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전직 임원, “당시 사장 자리 노린 사람 많았다”
  • 감명국 (kham@sisapress.com)
  • 승인 2010.11.08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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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상태 사장이 연임 위해 어떻게 했는지 은행권은 다 알 것” 주장

정국이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강기정 민주당 의원의 지난 11월1일 국회 발언으로 청와대와 여당이 발칵 뒤집혔다. 이날 강의원은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사장의 연임 로비 의혹과 관련해 “거액의 (연임) 사례금이 1천 달러짜리 아멕스(American Express Bank) 수표 다발로 이명박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와 동서 황태섭씨에게 전달되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 검찰 수사는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것(김윤옥 여사의 금품 수수)을 감추자고 ‘천신일 수사’를 한다는 것이 이번 사건의 본질이다”라고 덧붙였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 보고를 받고 ‘격노’했다고 전해진다. 임태희 대통령실장, 이재오 특임장관, 정진석 정무수석 등을 따로 불러서 ‘강력한 대책’을 주문했다는 전언이다. 청와대는 “허무맹랑한 ‘찌라시’ 같은 내용을 국회의원이 면책특권 뒤에 숨어서 무책임하게 유포한다”라고 반박했다. 여당에서는 강의원을 국회윤리위에 제소하는 한편, ‘출석 정지’에 ‘의원직 제명’까지 거론하고 나설 정도이다. 때맞춰 보수 성향의 일부 언론에서는 ‘국회 면책특권의 문제점’을 집중 부각하기 시작했다.

파문이 확산되자 민주당과 강의원측은 일단 ‘침묵’ 모드로 접어들었다. 맞대응하면 자칫 여당의 노림수에 빠져들 수 있다는 계산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어느 정도의 반박은 예상했지만 (청와대가) 이 정도로 거칠게 나올 것이라고는 솔직히 예상치 못했다. 아마도 청와대 대포폰 의혹이 불거지자 이를 희석시키기 위한 고도의 전략인 것으로 보인다”라고 의심했다. 하지만 민주당과 강의원측도 주장을 입증할 만한 추가 내용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사건 무마하려 ‘천신일 카드’ 꺼냈다는 의혹

▲ 지난해 5월19일 박연차 회장 세무조사 무마 로비 의혹으로 검찰에 소환되어 18시간 동안 강도 높은 조사를 받고 나온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이 귀가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이번 파문의 배경에는 검찰 수사에 대한 불신이 깔려 있다. 검찰의 대우조선해양 남상태 사장 연임 로비 의혹 사건에 대한 수사는 무수한 뒷말을 낳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번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가 담당하고 있다. 당초 이번 사건의 핵심 의혹 당사자는 남상태 사장이었다. 협력업체인 임천공업을 통해 수백억 원의 비자금을 조성했고, 이 돈 가운데 일부를 자신의 연임 로비를 위해 정·관계 인사들에게 전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또한 대우조선해양의 상근고문에 현 정권 실세의 최측근 등으로 알려진 오 아무개씨, 정 아무개씨, 함 아무개씨가 2008년 10월1일자로 영입된 것에 대해서도 의혹의 눈길이 쏠렸다.

검찰은 야당과 언론에서 계속 의혹을 제기하자 8월부터 수사를 재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9월15일 임천공업의 이수우 대표를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남사장의 연임 로비 의혹은 확인하지 못했다”라고 밝혔다. 대신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이 핵심 피의자로 부각되었다. 이수우 대표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것이다. 검찰의 칼끝이 이대표와 천회장에게로 옮겨가면서 사건명도 ‘대우조선해양 남상태 사장 연임 로비 의혹’ 사건에서 ‘대우조선해양 협력업체인 임천공업의 비자금’ 사건으로 바뀌었다. 10월13일 윤갑근 서울중앙지검 3차장은 “임천공업 비자금 수사를 빨리 끝낼 것이다”라고 밝혔다.

의혹 사건마다 ‘몸통’ 논쟁은 항상 불거진다. 이번 사건 수사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민주당은 “몸통은 남사장인데, 왜 협력사 대표만 잡아넣고 마느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검찰이 파괴력 있는 ‘천신일 카드’를 내밀면서, 사실상 대우조선해양 비자금 의혹 사건을 무마하려고 하고 있다”라는 의혹도 불거졌다. 특히 지난 8월 말부터 사정 당국 주변에서 김윤옥 여사와 남사장의 ‘우연한’ 만남이 있었다는 얘기가 나돌기 시작했다.
<시사저널>은 이 소문의 실체를 확인하기 위해 청와대와 남사장측에 진위를 물었으나 양측은 모두 “일체 사실무근이다”라고 부인했다(<시사저널> 9월7일자 ‘기업 비리냐, 대형 게이트냐’ 보도 참조).

