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중심에서 뭉친 힘 솟구치다
  • 이춘삼│편집위원 (sisa@sisapress.com)
  • 승인 2011.01.10 20:0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의 신 인맥 지도 | 순천·여수·광양

 

▲ 순천 낙안읍성(좌),여수 돌산대교(우) ⓒ순천시 제공 , ⓒ 여수시 제공

순천시는 교통망이 발달해 물산의 교역이 활발하다. 철도·도로가 이곳을 통과하고 공항이 가깝다. 순천시는 비록 인구가 많지 않은 소도시에 지나지 않지만 교육, 문화, 경제, 교통 등 다방면에 걸쳐 전남 동부권의 중심임에 틀림없다. 이 지역 일대를 관할하는 법원·검찰 관서가 순천시에 있다. 순천에는 승보사찰 송광사와 천년 고찰 선암사를 품고 있는 조계산이 자리 잡았다. 조선 시대의 생활상을 그대로 간직한 낙안읍성이 있고, 최근 급부상한 순천만의 절경이 사람들의 눈길을 끈다.

김승옥(순천·순천고-서울대 불문과)의 소설 <무진기행>의 배경이기도 한 순천만은 남북으로 길게 여수반도와 고흥반도에 에워싸여 항아리 모양을 한 내만으로 개펄, 갈대밭, 철새 등 갖가지 생물이 조화를 이루는 청정 지역이다. 

여수는 ‘한국의 나폴리’로 불릴 만큼 풍광이 아름답다. ‘동백꽃’의 오동도는 1968년 한려 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이래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 명승지 중 하나이다. 여수시는 지난 2007년 ‘해양과 기후 보전’을 주제로 내세워 2012년 세계박람회(엑스포)를 유치해 행사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981년 세계 최대 조강 생산 능력을 갖춘 광양제철소와 연관 단지가 들어서면서 광양은 급성장했고, 1995년 시로 승격했다. 광양은 제철소가 들어서기에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수심이 깊어 대형 선박의 접안에 문제가 없고, 주암댐으로부터 공급받는 공업용수도 유리한 조건 중 하나이다.


각기 특색 있게 발전한 ‘세 도시 이야기’

순천시는 1995년 기존의 순천시에 승주군을 합친 도농 복합형의 새 도시로 탄생했다. 여수시는 1998년 4월1일 여수시, 여천시, 여천군을 합쳐 통합 여수시로 개청을 보았다. 인구 면에서는 순천과 여수가 각기 30만명가량으로 비슷한 수준이나 유동 인구 면에서는 순천이 훨씬 많은 편이며 광양은 두 도시의 절반 수준으로 집계되고 있다. 엑스포에 대비해 오는 8월이면 KTX가 여수까지 연장된다.

광양과 여수를 잇는 이순신대교는 현재 공정 70%로 올해 말이나 내년 초쯤이면 준공된다. 그렇게 되면 현재 1시간10분 걸리는 것이 15분으로 단축된다. 순천-여수 간의 자동차 전용도로 건설 계획도 착착 진행 중이다. 앞으로 세 도시는 모두 10~15분이면 서로 왔다갔다 할 수 있는 이웃집이 되는 셈이다. 지역의 양식 있는 인사들은 세 도시가 힘을 합쳐 시너지 효과를 낸다면 지역 발전이 더욱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

순천은 교육도시로서도 이름이 높다. 목포와 광주 등 전남 지역에서는 대체적으로 인문계 중등학교가 실업계 학교보다 설립이 늦었다. 순천에서도 사정은 이와 다르지 않았다. 1930년대 순천 지역에 실업계 중등학교로 순천공립농업학교가 있어 지역 실정에 맞춘 농업 교육을 했으나 이는 인문계 학교가 생기기 전의 일이었다. 미국 선교사가 세운 매산학교에 고등과가 있었지만 그나마 신사 참배 거부 문제로 1937년 폐교당했다. 그런 상황에서 육영 사업의 뜻을 세운 애국지사 우석 김종익 선생의 희사금으로 순천중학교가 탄생했다. 1938년 3월 순천공립고등보통학교로 인가를 받은 이 학교는 곧이어 4월 교육령 개정에 따라 5년제 순천공립중학교로 개칭되었고, 마침내 같은 해 4월30일 대망의 개교를 맞았다. 1950년 순천중과 순천고로 분리된 후 1973년 중학교 평준화 시책에 따라 순천중이 폐교됨으로써 현재의 순천고로 존속해 오고 있다.

