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학자 7인이 꼽은 ‘향후 10년 한국 경제를 이끌 7대 키워드’
  • 이은지 (lej81@sisapress.com)
  • 승인 2011.01.03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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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속으로 퍼지는 ‘혁신’…소비 사회에 서 보존 사회로

미래학자들이 예상하는 앞으로의 10년은? 기술 진보로 생활은 편리해지지만 개인의 삶은 오히려 더 팍팍해질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었다. 그 원인은 다양하지만 미래의 변화에 대처하지 못해 치러야 할 기회비용이라는 분석에 방점이 찍혔다.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은 “한국 사람들은 너무 안일하다. 이미 위기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지만 이를 감당해나갈 마음의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다. 무비유환(無備有患)의 대가를 치를 가능성이 농후하다”라고 경고했다. 경제 성장을 막는 걸림돌은 늘어나는데 이에 대처하는 정부 정책은 미흡하고, 기업은 생존의 변곡점을 넘을 경쟁력이 없고, 개인은 고통을 감내할 의지가 부족하기 때문에 앞으로 10년이 장밋빛일 가능성은 현저히 작다는 전망이다. 암울한 미래를 막는 첫걸음은 현재와 미래를 직시하는 데에서 출발한다.  

 

<시사저널>은 미래학자 일곱 명이 말하는 향후 10년을 좌우할 한국 경제 트렌드를 일곱 개 키워드로 꼽아보았다. 취재에 응한 미래학자 일곱 명은 다음과 같다.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 박영숙 유엔미래포럼 대표, 서용석 한국행정연구원 대외협력실 팀장, 천세영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원장, 최윤식 아시아미래연구소 소장, 한준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홍성국 대우증권 전무.


① 잃어버린 10년 

▲ 일자리를 찾아 헤매는 노령 인구가 급속도로 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처럼 한국 역시 잃어버린 10년을 맞게 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 경제가 망한다는 말은 아니다. 장기 불황에 빠져 앞으로 10년 동안 여전히 국민소득이 2만 달러에 머무른다는 뜻이다. 최윤식 아시아미래인재연구소 소장은 “한국은 지금 2만 달러 시스템의 한계에 발목이 잡혀 있다. IT, 조선, 자동차 등 한국 경제를 이끌어왔던 산업이 모두 성장의 한계에 부딪혔다. 선진국으로 넘어가려면 국가, 기업, 개인 모두 새로운 시스템으로 바뀌어야 하는데 전혀 준비가 되지 않았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성장의 최대 걸림돌은 저출산·고령화 문제이다. 미래학자들에게 위기 요인을 질문했을 때 가장 먼저 나온 대답이다. 홍성국 대우증권 전무는 저출산·고령화의 비극이 시작되었다고 말한다. 지금도 저출산·고령화에 대한 경고가 쏟아져 나오지만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 그러나 2018년을 기준으로 국내 인구가 줄고, 기업의 인력 구조가 역삼각형으로 바뀌면서 생산성이 현저하게 떨어져 역동성을 잃게 된다. 노후 대비를 하지 못한 국민은 정부에게 사회적 지원을 요구하지만 정부의 부채는 지금도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에 지원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개인의 삶은 팍팍해질 수밖에 없다. 공병호 소장은 “무작정 복지를 늘리게 되면 경기는 악순환의 늪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정부 지출에 다이어트가 필요하다. 상당 부분 고통이 따르겠지만 국민들은 이를 감내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필요한 때이다”라고 강조했다. 

북한의 전쟁 도발로 인한 코리아 디스카운트 심화와 통일 비용도 성장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한준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국내 경제는 글로벌 자본으로 움직이고 있다. 북한의 도발로 리스크가 커질수록 투자 매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북한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내려면 장기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 금방 회수할 수 없는 투자라는 점에서 국내 경제의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다”라고 내다보았다.

②소모적 소비 시대의 종말 

▲ '2010 희망 나눔 자선 대바자’ 행사 모습. ⓒ뉴시스

소비 사회는 끝났다. 저출산·고령화 현상이 심화되고, 일자리가 점점 줄어들면서 새로운 성장 동력이 고갈되리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 탓에 10년 뒤에는 개발보다는 보존에 대한 욕구가 커진다는 것이 미래학자들의 전망이다. 서용석 한국행정연구원 팀장은 “끊임없이 생산하고 소비하는 ‘소비 사회’가 저물고 ‘보존 사회’가 대두할 것이다. 지속 가능한 성장과 환경 보호를 위해 정부는 규제를 강화할 수밖에 없다. 개인은 ‘윤리적 소비’, ‘착한 소비’ 등에 관심을 가질 것이다. 기업은 보존 사회에서 새롭게 부각되는 사업 영역에 뛰어들 가능성이 크다”라고 전망했다.  

