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세대 전쟁’, 한국의 대비책은?
  • 양욱│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
  • 승인 2011.01.10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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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타격에 초점 맞춘 최근 북한 도발에 주목…첨단 기술 적용한 군사력에만 기댈 수 없어

2010년 대한민국은 천안함 침몰 사건과 연평도 포격 사건이라는 커다란 두 개의 이슈를 맞이했다. MB(이명박) 정권은 신년의 과제로 경제에 더하여 안보까지 챙기겠다고 나서기까지 했다. 그러나 이런 충격적인 사건들 이후 우리의 안보 태세는 진정 변화하고 있는가? 가장 핵심적인 질문은, 우리는 북한이 가해 오는 도발에 대해 근본적으로 대응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 지난해 11월23일 있은 북한의 연평도 포격은 4세대 전쟁에 대한 불안감을 키웠다. ⓒ시사저널 유장훈


전쟁 형태, 어떻게 변화했나

전쟁의 형태는 시대 상황에 따라 바뀐다. 역사를 살펴보면 전쟁은 대략 4단계의 발전 과정을 거쳐왔다. 우선 1세대 전쟁은 나폴레옹 시대의 전쟁으로 국가가 대규모의 병력을 조직적으로 활용한 최초의 전쟁 형태였다. 한편 산업혁명으로 대량 생산이 가능해지고 국부가 팽창하자 전쟁은 2세대 전쟁이 등장했다. 현대적인 야포나 기관총, 탄창급탄식 소총 등이 대량으로 지급되고 철도 등 교통수단이 발달하면서 전쟁은 이제 화력의 집중에 의해 얼마나 상대방을 죽일 수 있는가 하는 소모전의 형태로 바뀌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1차 세계대전이었다.

그러던 것이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면서 상황은 또 급격히 바뀌었다. 독일은 우수한 전차와 기동성을 갖춘 포병과 보병, 효과적인 항공기 지원 그리고 야전 통신 체계를 바탕으로 기동성 높은 전쟁을 펼쳤다. 바로 3세대 전쟁이 등장한 것이다. 전투 의지나 상상력이 전혀 결여된 상태로 2세대 전쟁에만 집착하고 있던 영국과 프랑스는 새로운 세대의 전쟁을 꾸준히 준비해 온 독일에게 손쉽게 무너졌다. 1940년 황색 작전으로 프랑스를 침공한 독일은 16일 만에 영국군을 덩케르크로 몰아내고 한 달 만에 프랑스 전역을 점령해버렸다.

이런 3세대 전쟁이 가장 절정에 달한 것은 1991년의 걸프전이었다. 당시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이었던 미국은 냉전 시절 꾸준히 확보해놓은 첨단 무기들을 일시에 쏟아부어, ‘사막의 폭풍’ 작전을 개시한 지 2개월도 안 되어 이라크군을 몰아내고 쿠웨이트를 수복했다. 첨단 무기 체계가 핵심이 되는 3세대 전쟁에서 더 이상 미국을 압도할 만한 군사력은 없을 것이며, 첨단 기술을 적용한 군사 혁신(RMA; Revolution in Military Affairs)만이 미래 전쟁의 열쇠가 될 것이라는 인식이 전세계 안보 관계자들의 뇌리 속에 깊이 박히게 되었다.

미국도 이길 수 없는 4세대 전쟁의 등장

▲ 북한 특수군이 얼룩무늬 군복을 착용하면서 얼핏 보아서는 우리 군과 식별이 어렵게 되었다. ⓒ AP 동영상 캡쳐

그러나 이런 군사 분야의 초강대국인 미국마저도 이길 수 없는 전쟁의 형태가 등장하고 있다. 바로 4세대 전쟁이다. 마오쩌둥의 ‘인민 전쟁’에서 구체화된 이 전쟁 양상은 기존의 1·2·3세대 전쟁과는 전혀 다른 성격을 갖춘 것이었다. 기존의 전쟁 형태가 적의 군사력을 파괴하거나 무력화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면 4세대 전쟁은 군사적인 승리보다는 적의 정치적인 의지를 직접 분쇄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4세대 전쟁에서는 활용할 수 있는 모든 네트워크를 동원해 적국의 정치 지도자들에게 좌절을 안겨주는 것이 목적이다. 적국은 절대로 전략적인 목표를 달성할 수 없으며, 설사 달성된다고 해도 엄청난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적국에게 인식시키는 것이 목표가 된다. 여기서 네트워크는 단순히 군사적인 부문에 제한되지 않는다. 정치·경제·문화의 모든 네트워크가 이런 목표를 위해 동원된다.

