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전 없겠지만 냉전 길어 진다”
  • 감명국 (kham@sisapress.com)
  • 승인 2010.11.29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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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문제 전문가 10인이 분석한‘연평도 충격’이후 한반도 정세

 

▲ 11월23일 오후 인천시 옹진군 연평도에 북한이 발사한 포탄 수십 발이 떨어져 곳곳이 불타고 있다. ⓒ김종관 제공

 

북한이 연평도에 포 사격을 가해 민간인 사망자까지 발생하게 한 저의는 무엇일까, 그리고 그들의 도발은 목적한 것을 과연 얻었을까, 또 앞으로 추가 도발할 가능성은 얼마나 되며, 향후 한반도 정세는 어떻게 흘러갈까. <시사저널>은 북한 문제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온 국민을 불안에 몰아 넣은 북한의 ‘연평도 도발’ 이면과 사태 추이를 긴급 진단했다.

최악의 상황이 발생했다. 11월23일 북한이 연평도를 향해 대대적인 포사격을 감행했다. ‘G20 정상회의’라는 큰 행사를 무사히 끝낸 후 아시안게임 승전보를 느긋하게 즐기던 대한민국은 순식간에 전쟁의 공포에 휩싸였다. 포흔(砲痕)만큼이나 그 상처는 심각하다. 한 북한 문제 전문가는 “이번 사건은 한국전쟁 이후 최대 도발이다. 북한이 공개적으로, 그것도 정규 무력을 동원해서 공격한 것이고, 우리는 군인뿐만 아니라 민간인까지 사망했다. 천안함 피격과는 또 다른 차원이다. 그 파장이 상당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이번 ‘연평도 포격’은 상당히 치밀하게 의도한 북한의 전략에 따른 것이라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문제는 북한의 그 의도가 무엇이냐 하는 데 있다. 거기에 따라서 향후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 또 우리의 대응 전략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시사저널>은 사건 발생 직후인 11월24일부터 26일까지 사흘간에 걸쳐 국내의 권위 있는 북한 문제 전문가 10명과 북한의 의도 및 향후 파장에 대해 인터뷰했다. 

<시사저널>이 전문가들에게 던진 첫 번째 질문은 ‘과연 이번 도발을 일으킨 북한의 의도는 무엇인가’라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10명의 전문가 중 다섯 명이 북한 내부 김정은 후계 체제와 연관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기동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책임연구위원은 “북한이 도발할 때는 한 가지만 겨냥하지는 않지만, 이번에는 내부적인 요인이 더 강하다. 얼마 전에 우라늄 공개로 미국을 자극한 바 있고, 중국에게도 이번 도발이 상당한 부담을 줄 것이라는 것을 잘 알면서도 감행한 것을 보면 생각보다 김정은의 군 장악력이 녹록지 않은 것 같다”라고 분석했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결국 북한의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 아버지 김정 일도 그랬듯이 후계자는 군에 대한 모험주의를 일으켜왔다. 젊은 후계자가 군을 통제하고 장악해나가는 절차가 그것이다. 스물일곱 살로 젊은 김정은의 가장 중요한 과제 역시 군을 장악하는 것이다. 김정은의 후계 구도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개입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라고 말했다. 정영태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센터 소장은 “김정은이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라는 공식 직함을 받기 전에 대장 칭호를 먼저 부여받은 것만 봐도, 김정은은 군 지휘관으로서 우선적으로 정통성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 어리다고 비아냥거리는 주변을 향해 아버지인 김정일보다도 더 과감하고 전략·전술이 뛰어나다는 탁월성을 과시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서해 NLL 지역을 군사 분쟁 지역으로 삼기 위한 전략이 깔려 있다고 분석한 전문가도 세 명 있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이번 포격 직후 북한이 최고사령부 이름으로 발표한 것을 보면 ‘북측 영해를 영점 영영 밀리라도 침범하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였다. 즉, 남한이 그은 NLL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김정은의 주된 권력 기반이 군부인 만큼, 현재 군부의 가장 큰 불만이 NLL 수역이라고 볼 때 북한은 남한의 서해상 훈련을 빌미 삼아 그들이 추진하고자 했던 NLL 무력화 시도를 행동으로 옮긴 것으로 볼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두 명의 전문가는 미국을 끌어들이기 위한 ‘대미 압박용’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의 의도를 두 가지로 꼽고 싶다. 하나는 NLL 무력화 기도이고, 또 하나는 한반도에 불안한 정서를 계속 부각시키면서 빨리 정전 체제에서 평화 체제로 전환하고자 하는 북한의 ‘평화협정 대화 자리에 나오라’는 대미 압박용일 가능성이 크다”라고 분석했다. 서보혁 이화여대 평화학연구소 연구교수 역시 “미국과의 평화 체제 협정을 위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전략적 의도라고 본다. 어느 정도 정치 체제도 안정시켰고, 후계 구도를 마련했음에도 한국과 미국이 쉽사리 대화 자리에 나서지 않으니까 북한으로서는 다소 궁지에 몰린 측면이 있다”라고 덧붙였다.

