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잃고 뒷걸음치는 브랜드들
  • 이석 (ls@sisapress.com)
  • 승인 2011.01.17 16:1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타벅스·코카콜라 등 시장점유율 급락한 제품 10선 / 가격 인상 등 신뢰 잃은 이유 각양각색

브랜드 경영은 기업과 제품의 운명을 결정하기도 한다. 브랜드 관리에 탁월한 기업들은 경쟁에 유리하다. 브랜드 자산 관리 전문가 데이비드 아커 미국 버클리 대학 경영학과 교수는 ‘브랜드는 경쟁사로부터 오는 위협에서 제품이나 기업에 대한 고객 충성도를 지켜준다’라고 지적한다. 그렇다 보니 브랜드 경영이 과거 어느 때보다 중요한 경영 전략으로 자리 잡았다. 브랜드 경영에 실패한 기업은 시장점유율 하락과 영업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는 ‘잘나가는 기업 브랜드가 어느 순간 나락으로 떨어지는 이유는 간단하다. 기업이 추구하는 핵심 가치를 상실하면서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다’라고 분석했다. <시사저널>은 한때 고객 충성도가 높았던 브랜드 가운데 핵심 가치를 잃어버려 ‘빨간불이 켜진’ 10개 브랜드를 가려 뽑았다.


지난 1999년 국내에 진출한 스타벅스코리아가 대표 사례이다. 스타벅스는 ‘커피가 아니라 문화를 판다’는 슬로건을 표방하면서 전세계적인 인기를 얻었다. 국내에서도 ‘별다방’ ‘테이크아웃 문화의 전도사’로 불리며 성장을 거듭했다. 지난 2008년 발생한 글로벌 경제 위기로 미국 스타벅스는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했지만, 스타벅스코리아는 20~25%의 성장을 이어갔다. 스타벅스가 들어선 건물은 값이 오른다는 말까지 생겨날 정도였다.

▲ 커피 전문점 스타벅스의 한 매장. ⓒ시사저널 박은숙

하지만 지난 2009년 이후 ‘성장판’이 닫혔다. 매출 성장세가 10%대로 꺾였다. 같은 기간 경쟁사 엔제리너스의 매출 성장률은 30%를 넘었다. 카페베네의 매출은 3백50% 급성장했다. 줄곧 1위 자리를 고수하던 매장 숫자 역시 토종 브랜드인 카페베네나 이디야에게 역전당했다. 스타벅스코리아측은 “스타벅스는 매장이 직영 체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단순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순이익이 주춤한 것은 매장을 많이 내면서 투자 비용이 많이 발생했기 때문이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스타벅스코리아의 자만이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는 요인이 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커피 프랜차이즈 업계의 한 대표는 “스타벅스는 올 1월 기습적으로 커피값을 인상했다. 스타벅스는 그동안 ‘커피값이 비싸다’라는 지적이 적지 않았는데, 예고도 없이 커피값을 올리면서 소비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최근 이화여대에서 스타벅스 입점을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코카콜라도 최근 잇단 가격 인상으로 눈총을 받고 있다. 코카콜라는 지난 1996년 국내에 진출한 이래 콜라 시장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콜라=코카콜라’라는 공식이 각인되어 있다. 그런데 최근 변화가 감지되었다. 탄산음료 시장의 부진으로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2007년 기준으로 매출은 전년에 비해 10% 하락한 4천6백16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 역시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한국코카콜라보틀링은 지난 2007년 10월 LG생활건강에 매각되었다. 이후 영업이익은 흑자로 돌아섰지만, 코카콜라의 판매량은 여전히 정체된 상태이다. 김덕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LG그룹에 인수된 이후 한국코카콜라보틀링의 경영 상황이 호전되었다. 파워에이드의 판매 호조와 조지아커피, 비타민워터 글로소 등 신규 브랜드의 역할이 컸다. 하지만 코카콜라 판매량은 여전히 정체 상태이다”라고 설명했다.

