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유럽인’은 어떤 사람일까
  • 조명진│유럽연합집행이사회 안보자문역 (sisa@sisapress.com)
  • 승인 2011.01.03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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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 15개 회원국 국민의 단점 꼬집은 그림엽서 ‘눈길’…각 나라 국민성·기질 엿볼 수 있어

 

유럽연합(EU) 주요 기관이 있는 벨기에의 수도 브뤼셀에서는 ‘완벽한 유럽인(THE PERFECT EUROPEAN)’이라는 제목의 그림엽서를 구할 수 있다. 영국에서 만든 것이다. 현실과 반대인 15개국 EU 회원국의 특징을 유머 있게 빗대어 각 나라의 국민성과 기질을 소개하고 있다. ‘하나의 유럽’을 표방하는 유럽연합에서 각 나라 국민들의 장점을 모두 갖춘 사람이 있다면 그야말로 ‘완벽한 유럽인’이다.

▒ 영국 사람처럼 음식 잘하기

‘영국의 대표 음식이라면 생선과 감자튀김인 피시 앤 칩스(Fish and Chips)를 떠올리지만, 사실 영국 자체의 먹을거리 문화에는 특별한 것이 없다. 많은 미식가가 영국 음식이 최악의 음식일뿐더러, 조리법도 단순하다고 평한다. 대륙의 프랑스나 이탈리아 요리에 비해 영국의 요리가 독자적으로 발달하지 못한 것에는 이유가 있다. 영국은 로마 제국의 식민지에 이어 노르만의 침입, 그리고 프랑스의 영향으로 외세에 의한 생활 문화가 더 강하게 뿌리내렸기 때문이다.

▒  벨기에 사람처럼 찾으면 재깍 나타나기

필요할 때 찾으면 담당자가 없다는 선입관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유럽 대부분의 나라가 한국에 비해서 모든 것이 느리고 오래 걸리지만, 이런 선입관 때문인지 브뤼셀 식당에서 주문을 하면 유난히 오래 걸린다는 생각이 든다. 주문도 늦게 받으러 오고, 음식도 늦게 나오고, 계산도 늦게 하고, 많은 것이 천천히 움직이는 경험을 해보니 이 편견이 맞는 것 같기도 하다.

▒  스웨덴 사람처럼 융통성 있기

법과 원칙대로 일을 처리한다는 인식을 주는 스웨덴 사람을 말한다. 스웨덴은 투명성 면에서 유럽에서도 가장 높은 점수를 받는 나라이다. 그것이 때로는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신뢰가 가는 사람들이라는 사실은 인정한다. 스웨덴은 유럽에서도 최고 수준의 사회복지 시스템을 운영하며 평등주의 측면에서 일체감을 강조하는 나라이다. 따라서 ‘스웨덴 사람처럼 평등 추구하기’라고 해도 어울릴 표현이다. 지난 2백년 동안 전쟁에 휩쓸리지 않은 덕분에 훌륭한 사회보장 제도를 지속적으로 운영해 올 수 있었다. 그러나 근대 시기에 국가적 고난을 겪지 않아서인지, 인구가 스웨덴보다 훨씬 적은 노르웨이나 핀란드와 달리 세계적인 음악가나 미술가, 문학가가 없다.

▒ 아일랜드 사람처럼 술 안 취하기

▲ 세계 최고의 알코올 소비량을 기록한 아일랜드에는 ‘기네스’ 맥주 회사가 있다. ⓒEPA

아일랜드가 1인당 세계 최고의 알코올 소비량을 기록한 것을 빗대는 유머이다. 세계 신기록을 기록한 책 <기네스북(Guinness Book)> 스폰서인 기네스가 바로 아일랜드의 맥주회사 이름이다. 윌리암 예이츠, 오스카 와일드, 제임스 조이스, 버나드 쇼 등 기라성 같은 문인들을 배출한 것은 제쳐두고 음주 문화를 부각시켜 주량을 빗대어 폄하하는 영국인들의 저의가 야속하게 느껴진다. 그런데 정작 이렇게 말하는 영국인들의 주량도 만만치 않다. 유럽에서 폭음이 심한 나라 순위에서 영국은 당당히(?) 3위를 차지한다. 핀란드와 아일랜드가 공동 1위이다. 따라서 영국 사람들이 아일랜드 사람들더러 술 많이 마신다고 흉 볼 게재가 못 된다.