북한의 자존심을 크게 건드린 요인을 꼽은 전문가도 있었다. 김동현 존스홉킨스 대학 연구교수는 “지금 북한은 잔뜩 독이 올라 있는 것 같다. 북한 입장에서 보면, 이산가족 상봉도 허락하고, 이번 서울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도 조용히 넘어가주었는데, 오히려 남한은 G20이 끝나자마자 마치 또 기다렸다는 듯이 서해안 NLL 인근 해상에서 훈련을 한 것이 북한의 심사를 자극했을 법하다”라고 분석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 역시 “NLL 내에서 포사격 훈련을 하지 말라는 북한의 사전 경고를 우리가 완전히 무시하는 태도를 보인 것이 ‘도저히 안 되겠다. 행동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는 식으로 북한을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7명이 “추가 도발 가능성 충분히 있다” 전망

▲ 북한 자강도 희천발전소 건설 현장을 둘러보고 있는 ‘후계자 김정은’(가운데). 조선중앙통신 11월4일 보도 사진. ⓒ조선중앙통신연합

그렇다면 과연 북한의 이러한 도발은 목적하는 바를 충분히 달성하는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다고 볼 수 있을까. 대다수의 전문가는 “북한이 김정은이라는 새로운 존재를 대내외에 과시하고자 하는 효과는 충분히 거둔 측면이 있다”라고 분석한다. 백승주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장은 “북한은 ‘천안함 공격으로 한국을 이미 한 번 망신시켰다. 그것을 김정은이 했다. 핵보유 시설 공개로 미국을 비롯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고, 이번 연평도 포격으로 잃었던 서해를 도로 찾기 위한 군사적 조치도 김정은이 감행했다’, 이렇게 대대적인 선전을 할 것이다. 실제 김정은이 카리스마를 얻는 데 큰 효과를 가져왔고, 북한 군부 내에서도 ‘젊은 대장이 역시 대단하다’라는 평이 나올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이번 사건으로 북한은 남한의 수도권 주민들에게 불안감을 안겨주는 효과를 거두었다. 우리의 혼란상을 보면서 ‘남한은 우리의 인질이다’라는 자신감을 갖게 된 측면이 있다”라고 분석했다.

김교수는 “북한은 국제적인 질타는 아예 신경도 안 쓴다. 다만 경제적인 고립이 문제인데, 이미 지금도 충분히 어렵고 고립되어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악화될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서교수는 “단기적으로는 국제 사회 비난도 받고 제재도 뒤따를 수 있지만, 그것은 늘 있어왔던 터라 북한 입장에서는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다는 심리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주목할 만한 증언도 나왔다. 임교수는 “누구라고 밝히기는 어렵지만, 어제 회의 과정에서 북한 내부의 동향을 전달하는 한 정통한 루트를 통해 이런 얘기가 나왔다. ‘지금 북한에서도 이번 연평도 민간인 공격에 대해 상당한 내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라는 것이다. 민간인을 희생시킨 것은 자기들이 지켜왔던 통일전선 전술 맥락에서도 맞지 않고, 어떤 명분으로도 안 된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는 것이다”라고 전했다. 

향후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에 대해서는 일곱 명의 전문가들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라고 내다보았다. 윤교수는 “북한은 권력 세습기 습성상 도발을 필요로 하고 있기 때문에 김정은도 아버지의 노선을 답습한다면 향후 충분히 추가 도발이 예상된다”라고 전망했다. 백센터장은 “전체적으로 치고 빠지는 수준의 도발은 계속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 수준 이상의 군사적 도발은 어렵다. 더 이상 한국도 가만히 있기 어렵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서교수는 “한·미의 대북 정책이 당장 변화할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북한은 또 필요할 때 국지적 도발이나 의도적으로 긴장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 서해뿐만 아니라 휴전선도 위험할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김교수는 “우려스러운 것은 북한이 그동안 여러 번 도발을 했음에도 전방에 배치된 대포를 직접 발사한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이번에는 그것을 감행했다는 점이다. 이는 앞으로 또 대포를 우리 영토와 영해를 향해 쏠 수 있다는 얘기이다. 그동안 우리가 노후화된 것으로 과소 평가했던 북한의 장사포 등도 결코 녹슬지 않고 잘 작동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인 셈이다”라고 우려했다. 

