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 내는 전기차, 선두에 누가 설까
  • 최주식│월간 <오토카 코리아> 편집장 ()
  • 승인 2010.12.13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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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자동차의 미래 트렌드로 자리 잡아…전세계 대다수 메이커 뛰어들어 기술 경쟁 치열

한때 폐기 처분된 것으로 여겨졌던 전기차가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하이브리드카가 토요타와 혼다 등 일본 메이커를 중심으로 개발·시판된 데 반해 전기차는 전세계 대다수 메이커가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그만큼 전기차가 미래 자동차의 동력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이다.

지금까지 대체연료 자동차의 미래는 하이브리드 그리고 수소연료 전지차가 대세를 이루고 있었다. 수소연료로 가기 위한 과도기적 자동차로서 하이브리드카는 예상을 넘어서는 성공을 거두었다. 하지만 여전히 연비나 CO2 배출량에 대해서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만큼 미래 연료로서 수소연료의 가치는 압도적이었다. 그러나 과도한 비용이 걸림돌이다. 이 틈을 전기차가 비집고 나타났다. 일부 전기차 모델들이 이미 도로를 달리기 시작한 것이다.

미쓰비시의 전기차 아이미브는 지난해 7월 일본에서 법인용으로 우선 시판되기 시작했다. BMW는 미니 전기차를 세계 여러 나라의 고객 5백여 명에게 전달해 일상생활에서 전기차 사용과 관련한 피드백을 받고 있다. 그리고 닛산은 최근 순수 전기차 리프를 생산하기 시작했는데, 이는 ‘2011 유럽 올해의 차’에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전기차가 이 상을 수상한 것은 지난 47년간 처음이다. 변화의 흐름을 보여주는 한 사례이다.  

▲ GM의 전기차 시보레 볼트가 세계 유수의 자동차 전문 매체인 가 뽑은 ‘2011 올해의 차’에 선정되었다. ⓒGM대우 제공

하이브리드·수소기술 떠나 전기차로 집중

르노-닛산의 CEO 카를로스 곤은 전기차 분야의 선두 주자가 되겠다는 의욕을 감추지 않는다. 그는 전기차 배터리 50만개를 만들 준비가 되어 있다는 야심찬 전기차 계획을 발표했다. 2011년 일본에 이어 프랑스 시장에서 전기차를 팔기 시작하고, 2012년부터 전세계 시장으로 영역을 확대할 전략이다. 이같은 플랜이 발표된 이후 르노는 하이브리드와 수소기술의 R&D(연구·개발) 자금을 모두 전기차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닛산과 르노는 정부 지원이 있는 나라에서만 전기차를 판매한다. 카를로스 곤은 적어도 3년 정도는 그런 재정 지원을 받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휘발유차보다 25%나 비싼 전기차를 아무런 지원 없이 팔 수는 없다는 것이다. 아울러 고객이 차를 다르게 소유·운용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 배터리가 너무 비싸기 때문에 차를 임대하는 방안도 그중 하나이다. 또 다른 방법으로 르노는 배터리를 교환하는 방법도 연구하고 있다.

유럽 최대의 자동차 메이커 폭스바겐은 2013년 완전한 전기차를 출시할 계획이다. CEO 마틴 빈터콘에 따르면 2018년까지 폭스바겐의 세계 시장 판매량 중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3%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이에 앞서 폭스바겐은 업(Up) 미니카의 완전 전기 버전 E-업(E-Up)을 E-골프 및 E-제타와 함께 출시할 계획이다. 폭스바겐은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전자연구소에서 배터리를 연구·개발하고 있다. 그 주역은 마틴 에버하드이다. 최근 뉴욕 증시에 상장한 전기 스포츠카의 선두 주자 테슬라 모터스의 공동 창업자이다. 에버하드는 기존 노트북 컴퓨터용과 비슷한 배터리를 자동차에 사용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한편 미국은 정부 차원에서 전기차에 적극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는 전기차 개발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80억 달러(약 10조2천2백40억원)를 메이커에 빌려준다. 이 지원을 받게 된 메이커는 포드, 닛산과 테슬라이다. 그리고 개발 대상은 포드의 전기차형 포커스, 닛산의 5인승 전기차와 전기차 전문 업체 테슬라의 모델 S이다. 그중 포드가 융자액이 가장 많아 2011년까지 59억 달러(약 7조5천4백2억원)를 받는다. 두 개의 트럭 공장을 개조해 전기차를 만들고, 아울러 시설을 개선한다.

