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무한의 슬픔 남긴 ‘불멸의 희생’
  • 안성모 (asm@sisapress.com)
  • 승인 2010.12.20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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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전사자 46명 |청천벽력 같은 사고에 온 국민 충격·분노…유족들은 여전히 힘겨운 생활

 

▲ 지난 4월19일 천안함 사망 장병들의 임시 빈소가 마련된 국회광장에서 시민들이 헌화·분향하고 있다. ⓒ시사저널 유장훈

지난 3월26일 밤 백령도 앞바다는 죽음의 바다였다. 1천2백t급 초계함인 천안함은 당시 백령도 서남방 해상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일부 장병들은 근무를 서고 일부 장병들은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침몰은 순식간에 일어났다. 천안함 후미에 강한 충격과 함께 폭발음이 들렸고 정전이 되면서 함정은 순식간에 암흑에 휩싸였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천안함은 두 동강이 난 채 가라앉았다. 이로 인해 46명의 장병이 꽃다운 목숨을 잃었다.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에 온 국민은 슬픔에 잠겼다. 마지막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지만, 천안함 희생자들은 끝내 싸늘한 시신이 되어 돌아왔다. 서해의 푸른 바다를 가슴에 품은 채 잠든 이들은 우리의 아들이자 형제이자 남편이자 아버지였다. 혼인 신고를 마치고 곧 결혼식을 앞둔 새신랑도 있었고, 지난 1월에 딸이 태어나 기쁨을 감추지 못하던 아빠도 있었다. 어려운 가정 형편에 대학을 그만두고 해군에 입대한 아들도 있었고, 부모를 일찍 여윈 후 두 동생을 애지중지 키워온 믿음직한 형도 있었다.

이들에 대한 추모 열기는 전국을 뒤덮었다. 분양소를 찾은 국민들은 이들의 희생에 안타까운 눈물을 흘리며,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천안함 희생자들은 서해에 침몰한 지 34일째 되는 날 합동 영결식을 갖고 국립 대전 현충원에 안장되었다. 정부는 희생자들에게 전사자 예우와 함께 1계급 진급과 화랑무공훈장을 추서했다. 사건 당시 충격의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민·군합동조사단은 지난 5월20일 북한의 어뢰 공격을 받고 천안함이 침몰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희생자 추모 사업 최근 본격화

보상 문제도 정리가 되고, 이제 유족들은 일상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여전히 하루하루를 힘겹게 보내고 있다. 천안함 46용사 유족협의회 자문위원인 이정국씨는 “연말이 다가오면서 가족과 함께할 수 없다는 생각에 더 힘들다. 첫 번째 겨울나기가 쉽지 않다”라고 전했다. 유족들은 가족을 잃은 고통을 감내하면서 또 다른 이들의 희생을 위로하고 있다. 연평도 포격 사태로 전사한 장병들의 유족에게 조의금을 보내고, 제주 해상에서 침몰한 고속정 사고 유족들을 직접 찾아가 조문했다. 이씨는 “국가의 안위를 제일 많이 걱정해야 할 분들이 너무 속편하게 사는 게 아닌지 걱정스럽다”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천안함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그 정신을 기리기 위한 사업이 본격화했다. 지난 12월3일 천안함 재단이 공식적으로 출범했다. 이 재단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모인 성금 3백95억5천여 만원 가운데 천안함 희생자 유족과 고 한주호 준위 유족, 금양98호 유족에게 지급하고 남은 돈 1백45억5천여 만원으로 설립되었다. 재단 관계자는 “천안함 유족과 생존 장병을 지원하고 호국정신을 선양하는 사업을 펼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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