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퇴역 비둘기’ 재징집 나선 까닭
  • 김형자│과학 칼럼니스트 ()
  • 승인 2010.12.27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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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 마리를 통신병으로 훈련시키기로…탁월한 귀소 본능으로 1, 2차 대전 때도 큰 역할 담당

 

▲ 2008년 베이징올림픽이 열리던 당시 중국 만리장성의 오성홍기 앞에 비둘기가 앉아 있다. ⓒ연합뉴스

지난 12월17일, 중국 인민해방군(PLA) 청두(成都) 군구는 부대 간의 원활한 통신을 위해 비둘기 1만 마리를 훈련시킬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통신 수단이 여의치 않은 산악 지대에 있는 소속 부대들 간의 연락용으로 전서구(傳書鳩) 1만 마리를 교육시켜 운용할 방침이라는 것이다. 청두 군구는 윈난(雲南)·쓰촨(四川)·구이저우(貴州) 성, 충칭(重慶) 시, 티베트(西藏) 자치구 등 산악 지역을 관할지로 두고 있는데, 1만 마리의 비둘기들이 실제 활용될 경우 이곳은 세계에서 가장 큰 통신용 부대를 갖추게 된다.

중국, 건국 때부터 동물 부대 운영해와

전서구는 통신에 이용하기 위해 특수 훈련을 받은 비둘기를 말한다. 위성 요격 실험(ASAT)과 항공모함 건조 등으로 세계 최첨단 무기 기술을 자랑하는 중국군은 동시에 군견, 군마, 군 비둘기와 같은 동물 부대를 운영하고 있다. 중화인민공화국을 건국한 1949년부터 정식으로 먼저 군견 부대를 설치하고, 육·해·공군과 무장경찰 부대에 해마다 2천 마리의 군견을 충원하고 있다. 군견은 수색·정찰·구조 작전에 활용된다.

중국의 동물 부대 가운데 가장 특이한 것은 비둘기 부대이다. 먼 옛날부터 통신용으로 이용되던 비둘기를 현대전에도 적용해 활용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아무리 위성통신 시대라고 하지만 전자전 상황에서는 현대적인 전자통신과 유선통신 설비가 무력화될 수 있다. 이같은 특수한 조건에서 군 비둘기를 ‘통신병’으로 사용할 수 있다”라고 말한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1950년부터 윈난(雲南) 성 국경 지대에서 전서구 부대를 운용해왔다. 2007년에는 선양(瀋陽) 군구에 군 비둘기 교육 기지가 설치되었고, 해마다 각 군과 국경경비대에 수많은 비둘기가 제공되고 있다. 비둘기를 이용한 통신 훈련은 인민해방군 공수부대의 특수 작전 훈련과 남·동해 함대의 해상 훈련에서도 크게 성공을 거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차 대전 10만, 2차 대전 20만 마리 활동

비둘기는 동물 중에서 집을 찾아 돌아오는 귀소 본능, 즉 회귀성이 매우 강한 동물이다. 실제로 비둘기를 이용한 통신 수단은 1572년 네덜란드인들이 편지를 전달하는 일에 사용한 것이 처음이다. 비둘기가 집배원이었던 셈이다. BC 3000년쯤 이집트에서 통신용으로 이용되었다는 기록이 있기는 하지만, 기록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1848년에는 영국의 로이터통신이 파리 지국에서 파리의 일상사와 화제 뉴스를 독일의 지국으로 보내는 통신 수단으로 사용한 바 있다. 따라서 전쟁 때 비둘기가 널리 쓰이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비둘기는 사랑의 전령사이자 최고의 연락병이었다. 평화는 전쟁의 연장이라는 말이 있듯이 인간은 끊임없이 전쟁을 되풀이해왔다. 그때마다 비둘기는 연락 수단으로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냈다. 1, 2차 세계대전 중에는 비둘기가 가장 대표적인 군사 통신 수단이었다. 이들에게 주어진 임무는 아군의 메시지를 본국에 전달하는 것이다. 이러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1차 대전 때에 약 10만 마리, 2차 대전 때에 20만 마리의 비둘기가 통신병으로서 임무를 수행하다 도중에 죽었을 정도이다.

