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 냉철하게 ‘북한’을 읽어내라
  • 염재호 |미국 스탠퍼드 대학 정치학 박사 ()
  • 승인 2010.12.27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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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20일 긴장 속에서 연평도 사격 훈련이 재개되었다. 이번 사격 훈련에 대해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던 사전 경고와 달리 북한은 일일이 대응할 가치를 느끼지 않는다는 논평을 내며 아무 일 없이 넘어갔다. 심지어 23일 방북한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에게 유엔의 핵사찰을 수용하겠다는 입장까지 보였다. 향후 또 다른 도발 가능성이나 휴전선에서 국지전이 발생할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은 고비를 넘겼다. 북한의 전략은 과연 무엇일까?

연평도 사태 이후 사격 훈련 재개와 같은 강경 대응에 대해 국내에서도 찬반 논의가 분분했다. 북한의 도발을 부추길 것이라는 것과 더 이상 참는 것은 우리 안보를 포기하는 것이라는 주장은 모두 설득력이 있었다. 우리의 경우 북한이 수도권에 포격을 하게 될 경우 받을 타격은 심각하다. 비이성적인 김정일과 북한군 수뇌부를 상정할 때, 강력하게 제재하기도 어렵고, 그냥 웬만한 것은 양보하고 넘어가는 미온적 대응도 상책이 아닌 딜레마 상황에 빠져 있다.

이런 딜레마는 이미 50년 전 미·소 냉전 시기에도 있었다. 미국의 위성정찰기가, 소련의 핵미사일 발사대가 쿠바에 설치되는 것을 감지하고 저지에 나선 것이다. 소련의 후르시쵸프 당 서기장은, 미국은 유럽에 핵미사일을 배치해 놓고 소련이 동맹국인 쿠바에 핵미사일을 배치하는 것이 왜 문제가 되느냐고 국제 여론을 환기시켰다. 후르시쵸프는 유엔에서 신발을 벗어서 책상을 내리치는 등 흥분해서 연설을 했다. 미국의 고민은, 이처럼 막무가내인 후르시쵸프를 상대로 쿠바의 핵미사일 기지 건설을 무력으로 제지하면 핵전쟁의 3차 대전이 일어날 위험이었다. 하지만 공산화된 쿠바가 미국의 턱밑에 핵미사일 기지를 설치하는 것을 묵과할 수도 없었다.

로버트 케네디가 형 존 F. 케네디를 도와 미사일 기지 철폐의 최후 통첩을 한 13일간의 초조한 정책 결정은 영화로도 유명한 역사적 사건이다. 이들이 취할 수 있는 대안은 이를 그냥 내버려 둘 것인지, 외교적 압력을 가해 기지를 철폐시킬 것인지, 기지를 폭격할 것인지, 카스트로와 비밀 접촉을 할 것인지, 쿠바를 대상으로 전면전을 실시할 것인지, 아니면 미사일 기지 건설 자재 반입을 위한 선박에 대해 해상 봉쇄를 할 것인가를 선택하는 것이다. 상황이 긴박할 때 우리는 종종 딜레마 상황에서 고민을 하게 된다.

하버드 대학 케네디스쿨의 그래엄 앨리슨 원장이 쿠바 사태를 분석한 책 <결정의 본질(Essence of Decision)>에서는 소련의 정책 결정자도 마찬가지의 고민을 갖고 있다고 본다. 겉으로는 비이성적인 것 같은 그들도 상대방의 의중을 살피면서 합리적인 계산을 하고, 또한 조직의 규칙이나 관료 정치적인 상황에서 결정을 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후르시쵸프가 유엔에서 신발을 내리치면서 한 연설도 계산된 행동의 일환으로 보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북한의 전략에 끌려다닌 면이 적지 않다. 그들은 비이성적이기 때문에 상대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종종 갖곤 했다. 하지만 그들도 이런 사태에 대해 치밀하게 분석하고 합리적으로 계산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또한 북한 군부 내부에도 권력 관계와 관료 정치가 존재한다. 이제 북한의 권력 승계 과정에서 나타날 다양한 위기에 대해 우리 군사 전략가들이 더욱 냉철하게 북한의 의중을 읽어내는 전략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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