▒ 핀란드 사람처럼 수다스럽기

스칸디나비아 사람들이 대체로 그렇듯이 핀란드 사람은 말수가 적다. 아무튼 핀란드 사람들은 추운 날씨 탓인지, 과묵한 성향을 지녔다. 그래도 술을 마시면 한국 사람처럼 화끈해져 화통한 분위기를 즐긴다. 앞선 통계에서 보여주듯이 폭음 일수로 유럽에서 1위를 차지하는 핀란드 국민들은, 술을 마셔야 말문을 여는 것 같다. 한편, 핀란드의 무료 공교육은 최고 수준으로 평가된다. 가난한 사람도 드물지만 경제적으로 아주 잘사는 사람도 역시 드문, 부의 분배가 잘 이루어진 나라이다. 그러나 이민자도 거의 없고, 현지인들만 많아 외국인의 모습이 눈에 잘 띄어 조금은 불편한 시선을 의식하게 되는 나라이기도 하다.

▒ 룩셈부르크 사람처럼 유명하기

전체 인구가 47만명밖에 안 되기 때문에 아무래도 국제적으로 유명 인사를 찾기는 힘들 것이라는 편견이다. 하지만, 이러한 영국적 편견은 맞지 않다. 왜냐하면 유럽연합에서 최고위직인 EU 집행이사회 위원장직을 영국인은 고작 한 번 역임했는데, 룩셈부르크 출신 인사는 세 번이나 차지했었다. 뿐만 아니라 유럽 최대의 가요축제인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에서 5회 우승한 기록을 갖고 있는 곳도 룩셈부르크이다. 최다 우승국은 7회의 아일랜드이고, 영국도 룩셈부르크와 같이 5회 우승한 바 있으니, 룩셈부르크를 인구 수로만 보고 잘못 지어낸 편견이다.

▒ 스페인 사람처럼 겸손하기

스페인의 문호 세르반테스가 묘사한 허풍쟁이 돈키호테를 보라. 그리고 바람둥이 카사노바와 돈 환이 여자에게 접근하는 방법을 보면 겸손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낙천적인 기질과 대가족적인 사회 분위기는 북유럽 국가들보다 인간적이어서 친근감을 준다. 특히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는 스페인 사람들에 대한 고정된 이미지를 가장 많이 드러내는 지역이다. 이곳 스페인 사람들은 과장이 심하며, 변덕이 심하고, 일하기보다 놀기를 좋아하는 기질을 보인다. 안달루시아는 플라멩코의 본고장인 데다 축제가 많기로 유명하니 노는 문화는 스페인에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지방이다.

▒ 네덜란드 사람처럼 관대하기

▲ 경기장에서 튤립이 달린 모자를 쓴 네덜란드인. ⓒAP연합

네덜란드는 영국보다 먼저 식민지를 찾아 나섰다. 항해와 상업에 능한 네덜란드 사람들은 계산적이고 정략적이며, 관대한 모습이 없다는 영국적 편견이다. 대신, ‘네덜란드 사람처럼 꽃 사랑하기’라고 해도 어울릴 말이다. 풍차와 튤립의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는 네덜란드에서 봄에 열리는 튤립 축제는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이웃 유럽 국가 국민들을 불러들이는 유럽의 축제로 자리를 잡았다.

▒ 독일 사람처럼 유머 감각 갖추기

2차 대전을 배경으로 한 영화들에서 그려지는 독일군의 차갑고 냉정한 이미지만 떠올려보아도 독일 사람들에게서 유머 감각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만 같다. 그런 점에서 ‘독일 사람처럼 절도 있기’라고 할 수도 있겠다. 게다가 고전음악 유명 작곡가들 중에 독일 출신 작곡가들이 많은데, 베토벤, 바그너, 슈베르트 등이 작곡한 곡들의 이미지는 심각함과 진지함 그 자체여서 이 또한 유머와는 거리가 있다고 생각된다.

▒ 오스트리아 사람처럼 인내심 있기

유럽 사람들에게서 보기 드물게 성급한 오스트리아 사람들의 기질은 오스만 투르크(오토만 제국)가 1683년 빈까지 영토를 넓힌 적이 있다는 데서 연유하는지도 모른다. 통상 아랍인들의 기질을 급하다고 생각하는 선입관 때문에 이런 편견을 갖는 듯하다. 한 번은 빈 시내 관광을 하는데 관광 가이드가 지금 지나가는 곳은 설명하지 않고 다음에 무엇을 볼 것인지를 서둘러 설명하는 통에 제대로 관광을 못했던 기억이 있다. 한편, 오스트리아는 스위스와 더불어 알프스 산맥의 멋진 자연 풍경을 끼고 있어 아름다운 자연이 매력인 나라이다. 특히, 빈의 숲은 베토벤, 슈베르트, 모차르트가 휴양하며 음악적 영감을 받은 곳으로 유명하다. 그리고 오스트리아는 경직되지 않은 사회 분위기, 효율적인 교통 시스템, 청정 환경 등이 강점이다.

