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열린 세상,‘혁명’은 즐거웠다
  • 이철현 기자 (lee@sisapress.com)
  • 승인 2010.12.13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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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선정 '21세기 첫 10년을 움직인 세계 10대 기술·제품'

 

  

 21세기 첫 10년이 끝머리에 왔다. 지난 10년 동안 세계는 요동쳤다. 미국은 9·11 테러에서 시작해 금융 위기로 흔들렸다. 한국은 외환위기 극복에서 시작해 한·미 FTA로 끝을 맺으며 급속한 글로벌화의 한가운데에 섰다.
 그 사이 우리 삶의 양태를 바꾼 혁신적인 기술들도 많이 생겨났다. 온갖 업종이 초고속 무선통신망(3G)을 바탕으로 새롭게 창출되거나 확장되었다. 소비자는 3G 통신망으로 연결된 스마트폰으로 텍스트·음악·동영상 데이터를 주고받는다. 소비자는 인터넷 자료 공유 프로그램이나 사이트에 접속해 디지털 파일 형태로 음악, 영화, 소프트웨어를 소비한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인간관계를 가상적으로 형성한다. 위치 정보 시스템(GPS)으로 길 안내를 받거나 친지의 위치를 확인한다. 디스플레이는 작고 가벼우면서도 자연색에 가까운 화질을 구현한다. 멀티플렉스 영화관, 쇼핑몰, 수족관, 식당가가 한곳에 밀집한 대형 쇼핑몰에서 한 계절만 입고 버리는 패스트패션 브랜드를 사는 일도 일상이 되었다.
 
<시사저널>은 2010년을 마감하는 시기를 맞아 21세기 초입인 지난 10년 동안 우리 삶을 바꾼 기술·제품 10가지를 선정했다.




 

 

 미국 애플은 지금까지 없던 시장을 창출하고 있다. 출시 제품마다 정보기술(IT) 산업의 지형을 뒤집어놓는다. 시장 파괴형 제품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애플은 IT산업의 총아로 떠올랐다. 애플을 이끄는 이는 스티브 잡스 회장이다. 애플 추종자들은 잡스를 ‘예수’에 비유한다. IT 산업의 예수는 2007년 스마트폰의 대명사가 된 아이폰을 세상에 선보였다. 아이폰은 출시 첫해에 5백40만대가 팔렸다. 아이폰3G가 지난 2008년 4분기에 나오자 6백89만대가 팔려나갔다. 그 뒤부터 분기마다 3백만대 이상 판매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아이폰4가 출시되자 1천4백10만대가 팔렸다. 시장 조사 기관 IDC에 따르면, 아이폰4는 올해 3분기에도 1천4백10만대나 판매되었다.   

아이폰은 스마트폰 열풍을 일으켰다. 스마트폰은 인터넷 검색과 멀티미디어 구현이 가능하게 했다. 카메라, 단문 메시지, MP3플레이어처럼 기존 휴대전화 단말기 기능에다가 전자우편, 웹문서 검색, 와이파이 접속 기능이 추가되었다. 단말기 기능은 애플리케이션 스토어에 올라온 30만개가 넘는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아 무한 확장된다. 애플리케이션은 게임, 위치 정보 시스템(GPS), 소셜네트워킹, 광고까지 아우른다.  애플은 지난 4월 태블릿PC 아이패드를 출시했다. 책, 간행물, 음악, 영화, 게임, 웹 콘텐츠까지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플랫폼으로 새로운 휴대용 단말기가 나온 것이다. 스마트폰과 노트북 컴퓨터의 중간 크기에다 무게는 6백80g에 불과하다. 아이패드는 출시 80일 만에 3백만대를 팔았다. 지난 2분기에는 4백19만대가 판매되었다. 시장 조사 기관 스트래티지어낼리틱스의 조사에 따르면, 아이패드는 태블릿PC 시장의 95%를 장악하고 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 신화의 시작은 아이팟이다. 애플은 지난 2001년 10월 MP3플레이어 아이팟을 출시했다. 아이팟 터치, 아이팟 나노, 아이팟 셔플, 아이팟 클래식까지 잇달아 출시하면서 휴대용 MP3플레이어 시장을 석권했다. 아이팟은 음악, 소프트웨어, 동영상 유통 채널인 아이튠스, 온라인 응용 프로그램 장터 애플리케이션 스토어와 함께 모바일 콘텐츠 생태계를 형성한다. 애플의 생태계는 아이폰, 아이패드와 결합하면서 무한 확장하고 있다. 지금 국내외 휴대전화 단말기 제조업체나 통신서비스 업체는 애플이 만든 모바일 생태계를 흉내 내기에 바쁘다.

 

 

 

▲ ⓒ연합뉴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인터넷에서 인간관계를 맺거나 강화하는 사이트이다. 지난 10년 SNS의 인기는 크게 높아졌다. SNS는 휴대전화와 결합하면서 모바일 접속이 가능해졌다. 통화·회의·쇼핑 기능까지 통합되면서 방문자 수는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세계 최대 SNS 사이트는 페이스북(Facebook)이다. 미국 하버드 대학 학생 마크 주커버그가 2004년 2월 하버드 대학 동창 모임 사이트를 개설했다. 시장 조사 기관 컴스코어가 지난 6월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페이스북의 방문자는 6억1천9백만명이나 되었다. 1년 전과 비교해 69%나 늘었다.