보존 사회는 지나치게 소모적인 생산과 소비를 지양하고, 재무적 비용만이 아닌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사회적 고려 등을 포함한 사회적 총비용을 계산하는 사회를 의미한다. 계속적인 성장을 할 수 있는 인력과 자원, 시간이 부족한 상황에서 최적화된 적정 상태의 성장을 고려하는 사회로 볼 수 있다. 정부는 적정 인구, 적정 생산 등 ‘적정’의 기준을 세우기 위한 연구에 들어간 상태이다. 차기 정권에서는 보존 사회로 가기 위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된다는 것이 서용석 팀장의 예상이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이 창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에너지 재활용, 새로운 포장 형태, 새로운 마케팅 기법 등 친환경적인 생산 과정에서 친환경적인 제품을 만드는 사업이 부각될 수 있다. 

③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엘지 등장
 

▲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주목받는 미세조류 ‘엘지’

호주 정부 부처에는 기후부가 있다. 기후장관도 있다. 온난화와 에너지 고갈로 기후 산업이 개별 국가에 압력을 넣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 세계 주요 에너지원인 석유 가격은 2020년부터 엄청나게 치솟으면서 자원으로서의 효용성이 상당히 떨어지게 된다. 박영숙 유엔미래포럼 대표는 이때 두각을 드러내는 신재생 에너지원으로 미세조류인 엘지(Algae)를 꼽는다. 엘지는 하수 폐기물이 든 플라스틱 속에서 1주일 정도 배양하면 다량의 바이오 매스가 나온다. 이것이 바이오연료로 전환되면 제3 세대 바이오 에너지가 된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엘지를 이용해 기름은 물론 이산화탄소와 폐수를 처리하고, 식량·비료·화장품 원료를 생산하는 ‘오메가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다. 박대표는 “미국에서는 알지로 발음하고 있었는데 엘지로 발음해달라고 요구해 공식적으로 엘지로 발음되고 있다. 국내 기업인 LG가 엘지를 팔면 한국이 세계 10대 바이오 에너지 강국에 들 수 있다는 바람에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린버블을 경고하는 미래학자도 있다. 이미 30년 전부터 신재생 에너지 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지만, 석유를 능가하는 신재생 에너지 개발은 걸음마 단계에 지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서용석 한국행정연구원 팀장은 “녹색 에너지를 비롯한 그린 산업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지만 여전히 생산성이 떨어진다. 지금처럼 개발이 늦어지면 10년 뒤에는 그린버블로 경제에 타격을 미칠 수 있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④살아남기 위한 대기업들의 변신 

▲ 삼성전자가 신수종 사업으로 택한 바이오시밀러 사업. ⓒ뉴시스

지난해 국내 기업 상당수는 ‘깜짝 실적’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했다. 글로벌 금융 위기를 훌훌 털어버렸다는 평가도 잇따랐다. 하지만 미래학자들은 여기까지가 최고치라고 본다. 대기업 상당수가 성장의 한계에 직면하기 직전이라는 해석이다. 최윤식 소장은 “향후 10~20년 이내에 국내 30대 그룹 중에서 15개 이상은 사라질 것이다”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그룹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삼성그룹이 핵심 사업으로 삼고 있는 반도체 시장이 완전히 사라져버릴 수 있다. 최윤식 소장은 “삼성전자가 생산하는 실리콘 소재 반도체로는 10년도 버틸 수 없다. 스마트폰은 내·외장 메모리를 사용하는 데다가 클라우드 컴퓨팅이 현실화되면 메모리가 아예 필요 없어진다”라고 단언했다. 삼성은 생존을 위한 변신을 꾀하고 있는 중이다. 10년 뒤에는 바이오테크놀러지(BT) 회사로 탈바꿈할 가능성이 크다. 순수 원천기술이 부족하기 때문에 응용기술로 승부를 걸 것으로 보인다. 즉, 삼성전자는 BT와 의학을 연결시킨 바이오시밀러, 진단(의료 기기), 바이오 신약 사업에 집중 투자하는 BT 응용회사로 진화할 수 있다.  

현대·기아차그룹 역시 자동차 생산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 10년 뒤에는 중국과 인도가 저가로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현대·기아차그룹은 경쟁력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 대안으로 뛰어들 산업은 로봇 산업이다. 최윤식 소장은 “로봇 기술 1위는 일본이다. 이 기술을 가지고 있는 곳이 혼다나 도요타와 같은 자동차 회사이다. 현대자동차가 이 부분에 뛰어들어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내야 회사도 살고 국내 경제가 내실을 갖출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조선 산업은 10년 뒤에 완전히 붕괴되어 버릴 수도 있다. 수주량 기준으로 조선 산업 1위의 지위는 이미 지난해 중국으로 넘어갔다.   

