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만화영화 계절 <꿀벌>볼까, <암탉>만날까
  • 김진령 (jy@sisapress.com)
  • 승인 2011.01.10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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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 시즌 맞아 개봉 잇따라…할리우드·토종 맞대결 볼만

겨울방학이 절정임을 보여주는 징후가 두 가지 있다. 첫 번째는 포털 사이트의 뉴스 댓글란에 1천개 이상의 댓글이 달리는 연예인 관련 뉴스가 쏟아진다. 두 번째는 아동을 대상으로 한 만화영화 개봉이 줄을 잇는다. 최근 영화 <라스트 갓파더>를 둘러싼 인터넷상의 설전이나 <꿀벌 하치의 대모험> <메가마인드>(이상 1월13일 개봉), <아프리카 마법여행>(1월20일 개봉), <가필드 펫 포스 3D>(1월27일 개봉), <라푼젤>(2월10일 개봉) 등이 개봉을 대기하고 있는 풍경은 지금 방학 시즌이 최고조에 달했음을 알리고 있다. 

이렇게 줄줄이 쏟아지는 영화 속에서 어떤 것을 골라야 할까. 미취학 아동을 동반한 보호자인 경우 ‘3D’ 딱지가 붙은 만화영화를 고른다면 실패할 확률이 적다. <꿀벌 하치의 대모험>이나 <가필드 펫 포스 3D>, 연초에 개봉한 <극장판 메탈 베이블레이드 VS 태양 작열의 침략자 솔블레이즈>는 굳이 아동영화임을 감추지 않는다. 이런 영화는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져 있기에 성인의 눈으로 재단하는 영화에 대한 완성도 평가가 무의미하다. 오히려 어떤 캐릭터가 나오는지가 더 중요하다. 다만 일반 영화에 비해 3D 영화의 입장료가 최고 4천원이 비싸다는 점에서 최근 아이들 영화가 3D에 편중하고 있는 것이 반갑지는 않을 터이다.

▲ ⓒ명필름 제공

온 가족이 볼 수 있는 영화는 아동영화와는 또 다른 세계이다. 이런 영화는 주로 디즈니나 드림웍스 등 메이저 스튜디오에서 나온다.

가족영화는 주 관람 대상을 영화의 주 소비자인 20대로 삼고 여기에 가족 관객을 끌어들이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는 영화 속에 녹아든 웃음 코드나 스토리에 반영된다. 이번 시즌의 대표적인 가족영화는 디즈니의 <라푼젤>과 드림웍스의 <메가마인드>이다.

충무로판 첫 국산 만화, 할리우드에 도전장

▲ ⓒSPBV코리아 제공

<라푼젤>은 고전 동화의 틀을 해체해서 현대성을 획득했고, <메가마인드>는 슈퍼 히어로의 전형성을 깨는 데서 웃음 코드를 추가했다. <라푼젤>의 공주는 더 이상 성에서 구원의 손길을 기다리지 않고 탑에 숨어든 도둑을 잡는 당찬 아가씨이다. 마이클 잭슨의 노래가 배경음악으로 활용되는 <메가마인드>는 악당이 영웅으로 개과천선하는 변칙 히어로물이다. 새로운 해석과 이미지의 전복을 통해 성인 관객도 끌어들이고 있는 것이다. <라푼젤>의 배급사인 소니픽쳐스릴리징브에나비스타코리아의 석송자씨는 “국내에서 성인이 영화를 안 보면 흥행에 한계가 있다. <라푼젤>의 경우 주 영화 타깃이 기획 단계에서부터 20대와 가족 관객으로 설정되어 있다”라고 밝혔다.

아쉬운 점은 이런 방학 대전에 우리 영화가 늘 소외되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조금만 더 기다리면 충무로의 해법이 나온다. 올해 상반기에는 국산 만화영화 <마당을 나온 암탉, 잎싹>(감독 오성윤, 오돌또기·명필름 공동 제작)이 승부수를 던진다. 1980년대에 충무로에 기획 영화라는 개념을 안착시킨 주인공인 명필름의 심재명·이은 제작자가 만화 전문 스튜디오인 오돌또기와 손잡고, 문소리·유승호·최민식·박철민 등 유명 배우들의 목소리 연기까지 끌어들여 상업적 대중 영화로 다듬고 있다. 때문에 충무로가 만든 첫 번째 한국 만화영화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제작 과정만 5년이 넘게 걸린 <마당을 나온 암탉, 잎싹>이 방학만 되면 할리우드에 안방을 내주는 한국 영화계의 새로운 수익 모델을 만들어낼지 주목된다.  




ⓒ시네마 달 제공
한국인이 쿠바에 대해 아는 것은 카스트로와 체 게바라의 사회주의 혁명 국가이자, 멋진 음악과 해변을 가진 나라라는 정도일 것이다. <식코>에서 무상 의료가 소개되었고,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 <하바나 블루스>에서 기막힌 음악을 들을 수 있었다. 혁명, 사회주의, 춤, 음악…쿠바는 여행 애호가에게 낭만의 이상향이다. 그리고 <시간의 춤>에서 보았듯, 쿠바에는 20세기 초반에 건너간 한인 후손이 있다. 

<쿠바의 연인>은 한국 여성 감독이 쿠바인들의 생활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쿠바에 왔다가, 쿠바 청년과 정분이 나는 바람에 희한한 개인사를 담게 된 ‘용두미(?)’의 다큐멘터리이다. 영화는 한인 후손이 오래된 가족 사진을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해 쿠바 사람들이 실제로 느끼는 사회주의 체제에 대한 발언을 담는다. 쿠바에서 1959년 혁명이 일어난 이후 미국은 경제 봉쇄를 단행했고, 쿠바는 소련의 원조로 혁명정부를 유지했다. 사회주의 체제에 대한 쿠바인들의 반응은 양면적이다. 혁명의 의의를 인정하면서도, 비효율·물자 부족·폐쇄성 등에 상당한 불만을 토로한다. 

중반 이후 영화는 자전적 연애사로 급선회한다. 열 살 연하의 폭탄머리 쿠바 청년은 사랑하는 감독을 쫓아 서울에 온다. 국경을 넘는 일은 실로 한 세계와 결별하는 일이다. 한국은 속도와 소비의 별천지이고, 장모는 ‘까만’ 사윗감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게다가 한국 기독교의 배타성은 쿠바 청년이 그토록 싫어하던 스탈린주의 저리 가라이다! 결혼식을 마치고 쿠바로 돌아간 부부가 출산을 위해 다시 한국에 오는 것을 암시하며 영화는 끝난다. 쿠바 청년의 말처럼 “완벽한 나라는 없다”. 그러나 “I love money”라고 말하는 한국인에게 “Me too…  but I love the life”라고 답하는 그의 말은 깊이 새겨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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