국지전 도발과 다른 차원의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가능성을 거론하는 전문가도 많았다. 모두 여섯 명의 전문가가 그렇게 예상했다. 양교수는 “계속 궁지에 몰릴 경우, 북한으로서는 핵 억지력 강화 차원이라는 마지막 초강수를 둘 수밖에 없을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그는 “제3차 지하 핵실험, 대륙 간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 소형화된 핵탄두 공개 등 세 가지를 단계적으로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이 세 가지가 이루어진다면 북한은 핵보유국의 지위를 확보하기 위한 기본 요건을 충족하게 되는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윤교수는 “북한은 이미 핵기술을 확립해가는 과정에서 두 번이나 핵실험을 감행했다. 통상 2년에서 2년 반 내에 한 번 더 해야 전에 했던 실험 결과를 개량하고 보완해나갈 수 있다고 본다면, 올해 말쯤 한 번 더 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라고 경고했다. 고교수는 “북한이 그동안 한·미의 대량 보복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못해왔던 도발을 이번에 감행한 것을 보면, 핵보유국으로서의 자신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추정했다.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에 대해 세 명의 전문가는 “한국 정부가 하기에 달려 있지만, 당장 큰 충돌은 없을 것이다”라고 내다보았다. 정위원은 “우리가 보복 공격을 하지 않는 한, 이미 이번 일로 북한의 입장이 명확하게 남한과 국제 사회에 전달되었기 때문에 북한도 여기서 상황을 더 악화시키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양교수는 “한·미 양국이 추가 대응하지 않는다면 여기서 더 나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혹시라도 우리가 심리전 등을 재개하면 아마 북한은 틀림없이 조준 사격을 가해 올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경색 국면, 내년 상반기까지 계속”

향후 한반도에서의 전면전이나 확전 가능성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그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정소장은 “단언컨대, 확전 가능성은 단 1%도 없다. 독재 정권은 확전이나 전면전을 하면 자기가 붕괴된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북한은 전면전을 할 여력도 없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절대 북한이 전면전이나 확전을 원치 않는다는 근거에 대해 “이번 연평도 도발 역시 북한은 확전을 굉장히 조심스러워하고 치밀하게 피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포격 시간을 보면, 그 시간은 연평도 주민들이 대개 집에 없을 때이다. 만약 저녁이나 밤에 했다면 인명 피해가 엄청났을 것이다. 북한이 일부러 그 시간을 택한 것이다. 또 연평도에는 백령도에 비해 우리 군이 대응할 수 있는 군사 시설도 별로 없다. 북한은 그 점을 노린, 철저한 게릴라성 국지전이었다”라고 분석했다.

이기동위원은 “확전을 절대 원치 않는 미국과 중국이 한반도 문제에 강력히 개입되어 있는 상황에서 그 가능성은 거의 없다”라고 분석했다.

반면 백센터장은 “북한의 선택에 달렸다. 만약 북한이 이같은 수준의 도발을 또 감행한다면 이것은 사실상의 선전포고나 다름없는 것으로 우리 역시 여론상 또 그냥 당하고 있을 수만은 없기 때문에 그때는 확전이 불가피할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임교수는 “북한이 확전을 불사하겠다는 의도로 덫을 놓을 수도 있다. 우리가 거기에 말려들면 안 된다”라고 경고했다.

향후 한반도 정세 전망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당분간 지금의 경색 국면이 해를 넘겨서 내년 상반기까지 계속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서교수는 “소강 상태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다. 한국과 미국은 정치 일정이 있고, 북한은 북한대로 연평도 포격이 자신들의 승리라고 선전하면서 내부 선동에 열을 올릴 것이다”라고 말했다. 정위원은 “내년 상반기에 어떤 새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면 현 정부 임기 끝까지 이런 식의 냉각 체제로 가게 된다고 봐야 한다”라며 내년 상반기가 마지막 기회라고 분석했다. 윤교수는 “상당히 심각한 상황이며, 내년 하반기나 되어야 조금 변화의 움직임이 있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분석했다. 김교수는 “이번 일로 북·미 대화도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망했다. 이위원은 “한반도에서 본격적으로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가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다”라고 분석했고, 양교수는 “당분간은 밀고 당기기 경색 국면이 계속 되겠지만, 일정 수순이 되면 미국과 중국이 대화의 물꼬를 트지 않을까 생각한다”라는 기대 섞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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