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든 전립선, 신장까지 위협한다
  • 노진섭 (no@sisapress.com)
  • 승인 2011.01.17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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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변 시원하지 않은 남성들은 빨리 병원 찾아야…전립선암은 조기에 발견하면 완치 가능

 

▲ 전립선암은 로봇 수술로도 치료가 가능하다. 나군호 연세세브란스병원 비뇨기과 교수가 로봇으로 전립선암을 제거하고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소변 보기가 시원하지 않으면 전립선을 검사해볼 필요가 있다. 전립선에 이상이 생겼을 때 가장 흔한 증상이 소변 배출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이런 증상을 방치하면 소변을 보지 못할 정도로 악화될 수 있다. 최근 급증하고 있는 전립선비대증은 전립선암과 증상이 비슷하므로 전문적인 진단을 받는 것이 필수이다.

전립선은 방광 밑에 요도를 감싸고 있는 호르몬 기관이다. 호두알 크기에 20g 정도이며, 정액의 일부를 생산하는 기능을 담당한다. 전립선에 이상이 생긴다고 해서 생명에 지장은 없지만 일상생활이 불편해져 삶의 질이 떨어진다. 흔한 전립선질환은 전립선염, 전립선비대증, 전립선암이다. 전립선염은 30~40대 남성에서 첫 번째, 50세 이상에서 세 번째로 흔한 전립선질환이다. 30~40대 남성이 병원을 찾는 주요 질환 중에 하나가 전립선염이다. 이 질환에 걸리면 통증과 배뇨 증상이 나타난다. 통증은 고환, 음경, 회음부, 허리에 주로 나타나며 소변 볼 때와 사정할 때에도 생길 수 있다. 배뇨 증상으로는 소변이 급하게 마려운 증상이 흔하다. 소변 보기가 어렵고 잔뇨감도 있다.

전립선염이라고 하면 세균 감염에 의한 염증이라고 생각하고 성병이 아닌지 고민하거나 심지어 부부 생활을 피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비세균성 전립선염이 전체의 95%를 차지한다. 오히려 전립선 마사지와 정액 배출은 전립선에 좋으므로 규칙적인 성생활을 권하는 의사도 있다. 비세균성 전립선염의 원인은 확실하지 않지만, 골반 근육과 회음부의 활동으로 요도 압력이 증가하면서 소변이 전립선으로 역류해서 염증을 일으키는 것으로 추정된다. 염증이 있는지 없는지는 소변 검사와 전립선액 검사로 알 수 있다. 염증이 없으면 방광과 요도 기능을 별도로 검사(요역동학검사)한다.

세균에 의한 염증은 항생제와 소염제로 치료한다. 전립선 조직은 항생제가 쉽게 침투되지 않으므로 1~3개월 동안 꾸준히 치료해야 한다. 최근에는 골반 근육 운동요법을 통해 골반 근육과 요도괄약근을 이완시키는 치료도 효과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성원 삼성서울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전립선염은 치료를 받아도 재발하는 경우가 많아 치료할 수 없다고 잘못 아는 사람이 많다. 이 때문에 치료 효과가 확인되지 않은 방법을 마음대로 사용하다가 합병증으로 고생하는 환자가 많다. 그러나 최근에는 새로운 진단과 치료 방법이 많이 개발되어 만족스러운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전립선비대증 증상, 오랫동안 서서히 나타나

▲ 전립선은 남성에게만 있는 기관으로 방광 밑의 요도를 둘러싸고 있다. 직장에 손가락을 넣었을 때 만져지는 부위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전립선이 커지는데 이것이 전립선비대증이다. 40세 남성이 80세까지 생존한다고 가정할 경우, 80세에 전립선비대증 수술을 받을 확률은 40%에 이른다. 과거에는 동양인이 서양인보다 발병률이 낮은 것으로 생각했지만 최근에는 인종 간 발병률에 차이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에서도 노인 인구가 증가하면서 전립선비대증 환자가 늘어나는 추세이다. 주요 증상으로는 소변을 잘 참지 못하고, 소변 줄기가 가늘고 힘이 없어지며, 소변을 보려 해도 한참 머뭇거리거나, 소변을 본 후에도 잔뇨감이 생긴다. 야간에 소변이 자주 마려워 잠을 설칠 때도 있다. 이런 증상은 오랫동안 서서히 나타나므로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변화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전립선비대증의 초기 증상은 전립선암과 구별하기 어려우므로 병원에서 감별할 필요가 있다. 전립선비대증을 대수롭지 않게 여겨 치료하지 않으면 신장질환으로 발전할 수 있다. 예컨대, 신장이 늘어나 신장에 소변이 고이는 수신증이 생길 수 있다.