일례를 들어보자. 마오쩌둥은 대장정을 통해 한때 5천명으로 줄어든 인원으로 국민당 정권에 대항했다. 마오쩌둥은 전쟁을 정치적인 과업이라고 생각하고, 제1 단계로서 반군의 정치적인 힘을 길렀다. 그리고 제2 단계로 일정 지역에 거점이나 기지를 구성했으며, 제3 단계에 이르러서야 본격적인 군사력을 투입하여 정부를 전복시켰다. 결국 마오쩌둥은 이러한 비대칭 전술로 중국을 석권하고 국민당 정권을 타이베이로 쫓아내고야 말았다.

특히 주의할 점은 4세대 전쟁에서 강자가 승리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는 점이다. 역사상 유례없는 군사 강대국인 미국도 4세대 전쟁에서는 베트남, 레바논, 소말리아에서부터 최근에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이르기까지 줄줄이 패배를 거듭하고 있다. 프랑스는 베트남에서, 옛 소련은 아프가니스탄에서 4세대 전쟁의 쓰라린 패배를 맛보았다.

이렇게 약자에게 효율적인 4세대 전쟁을, 북한이 주목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지난해 6월8일 육군본부가 주최한 ‘2010 육군 토론회’에서 이상우 국방선진화 추진위원장은, 천안함 공격 사건은 북측이 비정규전이나 특수전을 특징으로 하는 4세대 전쟁을 준비해왔음을 입증한 사례라고 주장한 바 있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 4년간 특수전 병력을 8만명이나 증강해 현재 20만명을 보유하고 있다.

▲ 대테러 전쟁에서 미군 희생자가 늘어나는 것도 4세대 전쟁 형태에 대한 준비 부족이 한 이유이다. ⓒUS DOD


우리 군, 기술적 전력에서는 우세
  

북한의 비대칭 전력은 우리를 얼마나 위협하는가? 우리 군 당국은 ‘명품 무기 체계’의 탄생을 널리 홍보하면서 최강의 군사력을 구축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표출하고 있다. 하지만 2010년에 발생한 두 가지 사건은 이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바다로, 세계로’를 외치며 대양해군의 기치를 높이던 우리 해군의 초계함은 기습 공격을 받아 46명의 사망자와 실종자를 기록하며 침몰했다.

대한민국 안보의 최전방 기지 가운데 하나인 연평도는 해안포·방사포 공격으로 불바다가 되면서 민간인 두 명과 해병 두 명이 사망하기까지 했다. 이렇게 치명적인 지역에 자주포 전력이 1개 포대에 불과했다는 점은 우리 군의 대비 태세에 대한 논란을 가열시켰다. 게다가 더욱 놀랍고 실망스러운 사실은 ‘명품 무기 체계’의 대표 주자라는 K-9 자주포가 북한의 공격에 대해 치명적인 반격을 가하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실제로 우리 군은 기술적인 면에서 북한에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높은 성숙도를 가지고 있다. 현대전에서 중요시되고 있는 거의 모든 첨단 무기 체계에서 국산화를 이루고 있으며, 몇몇 무기 체계는 ‘명품’ 브랜드라는 기치 아래 우리 경제의 신성장 동력으로 취급하면서 해외 수출까지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막상 교전이 벌어지자 이런 기술적인 우위는 승패를 결정하는 요인이 되지 못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북한은 기술적인 우위가 없이도 이길 수 있는 싸움만을 걸어온 것이다. 매우 전형적인 4세대 전쟁 양상이 벌어진 것이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우리는 전혀 다른 싸움에 휘말렸다. 우리 군은 세계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을 3세대 전쟁의 전력을 양성해왔지만, 막상 4세대 전쟁과 마주했을 때는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전차와 비행기의 숫자나 기술력을 논하는 3세대 전쟁에서 우리는 분명 전력상 우위에 있지만, 정치적인 의지가 결합되는 4세대 전쟁에서 우리는 과연 전력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일까?


