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 더 키우는 ‘무늬만 대피소’
  • 김회권 (judge003@sisapress.com)
  • 승인 2010.11.29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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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공간 좁고 내부 시설 열악…전기·물·비상 식량도 없어

 

▲ 11월26일 오전 대피 주민들이 떠나간 연평도 마을의 방공호 내부 모습. 급박했던 11월23일 당시의 상황을 엿볼 수 있다. ⓒ시사저널 유장훈

연평도 대피소에 전기는 들어오지 않았고 먹을 물이나 비상 식량도 없었다. 공간은 턱없이 부족했다. 10평 남짓한 공간에 10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오밀조밀 모여 앉았으니 제대로 쉴 수도 없었다. 내부에 화장실이 없어 언제 또 포탄이 떨어질지 모른다는 불안함을 안고 볼일을 봐야 했다. 대피소 안에는 외부로 연락할 수 있는 통신 수단이 없었다. 대피소는 10평 남짓의 텅 빈 공간, 그것이 전부였다. 연평도를 빠져나온 일부 주민들은 인천 연안부두에 도착하자마자 대피소에 대한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한 주민은 “대피소에 폭탄이 맞았으면 아마 그대로 깔려 죽었을 것이다”라며 부실한 대피소에 분노했다.

국가재난정보센터에 등록된 자료에 따르면 연평도 내에 위치한 대피 시설은 모두 18곳이다. 이 중 15곳은 33.06㎡로 10평 정도이고, 세 곳은 66.12㎡로 20평 남짓의 크기이다. 1980년대 이전에 지어진 정부 지원 대피 시설은 대부분 10평 내외의 소규모 건물이었는데 연평도 대피소도 여기에 해당한다. 모두 1974~75년 사이에 지어졌으니 이미 25년 이상 되었는데 콘크리트 박스형 건물인 대피소 내부는 단순한 직사각형 모양의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다. 건립 이후 관리는 낙제점에 가깝다. 일부 대피소는 학교의 교구 창고 등으로 이용되는 등 본래 목적이 아닌 용도로 사용되었다.

민방위 기준에 따르면 비상 대피 시설은 3.3㎡(1평) 기준으로 네 명이 몸을 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다. 재난정보센터에 등록된 연평도 대피 시설 18곳의 면적을 모두 합칠 경우 적정 최대 수용 인원은 8백60명에 불과하다. 연평도에 거주하는 주민은 1천7백여 명. 시설 수가 턱없이 부족하다.

4등급 시설에 수용 인원 8백60명 불과

비상 대피 시설은 4개 등급으로 분류된다. 1등급은 화생방 방호 시설을 완비한 지하 시설로 보통 지휘용 시설로 사용된다. 고층 건물의 지하 2층 이하처럼 폭격은 견딜 수 있지만 화생방 공격에 취약한 곳이 2등급, 지하상가 등의 지하층이나 지하차도 등이 3등급, 단독주택 등 소규모 건물 지하처럼 방호 효과가 떨어지는 곳이 4등급이다. 1등급 대피소의 경우 비상 식품 저장고와 조리 시설을 갖추고 있다. 화장실, 세면장 외에 비상 전원과 방송·통신 시설이 설치되어 있다.

연평도에 건설된 대피소는 모두 4등급에 불과하다. 하지만 연평도와 같은 섬은 육지와 달리 민가가 파괴될 경우 주민들이 갈 곳이 없다. 대피소 내 충분한 공간과 기반 시설이 갖춰진 현대식 대피 시설이 필요한 이유이다. 인천시 옹진군청 관계자는 “포격 사건 전부터 정부에 연평도에 현대식 대피 시설을 설치해야 한다고 건의했는데, 예산 문제를 이유로 진행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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