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 북한을 너무나 모른다”
  • 감명국 (kham@sisapress.com)
  • 승인 2010.11.29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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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진단 / “MB의 대북 정책 문제점 드러내”…군 초기 대응에도 질타 이어져

북한의 ‘연평도 포격’이 발생한 직후 여야 정치권을 비롯한 우리 사회의 보수와 진보 세력은 한목소리로 북한의 도발을 비난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해서는 여전히 현격한 시각차를 나타냈다. 이런 시각차는 <시사저널>의 이번 북한 문제 전문가 10인 인터뷰에서도 그대로 반영되었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 강경책이 이와 같은 북한의 무력 도발을 초래했다는 식의 그런 저급한 분석은 이제 그만 해야 한다. 지금 북한은 자기 내부 체제 구축이 절실한데, 바깥이 보이겠나”라고 반문했다. 정영태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센터 소장과 백승주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장은 “과거 김대중 정부나 노무현 정부가 대북 강경책을 써서 북한이 연평해전을 일으켰나. 우리와 상관없이 북한은 자기들이 필요하면 그냥 도발을 일으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반면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본질적으로 북한이 호전적이고 나쁜 행동을 일삼는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이미 다 안다. 문제는 그런 나쁜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유도하고 방지하는 것이 정치이고 외교인데, 현 정부는 아쉽게도 그렇게 하지 못한 채 매번 당하기만 한다는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지금 MB의 대북 정책은 실패작이다”라며 “향후 대화와 압박을 병행해가는 투트랙 전략으로 가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서보혁 이화여대 평화학연구소 연구교수는 “한·미의 ‘기다리는’ 대북 전략이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이제 정부는 비공개적 방식으로라도 채널을 복원하고 북한과 대화에 나서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보수와 진보를 떠나서 현 정부가 북한을 너무 모른다는 의견들이 많다. 많은 전문가는 벌써 1년 전부터 이런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예상해왔다. 대통령이 좀 더 외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좀 더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변명의 여지 없는 우리 군의 참패다”

▲ 이명박 대통령이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과 관련해 11월23일 저녁 합동참모본부 지휘통제실을 방문해 현황 보고를 받은 뒤 김태영 전 국방부장관(왼쪽), 한민구 합참의장과 함께 밖으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우리 군의 초기 대응에 대해서는 보수와 진보 가릴 것 없이 한목소리로 비판하고 나섰다. 한 진보 성향의 학자는 “(이번 군의 대응을 보면서) 너무 무기력하지 않나. 솔직히 무섭고 섬뜩하다”라고까지 했다. 김동현 존스홉킨스 대학 연구교수는 “이미 북한에서 연평도를 공격할 징후가 상당히 포착되었음에도 그것을 미리 예측하고 준비한 한국 정부나 군 관계자가 전혀 없었다는 것은 실로 경악할 노릇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우리 군이 훈련을 그대로 감행하더라도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대비해서 바로 반격할 수 있는 준비를 해야 하는데, 안일하게 보고 있다가 그대로 당한 셈이다. 북한의 공격이 왔을 때 그 즉시 바로 반격했어야 북한이 두려움을 가지지 않겠는가”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고유환 교수는 “이번 사건은 변명의 여지 없이 우리 군의 참패이다”라고 정의했다. 

백승주 센터장은 “만약에 청와대에서 군에 ‘확전 방지를 먼저 고려하라’라는 메시지가 전달되었다면 이는 크게 잘못된 것이다. 사실상의 전시 상황에서 군은 자기 임무만 충실히 완수하라고 주문해야지, 이것저것 생각하고 고려하면서 임무를 완수하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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