비대칭 전력 막을  대응 전력의 공백 심각

우리가 심혈을 들여서 키워낸 막강한 ‘3세대 전쟁’ 전력에 대해 북한은 매우 경제적이고도 현실적인 대응을 해 오고 있었다. 바로 5대 비대칭 전력이다. 그중에서 가장 위협적이고도 현실화가 쉬운 것이 특수부대에 의한 비정규전이다. 이미 천안함 사건 발생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북한 비대칭 전력의 치명성은 입증된 셈이다.

최근에는 북한군이 착용하고 있는 ‘얼룩무늬’ 군복 하나만으로도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전방사단, 특히 전투 서열 1위로 우리 영토에 가장 먼저 침투할 경·보병사단 병력들이 위장복을 착용하고 있다는 점만으로도 북한의 전투 대비 태세를 엿볼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북한군이 채용한 얼룩무늬 위장복은 우리 군복과 매우 유사하지만, 색상이 다소 진하다는 차이점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지난해 10월10일 북한군의 퍼레이드에서 목격된 북한 군복은 우리 군복과 거의 차이점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이러한 복장을 한 북한군이 아군 지역 내로 침투한다면 우리 국민들조차도 이들이 적군인지 아군인지 피아 식별이 어려울 수 있다. 게다가 우리 군이 채용하고 있는 ‘X반도’와 같은 군장도 2차 대전 당시 수준에 머무르는 매우 간소한 것들이어서 별다른 노력이 없이도 북한 내부에서 손쉽게 카피할 수 있다. 북한이 카피하기 어려운 것은 우리 군이 제작한 K1A 기관단총이나 K2 소총 등의 총기 정도이다. 1996년 강릉에 침투했던 무장 공비들의 경우, 북한 정찰국 특수부대원들은 M16 소총의 중국제 카피판을 들고 활동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런데 이것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병력의 침투에 대해 과연 어떤 병력으로 대응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대침투 작전에서 주요 병력은 적이 침투한 현지의 지역 내 기지 및 시설부대가 된다. 물론 핵심 병력은 북한 특수부대의 후방 침투에 대처하는 특공여단 병력으로 3개 여단이 존재했었지만, 그나마 국방 개혁 2020 때문에 1개 여단이 축소되어 현재는 두 개에 불과하다.

예비군과 전투경찰, 실질적 전력화 어려워

▲ 북한은 GPS 교란 장비까지 사용하고 있다. 위는 러시아제 GPS 교란 장비. ⓒNational Air Intelligence Center .

그 밖에도 예비군 또한 주요 병력으로 생각할 수 있는데, 1996년 강릉 공비 사건에서도 드러났듯이 예비군이 실질적인 전력으로 활용되는 것은 쉽지 않다. 특히 더욱 바빠지는 현대 사회에서 의무 복무의 연장인 예비군에 대한 충실도는 기대하기 힘들다. 미군의 주 방위군처럼 ‘위크엔드 솔져’ 역할이라도 부여하면서 급료를 제공하지 않는 한, 평시 상황에서 실질적인 전력화가 어려운 것이 예비군이다.

마지막 요소 가운데 하나가 전투경찰이다. 전투경찰은 대간첩 작전 수행을 위해 육군 훈련소에서 차출된 자원이다. 전투경찰은 그 존재 자체가 공산 게릴라들과의 전투에서 기인한다. 한국전쟁 중에 빨치산 토벌을 위해 창설된 지리산·태백산 전투경찰대가 역사적인 뿌리가 된다. 1967년부터 창설된 작전전투경찰순경은 대간첩 작전에서 주요 전력으로 활용되어왔으나, 적의 침투가 줄어든 오늘날에는 시위 현장 대응과 혼잡 경비 등에 투입되면서 그 의미가 퇴색되어왔다.

