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지’ 전두환,‘부자’ 아들들
  • 정락인·안성모 기자 ()
  • 승인 2010.11.22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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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만원밖에 없다던 전두환 전 대통령의 가족 재산은 얼마나 될까. <시사저널>이 추적·조사한 결과 1천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시사저널 윤성호

전두환 전 대통령은 여전히 ‘재야의 대통령’이다. 외출할 때는 여러 대의 차량이 이동하고, 골프를 칠 때는 앞뒤 팀을 비워 놓고 친다. 전 재산이 29만원에 불과하다는 그는 세상 사람들을 비웃듯이 생활하고 있다. 전씨가 내야 할 추징금 총액은 2천2백5억원. 그러나 지금까지 집행된 추징금은 전체의 24%인 5백33억원에 불과하다. 1천6백72억원은 내지 않고 버티고 있다. 그는 2003년 4월28일 법정에서 판사와 재산 문제로 뜨거운 설전을 벌였다. 서울지법 서부지원에서 열린 재산 명시 심리재판에서 재판부가 전씨에게 재산 목록 보정명령을 내리자 “내 명의로 된 현금은 한 푼도 없다”라며 맞섰다. “측근과 자식들이 추징금은 왜 안 내주나”라는 질문에 그는 “그 사람들도 겨우 생활하는 정도라 추징금 낼 돈은 없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무일푼’이라는 전씨는 이후에도 여전히 ‘호사’를 누려왔다. 그리고 “겨우 생활하는 정도이다”라는 전씨의 말과 달리 그의 직계 가족은 엄청난 재산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연 ‘전씨 일가’의 재산 규모는 어느 정도일까. <시사저널>이 전씨 직계 가족들이 관여하고 있는 회사와 이들이 소유한 부동산 내역 등을 추적해본 결과 1천억원대의 재산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마디로 ‘거지 아버지’에 ‘부자 자식들’이다.

고액의 추징금을 내지 않고 있는 전두환·이순자 부부는 여전히 연희동 자택에서 살고 있다. 이 주택은 2001년 작고한 전씨의 장인이 물려주었다. 당초 전씨 소유였던 대지 3백12.1m2(94평) 규모의 별채는 국가에 압류되어 2003년 12월12일 강제 경매에 들어갔지만, 낙찰받은 이는 처남인 이창석씨였다. 안채는 이순자씨 명의로 되어 있어 추징금과는 무관하게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이씨가 소유하고 있는 안채는 대지 8백18.9m2(2백48평)로 현재 시가가 37억여 원에 이른다. 이창석씨 소유의 별채 14억여 원과 합하면 이들 부부가 사는 저택의 재산 가치는 50억원이 넘는다.

재국씨 소유 시공사는 가족 회사나 다름 없어

▲ 경기도 연천군 왕징면 북삼리에 있는 허브빌리지. ⓒ시사저널 임준선

전씨 일가의 재산은 크게 두 부문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자녀들이 관여하고 있는 기업과 이들 가족들이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이다. 장남 전재국씨가 운영하는 출판사인 (주)시공사는 말 그대로 ‘가족 회사’나 다름없다.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재국씨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이 회사의 지분 50.53%를 가지고 있다. 전씨의 형제들인 효선·재용·재만 씨 등 다른 형제와 부인 정씨도 각각 5.3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다 합하면 71%가 넘는다. 주식 한 주당 액면가 5천원으로만 계산해도 21억3천만원이 된다. 아버지의 비자금이 들어갔다는 의혹이 있었으나 재국씨는 “맨바닥부터 시작했다”라며 일축하고 있다.