▲ '1인 창조 기업’들이 보편화될 것이다.(좌),통신사를 중심으로 클라우드 컴퓨팅 전쟁이 시작된다.(우) ⓒ연합뉴스

 ⑤1인 기업의 보편화

대기업조차 생존의 기로에 선 마당에 기업이 개인의 일자리를 장담할 수 없다. 게다가 사회의 변화 속도가 빨라지는 미래 사회에서 대기업은 살아남을 가능성이 더욱 희박하다. “빠른 놈이 느린 놈을 잡아먹는다”라는 루퍼트 머독의 말처럼 1인 기업 같은 소규모 기업이 대세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유럽은 기업의 90%가 10인 이하 기업이다. 박영숙 유엔미래포럼 대표는 “기계화·자동화로 일자리는 계속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일자리가 계산원이다. 그러나 5년 뒤에 RFID(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 시스템의 상용화로 모두 사라진다. 종국에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시대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는 1인 기업이 보편화될 것이다”라고 내다보았다.

1인 기업은 1인 권력화와 맞닿아 있다. 권력이 종교에서 국가, 기업으로 이어지다가 10년 뒤에는 개인에게 쥐어진다는 논리이다. 영국 정부나 호주 정부는 공무원을 ‘국민 설득 요원’이라고 부른다. 개개인의 힘이 강해져서 정부가 정책을 밀어붙인다고 받아들여지지 않는 현실을 반영한 결과이다. 인터넷과 통신 수단의 발달은 1인 권력화를 더욱 가속화시킬 것이다. 천세영 한국교육학술정보원장은 1인 문화 산업을 예견했다. 천원장은 “IT 발달로 어렸을 때부터 소통 기술을 익힌 국내 10대 청소년들은 세계를 찾아다니며 자국 문화를 전파하고 엄청난 부가가치를 생산해낼 것이다”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⑥클라우드 컴퓨팅 전쟁

10년 뒤에는 휴대전화라는 말이 없어질 수 있다. 대신 7인치, 9인치, 12인치 디바이스 등 다양한 사이즈의 디바이스만 존재할 뿐이다. 하나의 기기에 전화·인터넷·전자 책 기능이 모두 들어가 있다. 상황에 따라 필요한 사이즈의 기기를 선택해 사용하면 그만이다. 애플이 추진하고 있는 전략이기도 하다. 이때 필수적으로 뒤따라야 하는 기술이 클라우드 컴퓨팅이다. 영화 <아바타>에서 연구원들의 손짓 하나로 그림 파일이 기기를 옮겨다니는 것도 이 기술 때문에 가능하다. 7인치 기기로 작업한 내용을 클릭 하나로 12인치 기기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 클라우드 컴퓨팅이다. 최윤식 소장은 내년부터 클라우드 컴퓨팅 전쟁이 시작된다고 내다보고 있다. 전쟁에 뛰어들 전사는 통신회사와 컴퓨터회사이다. 인터넷전화의 등장으로 통화 수익을 거둘 수 없는 통신회사에게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은 새로운 수익원이다. 컴퓨터회사 역시 새로운 부가가치 산업으로 클라우드 컴퓨팅을 주목하고 있다.

⑦가상 국가의 등장 

▲ ‘세컨드라이프’와 같은 가상 국가가 다수 등장할 것이다.

이제 지루한 러닝머신은 사라진다. 좁은 공간에서 농구, 축구, 골프를 시뮬레이션(모의실험)으로 모두 즐길 수 있다. 현실 세계에서 하는 모든 것은 시뮬레이션으로 체험해볼 수 있다. 모션캡쳐 기능을 갖춘 30만원 상당의 엑스박스 하나만 있으면 된다. 이런 시뮬레이션 기능이 발달하면서 가상 현실이 현실과 합쳐지게 된다는 것이 미래학자들의 예측이다. 세컨드라이프와 같은 가상 현실은 개인이 의지를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 하지만 10년 뒤에는 의도를 갖지 않아도 가상 현실에 접근할 수 있다. 홀로그램 기술을 활용해 수천 km 떨어진 곳에 있는 사람을 눈앞에서 볼 수 있고, 가상 인물이 무대에서 노래하더라도 실제 콘서트장처럼 열광하게 된다. 영상이 촉감을 재현해낼 수 있기 때문에 현실과의 구분조차 모호해진다.  

이렇게 가상 현실이 가속화되면 자연스럽게 가상 국가가 대두될 수 있다. 박영숙 유엔미래포럼 대표는 “위키리크스도 일종의 가상 국가이다. 10년 뒤에는 이런 가상 국가가 더욱 많아지고, 더욱 강력한 힘을 발휘할 것이다. 이는 곧 정치 패러다임에도 변화를 주게 된다”라고 예상했다. 가상 국가에서 대통령이 등장할 날도 멀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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