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북한 경제 접수’ 속도 낸다
  • 김영윤│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sisa@sisapress.com)
  • 승인 2011.01.03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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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대중 무역 의존도 80%에 육박… 남한의 ‘대북 5·24 조치’ 이후 더 심화

 

▲ ⓒAP연합

중국이 동북 3성을 개발하기 위한 북한과의 밀착 경제 협력에 속도를 내고 있다. 남북한 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과 중국은 양국 접경의 동쪽과 서쪽에서 보란 듯이 협력을 가시화하고 있다. 양국은 이미 압록강에 포진해 있는 북한 땅 위화도와 황금평을 개발해 공동 협력 지대로 만들어 100년을 사용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그동안 말로만 무성했던 신의주와 단둥을 잇는 ‘신압록강대교’ 착공식도 곧 가질 예정이다.

동쪽에서의 북·중 협력은 더 활발하다. 북한 나진항이 아예 중국의 손아귀에 들어가고 있는 느낌이다. 북한은 나진항 1호 부두의 ‘10년+10년’의 사용권을 이미 중국에 넘겼으며, 4~6호 3개 부두도 50년간 사용할 수 있게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6호 부두는 새로 건설해야 하는 부두이기도 하다. 여기에다 나진과 지린(길림) 성 취안허(권하) 사이에 고속도로와 철도도 건설하기로 합의했다고 한다. 이로써 중국은 동북 3성, 특히 지린 성과 헤이룽장(흑룡강) 성의 자원을 자국의 남방으로 실어나를 수도 있고, 또 나진을 일본, 태평양과 직접 잇는 교두보로도 확보하는 큰 효과를 보게 된다.

북·중 국경 초월해 하나의 경제 벨트 구축

북한으로서는 중국의 힘을 빌려 나진항을 수출 가공과 보세, 중계 무역 기능을 갖춘 국제 물류기지로 개발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중국으로부터 경제적 실리를 확보하고, 국제 사회의 대북 제재 국면도 돌파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판단된다.

현재 이루어지는 북·중 간 경제 협력은 무엇보다도 국경을 초월하는 하나의 경제 지역 형성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다름 아닌 북한과 동북 3성이 하나의 경제 벨트를 구축하는 모습이다. 여기에는 북한과 중국, 두 정부의 의지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중국은 ‘동북 진흥 전략’이라는 구상 아래 크게 낙후되어 있는 동북 3성을 중앙 정부 차원에서 개발하고 있다. 2005년부터 ‘하나의 핵과 두 개의 축’ 건설을 돌파구로 삼아 두만강 지역 개발과 관련된 5대 프로젝트를 진행해 오고 있다. 하나의 핵이란 중국 지린 성 훈춘 시를 국제 물류단지 및 선진 개방형의 변경 세관 도시로 건설한다는 것이며, 두 개의 축이란 러시아에 대한 ‘도로·항만·세관’과 북한에 대한 ‘도로·항만·구역’의 물류 통로를 지칭한다. 이 5대 프로젝트에는 ‘훈춘-라선 도로·항만·구역 일체화’라는 계획이 있다. 이 계획의 일환으로 중국은 오랜 숙원인 ‘차항출해(借港出海; 항구를 빌려 동해로 나아간다는 뜻)’를 성사시키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창·지·투 개발·개방 선도구를 위한 두만강 구역 합작 개발 규획 요강’이라는 것을 국가 전략으로 정식 비준(2009년 8월)한 바 있는데, 이는 지린 성의 창춘·지린·투먼을 하나의 축으로 연결·개발하려는 것이다. 여기에는 교통 물류 인프라 건설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대북한 투자가 계획되어 있다. 2020년까지 12개 대외 통로(연계 교통망)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이 중 아홉 개 프로젝트(23억7천만 달러)가 대북한 교통망 연결 및 개선을 위한 것이다.