 


김종익 선생은 이밖에도 순천농업학교, 순천고등여학교를 설립해 지역 교육의 초석을 다졌다. 순천농업학교는 이후 순천농림중학교-순천농림고등학교-순천농림고등전문학교-순천농림전문학교를 거쳐 대학 편제인 순천농업전문대학으로 승격해 고등 교육 기관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1982년 4년제 대학으로의 개편과 함께 농학과 등 10개 학과를 개설해 새롭게 출발한 순천대학은 1991년 5개 단과대학을 갖춘 종합대학교로 승격해 오늘에 이른다.


어쨌거나 순천고는 지역의 명문고이다. 수재들은 드물게 서울로 유학했고 그보다 한 단계 손쉽게는 광주 시내의 광주일고와 광주고로 진학했다. 시골 살림에 자식 공부를 위해 타처로 내보내는 일이 쉽지 않았을 터. 그렇게 해서 순천고에는 공부 잘하는 전남 동부권의 수재들이 많이 모여들었고 전통은 쌓여갔다. 순천고는 한때 많은 법조인을 배출한 전통 있는 학교로도 이름을 날렸다.

18대 국회에 진출한 이 지역 출신은 김충조(민주당·비례대표)·서갑원(민주당·순천)·서종표(민주당·비례대표)·우윤근(민주당·광양) 의원이다. 이는 출생지를 기준으로 한 분류로서 지역과 연고를 가진 의원은 더 있다. 여수 갑의 민주당 김성곤 의원은 출생지가 부산이고, 여수 을의 주승용 의원은 고흥에서 태어났으나 이들 역시 본적은 여수이다. 이영애 의원(자유선진당·비례대표)은 출생지가 서울이고 본적도 남편을 따라 서울로 되어 있지만 부친인 이경호 전 보건사회부장관은 광양 사람이다.



5선으로 정치개혁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충조 의원은 여수에서 태어나 여수에서 초·중·고교를 마치고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언론인 생활을 하고 출마했으나 11, 12대에서 낙선하고 13대에 이르러 여의도에 입성한 이래 14, 15, 16, 18대 의원에 이르고 있다. 서갑원 의원은 대학원을 갓 졸업한 서른 살 법학도로서 노무현 전 의원의 보좌관으로 인연을 맺어 정계에 진출했다. 고향인 순천에서 출마해 17대 국회에 진출한 후 2선을 기록했다.

4성 장군 출신의 서종표 의원은 서울공고와 육사를 졸업하고 포병으로 군 생활을 했다. 사단장, 군단장, 국방대 총장, 3군사령관을 역임했으며 18대 국회에 민주당 비례대표 8번으로 등원했다. 우윤근 의원은 순천중- 사레지오고를 나와 전남대 법대와 동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학구파이다. 17대 국회에 진출한 2선이지만, 18대 국회 법사위의 민주당 간사를 거쳐 후반기 법사위원장을 맡았다.

이영애 의원은 경기여고와 서울대 법대를 나와 사법시험에 수석 합격하고 판사 생활을 하는 동안 ‘최초’의 기록을 여럿 세운 여성 지방법원장 출신으로 유명하다. 그의 부친인 이경호 전 장관은 일본 구주신대 법학부를 졸업하고 고등문관시험에 합격한 당대의 엘리트였다. 대학 교수와 검사직을 지냈고 법무·국방·교통부 차관을 거쳐 보건사회부장관을 마친 후 국회의원을 지냈다.