▒ 그리스 사람처럼 조직 잘하기

조직력 하면 세계 전쟁을 두 번이나 일으킨 독일을 들 수 있는데, 유럽에서 이와 정반대되는 경우를 찾는다면 그리스군이 아닐까 싶다. 2차 대전에서 독일군에 참패했고, 1974년 사이프러스 분쟁 당시 터키와의 전쟁에서도 지지부진했었다. 그런 그리스가 2004년 유로 축구에서 우승을 했다. 그 공로를 독일 출신 오토 레하겔 감독에게 돌리는 것은 흥미롭다. 한편, 유럽발 재정 위기가 그리스에서 시작된 점은 그리스 정부의 허술한 재무 정책과 함께 효율적인 재정 관리 감독 조직이 없는 것에서 비롯되었다고 지적되고 있다. 그러니 이러한 편견이 틀린 것만은 아닌 듯하다.

▒ 프랑스 사람처럼 운전 얌전히 하기

프랑스가 영국에 비해서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두 배인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한데, 이 편견은 영국의 기준이지 결코 국제 기준은 아니다. 인구 10만명당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영국의 8.7명보다 프랑스가 16명으로 거의 두 배이다. 그러나 독일 14.9명과 비슷하고, 그리스의 23.1명보다 훨씬 적다는 OECD 통계를 보면, 프랑스인들의 운전에 대해서 흉보는 것은 지극히 영국적 관점이다. 참고로 일본은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10만명당 13명, 미국은 20.2명 그리고 한국은 유감스럽게도 33.6명에 이른다.

▒ 포르투갈 사람처럼 기술적이기

포르투갈은 애석하게도 유럽연합 내에서 국민총생산(GDP)이 평균 이하에 속하는 나라이다. 그래서 포르투갈이 생산하는 유명 상표를 거의 보기 힘들다. 전자, 자동차, 기계, 금속, 화학 산업, 조선 등 고부가가치의 중공업 산업이 모두 취약한 포르투갈은 국민들 모두 기계와는 친하지 않은가 보다. 그래도 현 EU 내 최고위직 인사인 유럽연합 집행이사회 바로소 위원장이 포르투갈 사람이다. 또한 BRICS의 한 나라인 브라질이 포르투갈의 식민지였기 때문에 포르투갈어를 공용어로 사용하고 있다. 영국과 네덜란드보다 먼저 식민지 확보에 나선 포르투갈은 과거 영화를 바탕으로 역사에 대한 긍지가 강한 국민이다.

▒ 이탈리아 사람처럼 감정 절제하기 

▲ 중국 총리(왼쪽)와 이야기하는 이탈리아 총리. ⓒEPA

다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를 비롯해 비발디, 푸치니, 베르디 등 세계적으로 걸출한 예술가들은 차분한 환경에서는 나오지 못하나 보다. 이탈리아의 거장들을 보면 감정적으로 풍부해 그것을 마음껏 표출하는 환경에서 세계적인 예술 작품이 나온다는 생각이 든다. ‘손을 묶어 놓으면, 말을 못한다’라고 할 정도로 이탈리아 사람들은 말할 때 손동작이 크고 요란하다. 기쁨이든 슬픔이든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다혈질적인 이탈리아 사람들이지만, 창의성 하나만큼은 대단하다.


▒ 덴마크 사람처럼 분별력 있기

2차 대전 당시 독일에 적극 협력한 전력 때문에 그런지, 네오 나치가 독일 이외에 덴마크에 가장 많다는 사실 때문에 이런 말이 나온 듯하다. 더불어 스칸디나비아의 포르노 영화 산업이 덴마크에 가장 집중되어 있는 점을 두고 이런 편견을 가졌다는 생각이 든다. 2005년 덴마크 한 일간지는 모하메드가 폭탄 터번을 두룬 만평을 실었다가 이슬람 국가들의 격렬한 분노를 자아낸 적도 있는 것을 보면, 덴마크인들에게 분별력이 요구되는 측면도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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