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진의 軍‘자위권’ 성능은?
  • 감명국 (kham@sisapress.com)
  • 승인 2010.12.13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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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진 신임 국방부장관이 취임하자마자 ‘자위권’을 강하게 외치고 나섰다. 김장관이 말하는 자위권의 정확한 개념은 무엇이며, 향후 북한의 도발이 다시 일어날 경우 자위권을 발동하면 한반도에서는 어떤 사태가 벌어질까. 또 그가 이끄는 한국군의 미래는 어떠할까. 

 “기존 비례성의 원칙을 적극적으로 해석해 적을 응징할 수 있는 여건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교전규칙을 개정·보완하겠다.”

“향후 북한이 남한 영토와 국민을 공격한다면 교전규칙이 아닌 자위권 차원에서 대응할 것이다.”

앞의 발언은 김태영 전 국방부장관이 11월30일 국회 국방위 업무보고 때 한 말이다. 뒤의 발언은 김관진 신임 국방부장관이 12월6일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밝힌 내용이다. 연평도 피격 사태에 대한 향후 군의 대응 방향을 묻는 질문에 전임 국방부장관은 ‘교전규칙’의 개정을, 신임 국방부장관은 ‘자위권’의 발동을 각각 강하게 주장하고 나섰다. 연평도 피격 이후 대한민국에는 때아닌 교전규칙과 자위권에 대한 개념 논란이 한창이다. 전·현직 국방부장관이 각각 달리 찍은 방점과 궤를 같이해서, 초기에는 교전규칙이, 지금은 자위권이 대한민국을 사로잡은 화두가 되고 있다. 김관진 장관이 말하는 자위권은 무엇인가. 그는 왜 취임하자마자 ‘뜨거운 감자’였던 교전규칙을 뒤켠으로 제쳐 놓았을까. 그리고 자위권을 즉각 발동하겠다는 김장관의 의지대로라면 향후 북한이 연평도 사태와 유사한 도발을 했을 때 한반도에는 어떤 사태가 예상될까.

지난 12월8일 서울 합동참모본부에서 한·미 합참의장 회의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우리의 관심은 역시 자위권과 교전규칙이었다. 하지만 마이크 멀린 미군 합참의장은 교전규칙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자위권에 대해서도 “그것은 한국이 알아서 할 일이다”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날의 주된 의제는 ‘국지 도발 대비 계획’이었다.

군사 전문가인 김종대 <D&D포커스> 편집장은 “한민구 합참의장이 교전규칙을 얘기해도, 우리 기자가 자위권을 물어봐도  마이크 멀린 미 합참의장은 이에 대해 별다른 관심을 나타내지 않았다. 한·미 합참의장 회의가 열리니까 교전규칙이니 자위권이니 하는 얘기는 전혀 없이 다짜고짜 국지 도발 대비 계획만 얘기했잖은가. 그것이 바로 본론이다. 자위권은 각국이 다 주권으로 갖고 있는 보편타당한 개념이다. 교전규칙은 현장 지휘관들에게 평소 주지시키는 일종의 군사 지침이다. 따라서 이는 한·미 양국의 합참의장이 따로 만나서 논의할 사항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국지 도발에는 ‘평시작전계획’이 최적합

국지 도발 대비 계획이란, 말 그대로 북한이 국지적인 도발을 일으킬 때 한·미 양국의 군대가 취할 대응 매뉴얼이다. 일반적으로 군에서 분류하는 위기 대응 메뉴얼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전시작전계획이 있고, 평시작전계획이 있다. 그리고 교전규칙이 있다. 김종대 편집장은 “전시작전계획은 지난 11월28일 서해상에서 한·미 연합 훈련이 벌어진 것처럼 그야말로 전면전에 대비한 한·미 양국의 합동 군사 대응이다. 이에 비해서 평시작전계획은 바로 이번에 논의된 국지 도발 대비 계획이라 할 수 있다. 전면전은 아니지만, 국지전이 전개될 경우 어떻게 대응하느냐는 것이다. 이번 연평도 포격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 두 가지가 준비된 작전 계획이고, 교전규칙은 작전 개념이라기보다는 평소 현장 지휘관들에게 작전 예규, 교전 수칙, 군사 지침 등을 내려주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국방부장관을 역임한 한나라당 김장수 의원은 “교전규칙도 전시교전규칙과 평시교전규칙으로 나뉜다. 예를 들어 전시라 하더라도 민간인을 살상해서는 안 되고, 문화재는 파괴해서는 안 된다는 지침이 있다. 평시교전규칙은 주로 정전 관리에 중점을 둔 것이다. 우발적 충돌이 확전화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이다”라고 설명했다.