올해로 창사 20주년을 맞은 중견 기업인 시공사의 실제 가치는 이보다 더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 출판업계 관계자는 “고만고만한 회사들이 경쟁하는 출판계에서 시공사는 대기업이나 다름없다. 업계 선두 주자라고 보면 된다”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매출액이 5백12억원인 이 회사의 자산 총계는 2백83억5천만원이다. 단순하게 보면 주식의 절반을 갖고 있는 재국씨가 1백42억여 원의 자산을 보유한 셈이다. 효선·재용·재만 씨와 부인 정씨도 각각 15억여 원씩 재산을 지녔다는 계산이 나온다.

시공사는 여러 관계사를 두고 있다. 대학 동기인 김경수씨가 대표이사를 맡은 도서판매회사 (주)리브로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 역시 지난해 말 기준으로 재국씨가 전체 지분의 37.81%를 소유한 최대 주주이며, 재국씨의 장녀로 20대 중반인 수현씨도 12.35%의 지분을 지녔다. 그 밖에 시공사 지분이 35.01%에 이르러, 전씨 일가의 지분을 합치면 대략 75% 가까이 된다. 역시 액면가로 계산해도 25억여 원이 넘는 주식을 보유했다.

여기에 이 회사의 우선주 50만주의 경우 재국씨와 시공사가 각각 10만주씩, 그리고 서적 도·소매회사인 (주)북플러스가 나머지 30만주를 가졌다. 재국씨는 자본금 총액이 20억원인 북플러스의 이사를 맡고 있기도 하다. 대표이사는 리브로와 마찬가지로 김경수씨이다. 결국 전씨 일가가 최소한 리브로의 주식 8억5천만원어치는 더 가지고 있던 셈이다. 보통주와 우선주를 더하면 총 33억5천여 만원에 이른다. 그런데 올해 이 회사에 상당한 변화가 있었다. 지난 9월 온라인 사업 부문을 (주)대교에 매각했다. 재국씨와 부인 정씨가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고 있는 회사만 해도 시공사를 포함해 10여 개에 이른다.

최근 재국씨 가족이 새롭게 공을 들이고 있는 사업은 경기도 연천군 왕장면 복삼리에 위치한 허브빌리지이다. 임진강이 한눈에 들어와 주변 관광을 즐기는 한편, 체험 학습도 할 수 있는 대규모 휴양지이다. 이들은 지난 2004년에 주소지를 아예 이곳으로 옮겼다. 연천군 땅은 주로 장녀인 수현씨 명의로 되어 있다. 복삼리 222번지(5천2백m2·1천5백73평)와 222-3번지(5천189m2·1천5백70평)를 포함해 일대 토지를 대거 매입했다. 여기에 펜션 6개동과 4백평 규모의 허브 온실, 허브 찜질방, 식당과 마트 등 휴양 시설을 마련했다. 주요 건물은 재국씨 소유로 되어 있다.

수현씨는 10대 시절부터 보유한 부동산 때문에 여러 차례 구설에 올랐다.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있는 당시 시가 10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2002년에 팔고, 두 달 뒤 강남구 논현동의 대형 음식점을 매입했다. 당시 토지 가격만 30억원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동산은 재국씨 가족이 복삼리 일대 토지를 사들이기 전인 2004년 1월에 매각했다.

현재 허브빌리지의 면적은 약 5만7천m2(1만7천여 평)에 이른다. 재국씨 가족이 처음 토지를 매입할 당시에는 평당 5만원 선에 거래가 가능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옛말이다. 현지 공인중개사의 말을 빌리면 “지금은 부르는 게 값이다”라고 한다. 허브빌리지 정도의 입지를 가진 땅은 평당 100만원까지 올랐다는 것이다. 인근에 이보다 못한 대규모의 토지가 매물로 나왔는데 여기도 평당 60만원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재국씨 가족은 몇 년 사이에 땅값만으로 무려 20배의 시세 차익을 올린 셈이 된다. 시설물까지 포함하면 허브빌리지의 가치는 적게 잡아도 1백70 여 억원이 넘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서초동 금싸라기 땅도 보유

재국씨는 서울의 ‘금싸라기 부동산’도 여전히 보유하고 있다. 시공사 사옥이 있는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1628-1번지(3백49.1m2·1백5평)와 1628-2번지(3백30.9m2·100평)의 토지 소유권은 동생 재용씨와 각각 나누어 갖고 있다. 1991년 2월12일 같은 날에 아버지로부터 증여받았다. 두 대지에 걸쳐 있는 건물 지분도 절반씩 소유하고 있다. 당초 지상 2층이었던 건물을 1999년 3층 건물로 증축했다.

