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 1호’ 북한 5대 비대칭 전력
  • 양욱│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
  • 승인 2010.12.13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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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만명의 특수전 병력은 실질적 위협…국군은 2만여 명, 산술적으로는 10 대 1

 

▲ ⓒAP연합

 

 지난 12월3일 김관진 국방부장관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현 시점에서는 북한의 비대칭 전력을 이용한 추가적 도발이 가장 큰 위협이다”라고 말했다. 김장관의 말처럼 현대 전쟁에서 가장 껄끄러운 대상이 바로 비대칭 전력이다. 쉽게 말해 적은 가질 수 있으나 우리는 가질 수 없는 것이 비대칭 전력이기 때문이다. 물론 적이 저렴하게 투자한 전력이지만 우리가 방어할 때 엄청난 비용이 드는 것도 비대칭 전력이 된다. 미국이 빈 라덴을 잡기 위해 대테러 전쟁에 들인 비용은 1991년 걸프 전쟁의 다섯 배를 넘었다.

핵·생화학 무기, 스커드 미사일 위력 가공 

북한의 비대칭 전력은 대표적으로 특수부대, 장사정포와 미사일, 잠수함, 사이버전, 핵무기와 생화학무기 등 다섯 가지이다. 이 가운데 가공할 만한 살상력을 가진 것은 역시 핵과 생화학무기이다. 핵무기와 화생무기의 경우, 북한은 30~40㎏의 플루토늄을 보유해 5~8개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북한이 보유한 화학작용제는 2천5백~5천t으로, 서울시 면적의 네 배인 2천5백㎢를 오염시킬 수 있는 양에 해당한다. 이를 전량 화학탄으로 만든다면 62만5천발에서 최대 1백25만발까지 제조할 수 있다. 이런 화학탄은 박격포, 야포, 다연장, FROG, 스커드·노동 미사일, 항공기 등을 이용해 투발할 수 있는데, 북한이 가장 많이 보유한 1백22㎜ 야포 1개 대대(18문)에서 1발씩만 투발해도 축구장 5개 면적인 3만6천㎡를 오염시킬 수 있다.

▲ 북한의 비대칭 전력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특수부대이다. 아래는 ‘인간 폭탄’ 임무를 맡은 북한 여군 특수부대원. ⓒPUBLIC DOMAIN

특히 스커드 미사일을 사용할 경우 그 위협은 상상을 초월한다. 역사적인 예를 들어보자. 이란-이라크 전쟁 동안 사담 후세인은 이란으로 3백50발의 스커드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런 미사일들은 사정거리를 늘리기 위한 개량으로 오차율이 1km에 이를 정도로 정확성이 매우 떨어졌다. 하지만 인구 밀집 지역에 떨어졌을 경우에 그 위협은 엄청났다. 1991년 걸프전 당시 이라크는 스커드 미사일 42발을 이스라엘로 발사했다. 그중 몇 발이 텔아비브와 하이파의 인구 밀집 지역에 떨어져 1천5백87채의 아파트가 파괴되고 5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런 위협에 대항할 우리의 수단은 한·미 연합 자산, 즉 우리 군의 최첨단 F-15K 전투기나 미군의 F-15E, F-16, F-22 랩터 전투기 등에 의한 정밀 타격이다. 하지만 다시 역사의 기록을 살펴보면 이런 자산들에 의한 스커드 사냥은 전혀 효율적이지 못했다. 걸프전에서 미국은 이른바 ‘스커드 대(大)사냥’을 펼치면서 무려 2천4백93회의 임무를 수행했다. 미국과 영국 최고의 특수부대가 이라크 후방 깊숙이 침투해 미사일의 이동식 발사대를 탐지하고 다국적군 공군의 최첨단 전투기와 공조해 공격하는 임무를 수행했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했다. 단 한 대의 발사기도 파괴하지 못했던 것이다.

정찰국 소속 특수부대도 요주의 대상

비대칭 전력 가운데 가장 실질적으로 위협이 되는 것은 특수부대이다. 북한은 이미 3백여 차례 이상 대남 침투를 했다. 가장 대규모였던 것은 1백20명의 북한 요원이 침투했던 1968년 10월의 울진·삼척 무장공비 침투 사건이었다. 이 당시 우리 군·경과 예비군은 본격적인 토벌 작전에 착수해 12월28일까지 약 2개월간 계속된 작전에서 공비 1백13명을 사살하고 7명을 생포했다. 침투한 1백20명을 모두 소탕했으며, 우리측도 군·경과 일반인 등 20여 명이 사망하는 희생을 치렀다.