국방 분야 전문가들은 연평도 피격 사태에서 한국군이 적용해야 할 대응 매뉴얼을 위의 세 가지 경우에서 굳이 꼽는다면 평시작전계획이 가장 적합하다고 입을 모은다. 즉, 국지 도발 대비 계획이 그것이다. 이번 한·미 합참 의장 회의에서 양국의 합참의장은 “향후 한국군이 주도하고 미군이 지원하는 방향으로 이른 시일 내에 (국지 도발 대비 계획을) 전면 보완키로 했다”라고 발표했다.

그러자 일각에서는 “그렇다면 지금까지는 한국군이 주도하지 못하고 미군의 승인을 받아야 했다는 말인가”라는 의문이 제기되기에 이르렀다. 때마침 이런 논란을 확산시키는 언론 보도가 잇따랐다.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전략비서관을 지낸 박선원 전 비서관이 12월5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공군기 F-15K의 폭격은 한국 대통령의 권한이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한국일보는 12월10일자에서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9일 “(연평도 포격) 당시 북한의 포격이 두 차례나 계속되자 합동참모본부가 한·미연합사에 전투기 폭격을 건의했으나, 한·미연합사가 만류해 결과적으로 선택을 주저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라고 보도했다.

공군기 출격, 한국 마음대로 안 된다?

▲ 이명박 대통령이 11월23일 합동참모본부 지휘통제실에서 월터 샤프 주한미군사령관으로부터 화상을 통해 작전 상황을 보고받고 있다. ⓒ연합뉴스

이는 큰 파장을 몰고 왔다. 지난 1994년 평시작전통제권을 한국이 환수했지만, 여전히 한반도의 위기 상황에서 우리 군은  스스로 군사력을 행사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기에 이르렀다. 지금까지 국지 도발 대비 계획 역시 실제 미군이 주도한 것이 아니었겠느냐는 반문도 나왔다. 이에 대해 국방 전문가들은 “이번 연평도 피격 사태는 교전규칙도 평시작전계획도 아닌 자위권 차원에서 대응했어야 함에도 군이 그렇게 하지 못한 분명한 실수를 저질렀다”라며 개념 논란에 대한 혼선을 경계했다. 

김장수 의원은 “우리 합참이 공군기를 출격시키면서 미군측에 통보하는 것은 ‘한·미 연합 권한 위임사항(CODA)’ 차원에 따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CODA는 평시에도 연합 위기관리, 연합 작전 계획 수립, 연합 정보 관리 등의 차원에서 일부 권한을 한·미연합사령관에게 위임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어디까지나 자위권 대응 차원이고, 따라서 이는 통보 사항이지 승인 사항이 아니다. 이번 사태 역시 보도대로라면, 한·미연합사가 자기 의견을 제시한 것일 뿐인데, 우리 합참이 이를 그대로 수용해버린 결과로 볼 수 있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자위권은 교전규칙이나 국지 도발 대비 계획, CODA 등 그 어떤 조항으로도 침해받을 수 없는 최상위 규정이다. 이것은 유엔 헌장 51조가 명시한 대로 국제법상 보장된 한 나라의 주권이다”라고 강조했다.

박선원 전 비서관 등 일부의 주장처럼, CODA가 걸림돌로 있다 하더라도 자위권 행사 자체는 그 어떤 규정으로도 막을 수 없다는 주장이다. CODA는 1994년 한국군이 평시작전통제권을 미군으로부터 넘겨받으면서 한·미연합사령부의 권한으로 남겨 놓은 일부 사항에 대해 규정한 것을 말한다. 그 정확한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전투기 폭격 등 일부 사항은 미군 쪽의 권한일 것으로 추정하는 의견도 있다.

