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수 인사는 ‘과거 지우기’ 문책 인사?
  • 이철현 기자 (lee@sisapress.com)
  • 승인 2010.11.29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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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이 그룹 조직(전략기획실 후신)을 신설하고 김순택 부회장을 책임자로 앉히면서 가장 강조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단절’이다. 지난 2년7개월 전 비자금 특검 탓에 해체했던 전략기획실이 부활하는 것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이건희 회장의 비서실 격인 전략기획실은 비자금 조성과 편법 승계를 주도하고 계열사 위에 군림한 탓에 부정적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신설 조직은 업무 성격이나 그룹 내 위상이 과거 전략기획실과 겹친다. 김순택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의 경영 철학을 전파하고 각 사가 하는 일을 잘 도와주는 것이 본인과 신설 조직이 할 일이다”라고 말했다. 

새 조직은 신수종 사업 투자, 지배 구조 개편, 경영권 승계라는 그룹 차원의 전략적 과제를 해결해야 할 책무를 수행해야 한다. 삼성그룹은 새 조직이 혹시나 비판의 도마 위에 올라 출범부터 차질을 빚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새 조직이 과거 전략기획실 이미지와 뚜렷하게 단절되기를 바란다. 인적 쇄신이나 이미지 변신이 필요한 것은 이 때문이었다. 이학수·김인주 고문은 과거 전략기획실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새 조직 출범에 대한 비판을 차단하고자 두 고문을 그룹 인사에서 철저하게 배제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의 사장 승진을 앞둔 와중에 과거 전략기획실 핵심 인사를 중용하는 것은 고려할 사안이 아니었다.

이인용 삼성그룹 홍보담당 부사장은 ‘이학수·김인주 고문을 각각 삼성물산과 삼성카드 고문으로 발령 낸 것은 문책 인사’라고 설명했다. 인사 배경에 대한 설명은 이건희 회장의 직접 지시로 이루어졌다. 삼성그룹 고위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이 지시하고 당사자들이 용인한 것이 틀림없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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