그리고 GM은 자사의 시보레 볼트(VOLT)를 다방면에서 홍보하고 있다. 위축된 브랜드 이미지를 벗어나 전기차 분야에서는 앞선 메이커라는 인식으로 분위기를 반전시킨다는 전략이다. 그런데 볼트는 1.4ℓ 휘발유 엔진과 두 개의 전기모터를 갖고 있어 결국 순수 전기차가 아닌 하이브리드카가 아니냐는 반발에 직면해 해명을 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중국, 순수 전기차 구입 시 60만 위안 지원

▲ 현대차가 국내 최초로 개발한 전기차 ‘블루온’의 충전모습 ⓒ현대자동차 제공

중국 또한 전기차 개발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지난 5월 중앙정부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지원 시험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구입자에게는 최대 5만 위안(약 8백75만원), 순수 전기차에는 6만 위안(약 1천50만원)을 지원한다는 내용으로, 다만 대상 지역은 다섯 개 시로 한정했다. 그리고 중앙 정부는 중국의 두 개 전력회사, 3대 석유회사와 주요 전기장비 업체에 명령을 내렸다. 중국 전역에 전기차 충전소를 설치하라는 것이다.

메이커들도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베이징자동차(BAIC)는 이미 최초의 자력 개발 전기차를 선보였다. 베이징 자동차에 따르면 주행거리는 약 2백km, 0→시속 100km 가속에 15.0초 그리고 최고 시속은 1백60km. 플러그인 전기차인 이 차의 코드네임은 BE701. 출시 시기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2011년부터 한 해 2만~4만대 판매를 예상하고 있다.

독일의 다임러벤츠는 중국 메이커 BYD와 전기차 기술 협약을 체결했다. BYD의 배터리 기술과 벤츠의 자동차 제작 경험을 결합하는 방식이다. 다임러와 BYD는 중국 시장용으로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고, 중국 시장 전용 전기차를 개발한다. BYD(Build Your Dreams)는 기업가 왕 찬푸가 1995년 창업한 회사이다. 처음에는 노키아와 모토로라의 휴대전화 배터리를 만들었으나 최근 자동차 메이커로 급성장했다.

그밖에 프랑스의 푸조+시트로앵 그룹 PSA와 일본 미쓰비시가 공동으로 전기차를 개발한다. 프랑스의 자동차 부품 공급업체 발레오와 타이어 메이커 미쉐린이 손잡고 완전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만들 계획이라는 점도 이채롭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전기차 개발과 기술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대림대학 김필수 교수는 “전기차 성능을 결정짓는 배터리는 오히려 해외에 공급(LG화학은 GM과 포드에, 삼성SDI와 독일 보쉬가 합작한 SB리모티브는 BMW, 크라이슬러에 공급한다)할 정도로 세계적 수준이고, 배터리 매니저먼트 시스템(BMS)은 80~90% 정도 수준, 모터는 90~95% 정도의 수준이다”라고 말했다. 조금만 신경 쓰면 앞서나갈 수 있다는 얘기이다. 문제는 특허 기술 선점과 인프라 개발 노력 등인데, 이를 주도해나갈 정책 부서 간에 혼선이 여전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따로 구분하지 않고 전기차 핵심 기술을 가진 기업을 선별해서 중점 지원하고, 국토해양부, 지식경제부, 환경부, 녹색성장위원회 등 친환경 주관 부서들이 통합 논의를 해서 시너지 효과를 발생시켜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9월 유럽에서 판매되는 소형차 i10을 베이스로 개발한 전기차 블루온을 선보였다. 직접 타보니 주행 성능이 생각보다 괜찮았다. 그런데 가장 큰 걸림돌은 5천만원대 이상으로 예상되는 높은 가격이다. 현대차에 따르면 블루온은 올해 30대를 시범 운행하고, 내년에 2백50대를 생산해 공공 기관에 보급하며 2012년에는 2천대를 생산할 계획이다. 2012년 생산하는 2천대는 정부와의 약속이라는데, 상용화 계획은 세워져 있지 않다. 전기차를 구매하는 이들에게 실질적인 정부의 보조금이 지급되어야 판매가 가능하므로 정부의 눈치만 보고 있는 셈이다. 정부 역시 구체적인 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충전소 설치 등 인프라 구축에 대한 플랜도 마찬가지다(일본은 현재 전국적으로 1백50개의 고속 충전소가 마련되어 있다. 일본은 자동차 메이커와 전력회사 그리고 정부가 뭉쳐 일본의 충전 기술이 세계 표준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렇게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는 사이에 전기차의 주도권을 해외 메이커에 빼앗기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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