이대통령, 참모들에게 “자리 싸움이냐” 격노

현재 한나라당 국책자문위원 국방 분야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한광문 한국위기관리연구소 기조실장(예비역 육군 소장)은 “일단 평시에서 데프콘 상황으로 넘어가면 작전통제권을 미군이 행사하게 된다. 현장에서는 평시에서 데프콘으로 넘어가는 상황을 두부 자르듯이 딱 잘라 구분할 수 없기 때문에 한·미 간의 협의와 정보 공유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라고 밝혔다. 그는 “일각에서는 합참의장에게, 또 국방부장관에게 왜 공군기 폭격을 못했느냐고 비판한다. 하지만, 솔직히 이것은 대통령의 결심이 필요한 사항이다. 따라서 김관진 신임 장관이 취임 일성으로 ‘향후 북한이 도발하면 공군기로 폭격하겠다’라고 천명한 것은 대통령의 승인을 받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김관진 신임 장관이 계속 자위권을 강조하는 것 또한, 여러 가지 제약이 뒤따르는 교전규칙, 국지 도발 대비 계획, CODA 등과 관계없이 급박한 상황에서의 판단을 우리 군 스스로가 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인 것으로 군 주변에서는 해석하고 있다. 이대통령 또한 김장관에게 상당한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익히 알려졌다시피 당초 국방부장관에는 이희원 안보특보가 유력하다는 소문과 함께 일부 언론에서는 그를 장관 내정자로 보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대통령이 김장관을 지금의 안보 위기라는 난관을 헤쳐갈 적임자로 낙점하는 과정에서 “이 혼란스러운 와중에 청와대 참모들은 자리싸움에나 몰두하고 있었다”라며 크게 질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정 지역 출신 중심의 이른바 정권 실세들이 밀어주던 국방부장관 ‘0순위’의 이특보를 배제시킨 것이다. 이를 두고 군 주변에서는 영남 군맥, 특히 대통령을 에워싼 경북 상주 출신 ‘이너서클’의 완패로 보고 있다. 이대통령은 장관 내정에 앞서 자신이 직접 김장관과 장시간 면담을 하며 현 안보 상황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 면에서 김장관이 취임 일성으로 “교전규칙이 아닌 자위권으로 대응하겠다”라고 한 것은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는 평이다. 

김종대 편집장은 “이번 연평도 피격 사건은 우리 스스로가 우리에게 주어진 권한인 자위권 행사를 제대로 못한 사건으로 명명될 수밖에 없다. 1차 포격이 있었을 때 자위권 행사 차원에서 정확하게 포격 원점을 제압했어야 했는데, 그것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에 연이어 2차 포격을 당한 것이다”라고 규정했다.

 국방 전문가들이 말하는 ‘자위권 발동 시 한반도 상황’ 시나리오

김관진 신임 국방부장관이 강조하는 것처럼, 향후 ‘연평도 포격 사건’과 유사한 북한의 도발이 있을 때 한국군이 강력한 자위권을 발동한다면 한반도 상황은 어떻게 전개될까.

국회 국방위 소속인 김동성 한나라당 의원은 최근 군 관계자들과 만나 대화한 내용을 기자에게 귀띔했다. 그는 “11월23일 연평도 포격 당시 우리 공군기 여섯 대가 떴다고 한다. 만약 우리 공군기가 북한의 포격 원점지를 폭격했을 경우, 이후 북한의 대응 시나리오에 대해서 군 관계자들은 다음의 3단계를 말하더라. 우선 1단계로 미그기가 출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공군력으로 충분히 제압이 가능하다고 한다. 2단계로 지대공 미사일을 발사한다는 것인데, 이 또한 우리 전투기의 회피 능력이 충분하다고 한다. 그럴 경우 북한이 손들고 마느냐, 아니냐의 기로에 서게 되는데, 북한은 마지막으로 서해안 황해도에 있는 3백여 문 이상의 모든 포의 화력을 동원해서 우리의 백령도, 연평도 일대를 초토화시킬 수도 있다는 예상을 하더라. 그러면 우리도 후방에 대기 중이던 나머지 공군기를 출격시킬 수밖에 없고, 그렇게 할 경우 그야말로 전면전이 되는 것이다. 물론 김정일 입장에서 전면전은 쉽지 않다는 전망도 나오지만, 아무튼 우리 군은 만약의 0.1%라도 대비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국방 전문가들은 “우리가 강력한 자위권을 행사할 경우, 상당한 피해가 불가피한 북한이 또 다른 형태의 국지전이나 테러 수단을 써 오겠지만, 당장 전면전으로 확전시키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전망하고 있다.

군사 전문가인 김종대 <D&D포커스> 편집장은 “군사 작전은 가장 간명하면서도 짧아야 한다. 북한이 포격 도발을 했을 때 자위권 차원에서 우리의 목표는 딱 하나, 저들의 포격 원점만 타격하면 되는 것이다. 그 작전만 수행할 공군기가 출격해서 재빨리 포격 원점만 타격하고 바로 철수하면 상황은 종료된다. 몇 분도 안 걸린다”라고 밝혔다. 한철용 전 국군정보부대장(예비역 육군 소장)은 “북한은 과격한 듯하지만 의외로 또 상당히 신중하다. 우리가 예상 외의 강력한 대응을 하면 저쪽에서 움찔할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지역에서 국지전 충돌 가능성은 있겠지만, 확전은 안 될 것이다”라는 견해를 나타냈다.  

한광문 한국위기관리연구소 기조실장(예비역 육군 소장) 은 “북한이 피해를 당했다면, 그들로서는 확전보다는 또 다른 형태의 대남 압박을 가해 올 것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개성공단에 있는 우리 국민들이다. 최악의 경우 그들은 수백 명의 우리 근로자를 인질로 삼을 수도 있다”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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