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특급 + 국민 타자 최강 조합 증명해낼까
  • 정철우│이데일리 기자 ()
  • 승인 2010.12.27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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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오릭스에서 ‘한솥밥’ 먹는 박찬호·이승엽의 첫 시즌 전망

한국 야구팬들에게는 꿈과 같은 일이 현실이 되었다. ‘코리안 특급’ 박찬호와 ‘국민 타자’ 이승엽이 한솥밥을 먹게 된 것이다.

요미우리를 떠난 이승엽이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 버팔로스를 새 둥지로 선택한 데 이어 박찬호까지 오릭스행을 택하며 꿈의 조합이 완성되었다. 둘이 한 유니폼을 입고 뛴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설레고 떨리는 일이다. 그러나 단순히 한 팀에 속한 것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다. 박찬호와 이승엽 역시 그저 인기몰이를 위해 오릭스를 택한 것이 아니다. 박찬호는 17년간의 메이저리그 생활을 접고 일본 프로야구라는 새로운 무대에 도전장을 던졌다. 이승엽 역시 절실한 것은 마찬가지다. 2006년 이후 꾸준히 내리막길을 걸었던 이승엽이다. 요미우리 시절 막판 2년은 1군에서 뛸 기회조차 많이 얻지 못했다.

오릭스는 박찬호와 이승엽이 자신들의 건재함을 확인시킬 수 있는 새로운 무대이다. 그들의 변함없는 활약이 더해질 때 비로소 최강의 조합은 그 의미를 완성시킬 수 있다. 박찬호와 이승엽은 오릭스에서 무엇을 증명해 보일 수 있을까.

 

▲ 지난 12월21일 서울 역삼동 ‘피트니스 박 61’에서 열린 박찬호의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 버팔로스 입단 관련 기자회견에서 무라야마 요시오 구단 본부장과 박찬호가 악수하고 있다. ⓒ시사저널 우태윤


▒ 박찬호 - 다시 꾸는 선발의 꿈

박찬호는 지난 12월22일 기자회견에서 오릭스를 택하게 된 배경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그 가운데 단연 눈길을 끈 것은 ‘선발 투수의 매력’이었다.

박찬호는 기자회견에서 “선발 기회를 보장하겠다는 오릭스의 제안에 흔들렸다”라고 말했다. 최근 몇 년간 메이저리그에서 불펜 투수로서 어느 정도 인정을 받았던 그이다. 마땅한 마무리 투수가 없어 고전했던 오릭스 입장에서는 그의 마무리 기용에도 관심을 가질만 하다. 하지만 오릭스는 박찬호를 위해 선발 투수를 보장해 주었고, 박찬호는 미련을 접어두고 오릭스행을 택했다.

박찬호는 지난 2006년 샌디에이고 파드레스 시절 이후 선발 투수로는 거의 기회를 얻지 못했다. 지난 2009년 필라델피아 필리스에서 일곱 차례 선발로 뛴 것이 마지막이었다.

당시 박찬호가 정든 LA 다저스를 떠나 필라델피아를 택한 것도 ‘선발 투수로서 기회를 주겠다’라는 구단의 방침이 큰 영향을 미쳤다.

박찬호는 불펜 전향 후에도 여러 차례 선발에 대한 꿈을 이야기했다. 선발 투수로만 오랜 시간을 뛴 탓에 불펜 투수 스타일에 자신을 맞추는 것이 너무 힘들다는 것이 이유였다. 불펜 투수는 어깨가 빨리 풀릴수록 유리하다. 짧고 굵게, 대신 자주 던질 수 있는 체력도 필요하다. 하지만 박찬호에게는 세 가지 모두 어려운 일이었다.