조연하·허경만 두 국회부의장도 배출

순천 출신으로 한때 중앙 무대에서 이름을 떨친 정치인으로는 조연하 전 국회부의장(작고)과 허경만 전 부의장이 있다. 조연하 전 부의장은 5대 민의원과 8대, 12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12대 국회부의장을 마친 후 국민당 최고위원으로 일했다. 허경만 전 부의장은 식견이 풍부하고 합리적인 국회의원으로 기억되고 있다. 순천고와 성균관대 법과를 졸업하고 고등고시 사법과에 합격, 10년 가까운 검찰관 생활을 마친 후 변호사 개업을 하면서 10대 국회에 진출했다. 14대까지 내리 5선을 기록하면서 평민당 원내총무, 국회 상공위원장, 민주당 최고위원, 국회 부의장을 역임했다. 이후 전라남도 지사로 두 차례 임기를 마치고 2002년 퇴임한 후 대학 강의와 변호사로 조용한 만년을 보내고 있다.

많은 화제를 뿌렸던 인물로 김경재 전 의원이 있다. 순천고-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그는 김대중 당시 신민당 대통령 후보 옆에 있다가 미국으로 망명해 15년을 지냈다. 귀국해 평민당 창당 발기인으로 참여하고 15대 국회의원에 당선된다. 16대 국회에도 등원했으나 18대 총선과 제5회 지방선거에서 고배를 마셨다. 그가 ‘박사월’이라는 필명으로 펴낸 <김형욱 회고록> 3부작은 당국의 감시 속에서도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송영수 순천상공회의소 회장은 본래 순천 사람은 아니다. 광산군 지산면(현재는 광주시 광산구) 태생으로 광주에서 고등학교까지 마쳤고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32년 전 부친의 사업이었던 여수 동양교통을 이어받아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하면서 순천이 제2의 고향이 되었다. 24년 전 광양제철이 입주하면서 연관 업체인 서강기업을 설립했다. 2006년 순천광양상공회의소 회장으로 선임된 후 연임 중이며 2007년에는 전남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으로 추대되었다. 부친 송옥씨는 사범학교 출신으로 한때 교편을 잡았고 광주 향교의 전교를 지냈다. 송회장 4형제 중 위로 세 사람은 광주고 동문이며 막내 송영철씨가 광주일고 출신으로 성균관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행시에 합격, 전남도 기획조정실장을 거쳐 현재 행정안전부 지역발전정책국장으로 재직 중이다. 그의 처남이 고승덕 한나라당 의원이다.

연세대 의대를 나오고 세브란스병원 외국인진료소장을 맡고 있는 인요한씨는 순천에서 선교사로 활동한 할아버지와 아버지 슬하에서 성장했기 때문에 전라도 억양을 약간 섞어가며 “한국 사람보다 한국말을 더 잘한다”라는 말을 듣는다.

헌법재판관을 지낸 전효숙 이화여대 법학과 교수(순천·순천여고-이화여대 법대)와 이태운 전 서울고등법원장(광양·순천고-서울대)은 부부 법조인이다. 이승재 법무법인 동인 대표변호사는 광양 출신으로 광주일고와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곧바로 경찰의 길을 택했다. 서장, 지방경찰청장, 경찰종합학교장, 해양경찰청장으로 별 네 개를 달고 나와 법무법인 동인 대표직을 맡고 있다.

스파이 혐의로 미국 법정에 서서 매스컴을 탔던 로버트 킴 전 미 해군 정보국 컴퓨터분석관이 여수 출신으로 경기고와 한양대 산업공학과를 나왔다.

김종빈 전 검찰총장(여수·여수고-고려대 법대)과 김승규 전 국정원장(광양·순천 매산고-서울대 법대)이 이 지역 출신 유명 인사이다. 또 중견 아파트 건설업체인 부영의 이중근 대표이사 회장(건국대 정외과)이 순천 출신이며, <식객>의 만화가 허영만씨(여수고)는 여수 출신이다. 한때 의리의 사나이로 스크린을 누볐던 영화배우 고 박노식씨(순천사범-조선대 체육과), 역시 묵직한 돌쇠 같은 사나이 백일섭씨(용문고-명지대 영문과)가 여수 출신의 유명 인물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