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경영권 승계 ‘3차 방정식’
  • 이철현 기자 (lee@sisapress.com)
  • 승인 2010.11.29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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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 구조 개편·성장 동력 확보 과제와 얽혀…에버랜드 지분 매입 시나리오도 나와

 

ⓒ연합뉴스

 ‘삼성그룹 황태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이 연말 정기 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할 것이 분명해졌다. 경영권 승계 작업이 한 발짝 더 나아간 것이다. 경영권 승계는 지배 구조 개편과 미래 성장 동력 확보라는 두 가지 과제와 얽혀 있다. 삼성그룹은 지금 세 가지 변수를 한꺼번에 풀어야 하는 3차 방정식의 해법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지난 11월19일 삼성그룹이 ‘전략기획실’ 조직을 복원한 것도 해법 찾기 작업의 일환이다. 김순택 부회장이 이끄는 회장 비서실은 5대 신수종 사업 투자와 계열사 간 배분을 주도하면서 이재용 부사장으로의 경영권 승계 작업을 완성해야 한다.

첫 풀이 과제는 지배 구조 개편이다. 지금까지 삼성그룹 지배 구조를 유지해 온 순환 출자 구조의 고리는 조만간 끊어진다. 삼성카드가 삼성에버랜드 지분 25.64%를 2012년 4월까지 팔아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 산업의 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 제24조에 따르면, 금융회사는 동일 계열사 회사가 지배하는 회사의 발행 주식 총수의 5% 이상을 취득하는 경우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삼성카드의 경우 불가피한 사유가 있는 것이 아니므로 금융위원회로부터 승인을 얻는 것은 불가능하다. 삼성그룹은 지난 2008년 4월 삼성카드가 보유한 삼성에버랜드 지분을 4~5년 내에 매각한다고 이미 발표했다. 삼성카드는 앞으로 1년5개월 안에 삼성에버랜드 지분 20.64% 이상을 팔아야 한다. 매각 성격이나 규모를 감안하면, 늦어도 내년 초부터는 매각 절차나 방법에 대한 연구에 착수해야 한다.  

삼성카드가 삼성에버랜드 지분을 매각하면,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삼성에버랜드로 이어지는 ‘기형적인’ 순환 출자 구조(도표 참조)가 끊어진다. 삼성에버랜드는 비상장 업체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삼성에버랜드의 시장 가치를 6조원 안팎으로 추산한다. 따라서 삼성카드가 보유한 에버랜드 지분의 가치는 1조5천억원을 웃돈다. 덩치가 크다 보니 해당 지분을 삼자 배정 방식으로 다른 계열사에 떠넘기기가 쉽지 않다. 설사 자금 여력이 있는 계열사가 떠안는다고 하더라도 순환 출자 구조를 해소하겠다는 당초 약속을 어기게 된다. 삼성에버랜드를 주식시장에 상장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훈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에버랜드는 비상장 회사라서  매각 규모나 적정 가격 논란을 고려할 때 IPO(기업 공개) 가능성이 크다’라고 밝혔다.


‘최대 주주 이재용’ 삼성SDS 상장설도

15년 넘게 삼성에버랜드에서 그룹의 부동산 관리 업무를 맡은 관계자는 “(삼성에버랜드 상장설은) 에버랜드가 그룹 안에서 수행하는 역할을 이해하지 못한 탓에 발생하는 오해이다. 에버랜드는 철저하게 지배 구조 안정에 충실하기 위해 존재하는 회사라고 보아야 한다. 이목을 끌거나 논란을 일으키는 것을 싫어해 매출을 늘릴 수 있는 사업마저 포기한 적이 있을 정도이다. 섣불리 상장해 다수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일은 삼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삼성카드가 보유한 에버랜드 지분을 이재용 부사장을 비롯해 대주주 일가가 매입하는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 이부사장은 이미 에버랜드 지분 25.1%를 보유하고 있다. 이건희 회장의 두 딸 부진씨와 서현씨도 각각 8.3%씩을 갖고 있다. 세 자녀의 지분을 합치면 41.7%이다. 삼성카드의 에버랜드 지분 일부만 매입하더라도 50%가 넘는 지분율을 확보하게 된다.

삼성에버랜드는 삼성생명, 삼성전자, 삼성카드로 이어지는 출자 구조의 정점에 서 있다. 지주회사나 다름없다. 삼성그룹이 에버랜드 지분을 함부로 매각하기 꺼리는 것은 이 때문이다. 관건은 1조5천원이 넘는 매입 자금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이다. 삼성SDS 상장설이 나오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삼성SDS는 시장 점유율 31%를 차지한 국내 1위 시스템통합업체이다. 기업 가치는 4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SDS 개인 최대 주주는 이재용 부사장(8.8%)이다. 부진·서현 자매도 삼성SDS 지분을 4.1%씩 보유하고 있다. 세 남매가 보유한 삼성SDS 지분을 유가증권 시장에서 매각해 에버랜드 매입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

삼성그룹의 ‘아킬레스건(약점)’은 지배 구조이다. 제품 경쟁력, 기술, 시장 지배력 측면에서는 세계 최고 정보기술(IT)업체에 올랐으나 경영 지배 구조는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김순택 부회장이 1년5개월 안에 내놓을 3차 방정식의 해법이 궁금하다. 경영권 승계는 지배 구조 개편과 미래 성장 사업의 계열사 간 배분으로 완성될 듯하다. 

 이학수 인사는 ‘과거 지우기’ 문책 인사?

삼성그룹이 그룹 조직(전략기획실 후신)을 신설하고 김순택 부회장을 책임자로 앉히면서 가장 강조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단절’이다. 지난 2년7개월 전 비자금 특검 탓에 해체했던 전략기획실이 부활하는 것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이건희 회장의 비서실 격인 전략기획실은 비자금 조성과 편법 승계를 주도하고 계열사 위에 군림한 탓에 부정적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신설 조직은 업무 성격이나 그룹 내 위상이 과거 전략기획실과 겹친다. 김순택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의 경영 철학을 전파하고 각 사가 하는 일을 잘 도와주는 것이 본인과 신설 조직이 할 일이다”라고 말했다. 

새 조직은 신수종 사업 투자, 지배 구조 개편, 경영권 승계라는 그룹 차원의 전략적 과제를 해결해야 할 책무를 수행해야 한다. 삼성그룹은 새 조직이 혹시나 비판의 도마 위에 올라 출범부터 차질을 빚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새 조직이 과거 전략기획실 이미지와 뚜렷하게 단절되기를 바란다. 인적 쇄신이나 이미지 변신이 필요한 것은 이 때문이었다. 이학수·김인주 고문은 과거 전략기획실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새 조직 출범에 대한 비판을 차단하고자 두 고문을 그룹 인사에서 철저하게 배제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의 사장 승진을 앞둔 와중에 과거 전략기획실 핵심 인사를 중용하는 것은 고려할 사안이 아니었다.

이인용 삼성그룹 홍보담당 부사장은 ‘이학수·김인주 고문을 각각 삼성물산과 삼성카드 고문으로 발령 낸 것은 문책 인사’라고 설명했다. 인사 배경에 대한 설명은 이건희 회장의 직접 지시로 이루어졌다. 삼성그룹 고위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이 지시하고 당사자들이 용인한 것이 틀림없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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