두 국가 사이의 교역과 교역 관련 투자는 정치·군사적인 밀착보다 더 가깝다. 현재 북한의 대중 무역 의존도는 남한을 제외할 경우 거의 80%에 가깝다. 북한 시장에서는 중국 제품이 80~90%를 차지한다. 북한의 대중 의존도는 전략 물자에서 더 뚜렷하게 나타나는데, 원유와 식량을 거의 전적으로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중국산 원자재와 설비가 북한 시장을 장악하고 있으며, 소비재는 2002년 ‘7·1 경제 관리 개선 조치’ 이후 각종 형태의 합·불법 경로로 수입되는 중국산이 북한 시장을 완벽히 지배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지난해 남한의 ‘대북 5·24 조치’ 이후 더욱 뚜렷해지고 있는 편이다. 남한이 지난해 3월에 발생한 천안함 사건의 책임을 물어 개성공단을 제외한 모든 대북 교류 협력 사업을 제한한 틈을 타고, 북한의 대중 교역 증가가 이를 대치하는 양상이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중국의 대북 투자는 50만 달러 이하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일단 규모 면에서도 압도적이다. 2003년 1백10만 달러 규모는 2008년 4천100만 달러로 40배가량 성장했다.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는 부분까지 고려하면 실투자액은 이보다 훨씬 더 클 것으로 평가된다. 투자 분야는 최근 철광 등 자원 개발 분야로 집중되는 실정이다. 중국의 대북 투자 가운데 70%가 자원 개발이나 이와 관련된 인프라 건설 투자라고 할 수 있다. 외국 자본에 의한 북한 광물자원 개발 사업 25건 가운데 20건이 중국의 투자에 의한 것이다. 이에 따라 2003년 이후 북한의 광물성 제품이 대외 무역에서 큰 비중을 차지해 2005년부터는 아예 북한 수출의 최대 품목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 대부분이 중국으로 수출된다. 2009년 북한의 대중 수출 가운데 광물자원과 관련된 비중은 62.4%에 달했다. 중국의 동북 3성 개발이 북한과 연계되어 있는 점을 감안하면, 북한 자원 분야에 대한 중국의 투자는 앞으로 크게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 이런 현상을 두고 우리는 중국의 대북한 자원 개발 투자가 크게 우려할 만한 것이 아니라고 폄하하기까지 한다.

북·중 자원 협력은 궁극적으로 남한에 불리

▲ 중국 랴오닝 성 북동쪽 단둥의 압록강 철교. 북한과 중국을 잇는 유일한 다리로, 김정일 방중 때 자주 이용했다. ⓒ시사저널 유장훈

북·중 관계를 두고 흔히 순망치한(脣亡齒寒)의 관계라고 한다.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는 말로, 서로 떨어질 수 없는 밀접한 관계를 의미한다. 중국과 북한은 국가 이익을 위해서는 서로에게 소중한 존재이다. 중국의 입장에서 북한은 미국·일본·러시아 등 강대국과의 이해관계가 교차하는 지역이기 때문에 정치·군사적 측면에서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다. 주변국과의 관계가 좋지 못하거나 악화될 경우, 북한의 전략적 가치는 더욱 높아진다. 한편, 북한 입장에서도 중국은 그들의 생존과 안전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절대적인 존재이다. 1990년대 초 옛 소련이 해체되고 동구 사회주의권이 붕괴된 이후 의지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국가가 중국이다. 북·중 협력이 중국의 대북 자원 및 인프라 개발 위주로 전개되는 것은 남한에게는 잠재적 성장 기회의 상실이다. 중국과 북한의 자원을 중심으로 하는 협력은 동북아 경제 협력에서 한국의 지위를 떨어뜨리게 되고, 궁극적으로 남한 경제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북한의 대중 경제 의존도가 심화될 경우, 북한 지역은 중국의 임가공 기지가 될 가능성이 크다. 향후 북한은 오로지 중국의 산업 발전을 위한 배후 생산지로, 그리고 생산된 제품을 소비하는 시장으로 변화될 가능성이 크다. 북·중 간의 교역은 전형적인 선·후진국 간의 교역 형태를 닮아갈 것이며, 이는 북한 주민들 사이에 중국의 부를 동경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는 쪽으로 작용할 것이다. 더 나아가 이런 현상은 중국에 편향적인 감정을 가지게 만들어, 남한을 거부하는 자세를 고착시킬 가능성도 크다. 이 모두는 한반도 통일 과정에서 남한의 영향력을 크게 약화시킬 것이 분명하다. 북·중의 경제 협력을 예사롭게 볼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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