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과 세입자가 벌이는 서스펜스 코미디 장르 넘나드는 재기발랄한 드라마도 ‘일품’
  • 이지선│영화평론가 ()
  • 승인 2010.11.22 13:4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 주일의 리뷰 <이층의 악당>

▲ ⓒ㈜싸이더스 제공

신경쇠약 직전의 여자와 궁지에 몰린 사기꾼이, 그것도 집주인과 세입자의 관계로 마주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배우 한석규와 김혜수의 만남으로 화제가 된 영화 <이층의 악당>은 사람 ‘돌아버리게’ 만드는 집주인과 ‘눈빛이 좀 안 좋은’ 세입자의 조우가 빚은, 이상하게 웃기는 이야기이다.

골동품 사기범 창인(한석규)은 20억원짜리 백자의 행방을 쫓아 한적한 동네의 이층집 앞에 도착한다. 중학생 딸과 함께 사는 과부의 집. 마침 2층 방을 임대한다는 소식에 소설가라고 위장하고 세입자로 들어가지만, 생각과 달리 상황은 여의치 않다. 뒤져야 할 1층은 사설 경비 시스템으로 철통 경비 중인 데다 남편이 죽은 후 우울과 불면에 시달리는 집주인 연주(김혜수)는 사사건건 까탈이다. 외모 콤플렉스에 사로잡힌 딸은 가라는 학교는 안 가고 매일 ‘땡땡이’를 치고, 오지랖 넓은 이웃집 여자까지 의심의 눈초리를 더한다. 구매자의 독촉 또한 나날이 심해진다. 늘 그렇지만 인생, 뜻대로 되는 것이 하나도 없다.

데뷔작 <달콤, 살벌한 연인>으로 코미디와 서스펜스, 멜로를 넘나드는 재능을 선보였던 감독 손재곤은 두 번째 영화 <이층의 악당>에서도 여전한 재기를 과시한다. ‘정체불명의 인물이 평온한 일상에 균열을 부른다’는 추리물의 전형적 구도를 세입자와 집주인의 관계로 비튼 영화는 이층집이라는 한정된 공간을 배경으로 긴장과 웃음을 넘나든다. 적재적소에 쓰인 일상적 대사들과 잘 구축된 캐릭터, 두말하면 입 아플 배우들의 연기는 신파적 설정이나 가(피)학적 묘사 없이도 얼마든지 웃음이 가능함을 보여준다. 특히 영화 중반 등장하는 지하실 장면은 술래잡기에 가까운 인물 관계의 긴장을 전면에 드러내는 포인트이자 근래 가장 처절하면서도 우스운 슬랩스틱 코미디. 좋은 배우가 좋은 캐릭터를 만나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를 새삼 깨닫게 한다.

물론 아쉬움도 있다. 오순경 등 제대로 활용되지 못한 조연 캐릭터와 묘하게 열린 결말은 다소 깔끔하지 못한 뒷맛을 남긴다. 그러나 작품의 완성도를 해칠 정도는 아니다. 감독에게 기대를 했건, 배우에게 기대를 했건 배신당할 걱정은 하지 않아도 좋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