재국씨는 (주)뫼비우스가 입주해 있던 서초동 1628-3번지(3백29.2m2·100평)의 토지와 2층 건물, 인근 168-10번지(3백82.9m2·1백15평)의 토지와 3층 건물도 가지고 있다. 시공사 파주 사옥도 재국씨가 토지와 건물 모두를 소유하고 있다. 지난 1998년 교하읍 문발리 521-1번지(1515.4m2·4백58평)를 매입해 2007년 지하 1층 지상 4층 건물을 완공했다.

그는 또 지난 2002년 6월에서 8월 사이 서울시 종로구 평창동 458-8번지(6백21m2·1백87평)와 458-16번지(3백24m2·98평) 토지를 연이어 매입하고 이듬해 지하 2층, 지상 2층의 전시장을 리모델링했다. 현재 이곳에는 성강문화재단의 부설 기관인 한국미술연구소가 입주해 있다. 성강문화재단은 재국씨의 외할아버지인 고 이규동 이사장이 설립했다. 현재 외삼촌인 이창석씨가 운영하고 있으며, 재국씨도 이사로 등재되어 있다.

현지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에 따르면 재국씨가 보유하고 서초동 부동산 인근의 시세는 평당 4천만~5천만원 선이라고 한다. 그가 서초동에 가지고 있는 부동산의 가치는 적게는 1백28억원에서 많게는 1백60억원에 이르는 셈이다. 평창동의 경우 매입 당시 시세는 평당 5백여 만원 정도로 알려졌지만, 현재는 2천여 만원으로 올라서 재국씨 소유 부동산은 57억원에 상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자금 출처’ 의문 드는 재산 상당수

▲ 전두환씨 가족의 부동산으로 알려진 서울 한남동 신원빌딩(구 한남플라자). ⓒ시사저널 유장훈

‘전두환 비자금’ 의혹의 중심에 섰던 차남 재용씨가 보유한 서초동 부동산의 시세도 40억원에서 50억원에 이른다. 그는 현재 부동산 개발 및 임대를 주요 사업으로 하는 (주)비엘에셋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2000년에 설립된 이 회사는 전처인 최정애씨가 대표이사로 있다가 한동안 휴면 상태로 방치되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가 2006년 9월 박상아씨가 감사로 취임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당시 이사로 등재되었던 재용씨는 2008년 4월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박씨의 어머니 윤 아무개씨와 여동생 박 아무개씨도 이사로 등재되어 있다.

이 회사의 주주 현황도 가족 일색이다. 재용씨가 지분의 30%, 전처 사이에서 태어난 두 아들 우성·우원 군이 각각 20%, 부인 박씨와 두 딸 혜현·가현 양이 각각 10%씩을 갖고 있다. 한 가족이 지분 100%를 모두 갖고 있는 셈이다. 회사 자본금은 5억원에 불과하지만 운용 자금 규모는 상당하다. 서울시 중구 서소문동에 임대 건물을 보유하고 있는데, 지난해 임대료 수입은 9억6천여 만원이었다.

회사가 보유 중인 건설 용지가 4백억원에 매각되기도 했다. 올해 2월에 나온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부동산 사업 시행사인 한 업체가 토지의 매수인이며 매각 대금 중 계약금 60억원은 선수금으로 계상하고, 중도금 2백40억원은 어음으로 수령했다. 경기도 오산시 양산동 소재의 이 토지 장부 가액은 50억원으로 되어 있다. 이 보고서로만 판단한다면 3백50억원의 이득을 챙긴 셈이 된다.

