다. 김광현의 탈락으로 대표팀은 이번 대회 전략을 전반적으로 바꿀 수밖에 없게 되었다.

야구는 이번 대회에서 비교적 좋은 대진표를 받았다. 조별 리그 B조 경기에서는 난적 타이완(13일) 정도만 눈에 띈다. 투수진 가운데 가장 페이스가 좋은 투수를 타이완 전에 내세워 승리를 거두고, 조 1위가 되면 준결승전에서 중국을 만날 가능성이 커 부담이 덜하다. 타이완 전 선발로는 류현진이 사실상 확정되어 있었다.

문제는 김광현의 탈락이 금메달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넘어야 할 또 하나의 산인 일본과의 경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본과는 준결승 또는 결승에서 겨루게 된다. 대표팀 코칭스태프에서는 김광현을 일본전 선발로 꼽고 있었을 것이다. 일본은 전통적으로 이선희와 구대성 등 한국의 왼손 투수에게 약했다. 대표팀 투수진은 김광현의 탈락으로 왼손 투수가 류현진과 양현종(KIA), 봉중근(LG) 등 세 명뿐이다. 전통적으로 왼손 타자가 많은 일본과의 경기가 걱정되는 또 하나의 이유이다. 

▲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실시된 야구 대표팀 훈련에서 류현진 투수가 훈련을 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이번 대회에 타이완은 국내외 리그 프로 선발팀, 일본은 사회인 선발팀을 내보낸다.

타이완은 10월31일 타이중에서 끝난 제17회 대륙간컵대회에서 4위를 차지했다. 아마추어와 프로 혼성팀이 출전한 한국과 프로 2군 선수들로 구성된 일본은 각각 6위와 5위를 기록했고, 쿠바가 대회 3연속 우승을 했다. 프로 선발팀이 나선 타이완이 가장 좋은 성적을 올렸다. 선수단 구성과 관계없이 저력이 있다는 얘기이다. 한국은 조별 리그에서 타이완과 싸워 5-11로 졌다.   

타이완 대표팀에는 국내 팬들에게도 이름이 익숙한 천웨인(25·주니치 드래건스)과 궈훙즈(29·LA 다저스)가 포함되지 않았다. 이들이 빠진 것은 한국으로서는 호재이다. 한국 타자들이 공략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투수들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대륙간컵대회 타이완전에서 린저시엔(보스턴), 천융치(피츠버그), 천준시우(클리블랜드), 로궈후이(시애틀) 등 미국 프로야구 마이너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의 매서운 방방이에 밀려 고전했다.

일본은 2006년 도하 대회 때와 마찬가지로 이토 하야타(게이오 대학·외야수)를 빼고는 에노키타 다이키(도쿄가스·투수) 등 전원 사회인 야구선수로 대표팀을 꾸렸다.

그러나 아마추어 선수들이라고 해서 절대 얕볼 수 없다. 9월7일 끝난 제81회 도시대항 야구대회에는 도쿄 대표인 도쿄가스, 오사카 시 대표인 일본생명 등 사회인 야구 32개팀이 참가했다. 6월에 치러진 지역 예선에는 3백8개 팀이 출전했다. 일본 사회인 야구는 고교야구와 함께 프로야구의 젖줄 가운데 하나이다. 일본은 대륙간컵대회에서 한국과 두 차례 겨뤄 1-8로 지고 2-1로 이겼다. 아시아경기대회 대표팀과는 완전히 다른 선수진이지만 일본 야구의 선수층은 상상 이상으로 두껍다.

신명철│인스포츠 편집위원


  농   구 

여자는 지난 9월 체코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아시아 나라 가운데 가장 좋은 8위를 기록해 1994년 히로시마 대회 이후 16년 만에 우승 가능성을 높였다. 일본은 10위, 중국은 13위에 그쳤다. 세계선수권대회 이후 새로 구성된 대표팀에는 정선민(신한은행)이 빠졌지만 국제 대회 경험이 풍부한 가드 이미선과 포워드 박정은(이상 삼성생명), 변연하(KB국민은행)가 건재하고 김계령(신세계)과 하은주(신한은행)가 높이에서 중국과 일본에 밀리지 않기에 대표팀의 전력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최근 경기력을 놓고 보면 우승 가능성은 분명히 있다. 도하 대회에서 사상 처음으로 4위에 그친 불명예를 단숨에 설욕할 수 있다. 국제농구연맹(FIBA) 랭킹은 중국이 8위, 한국이 9위, 일본이 15위이다.

