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행복, ‘균형 조정’에 달렸다”
  • 조홍래│편집위원 (sisa@sisapress.com)
  • 승인 2010.12.20 18:4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그미 틴레이 부탄 총리의 유엔 총회 연설 내용 ‘화제’…미국 제프리 삭스 교수도 ‘맞장구’

 

▲ 지난 9월20일 열린 유엔 총회에서 지그미 틴레이 부탄 총리가 ‘밀레니엄 개발 목표’에 대해 연설하고 있다. ⓒAP연합

히말라야의 불교 왕국 부탄의 지그미 틴레이 총리는 지난 9월 유엔총회 연설에서 21세기에 인류가 직면한 공통의 과제가 무엇이냐는 역사적 질문을 던졌다. “모든 인류가 기본적 생존권을 능가하는 삶을 누리는 이 시점에서 인류 공동체의 발전을 위해 어떤 공동 노력을 해야 하는가?”

그의 연설에 감명받은 많은 사람 중에는 빈곤 퇴치를 위한 다소 이단적인 경제 이론으로 유명한 미국 콜롬비아 대학의 제프리 삭스 교수도 있었다. 콜롬비아 대학 부설 지구연구소 소장이기도 한 삭스 교수는 최근 뉴욕타임스 칼럼에서 오늘의 문명에 대한 참회록을 쓰듯 이 시대의 도전에 대한 해답을 모색했다. 틴레이 총리의 연설 내용과 삭스 교수의 칼럼 내용을 요약했다.

▒ 삭스 교수의 칼럼 주요 내용

틴레이 총리가 소개한 히말라야 왕국의 위대한 전통에 따르면, 행복은 단순히 소득을 추구하는 데서는 오지 않는다. 세상은 그 이상적 균형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다. 수많은 경제학자들이 수요와 공급의 차이를 좁히고 적절한 통화 가치를 정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사회적 불평등은 거시 경제 시절보다 더 심화되었다. 도대체 물질적 소득과 정신적 만족 사이에 균형이 보이지 않는다. 생산과 환경적 지속성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이 인간에게는 없어 보인다. 2011년과 그 이후의 최대 도전은 올바른 균형을 찾는 것이다.

불균형이 가장 심한 곳은 미국이다. 주택 버블과 높은 실업 그리고 통제를 벗어난 예산 적자 속에서도 미국은 여전히 생산적이고 역동적인 경제를 누리고 있다. 하지만 무슨 소용이 있는가. 맨해튼의 대형 애플 상점 앞에는 낮이나 밤이나 구직자들이 긴 줄을 서 있다. 이런 현상은 미국이 아직도 위기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의 소득 격차는 현기증이 날 정도이다. 최고 부자 1%가 차지하는 부가 최빈 가족 99%가 갖는 부와 맞먹는다. 미국의 소득 불균형의 심도는 대공황 시절을 능가한다.

1994년 유엔기후협약이 발효된 이래 16년 동안 세계 정부들은 해마다 회의를 열어 인간이 만든 기후 재앙을 방지하는 묘안을 찾았으나 어떤 합의도 이루지 못했다. 1백40개국 지도자들이 지난 9월 유엔에 모여 ‘밀레니엄 개발 목표’를 재추진하기로 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이 목표는 빈곤, 기아, 질병을 퇴치하기 위해 모든 정부가 합의한 21세기의 공동 목표이다. 전쟁과 소요 그리고 경기 침체 상황에서도 이 목표는 모든 국가의 정치에서 우선 과제로 자리 잡았다.

부자 나라들은 가난한 나라들을 금융과 물자로 돕겠다는 거창한 약속을 수없이 했지만 실현되지는 않았다. 올바른 균형을 새 목표로 설정한 ‘밀레니엄 개발 목표’는 인류의 대의(大義)가 되어야 한다. 지난 10년간 각자의 이익과 군사 목표를 위해 벌인 몰지각한 경쟁은 삶의 질을 한 단계 떨어뜨렸다. 이제는 마음과 정신을 다시 가다듬을 때이다. 열쇠는, 원하는 것과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확실히 분별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들 개인과 정치 에너지의 균형을 재조정하는 데 있다. 

‘밀레니엄 개발 목표’ 위해 재조정해야 할 것들

먼저 부자와 가난한 사람 사이를 재조정해야 한다. G-8으로 시작된 소규모의 경제 그룹은 G-20으로 확대되었다. 여기에는 중국, 인도, 브라질과 함께 신생 경제국들도 포함되었다. 이 그룹을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 균형 조정은 현재와 미래 사이에서 일어나야 한다. 미국인과 많은 다른 나라의 소비자들은 저축을 중지하고 무책임한 대출자들이 제공하는 신용카드 론과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다투어 낚아챘다. 마침내 재정적 추락이 왔다. 미래를 기만한 오만에 대한 징벌이다. 