1차 대전 당시 독일군에 포위된 프랑스 군대가 비둘기를 이용해 위기에서 벗어난 일화는 유명하다. 당시 프랑스 베르 지역에 고립되었던 프랑스군은 ‘셰르 아미(cher ami)’라는 비둘기의 발에 메시지를 묶어 구조 요청을 했다. 그런데 셰르 아미가 날아가는 도중 적의 총알이 가슴을 관통했다. 그럼에도 셰르 아미는 끝까지 자신의 임무를 수행해 1백94명의 병사들을 구출했다. 그 후 셰르 아미는 영웅 대접을 받았다.

한편, 영국이 비둘기를 이용해 정보를 전달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독일은 매를 훈련시켜 영국 비둘기를 공격했다. 하지만 독일군이 사육한 매가 많지 않은 데다 관리 또한 비둘기처럼 쉽지 않아서, 수효가 워낙 많은 비둘기를 일일이 다 잡아들일 수 없어 의욕만 앞선 작전으로 끝났다. 1차 세계대전 당시 군용으로 활용된 전서구의 통신 성공률은 평균 95%에 달할 만큼 높아 역할 비중이 컸다.

또 2차 세계대전 때의 비둘기는 정찰병 역할까지 했다. 비둘기의 가슴에 소형 카메라를 매달고 하늘을 날아 적의 동태를 사진으로 촬영하는 임무를 맡은 것이다. 이들 비둘기는 빗발치는 총탄을 뚫고 적진을 날아다니면서 정찰병으로서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해 자국 군대에 큰 도움을 주었다.

비둘기, 자기 감각 때문에 귀소 본능 강해

▲ 비둘기는 머리뼈와 뇌의 경막 사이에 있는 가로세로 2mm와 1mm크기의 자석과 같은 조직이 지상에서반사된 초저주파의 미세한 소리를 탐지해 길을 찾는다.수백 km 밖에서도 이 소리를 감지할 수 있다.

그렇다면 사람도 아닌 비둘기가 어떻게 오가는 길목을 기억해 통신병으로서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것일까. 비둘기는 방향 감각과 귀소 본능이 뛰어나고 장거리 비행 능력이 탁월하다. 비둘기의 귀소 본능이 강한 이유는 자기(磁氣) 감각 때문이다.

비둘기는 몸 안에 지자기와 태양의 위치로 방향을 알 수 있는 일종의 나침반을 가지고 있다. 1979년 미국에서 이루어진 연구 결과에 따르면, 비둘기는 머리뼈와 뇌의 경막 사이에 가로세로 2mm와 1mm 크기의 자석과 같은 조직이 있어 지구 자기장을 따라 방향을 결정한다고 한다. 인간이 나침반으로 동서남북을 알아 방향을 잡는 것처럼, 비둘기도 자기 성질을 띠는 세포들을 통해 방향을 구별하는 것이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비둘기의 몸에 다른 자석을 붙여 지구 자기장을 감지하지 못하도록 한 결과, 실제로 비둘기는 원래의 목적지로 되돌아가지 못했다.

나침반으로 일단 방향을 잡은 비둘기는 그 후에도 계속해서 가는 길을 확인해야 한다. 이때 비둘기는 사람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 지상에서 반사된 초저주파의 미세한 소리를 탐지해 길을 찾는다고 미국의 지구물리학자 존 호그스트럼 박사는 설명한다. 초저주파의 미세한 소리는 바닷물의 압력에 의해 땅이 흔들리면서 발생하는데, 소리를 반사시키는 지형에 따라 그 형태가 다르다. 비둘기는 수백 km 밖에서도 이 소리를 감지할 수 있어 마치 지도를 읽듯 길을 찾을 수 있다. 비둘기의 이런 특징을 이용해 군대 통신병으로 키워내는 것이다.

지금의 이라크 전쟁에서도 비둘기들이 ‘참전’하고 있다. 현대의 전쟁이 아무리 첨단 과학의 전쟁이라 해도 고지는 결국 보병이 점령하듯, 어떠한 형태로 닥칠지 모르는 극한 한계 상황에서 전서구의 역할 또한 무시할 수 없는 대단한 통신 자원이기 때문이다. 비둘기는 소량의 화학 가스에 노출되어도 즉사하므로 비둘기가 이상 징후를 보이면 병사들이 화생방 마스크를 착용할 수 있다.

이처럼 전쟁이 있는 한 동물은 어떤 용도로든 계속 활용될 것이다. 군사 장비가 발달해 동물이 활용되지 않는 시대가 온다면, 아마 전쟁 때 군인조차 필요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실 사라져야 할 존재는 다름 아닌 전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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