일본 프로야구에서 선발 투수로 뛰는 데에는 상대적으로 유리한 측면이 있다. 이제 우리 나이로 39세가 되는 박찬호에게는 더욱 그렇다. 일본 프로야구는 6선발 체제로 운영된다. 대부분 선발 투수들이 1주일에 한 번씩만 마운드에 오른다. 한 번 던지면 많게는 6일, 적게는 5일의 휴식이 보장된다. 4일 휴식 후 꾸준히 등판해야 하는 메이저리그에 비해 체력 부담이 덜하다. 오래 쉬는 것이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적잖은 나이에 새로운 도전에 나선 박찬호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는 요소이다.

다만, 일본 야구에 적응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는 별개이다. 박찬호는 예리한 컨트롤을 보유한 투수는 아니다. 힘으로 상대를 누를 수 있을 때 더 큰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박찬호가 힘으로 일본 타자들을 압도하는 구위를 보여줄 수 있느냐가 숙제이다.

▒ 이승엽 - 변함없는 ‘고추장 파워’를 보여줘라

▲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 버팔로스에 입단한 이승엽이 12월10일 서울 밀레니엄 힐튼 호텔에서 열린 입단 기자회견에서 “요미우리에서의 힘든 시간을 가족의 힘으로 버텼다. 전 경기에 출전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지난 11월 중순, 오릭스 훈련장을 방문한 김성근 SK 감독은 오카다 오릭스 감독의 환대를 받았다. 직접 나서 훈련장 이곳저곳을 소개했다. 그리고 헤어질 즈음 마음속에 담아 두었던 한 가지 이야기를 꺼냈다.

“이승엽이 재기할 수 있을까요?”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이승엽이 여전한 파워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인지를 물은 것이었다. 당시 오릭스는 이승엽 영입을 놓고 깊은 고민에 빠져 있었다. 김감독은 “요미우리에서는 기회를 많이 얻지 못했을 뿐이다. 그의 파워는 여전히 일본 톱클래스이다”라고 제자를 적극 추천했다. 오카다 감독이 이승엽의 파워가 건재한지를 물은 이유는 간단하다. 그의 장거리포 능력이 살아 있다면 충분한 투자 가치가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일본 야구계가 한국 야구에 대해 가장 두려워하는 부분이 바로 파워이다. 일본 프로야구에서는 보기 힘든 장거리포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그 정점에 이승엽이 서 있음은 물론이다.

이승엽은 2010 시즌 1할대의 초라한 성적표를 남겼다. 몸쪽 공에 약하다는 단점 앞에 무너져버렸다. 그러나 약점이 없는 선수는 없다. 다만 일정 수준에 오른 선수에게는 충분한 기회를 얻을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진다.

오카다 감독이 이승엽의 파워에 대해 궁금해했던 것은 그 때문이다. 기회를 주면 장기인 홈런포를 가동할 수 있을지를 물었던 것이다. 김감독의 말처럼 이승엽의 파워는 여전히 위력적이다. 올 시즌에도 그 가능성을 보였다. 많은 기회를 얻지는 못했지만 한때 요미우리에서 타석당 홈런 수는 상위권에 속해 있기도 했다. 김성근 감독은 “이승엽은 기술적인 면보다는 정신적으로 먼저 무너졌다고 보아야 한다. 그의 파워는 여전히 일본에서 찾기 힘든 수준이다. 정신적인 강인함을 되찾는다면 충분히 해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승엽은 그동안 수없이 많은 변신을 시도했다. 일본 투수들의 정교하고 집요한 몸쪽 승부를 이겨내기 위해 타격 폼을 계속 수정해왔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의 장점마저 잃고 말았다. 조급한 마음이 오히려 장애가 되었던 셈이다.

이승엽은 최근 국내 훈련을 재개하며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겠다는 각오를 보였다. 가장 잘했을 때의 타격 폼으로 밀어붙이겠다는 의지였다. 오릭스는 이승엽에게 적지 않은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요미우리에서처럼 조급증을 보이지는 않을 전망이다. 좌투수가 선발인 날에도 그는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믿음은 이승엽에게 큰 재산이 될 전망이다. 신뢰받는 이승엽에게는 그만큼 부활 가능성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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