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정책 라인에 문제 있다”
  • 김지영 (young@sisapress.com)
  • 승인 2010.12.13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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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정보위 민주당 간사 최재성 의원 인터뷰 / “북한에 대해 잘 알고, 접촉해본 인물 거의 없어”

 

ⓒ시사저널 유장훈

지난 12월1일 국회 정보위원회(약칭 정보위)에서 김남수 국가정보원 3차장은 “지난 8월 북한의 서해 도발 지시를 감청해 청와대와 군에 알렸다”라고 발언했다. 국정원의 대북 정보력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는 시점에서 나온 발언이었다. 그런데 ‘대북 감청’이나 ‘대통령 보고’ 등과 같은 1급 보안 내용이 언론에 그대로 보도되면서 큰 파문이 일었다. 다음 날 청와대는 “정보 책임자로서 적절치 않은 발언이다”라며 국정원을 향해 유감을 피력했다. 한나라당 최고위원들도 원세훈 국정원장을 향해 ‘퇴진론’까지 꺼내며 날을 세우고 나섰다. ‘연평도 포격’의 파편이 국정원을 향하는 흐름이다. 12월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회 정보위 민주당 간사인 최재성 의원을 만나 비공개로 진행되는 정보위 내부 분위기를 전해들었다. 

국정원은 정보위 보고 내용이 언론에 공개된 데 강한 유감을 피력했다.

당시 정보위의 한 위원이 “북한의 서해 5도에 대한 대규모 공격에 대해 정보를 확인했느냐”라고 질문하자, (김남수) 3차장이 “8월에 확인했고,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라고 말했다. 만약 사실이 아니라면 원세훈 원장이 다른 의견을 냈어야 하는데, 가만히 있었다.

정보위의 요즘 분위기는 어떤가?

(국정원은) 답변을 잘 안 한다. 그나마 야당의 팀워크가 되니까, 뉴스거리도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국정원이 정보위에 임하는 자세에 문제가 있다. K9 자주포의 북한 피탄 지점을 권영세 정보위원장이 국정원과 상의해서 공개했는데,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것도 ‘대통령 보고’ 논란이 일어난 바로 다음 날(12월2일)이었다. 논란을 덮기 위한 의도가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최근 국정원의 대북 정보력이 비판의 도마에 오르고 있다.

국정감사 때 시찰해보니, 우리 군의 감청 능력은 미국보다 낫다고 하더라. 미국과 정보 수집 협조 체제도 잘 구축되어 있다. 정보 탐지 능력은 상당한 수준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정보 기관의) 분석과 판단 능력이다. 지난 8월에 대규모 공격에 대한 정보를 탐지했으면 거기에 대비했어야 한다. 하지만 “NLL 남쪽 해상으로 포격할 것으로 예상했다”라고 안일하게 분석했다. 그런 마당에 어떻게 제대로 된 대응이 나오겠는가.

국정원 내에 대북 전문가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동의한다. 무엇보다 정치·군사적으로 북한을 잘 아는 사람들이 정책의 결정 라인에 없다는 점이 문제이다. 북한을 잘 안다는 것은 정보 수집의 문제가 아니다. 그보다는 북한과 일을 해보고, 북한에 대해 알고자 노력하는 사람이 정책 라인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것 같지 않다.  

‘휴민트(인적 정보)’의 문제는 어떻게 보는가?

그것도 부실한 것 같다. 북한에 대해 잘 알고, 접촉해본 라인이 거의 없는데 휴민트의 깊이가 얼마나 깊겠는가. 떠도는 정보를 수집하는 수준일 것이다. 

국정원과 군의 정보 교류는 잘 이루어지고 있다고 보는가?

국정원은 정보의 총괄 기관인데 실제로 군과 국정원의 정보 교류가 제대로 되는지 잘 모르겠다. 제대로 판단할 수 있는 유용한 정보의 협력 체계가 구축되어야 한다. 하지만 국정원은 군 정보를 그대로 흡수하는 정도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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