강의원 발언 파문이 확산되자 남사장 역시 “법적 대응을 하겠다”라며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11월4일자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의혹의 대전제부터가 잘못되었다. 나는 연임을 위해 로비를 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다”라고 주장했다. 당시 인수 우선 협상 대상자였던 한화그룹이 조선업을 잘 모르기 때문에 인수하더라도 최소 1~2년간은 계속 사장 자리에 둘 것으로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는 “채권단은 조선업을 잘 모르는 새로운 사장을 선정하는 것보다 좋은 실적을 낸 나를 연임시키는 것이 회사를 위해 좋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남사장의 이같은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기자가 지난 11월4일 만난 대우조선해양의 전 임원 ㄱ씨는 “솔직히 2008년 당시 은행 관계자들은 남사장이 자신의 연임을 위해 어떻게 했는지 다 안다. 남사장은 당시 매각에 전혀 적극적이지 않았다. 그것이 자신의 자리를 보전하는 길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만약 한화가 인수했다면 사장은 당연히 바뀌는 것이 정석이다. 그럼에도 자신이 안 바뀔 것으로 생각했다면 역설적으로 그만큼 남사장이 당시 무언가 믿는 구석이 있었다는 얘기밖에 안 된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 조선업계의 모 기업도 그렇고, 정부 부처에서도 그렇고 대우조선해양 사장 및 임원 등을 노리는 인사들이 상당히 많았다. 하마평도 꽤 있었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들 가운데 제보자가 있을 수도 있다고 추정했다. ㄱ씨는 지난 2008년 말 회사를 떠난 이후 남사장측과 불편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다른 설명이 필요 없다. 당시 비슷한 시기에 회장이 바뀐 포스코 상황을 대우조선해양과 대비시키면 답이 나올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전무 두 사람 구속됐는데 사장은 건재?”

▲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와 강기정 의원이 11월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대화하고 있다. ⓒ시사저널 유장훈

대우조선해양이 2008년 임천공업에 대해 43억원의 손실금을 보전해주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그는 “자회사가 손실이 났다고 추후에 그 손실액을 모기업에서 보상해주는 그런 사례가 어디 있나. 자회사가 감히 ‘우리에게 손실이 났으니까 내놔라’ 할 수 있겠나. 이 업계 사람이라면 누가 들어도 웃을 일이다”라고 주장했다.

현 정권 실세 측근 등이 상근고문 자리에 새롭게 영입된 것에 대해서도 ㄱ씨는 “당시에는 그들이 어떤 사람인지 몰랐으나, 나중에 들어보니 회사 업무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정치권 사람들이라고 하더라. 상근고문에게는 사무실과 법인카드, 자동차 등이 지급되고 억대 연봉을 받는다”라고 밝혔다. 그는 상근고문의 역할에 대해서 “그 세 명이 오기 전 상근고문이 네 명 있었는데, 해군 출신, 금융권 출신, 국정원 출신 그리고 대우조선해양의 대주주사 출신 등이었다. 해군 출신은 아무래도 군 쪽의 수주를 받거나 잠수함·군함 등에 대한 자문 역할을 많이 했다. 국정원 출신 인사는 여러 가지 돌아가는 정세라든지 그런 쪽에 기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2008년 10월에 새롭게 온 사람들의 면면은 당 사무국장이나 부대변인 등을 지낸 당료 출신들이라고 하는데 그들이 조선업과 관련해서 무슨 자문 역할을 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ㄱ씨는 “사실 지난해 10월의 검찰 수사를 두고도 말들이 많았다. 그때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였는데, 대우조선해양 협력사 납품 비리 건을 수사했고, 그 과정에서 비자금 의혹에 대한 제보가 구체적으로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 당시 검찰이 거제까지 내려가서 압수수색을 했다. 그래서 당시 회사의 전무 두 명이 구속되고 자회사 대표도 구속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럼에도 남사장은 건재했다. 자기 밑의 전무 두 명이 청탁으로 한꺼번에 구속되었는데 회사 대표에게 하다못해 도의적인 책임이라도 물어야 하는 것 아닌가. 이 정권이나 검찰이 왜 남사장 부분은 싸고도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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