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바뀌어도 여전히 ‘잘나간다’
  • 조현주 기자 (cho@sisapress.com)
  • 승인 2010.11.22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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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씨 근황 / 최고급 승용차에 경호차까지 대동하고 ‘화려한 행차’ 계속…집에는 가사 도우미 3~4명 둬

 

▲ 지난 11월16일 전두환 전 대통령의 연희동 자택 앞 풍경. ⓒ시사저널 임준선

전두환 전 대통령은 최근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기자는 지난 11월16일 아침 전씨의 자택이 있는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 찾아갔다. 자택 주변은 집 앞 입구부터 막고 있는 전경들의 ‘살벌한’ 경호 속에 조용한 분위기였다. 전씨를 경호하기 위해 서울시 경찰청 제5기동단 57중대 소속의 경찰들이 24시간 대기하고 있다. 경비를 서는 전경들의 수는 언뜻 보기에도 대여섯 명은 넘는 규모였다. 서대문경찰서의 관계자는 “경호 인력이 어느 정도 규모인지 자세히 알지 못한다. 전경들이 8시간 교대 근무를 하는데, 대략 10명을 넘어서는 수준인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날 전씨의 자택 앞은 김장 준비로 부산한 모습이었다. 김치가 담겨 있는 듯한 통을 든 40~50대가량의 한 여성이 자택을 드나들고 있었다. 연희동 마을 주민인 심 아무개씨는 “요리를 하는 주방장 외에도 여자들 3~4명 정도가 전씨의 집에서 도우미로 일하고 있다고 한다. 오후 4시쯤이면 나오는 여자가 있는데 그 사람은 전경들의 밥을 해주는 사람이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경우는 청와대 시절부터 같이 있었던 남자 요리사가 아직도 일을 하고 있는데 전씨의 요리사가 언제부터 일했는지는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전씨의 호화 생활은 집 안에 도우미를 여럿 두는 수준에서 그치지 않는다. 한 번 외출할 때마다 볼 수 있는 ‘화려한 행차’에서 더 두드러진다. 그가 외출할 때마다 두 대의 경호 차량이 앞뒤로 따라붙는다. 전씨의 차종은 ‘에쿠스 리무진’이고 부인 이순자씨의 차종은 ‘체어맨 리무진’이다. 연희동 자택 부근에 있는 주유소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은 “늘 이른 새벽 무렵에 운동 겸 외출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한 번 나갈 때마다 경호 차량이 따라붙고 가운데에 있는 차가 전씨의 차이다. 이틀 전쯤에 그의 차량이 나가는 것을 본 적이 있다”라고 말했다. 전씨는 가끔 강원도 용평에 가 앞뒤 팀을 비우고 골프를 즐기기도 했다.

연희동 주민들 시선도 곱지 않아

전씨가 여유롭게 삶을 즐기는 것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연희동에 사는 한 주민은 “전 재산이 29만원이라는 얘기는 당시 지갑에 든 돈이 29만원이라는 의미였을 것이다. 돈 한 푼 안 내고 아직까지 건재한 것을 보면 그는 머리가 비상한 것이 분명하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가진 돈을 죄다 낸 것에 비하면 그는 밑에 부리는 사람들이 모두 천재인 모양이다”라고 말했다.

최근 연희동에서 전씨의 모습을 직접 보았다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예전에는 인근 외국인학교 주변에서 배드민턴 같은 운동을 하거나 주변 식당에서 측근들과 모임을 가지는 등 동네에 모습을 내비쳤을 때가 많았지만 요즘은 활동을 자제하는 듯했다. 그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장세동 전 안기부장 역시 요즘 연희동에 모습이 뜸하다고 한다. 연희동에서 40년 정도 산 한 마을 주민은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전씨가 이곳 주민들에게 잘 대해준 덕분에 득을 꽤 보았다. 저녁 시간이면 식당에 30여 명을 예약해 (식당의) 하루 매출이 나올 정도로 사주고 가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은 그런 모습을 보기 힘들어졌다. 그가 자주 다니던 고기집도 이제 수익이 나지 않아 문을 닫았고 새 가게가 들어섰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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