 세 번째 균형 조정은 생산과 자연 사이에서 진행되어야 한다. 인류는 지구의 생태학적 생존 경계선에 도달했다. 인류의 파괴적 본성을 자각할 때는 바로 지금이다. 그것도 너무 늦기 전에 해야 한다.

 네 번째는 노동과 여가를 재조정해야 한다. 경제 강대국들은 레저 시간을 늘림으로써 소비를 촉진하고, 이것이 기업의 생산 증대로 이어지는 기술적 이상 사회를 꿈꾸었다. 그런 사회에서는 행복의 질도 높아진다고 믿었다. 그래서 예술을 즐기고 노년 교육을 독려했다. 드디어 외양적으로 휘황찬란한 세상이 왔다. 그러나 웬일일까. 과거보다 더 목이 마르고 무엇인가 부족했다. 이제 과속을 조절할 때가 되었다. 노동 시간을 줄이면 일자리가 늘어난다. 취업을 공유하는 문화 속에서 장기적으로는 좀 더 나은 건강과 행복을 누릴 수 있다.

 다섯 번째 재조정은 국가 안보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것이다. 미국은 현재 연간 7천5백억 달러를 군비로 쓴다. 질병과 기근에 허덕이는 가난한 나라를 돕기 위해서는 겨우 1백50억 달러를 지출한다. 아프가니스탄에 줄잡아 연간 1천억 달러를 쓰면서도 이 나라의 개발 지원금은 고작 10억 내지 20억 달러에 불과하다. 이 모순 덩어리의 비극이 말해주는 것은 아프가니스탄, 예멘, 소말리아 및 기타 국가들에서 진행되는 소요 사태들의 뿌리가 이념이 아니라 기아·문맹·실업·좌절·절망에서 자랐다는 사실이다.

인류는 아직 역사상 가장 찬란한 번영 속에서 살고 있다. 빈곤, 깨끗한 에너지, 국가 안보 등 어떤 문제도 우리의 기술과 지적 수단으로 해결하지 못할 것은 없다.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궁극적 행복의 원천에 대한 혼란이 바로 그것이다. 인류가 생각을 추스르고 인생의 진정한 행복에 대한 염원을 바로잡는다면 2011년은 새로운 웰빙 시대를 향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선택은 우리의 몫이자 우리만의 것이다.


 “심화되는 빈곤은 인류 공동체의 해체 신호”
틴레이 부탄 총리의 연설문 요약

국제 사회가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자연 재해, 식량과 금융 위기, 물 부족 등 도전은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많다. 이 도전들은 유엔과 그 회원국들의 의지를 시험하고 있다. 이 도전들은 테러리즘과 극단주의까지 겹쳐 국제 사회와 개별 국가들이 그동안 공동으로 이룩한 업적들을 위협한다. 부탄은 이 사태가 서로 연결되어 모든 인류의 부와 생존을 위협하는 ‘광범위하고 심대한 병폐’라고 본다.

 석유 위기, 철강 가격 폭등, 수자원 고갈 등은 부족한 자연자원의 난개발과 낭비 때문이다. 금융 위기를 만든 가장 중요한 원인은 자신의 능력을 능가하는 삶을 누리려는 문화가 주범이다. 이 문화는 개인의 이기주의를 자극해 사회 전체를 위험에 빠뜨린다. 이 갈등은 유한한 자원을 가진 세상에서 강력한 소비주의가 삶의 방식을 지배한 결과이다.

 기후 변화가 암시하는 바와 같이 가뭄, 사이클론, 허리케인, 홍수 같은 예측불허의 자연 재해가 점증하고 있다. 이미 많은 사람이 굶어 죽은 곳에서 또다시 아사의 위험이 커지고 있다. 이곳에서는 온갖 질병이 창궐하고 있고 새로운 역병마저 생겨 다른 형태의 생명과 식량 생산마저 위협한다. 식량 위기와는 달리 심화되는 빈곤은 인류 공동체의 해체 신호이다. 인간은 끝없는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부를 축적했다. 그러나 이것을 공평하게 나누는 데는 실패했다. 그래서 수많은 도전을 초래했다. 이 도전은 한마디로 인류 공동체의 ‘부끄러운 불평등(shameful inequities)’에 대한 별칭이다. 

부탄은 인류의 진정한 발전을 측정하는 새로운 지수를 개발하는 노력에 동참했다. 부탄은 전 국왕이 제시한 국민행복지수(GNH·gross national happiness)의 철학을 추구하고 있다. GNH는 1970년대 초의 국민총생산(GDP) 개념과는 다른 것이다. GNH는 행복이 유일하고도 가장 중요한 목표라는 신념에 기초하고 있다. 이 개념은 육체가 필요로 하는 물질과 정신이 필요로 하는 사유적·심리적 요인이 조화된 삶을 강조한다. 부탄 왕국은 4대 목표를 설정했다. 첫째는 성장이 아니라 지속 가능하고 균형 있는 사회, 경제 개발을 서두르는 것이다. 둘째는 환경 보호이다. 셋째는 문화의 진흥이다. 넷째는 좋은 통치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