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사업자 수, 누구 발목 잡을까
  • 채은하│프레시안 기자 ()
  • 승인 2010.12.13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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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 승인 심사에 여섯 개 컨소시엄이 신청…‘다수 승인’ 전망에 “미디어 시장 공멸” 우려도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 이하 방통위)의 종합편성 채널 선정 작업이 안팎에서 진통을 겪으면서도 연내에 마무리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방통위는 지난 12월1일 종합편성·보도전문 채널 승인 신청 접수를 마감하고, 8일 비공개로 심사위원회를 구성했다. 종합편성 채널에는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등 기존에 진출 의지를 밝혀왔던 언론사들과 티브로드(태광그룹) 등 여섯 개 컨소시엄이 신청했다. 보도전문 채널에는 CBS, 연합뉴스, 서울신문, 머니투데이, 헤럴드경제 등 다섯 개 예비 사업자가 신청했다.

▲ 12월1일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종합편성 채널 승인을 신청한 한 회사 관계자에 많은 취재진이 몰려 취재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방통위 “절대 평가·80점 이상 등이 원칙” 

종편 채널 희망 사업자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이다. 방통위는 각 법인에 참여한 주요 주주 명단이나 자본금 규모 등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고, ‘사업계획서 요약문’만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조선일보는 프로그램 이름까지 밝힐 정도로 편성할 프로그램을 구체적으로 공개했다. 이들은 김수현 작가의 36부작 드라마를 개국 특집 드라마로 편성하겠다고 밝히는가 하면, KBS 2TV <남자의 자격>에서 주목을 받은 뮤지컬 감독 박칼린씨를 진행자로 발탁해서 여성 토크쇼를 진행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앞서 조선일보는 자사 보도를 통해 △16개 지역 케이블TV와 공동 취재 제휴를 맺어 전국 뉴스 취재망을 갖췄으며 △국내 최대 드라마 제작사인 삼화네트웍스 등 총 50개 프로덕션과 제휴를 맺었다고 과시하기도 했다.

동아일보는 12월7일자 지면에 ‘동아일보는 이런 방송을 하겠습니다’라는 시리즈 기사를 냈다. 동아일보는 “주요 주주들은 우수한 신용등급을 유지하고 있으며 안정적인 재무구조와 양호한 현금 출자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최대 주주인 동아일보는 2010년 10월 현재 투자액의 2.4배에 이르는 자금 출자 능력을 확보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또 동아일보는 오는 12월10일 3년 만기 3백억 원어치의 회사채를 발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일보는 2015년 광고 매출 4천억원 달성, 2020년 가구 시청률 3.9% 실현을 목표로 내세웠다. 중앙일보는 저녁 8시부터 두 시간 동안 1백20분 메가시리즈를 편성하고, 메인 뉴스는 밤 10시부터 시작하겠다면서 미국 폭스TV와 <사이퍼>, 영국 BBC와 <화성에서 생긴 일>을 공동 제작하겠다고 밝혔다. 중앙일보는 주철환 전 OBS 사장을 방송제작본부장으로 영입한 상태이다. 

매일경제는 5년간 8천8백억원을 투입해 방송 4년차에 손익분기점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한국경제는 적극적인 외주 제작 등을 통해 일자리 1만6천개를 창출하고, 신입 채용 인원의 30%를 지방 출신 인력으로 뽑는 ‘인재 지역 할당제’를 실시하겠다고 약속했다. 태광그룹 역시 ‘24시간 방송 및 본방 100%’를 내놓았다. 태광측은 2015년에 4백35억원의 영업이익을 실현하고, 방송 개국 시점에 8백74명을 고용하겠다고 밝혔다.

여전히 미디어 시장의 관심은 방통위가 과연 몇 개의 사업자를 선정할 것이냐에 쏠려 있다.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절대 평가로 80점 이상의 점수를 받으면 수에 제한 없이 전부 다 허가하고, 80점 이하이면 하나도 선정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원칙’을 거듭 확인하고 있다.

전문가는 “현 시장에선 1개 사가 적당” 분석

전문가들은 ‘현 광고 시장에서 생존할 수 있는 종편 사업자는 한 개 정도’라는 분석을 내놓았으나, 방통위가 한 개만 선정할 가능성은 작다는 관측이 많다. 최시중 위원장 역시 “종편이 하나도 안 나와도 문제이고, 하나만 나와도 특혜 시비가 일 가능성이 많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차수 동아일보 방송추진본부장은 “기준이 엄격해서 1개 사만 될 것 같다”라며 ‘희망 섞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지만, 방통위가 ‘정치적 판단’을 배제한 선정을 하리라고 보기는 어렵다.

업계에서는 종편은 적으면 두 개, 많으면 네 개를 허용하고, 보도전문 채널은 두 개 사업자 정도가 최종 승인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익희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종편 사업자 접수를 마감한 다음 날인 12월2일 낸 보고서에서 “방통위가 절대 평가 방식을 택한 점으로 미루어 종편 채널은 최소 네 개 이상, 보도전문 채널은 두 개가량 선정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종편 채널이 네 개가량 선정된다고 해도 생존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것이다. 한익희 연구원은 “우리가 기억해야 할 대전제는, 매체가 많아진다고 광고 시장이 확대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향후 2~3년 동안 종편PP들은 대규모 적자를 낼 것이다”라고 내다보았다. 또 그는 “향후 광고 시장은 GDP 증가율 수준에서 확대될 전망인데, 종편의 출범은 케이블PP와 홈쇼핑 등의 광고를 빼앗아오며 광고 시장의 광고 구성비 변동만을 가져올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다수의 사업자를 선정하려는 움직임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최영묵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최근 국회에서 열린 한 토론회에서 “이제까지 신규 미디어 사업자를 선정하면서 숫자를 제한하지 않고 한 적이 없다. 영역도 나누어지지 않는 똑같은 사업자 다수를 동시에 진입시키는 것은 이번 종편 정책이 왜 말이 되지 않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종합편성 채널 사업자가 다수 진출할 경우 미디어 시장에는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 거대 신문사들이 구성한 컨소시엄이 선정될 경우 기존의 파워를 기반으로 시청률 이상의 광고를 끌어올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때문에 케이블PP와 중소 신문, 지방지 등 군소 매체들이 가장 먼저 타격을 받으리라는 전망이다. 조준상 공공미디어연구소 소장의 표현대로 전체 미디어 시장의 ‘총체적 혼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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