이에 따라 전투경찰 제도는 2012년 폐지를 눈앞에 두고 있으나, 현재 경찰의 요청에 따라 3년간 제도 유지가 기대되는 상황이다. 어느 경우이든 현재 전투경찰은 과거처럼 대간첩 작전 부대라는 본질에서 벗어나 있으며, 이런 상황에 대응해 경찰청에서도 대간첩 작전에 특화된 경찰전술부대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하고 대비해야 할 것이다.

언제나 틈새 노리는 약자의 전략

약자가 강자에게 정면 대결을 걸어오는 일은 좀처럼 찾기 어렵다. 이스라엘군의 소총에 새총으로 대항하는 팔레스타인 소년들처럼 특정한 언론 이미지 공작을 위한 것이 아닌 이상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북한이나 이란 등의 호전적인 국가들도 마찬가지다. 특히 북한은 정면 대결을 피하는 대신 우리 군과 미군이 보유한 첨단 무기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꾸준하게 노력해 오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들 가운데 하나가 최근에 이슈가 되었던 GPS 교란 장치이다. 현대 첨단 무기들은 주로 GPS 좌표를 사용해 적의 위치에 정밀한 공격을 실시하게 된다. 우리 군이 채용한 JDAM과 같은 무기들도 이런 GPS 기술에 기반한 정밀 타격 무기들이다. 그러나 이런 GPS 장비들은 전파를 사용해 위치 정보를 수신하게 되는데, 해당 주파수를 교란하면 GPS 장비를 사용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기초해 만들어진 것이 바로 GPS 교란 장치이다.

지난해 8월 말 서해 일대에서 발생한 GPS 장애 현상은 북한이 개성 등지에서 실시한 교란 작전이라는 주장이 있었다. 우리 군의 일부 GPS 장비가 민간용 L1 주파수 대역에 기반하고 있기에 이런 공격이 유효할 수도 있다면서 우려하는 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군용 GPS는 이런 주파수 방해에 비교적 영향이 적으며, 또한 GPS 교란 장비 자체가 상대편에게는 아주 좋은 표적이 되기 때문에 GPS의 교란은 생각처럼 쉽지 않다. 2001년 아프가니스탄 전쟁이나 2003년 제2차 걸프전 때 러시아제 GPS 교란 장비가 사용된 바 있었지만, 모두 미군의 공격 대상이 되었다.

GPS보다 더욱 우리 생활에 밀접한 공격도 있다. 바로 사이버 전쟁이다. 국내 주요 사이트들을 마비시켰던 디도스 공격의 경우는 IT 환경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우리 생활을 마비시키는 결과까지 가져올 수도 있다. 단지 6천여 명의 해커만으로 이런 성과를 가져올 수 있으니 최고의 비대칭 전력인 셈이다.

4세대 전쟁 적으로서의 북한은 달라

북한을 군사적인 위협으로 바라보는 두 가지 관점이 있을 수 있다. 우선 3세대 전쟁의 적으로서 북한은 매우 한심한 존재이다. 인구는 대한민국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고 공업적 기반은 미미하다. 보유하고 있는 전차나 항공기의 대수는 많을지 몰라도 개별적인 전투력으로 보았을 때는 우리 군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 심지어는 자기들의 국민과 병사조차 제대로 먹이지 못해 전투력을 유지시킬 수 없다.

하지만 4세대 전쟁의 적으로서의 북한은 다르다. 비록 첨단 기술이나 장비는 결여되어 있을지 몰라도 김정일 체제라는 종교적인 믿음에 목숨을 거는 정치적 신념의 집단이다. 이들은 핵과 생화학무기, 장사정포와 미사일, 잠수함, 해커부대, 특수부대 등 가공할 비대칭 전력으로 언제라도 대한민국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는 무력 집단이다.

새로운 전쟁 형태에 대비하지 못하는 국가는 반드시 패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2010년에 발생한 두 개의 사건은 북한이 새로운 전쟁 형태로 우리에게 도발을 가해 올 수 있다는 조짐이다. 이 사건은 대한민국에게는 처절한 패배인 동시에 적의 행동에 대한 본질을 꿰뚫어보고 이에 대응할 소중한 기회이기도 하다. 대한민국은 수천 문의 대포와 로켓을 사용해 엄청난 양의 고폭탄과 화학탄을 서울에 비처럼 퍼부을 수 있는 적을 눈앞에 두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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