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의 디지털 유산 관리 ‘제각각’
  • 조현주 기자 (cho@sisapress.com)
  • 승인 2010.12.06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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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법 따라 ‘제3자 양도·상속 제한’이 기본 원칙…KISO에서 표준 약관 마련하기 위해 ‘논의 중’

 

국내 포털 사이트는 사망자의 디지털 유산을 어떻게 관리하고 있을까. 포털 사이트는 일반적으로 제3자에게 양도·상속하는 것을 제한하는 민법 규정(제1005조 상속과 포괄적 권리 의무의 승계)을 디지털 유산 상속의 기본 원칙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한 법이 없는 상황에서 각 포털 사이트들이 실제로 대응하는 방법은 제각각이었다. 

먼저 싸이월드 미니홈피를 운영하고 있는 SK커뮤니케이션즈는 디지털 유산 관리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유가족이 고인의 미니홈피 관리와 관련해 다양한 요구를 해 오고 있기 때문이다. 올 1월부터 10월27일까지 유가족이 사망자 미니홈피의 비밀번호나 미니홈피 폐쇄 등을 요구한 사례가 총 82건에 이를 정도이다.

싸이월드 미니홈피, 유족 요청 시 계정 삭제

싸이월드 미니홈피는 현행 민법에 기준해 타인에게 승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미니홈피는 사진이나 다이어리 등 사생활 정보가 많은 공간이기에 원칙적으로 ID를 양도하는 것 또한 금지하고 있다. 사망한 회원의 미니홈피가 제3자에 의해 운영되는 경우는 ID 및 패스워드를 도용한 것으로 인정해 미니홈피를 폐쇄하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에 대해 SK커뮤니케이션즈 관계자는 “미니홈피를 폐쇄하는 것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제3자가 미니홈피를 운영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지만, 고인을 추모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미니홈피를 폐쇄하지 않는다. 또, 유족이 요청하면 사망자의 계정을 삭제하는 것은 가능하다. 이 경우 반드시 가족임을 증빙하는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은 유족이 사망자의 ID와 비밀번호 등을 물려받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유족이라고 할지라도 사망자의 계정을 이어받을 수 없으며 사망자의 이메일 내용 등을 공개하지 않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다만 유족의 요청이 있으면 블로그나 메일 등의 계정을 삭제하는 것은 가능하다. 계정을 삭제한 이후에는 콘텐츠를 열람하거나 백업할 수 없다. 다음커뮤니케이션 관계자는 “유족에게 사망자의 유품을 돌려준다는 점에서 디지털 유산 상속의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이메일 등은 상속되지 않는 권리로 판단하는 현행 판례를 따르고 있다”라고 말했다.

별도의 방침 없이 회원들의 요청이 있을 때마다 대응책을 마련하는 업체도 있다. 야후코리아는 디지털 유산 관리 및 상속과 관련한 방침을 마련해두고 있지 않다. 야후코리아의 한 관계자는 “‘디지털 유산 상속’을 요청한 사례 자체가 얼마 되지 않는다. 몇 년 전에 사망한 회원의 직계 가족이 사망증명서를 제출해 ID를 재사용할 수 있게 한 것이 전부이다. 관련법이나 회원들의 요청 사례 자체가 별로 없다 보니 별도의 원칙을 마련한 상태는 아니다. 관련법이 제정되거나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쪽에서 공동 방침이 내려진다면 이를 수용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네이버 역시 야후코리아와 마찬가지로 별도의 방침을 마련해두고 있지 않다. NHN 홍보팀 관계자는 “현재 디지털 유산 관리에 대한 별도의 방침이 있는 것은 아니다. 올해 9월 통신비밀보호법이 통과되었기 때문에 개인이 주고받은 쪽지나 메일 서비스 등은 백업이 불가능한 것이 전부이다. 또한 사망자의 ID와 비밀번호 역시 유족에게 공개하지 않는다. 최근 3개월 동안 사망자의 ID를 삭제(탈퇴)해 달라는 요청이 총 10건 정도 있었다.

이 경우는 유족의 입장을 받아들여 ID를 삭제했다. 그 밖에 사망자가 카페에 쓴 글은 이미 공개된 것이기 때문에 상속이 가능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역시도 네이버 자체에서 별도의 방침을 정하기보다는 KISO의 공동 방침을 따를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어디까지 상속 가능한 유산인지도 논란거리

▲ 연예인 싸이월드 미니홈피들.

향후 ‘디지털 유산법’이 제정된다면 포털업계는 어떻게 대응하게 될까. 이와 관련해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는 디지털 유산 관리에 관한 공통 정책안 및 표준 약관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다음커뮤니케이션, 야후코리아, SK커뮤니케이션즈, 엔에이치엔(NHN), 케이티하이텔, 하나로드림까지 인터넷자율정책기구의 여섯 개 회원사가 논의에 참여하고 있다.

KISO에서 공통 정책안을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디지털 유산의 범위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포털업계 대부분이 디지털 유산 상속의 필요성은 인정하고 있지만, 어디까지를 상속 가능한 디지털 유산의 범위로 볼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의견이 분분한 실정이다.

성동진 KISO 사무처장은 “공통 정책안을 마련하는 작업은 이제 시작 단계이다. 디지털 유산의 범주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져야 공통 정책안을 마련하는 것이 가능하다. 현재 진행 상황에서는 현금화가 가능한 포인트나 도토리, 게임 아이템과 같이 재산상의 의미가 있는 것들은 상속의 범주에 포함시키는 쪽으로 가고 있다. 또 사망자가 카페나 블로그 등에 공개한 게시글이나 계정도 유족의 요청이 있으면 상속이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비공개 카페에 올린 게시글이나 생전에 주고받은 이메일 등에 대해서는 좀 더 논의를 해야 한다. 사망자가 공개하기를 꺼려 하는 정보나 사망자와 연계된 다른 사람들의 개인정보가 누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향후 공동 정책안이 마련되어 디지털 유산 상속이 가능해지면 이를 어떤 식으로 공지할지도 문제이다.

성동진 사무처장은 “디지털 유산 상속이 본격화된다면 누구에게 상속할지가 가장 중요한 사안이 될 것이다. 사후에 유족이 요청하는 것 외에 살아 있을 때 미리 누구에게 상속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도 중요한 문제이다. 누구에게 상속할 것인지를 본인이 직접 결정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이는 각 포털회사가 약관에 반영하거나 가입 시 별도의 팝업창을 띄워 공지하는 식으로도 진행하면 되기 때문에 당장이라도 실행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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