 페이스북과 함께 주목받는 것이 트위터이다. 트위터는 블로그, 친구 맺기, 메신저 기능을 한데 모아놓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이다. 미국인 잭 디시, 에번 윌리엄스, 비즈 스톤이 지난 2006년 공동 개발했다. 샌프란시스코 벤처기업 오비어스가 같은 해에 처음 개설했다. 국내에서는 NHN이 운영하는 미투데이가 트위터와 비슷한 개념의 SNS이다. SNS 효시는 미국 마이스페이스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비벌리힐스에 본사를 둔 SNS로 톰 앤더슨과 크리스토퍼 드울프가 설립했다. 2007년 누적 방문자 수가 1억명을 넘었으나 최근 페이스북의 기세에 눌려 방문자 수가 줄어들면서 엔터테인먼트 포털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미국 제약업체 화이자가 지난 1998년 출시한 비아그라는 발기부전 치료제이다. 비아그라는 구연산 실데나필이라는 활성 물질을 함유하고 있다. 이 약은 약물을 주사하거나 보형물을 삽입하는 외과적 처치 없이 복용만으로 성 기능을 회복시킨다. 그러나 시각 장애 등의 부작용 때문에 미국 식품의약청(FDA)은 1회 복용량을 50㎎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 약은 시판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매출액 50억 달러를 넘어설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시장 점유율은 지난 2000년 92%까지 올라갔으나 요즘은 50% 이하로 줄었다. 시알리스나 레비트라 같은 복제약이나 경쟁 약품이 잇달아 쏟아져 나오면서 시장을 잠식했기 때문이다. 비아그라 덕분에 남성의 성 기능은 비약적으로 확장되었다. 

 

 


▲ ⓒ시사저널 박은숙

유통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대량 생산과 소비가 자리 잡으면서 유통 구조나 거래 방식이 바뀌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 대형 할인점, 기가플렉스라고 일컫는 대형 쇼핑몰이 유통 혁명의 주역으로 나타나고 있다. 대형 할인점이나 쇼핑몰은 본부를 주축으로 해 수많은 점포를 집중 관리하는 방식으로 덩치를 키운다. 통신과 정보 처리 기기가 발달하면서 소비자 취향이나 욕구 변화 같은 소비 정보를 과학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대형 쇼핑업체는 이렇게 파악한 소비 정보에 맞춰 가격과 공급 물량을 결정한다.    

지난 10년간 유통 업태 가운데 가장 눈에 띄게 성장한 것은 온라인 쇼핑몰이다. 온라인 쇼핑몰은 성장 속도 면에서 오프라인 유통 채널을 압도한다. 지난 11월 마지막 목요일 미국 최대 쇼핑 시즌인 블랙프라이데이 기간 매출 증가율은 1%에 불과했다. 이에 비해 추수감사절 연휴가 끝난 월요일에 열린 사이버먼데이 매출 증가율은 20%에 가까웠다. 사이버먼데이는 추수감사절 연휴가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온 소비자들이 컴퓨터 앞에서 온라인 쇼핑을 즐기는 데서 유래했다. 사이버먼데이가 올해 처음으로 매출 규모에서 블랙프라이데이를 앞지른 것이다.

 

  

▲ ⓒ연합뉴스

구글은 인터넷 검색엔진이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원생 레리 페이지와 세르게인 브린이 지난 1998년 개발했다. 지난 10년 동안 야후, MSN, 라이코스를 제치고 세계 최대 검색엔진으로 자리 잡았다. 구글은 갖가지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주 수입원은 애드워즈 광고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마운틴뷰에 본사를 두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데이터센터에 100만개 이상의 서버를 운영하면서 매일 10억개가 넘는 검색 요청을 처리하고 있다. 구글은 검색엔진뿐 아니라 유튜브(동영상 커뮤니티), G메일(전자우편), 오굿(SNS), 구글 버즈(SNS), 크롬(웹브라우저), 피카사(사진 편집), 인스턴트메세징 프로그램까지 서비스를 확장하고 있다. 구글은 최근 모바일 운영체제 안드로이드를 개발·보급해 애플과 함께 모바일 운영체제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인터넷 조사 기관 알렉사에 따르면, 구글은 전세계인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웹사이트이다.

  

 

 

데스크톱, 노트북 컴퓨터, TV, 휴대전화 단말기, 태블릿PC 같은 전기·전자 제품의 눈부신 발전은 첨단 디스플레이 기술 없이는 불가능했다. 디스플레이 기술은 통신, 정보 처리, 오락 기기의 발전 양식을 결정하고 있다. 초박막 액정 표시장치(TFT-LCD)는 TV나 노트북 디스플레이로 채택되어 화질을 크게 개선하면서도 단말기의 크기와 무게는 줄였다. 발광다이오드(LED) 기술은 단말기 대형 TV 두께를 1㎝ 이하로 줄였다.  