남자는 메달 전망이 불투명하다. 도하 대회에서는 5위에 머물렀고 2007년 FIBA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는 3위에 그쳐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 나가지 못했다. 지난해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는 7위로 사상 최악의 성적을 냈다. 아시아권에서도 2류국으로 전락할 위기이다. 이번 대회가 반전의 기회이다. 대표팀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두 차례 미국 전지훈련을 다녀왔고, 한국농구연맹은 1997년 프로 출범 이후 처음으로 국제 대회 기간 시즌을 중단하면서 대표팀에 힘을 싣고 있다.

남자는 이번 대회 조별 리그 E조에 들어 중국·요르단·우즈베키스탄 등과 경기를 치른다. 조 상위를 차지해야 이란·카타르 등 서아시아의 강호들과 만나지 않고 4강에 오를 수 있다. FIBA 랭킹은 중국(10위), 이란(20위), 레바논(24위), 카타르(29위), 한국(31위), 요르단(32위), 일본(33위) 순이다. 남자 농구가 서아시아의 모래 바람을 뚫고 1970년 방콕 대회 이후 통산 4번째 우승 고지에 오를 수 있을지가 이번 대회 구기 종목의 관전 포인트 가운데 하나이다.  

신명철│인스포츠 편집위원


  배   구 

여자는 1994년 히로시마 대회 이후 16년 만에 우승을 노리고 있지만, 최근 국제 대회 전적이 좋지 않았다. 그런데 대회 개막을 보름도 채 남기지 않고 분위기가 크게 바뀌었다. 전력 점검을 겸해 출전한 2010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난적 중국을 8년 만에 꺾는 등 선전했기 때문이다. 한국은 10월31일 일본 오사카 시민체육관에서 벌어진 대회 조별 리그 D조 3차전에서 중국을 3-0으로 눌러 2002년 독일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이후 중국전 15연패의 수렁에서 벗어났다. 이에 앞서 캐나다와 도미니카공화국을 3-0으로 물리쳐 일찌감치 16강이 겨루는 2라운드 진출을 확정했다. 중국과 도미니카공화국은 국제배구연맹(FIVB) 랭킹이 한국(21위)보다 앞선 3위와 11위이다.  

▲ 지난 10월31일 일본 오사카 시민체육관에서 열린 2010 세계여자배구선수권대회에서 중국을 3-0으로 완파한 한국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은 중국, FIVB 랭킹 12위인 태국 등과 A조에 들어 있어 조별 리그부터 쉽지 않은 경기가 예상된다. 8년 만에 연패의 고리를 끊었으나 중국은 매우 부담스러운 상대인 데다 원정 경기이다. 태국은 FIVB 랭킹에서도 알 수 있듯이 최근 실력이 급상승해 지난 9월 아시아배구연맹컵대회 등 국제 대회에서 몇 차례 한국을 꺾었다. 같은 조의 타지키스탄, 몽골이 한 수 아래여서 8강 진출에는 문제가 없으나 4강에 안정적으로 오르기 위해서는 조 2위 이내에 들어야 한다.

2002년 부산 대회 이후 3연속 우승을 노리는 남자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치른 일본과의 평가전에서 3전 전패해 우승 전선에 먹구름이 끼었다. 애초 이번 대회 전망은 여자보다 남자가 밝았다. 역대 성적도 여자는 한 차례 우승했지만, 남자는 1978년 방콕 대회 등 3차례나 정상에 올랐다. 그렇지만 남자도 금메달 전망이 썩 밝은 것은 아니었다. 중국·일본 등 기존 강호에 이란 등 서아시아 나라들의 최근 성장세가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FIVB 랭킹도 한국은 중국(11위), 일본(14위), 이란(18위) 다음이다.      

한국은 1라운드 조별 리그는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8강이 겨루는 2라운드 조별 리그에서는 일본과 같은 조에 편성되어 이때부터 힘든 경기가 예상된다. 2라운드 조별 리그 성적이 나쁘면 8강전에서 곧바로 중국, 이란과 만날 수 있다. 남자는 아시아경기대회에서 특별히 강했다는 점에 기대를 건다.     

신명철│인스포츠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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