전립선비대증의 진단은 어렵지 않다. 직장으로 손가락을 넣어 전립선을 만져보는 촉진(觸診)으로 진단할 수 있다. 전립선비대증일 가능성이 크면 전문 검사법(요류 역학, 초음파 검사)으로 확진한 후 치료 방법을 결정한다. 10년 전만 해도 전립선비대증 치료로는 수술이 유일했지만 지금은 다양한 치료법이 개발되어 있다. 증상이 심하거나 전립선 크기가 크면 합병증 발생 위험이 있으므로 수술로 전립선을 제거한다. 요도로 내시경을 삽입해서 전립선을 제거하는 방법을 주로 사용한다. 의공학 발달로 풍선 확장술, 온열 요법, 레이저 요법, 경요도 침 열소작술(TUNA) 등 수술 없이 치료할 수 있는 치료법도 있다.

증상이 가볍거나 전립선 크기가 크지 않으면 약만 먹어도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최근에는 전립선을 둘러싼 근육을 이완시키는 약(알파 수용체 차단제)과 전립선의 크기를 줄이는 약(5-α 환원효소 억제제)을 사용한다. 그렇다고 해서 전문적인 검사 없이 임의로 약을 복용하는 것은 위험하다. 증상은 비슷하지만 신경질환에 의한 방광 기능 장애 또는 전립선암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전립선비대증이 있는 사람에게서 전립선암도 같이 발견되는 사례가 종종 있으므로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전립선암의 증상은 전립선비대증과 비슷하다. 종양이 커져 요도를 압박하면서 소변이 자주 마렵고, 소변을 볼 때 통증과 혈뇨를 보이고, 사정할 때도 통증과 함께 정액에 피가 섞여 나오기도 한다. 전립선암은 미국 남성에게 가장 흔한 암이며, 사망률도 폐암에 이어 2위이다. 한국에서도 해마다 3백명이 전립선암에 걸리는 것으로 보고되어 있다. 노령 인구 증가, 식생활 변화, 환경 오염 등이 원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립선비대증 진단법처럼 전립선암도 촉진으로 초기 진단이 가능하다. 그러나 암이 많이 진행되어도 촉진되지 않는 경우가 있으므로 전문 검사(PSA 검사)를 한다. 혈액을 채취해 단백질의 일종인 PSA 수치를 측정해서 정상치(4ng/ml)보다 높으면 전립선암을 의심한다. 직장 초음파 검사나 조직 검사로 암이 확진되면 CT, MRI, 방사선동위원소 골주사법 등을 통해 암이 어느 단계까지 진행되었나를 파악하고 뼈에 전이되었는지 여부도 확인한다. 전립선암은 임파선을 통해 뼈나 다른 장기로 전이된다. 뼈로 전이되면 척수를 눌러 신경마비가 오기도 한다. 임파선 전이 여부를 알기 위해 림프절 조직을 복강경 등으로 채취해서 검사한다.

전이가 안 되고 전립선에만 국한된 초기 단계라면 전립선을 제거하는 수술이 효과적이다. 암이 다른 부위로 퍼졌거나 환자의 전신 상태가 좋지 않으면 남성 호르몬을 차단하는 방법(내분비 요법)도 사용한다. 이 요법에는 고환을 제거하거나 약물을 투여하는 등의 다양한 방법이 있다.

전립선암이 발생하는 데에는 유전적 인자, 호르몬의 영향, 고지방 식사 습관, 환경 요인 등이 관련이 있다. 따라서 평소 올바른 식이 습관이 전립선암을 예방하는 지름길이다. 지방질이 적고 섬유질이 많은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다. 함원식 연세세브란스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전립선염은 30~40대가 병원을 찾는 주요 질환이다. 전립선암은 조기에 발견하면 완치가 가능하므로 50세 이상이라면 1~ 2년에 한 번씩 PSA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전립선비대증과 증상이 비슷하므로 정확한 진단을 받아 치료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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