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동, KBS에 왜 ‘맹공’ 퍼붓나
  • 김창룡│인제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
  • 승인 2010.11.29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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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신료 인상 방안 통과시켰다고 일제히 비판…방송 진출 앞둔 ‘미디어 전쟁’ 예고편 같아

 

▲ 11월22일 김인규 KBS 사장이 수신료 인상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KBS 제공

국내 미디어 시장에서 최근 보기 드문 일이 벌어졌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온난 전선을 형성하던 KBS와 조선·중앙·동아일보(이하 조·중·동)가 서로 상대방을 향해 날카로운 날을 세우고 대립하고 있는 것이다. KBS 이사회가 최근 광고를 현행 수준에서 유지하되 수신료를 현행 2천5백원에서 3천5백원으로 40% 인상하는 방안을 통과시키자, ‘조·중·동’은 일제히 비판에 나섰다. KBS와 조·중·동의 대립 관계는 오랜만에 목격하는 생경한 풍경이었다.
KBS가 당초 수신료를 5천~6천원 선이 아닌 불과 1천원만 인상하겠다는 것인데, 조·중·동은 왜 이렇게 비판의 소리를 합창하는 것일까.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공영방송 KBS의 방송 저널리즘의 공익성이나 공정성을 문제 삼고 나섰지만, 조·중·동은 광고 문제를 집중적으로 문제 삼고 나섰다. KBS가 수신료를 인상하면서 광고는 현행대로 유지하겠다는 데에 비판의 초점을 맞추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가.

이래도 저래도 방통위 결정은 정부에 부담

우선 조·중·동이 방송 진출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헌법재판소(소장 이강국)가 현재 진행 중인 ‘미디어법 부작위’ 소송에 대한 결론 여부와 상관없이, 방송통신위원회와 함께 일정을 밀어붙이고 있는 모습이다. 헌재의 결정이 늦어질수록 존재감은 점점 작아지고 선택의 폭도 좁아지는 모양새이다. 조·중·동의 방송 진출을 방해하거나 막는 세력은 그 대상이 누가 되든 일전을 각오해야 할지도 모른다. 방통위가 종합편성 채널 사업자를 하나만 선정할지 셋 모두를 선택할지를 아직까지도 결정하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선정 기준조차 오락가락하는 데에는 복합적인 계산이 맞물려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방통위가 종편 사업자 선정 일정에 대해 수차례 약속을 연기해 오면서도 더 이상 물러서지 못하고 연내에 방송 진출 신문사를 결정하는 것은 바로 이해 당사자들의 압박이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방통위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 부담이 고스란히 현 정부에게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방통위가 KBS의 요구대로 인상안을 승인하게 되면 조·중·동의 화살은 방통위를 향하게 될 것이다. 최시중 방통위원장이 KBS의 요청을 거부하게 되면, 스스로 KBS 수신료 인상을 주장해 온 데 대해 어떤 형태로든 해명을 내놓아야 하고, 설득력이 떨어질 경우에 방통위는 집중 공격의 타깃이 될 수도 있다.

그동안 이례적으로 긴 기간 동안 메이저 언론사인 조·중·동이 이명박 정부와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눈총을 받아온 이면에는 바로 신문사의 방송 진출이라는 이권이 개입되어 있다고 믿는 사람이 많다. 따라서 그러한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때 반발과 적대감이 더욱 배가되리라는 것은 충분히 예상 가능하다. 그 대상은 방통위를 넘어 이명박 정부 전체로 향할 가능성도 크다.

조·중·동이 이처럼 KBS의 수신료 인상안에 대해 반대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신문사가 방송에 진출했을 때 방송 광고 시장의 파이를 키워야 초기 정착에 유리하다는 측면도 있다. KBS가 수신료를 얼마로 인상하든 일단 KBS를 광고 시장에서 몰아내야 신규 방송 사업자가 광고 시장을 개척하기가 수월해질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런데 KBS가 수신료만 인상하고 광고 수입 비율은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것은 방송 광고 시장 파이를 키워 신규 사업자들의 진출을 돕는다는 방통위의 시나리오에 역행하는 것이다. 신규 방송 진출 사업자들에게는 악재 중의 악재가 된다.

이번에는 KBS를 향해 조·중·동이 포문을 열어 ‘미디어 대전(大戰)’ 예고편을 조금 선보인 것뿐이다. 향후 종편 사업자 선정 기준과 탈락 여부, 채널 배정과 초기 특혜 부여 등 미디어 간의 대립과 권력과의 결별 등 다층적이고 입체적인 ‘진검 승부’가 연말 종편 선정 시기를 시발점으로 본격 전개될 전망이다.

방통위가 공정·투명해야  ‘소모전’ 막아

▲ KBS 이사회가 수신료 인상 방안을 통과시킨 데 대해 일제히 비판 기사를 게재한 조선·중앙·동아일보. ⓒ시사저널 윤성호

우호적 관계의 끝자락에서 이제 서로 계산을 마무리해야 할 때가 된 것으로 보인다. 권력은 항상 언론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고 싶어 하는 법이다. 현 정부 역시 KBS도 끌어안고 신규 방송 사업자들에게도 당근을 줘서 ‘친구’로 곁에 두고 싶어 할 것은 자명하다. 권력에게 미디어는 언제나 든든한 원군이기 때문이다. 특히 영향력이 센 미디어에 대해서는 권력이 어떤 희생을 지불하고라도 ‘우리 편’으로 만들고 싶은 유혹을 느낄 법하다.

방송 진출을 숙원 사업으로 준비해 온 한국의 대표적인 신문사들이 저마다 ‘황금알’을 꿈꾸며 최종 준비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뜻하지 않은 KBS라는 암초에 동일한 목소리로 대응하지만, 이런 협업 체제는 이해관계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이해관계에 초연한 입장을 지닌 미디어는 좀 더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보도할 수 있다. 그러나 조·중·동은 물론 한국경제와 매일경제 등 이해관계 당사자가 된 미디어는 적어도 미디어법, 종편 사업자 선정 등에 관한 한 원천적으로 객관적 보도를 하기가 힘들어질 것이다. 그러면 지면의 사유화(私有化)와 함께 저널리즘의 위기가 다시 논란이 될 것이다.

국가의 미디어 정책과 변화를 주도하는 방통위가 공정성·투명성·정당성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미디어 간 불협화음과 불필요한 소모전을 최소화하는 변수가 될 전망이다. 방통위가 그동안 권력과 미디어 간의 우호적 관계라는 성과를 이루어내는 데 일정 부분 기여했다면 이제 그 대가를 지불해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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