북한의 특수전 병력은 정찰국 및 11군단(옛 경보교도지도국) 예하부대, 군단(사단) 경보병·저격·정찰 부대, 해·공군 저격·정찰 부대 등으로 모두 합쳐 20여 만명 수준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북한은 최근 3년간 특수부대의 재배치를 진행해왔는데, 특히 7개 경보병 사단을 창설해 최전방으로 배치한 후 전투 서열을 제1번으로 높였다. 1개 경보병 사단은 7천명 수준으로 약 5만여 명의 특수전 전력이 전진 배치된 셈이다. 반면 우리 군은 특전사 예하 공수특전여단, 특공여단, 수색부대 등 2만여 명 남짓한 특수전 병력을 보유하고 있어, 산술적으로는 10 대 1의 불균형 상황이다.

▲ 국가대테러부대가 테러에 대비해 훈련하고 있다. ⓒ사진제공 양욱

그러나 엄격하게 보자면 북한의 특수부대 20만명을 모두 특수전부대로 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특히 각급 경보병부대들은 보병을 정예화했다는 것이지, 진정한 의미의 특수전부대로 보기는 어렵다. 북한군은 아군의 후방을 직접적으로 타격하는 강력한 경보병에 중점을 둔 반면, 우리 군은 전문적인 팀 위주의 특수부대를 운용하고 있다. 우리 군도 해병대나 기타 육군의 정예 경보병부대에게 적합한 임무를 부여한다면 충분한 적 후방 타격 능력을 갖출 수 있다.

북한이 이렇게 특수부대를 양성하고 있는 것은 한·미 연합 전력의 정밀 타격 능력과 한반도 지형상 기계화 부대의 이동이 쉽지 않다는 약점을 보완하려는 것이다. 특수부대 전력을 활용하면 빠른 시간 내 전장 상황을 피아 혼재 상태로 만드는 전술을 펼칠 수 있어, 아군과 적군을 구분할 수 없는 국면이 되어 정밀무기로 타격이 힘들고 후방 지역에도 큰 혼란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비무장지대(DMZ)의 크고 작은 총격 도발에서부터 연평도 피격 사건에 이르기까지 북한은 휴전 이후 끊임없이 도발을 계속하고 있다. 많은 국민이 이런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은 세간의 관심이 북한의 도발보다는 월드컵과 같은 국제 이벤트 또는 주식이나 부동산 시세와 같은 경제 이슈에 몰려 있기 때문일지 모른다. 또한 휴전 이후 지금까지 제2차 한국전쟁에 해당할 만큼의 대규모 도발이 없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남북한이 전면전을 펼칠 수 없는 현재와 같은 국면에서는 본격적인 군사 작전이 이루어지기는 힘들다. 북한으로서도 이런 도발은 후계 구도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지, 남북한의 2차 전면전을 위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 특수부대의 도발이 있다면 경보병부대나 저격부대의 타격 작전보다는 정찰국 소속 특수부대의 파괴 공작이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명백한 위협이 된다.

우리 사회에는 이미 많은 북한 공작원들이 침투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고(故)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를 살해하기 위해 남파된 간첩들 가운데 올해 체포된 인원도 세 명이다. 북한의 특수부대를 양성하는 경보교도지도국의 임태영 중장은 남한에 무려 27번이나 침투해 ‘공화국 영웅’ 칭호를 두 차례나 받았다고 한다. 개방된 민주 사회인 만큼 공작원의 침투가 용이한 것이 우리 사회이다.

물론 이런 북한의 테러에 대한 대비책으로 우리는 국가 대테러 역량을 갖추고 있다. 최악의 상황에는 육군 707 특수임무부대, 경찰특공대, 헌병 특수임무부대 등 국가 대테러 부대들이 총동원된다. 이에 앞서 국가정보원과 경찰의 수사력으로 대형 사건의 발생을 방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한정된 자원만으로 다각적인 비대칭 전력의 공격을 대응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정치적 이념이나 성향과는 무관하게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이런 안보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국가를 지키기 위해 언제든 싸울 수 있는 자세를 갖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가진 가장 최고의 전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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