 능동형 유기 발광다이오드(AMOLED)는 휴대전화 단말기의 두께는 줄이면서 화질은 비약적으로 개선했다. 이제 첨단 디스플레이 기술은 3D(입체) TV 및 휴대전화 화면을 구현하고 있다. 디스플레이 기술은 이제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로 이어지고 있다.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는 종이처럼 휘어지는 디스플레이로 단말기 휴대성을 크게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평면 디스플레이는 네덜란드 필립스가 처음으로 선보였으나 지금은 한국과 일본 업체가 기술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 ⓒ연합뉴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12월6일자 ‘세계를 훔친 남자들’이라는 제목의 특집 기사에서 10년 전 파일 공유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의 유통 방식을 혁신한 프로그래머 네 사람에 주목했다. 채 스무 살이 되지 않은 젊은이들은 음악·영화·게임이라는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디지털 코드로 바꾸고 인터넷에 올려 무료로 내려받는 디지털 콘텐츠 소비 환경을 만들어냈다. 숀 패닝은 지난 1999년 미국 노스이스턴 대학 신입생 시절 음악 공유 프로그램 냅스터(Napster)를 개발했다. 냅스터는 개인이 가진 음악(MP3) 파일을 인터넷을 통해 무료로 올리거나 내려받을 수 있게 해 음반업계를 대경실색하게 했다. 같은 해, 15세에 불과한 노르웨이 학생 존 레흐 조한센은 DVD 파일을 해독해 디지털 코드로 바꾸어 확산시켰다. 음반업계가 발매한 DVD 음반은 디지털 파일로 바뀌어 고스란히 무료 파일 공유 사이트에 올라왔다. 

 지난 1997년 미국 애리조나 세도나에 살던 18세 소년 저스틴 프랑켈은 무료 MP3플레이어 윈앰프를 개발했다. 인터넷에 올린 지 18개월 만에 1천5백만명이 내려받았다. 윈앰프는 인터넷에서 내려받은 무료 음악 파일을 들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프랑켈은 파일 공유 프로그램 그누텔라(Gnutella)까지 개발했다. 브람 코헨은 2001년 비트토렌트(BitTorrent)를 개발해 고용량 파일 공유를 편리하게 했다. 파일 공유 기술은 도입 초기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초토화할 것이라는 우려를 낳았다. 영화, 음악, TV 프로그램은 더 이상 돈 받고 팔 수 없을 것이라는 다소 성급한 전망까지 나왔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괴멸하리라는 시나리오는 실현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파일 공유 프로그램은 엔터테인먼트 콘텐츠가 생산·유통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었다.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파일 공유 프로그램이 바꾼 사업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음반 판매에 치중하던 사업 방식에서 탈피해 디지털 음원 판매라는 새 사업을 도입했다. 파일 공유 사이트는 마케팅 수단이자 유통 채널로 활용되는 방안이 꾸준히 시도되고 있다.




 

위치 정보 시스템(GPS)은 위성을 이용해 지구상 이동체의 위치를 거리와 속도로 측정하는 시스템이다. GPS는 원래 미국에서 군사용으로 개발해 민간용으로 개방한 시스템으로 위성 신호를 수신할 수 있는 수신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위치와 시간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교통 관제와 지리, 자동차 정보를 얻는 데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에서 구현되는 증강현실 기술도 GPS에 기초한다.  





 

 

ⓒ시사저널 임준선

 패스트패션은 소비자 기호에 맞춰 빠르게 패션 제품을 선보이고 유행이 지나면 바로 철수하는 패션 소매 방식을 일컫는다. 1990년대 말 시장에 기반한 사업 모델로 주목받다가 21세기 첫 10년 동안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자라’는 패션 소매 혁명의 대표 브랜드이다. 패스트패션업체는 봄가을 패션 주간에 나온 패션 흐름을 반영한 디자이너 제품을 낮은 가격에 대중 시장에 빠르게 출시한다. 자라를 비롯해 H&M이나 톱샵 같은 브랜드는 대형 직영 매장을 운영하는 방식으로 유통 비용을 줄여 싼 가격에 제품을 공급하고, 소비자의 요구를 정확하고 빠르게 파악해 상품에 반영한다. 고객 수요와 시장 상황에 따라 1~2주 만에 ‘다품종 대량 공급’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3G는 3세대 이동통신 기술 규격이다. 2㎓ 주파수를 사용하며, 전송 속도가 2Mbps에 달해 고용량 파일을 주고받는 데 편리하다. 통신서비스업체는 지난 2002년부터 수조 원씩 쏟아부으면서 3G 통신망을 구축했다. 이동통신 서비스가 음성통화 단계에서 벗어나 데이터통신으로 발전할 수 있는 것은 3G 통신망 덕이다. 국내외 통신서비스 업체는 지금 롱텀에볼루션(LTE) 투자에 나서고 있다. LTE는 3G 통신망을 장기적으로 진화시킨 기술이라는 뜻으로, 3G 네트워크가 채택한 고속 하향 패킷 접속 방식보다 12배 이상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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