그런데 이 회사의 주요 거래 내역을 살펴보면, 재용씨의 외삼촌인 이창석씨가 지난해 차입한 금액이 32억7천5백만원에 이른다. 이에 대한 이자 비용만 7억5천만원이 넘는다. 특히 10대인 두 아들도 11억6천7여 만원을 각각 단기 차입해, 이자 비용으로 4천여 만원씩을 지급받았다. 대표이사로 있는 재용씨 본인도 차입을 해왔다. 그는 2008년에 7억1천5백여 만원, 2009년에 2억2천9백여 만원을 각각 상환받았다.

재용씨 부부가 지난해 이사한 이태원의 ㅈ빌라도 실질적으로 이 회사에서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엘에셋이 가지고 있는 빌라는 이들 가족이 살고 있는 18층 한 채뿐만이 아니다. 17층 두 채를 포함해 시세가 30억원에 이르는 빌라를 세 채나 보유하고 있다. 현재 이 빌라들은 한 부동산신탁회사에 맡겨져 있다. 액면가 1백67억여 원 상당의 국민주택채권에 대한 증여세 77억여 원을 납부하라는 법원 판결을 받았지만, 재용씨와 그의 가족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여전히 최상류층의 삶을 살고 있는 셈이다.

막내 재만씨는 한남동에 지하 4층, 지상 8층인 빌딩을 소유하고 있다. 대지 면적은 8백90m2(2백70여 평)이다. 대사관이 밀집해 있는 지역으로 맞은편에는 부유층이 모여 사는 고급 주택가가 자리 잡고 있다. 이 건물도 아버지의 비자금으로 장만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다. 이에 대해 전씨측은 재만씨의 장인인 이희상 운산그룹 회장이 재산 분배 차원에서 상속해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2002년에 매입한 이 부동산은 당시에도 100억원대에 거래되었다는 소문이 돌았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소에 따르면 현재 이 일대도 서초동과 마찬가지로 평당 4천만원에서 5천만원 선에서 거래가 되고 있다. 이 빌딩의 가격도 1백8억원에서 1백35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계산된다.

재만씨와 동갑내기인 부인 이윤혜씨는 종로구 가회동의 빌라 한 채를 오랫동안 보유하고 있다. 결혼 직후인 1996년에 매입한 이 빌라는 2002년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의 딸 연희씨가 월세로 살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주목을 받았다. 시아버지가 막내며느리에게 사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 현재 이 빌라의 시세는 25억원 선이다.

‘전씨 일가’의 재산 중에는 ‘자금 출처’와 관련해 의문이 드는 물건들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 ‘의문의 뭉칫돈’이 나오기도 했다. 이를 제외하더라도 현재 드러난 전씨 직계 가족들의 국내 재산만 이순자씨가 37억여 원, 재국씨 가족이 5백60억여 원, 재용씨 가족이 90억여 원, 재만씨 가족이 1백60억여 원, 여기에 효선씨가 15억원 등 총 8백25억여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다른 부채가 있을 수도 있다. 부동산의 경우 모두 근저당이 설정되어 있다. 하지만 거액인 경우 대부분 회사가 채무자이며 최근 몇 년 사이에 집중적으로 이루어졌다.

그리고 사실상 ‘가족 기업’인 회사의 명의로 되어 있는 부동산은 재산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또, 전씨 자녀들과 며느리 등 직계 가족들이 해외 사업에 투자했거나 부동산을 매입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는 재산도 포함시키지 않았다. 이를 모두 더한다면 1천억원을 훌쩍 넘긴다. 전두환씨 일가의 재산을 아무리 낮춰 잡아도 국민들이 “겨우 생활하는 정도이다”라고 인정하기는 도저히 힘들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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