코카콜라는 최근 잇달아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 지난 1월1일 코카콜라와 코카콜라 제로, 코크라이트, 코카콜라 체리 등의 가격을 4.2?8.5% 기습 인상했다. 지난해 5월 제품 가격을 6~10% 인상한 지 불과 6개월 만이었다. 코카콜라음료측은 “설탕 등 원부자재 가격이 급등해 제품 가격을 올리는 것이 불가피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콜라의 가격이 지나치게 자주 인상된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옥션, 개인정보 유출 사건 후 G마켓에 밀려

국내 오픈마켓 시장의 최강자였던 옥션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한순간에 급락했다. 2위 업체인 G마켓에 선두 자리를 내주었다. 옥션은 국내에 C2C(개인 간 경매)를 처음으로 도입한 회사이다. 지난 2008년 3월 일어난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결정타가 되었다. 회원 1천8백63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커에게 유출되면서 아직까지 후유증을 겪고 있다. 인터넷 리서치 기관인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옥션의 방문자는 2008년 4월 이후 꾸준히 감소했다. 옥션에서 이탈한 고객이 G마켓에 몰리면서 접속자 수가 역전되었다. 비슷한 시기 매출 순위도 바뀌었다. 옥션의 모회사인 이베이는 지난 2009년 4월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G마켓을 인수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불신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전성률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이 관리를 소홀히 할 경우 브랜드 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브랜드 가치 하락 요소로 세 가지를 꼽는다. 기업이 일관성을 잃을 경우 소비자들의 혼란을 유발할 수 있다. 소비자의 변화를 기업 운영에 반영하는 적합성 관리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콘텐츠는 없고 광고만 요란한, 실체가 없는 것이 악재로 꼽혔다. 전교수는 “세 가지 요소 중에서 하나만 삐걱 해도 브랜드 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기업도 사람과 같은 유기체이다. 사람이 꾸준히 건강 관리를 해야 하듯이 기업도 관리를 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물론 모든 브랜드가 핵심 가치 하락이나 소비자들의 외면으로 어려움을 겪는 것은 아니다. 외부 요인에 의해 브랜드 가치가 하락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 국내 건설업계는 부동산 경기 침체로 유례없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파트 브랜드의 가치 역시 최근 급속도로 하락했다. 브랜드 가치 평가 전문 기관인 브랜드스탁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 위기 이전인 2007년까지만 해도 100대 브랜드 안에 래미안, 푸르지오, e편한 세상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2008년 터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100위권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삼성 래미안이 유일하게 순위권에 머물렀다. 래미안 역시 순위가 해마다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강옥근 브랜드스탁 국장은 “이번 조사는 브랜드스탁 증권거래소의 모의 주식 거래를 통해 형성된 브랜드 주가지수와 소비자 조사를 병행했다. 아파트 브랜드의 부진이 무엇보다 눈에 띄었다”라고 설명했다.

이마트 역시 최근 수익이 정체에 빠졌다. 브랜드스탁이 발표한 순위에서도 해마다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초창기만 해도 대형 마트는 ‘할인점’으로 불리면서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대형 마트라고 해서 결코 싸지 않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소비자들의 발길이 줄어들었다. 신세계 공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9년 마트 부문의 성장률은 4.5%를 기록했다. 백화점과 아울렛 부문이 각각 7%와 15%의 성장률을 기록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올해 역시 마트 부문의 성장률은 3% 안팎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서정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백화점 부문은 사양 산업으로 꼽혔다. 하지만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서 경쟁력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반해 마트 부문은 여전히 성장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정용진 부회장은 지난해 신년사에서 주력 사업인 할인점의 매출 감소에 우려를 표시했다. 그는 “그동안 고성장에 가려져 있는 할인점 사업에 새로운 과제들이 생겨났다. ‘상시 저가’(에브리데이 로우 프라이스와 로우 코스트) 오퍼레이션을 철저히 구현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최근 마트 업계 간 경쟁이 가열되고, ‘이마트 피자’ 등이 등장한 것은 결국 마트 부문의 수익을 보완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시각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브랜드 가치가 하락한 경우도 있다. 제약 업계의 부침이 특히 심하다. 오랜 기간 ‘효자’ 노릇을 하던 제품들이 첨단 성분을 첨가한 신제품에 밀려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보령제약의 우루사(피로회복제)는 지난 2007년 매출이 14.8% 감소했다. 지난해 역시 상반기 기준으로 1백91억원을 기록하면서 2009년(3백88억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다. 비슷한 시기 올메텍(고혈압 치료제)과 글리아티(치매 치료제)가 뜨는 것과 대조적이다.

신라면, 웰빙 바람 타고 판매율 떨어져

▲ 이마트의 한 점포. ⓒ시사저널 임준선

농심의 효자 상품인 ‘신라면’ 역시 최근 극심한 판매 부진을 겪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농심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1.6%나 감소했다. 면류 사업에서도 전년 동기 대비 8.8%나 감소했다. 판매율도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이는 편의점 업체인 훼미리마트가 지난해 1~9월 판매한 상위 20개 품목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엿볼 수 있다. 신라면은 지난 2008년까지 상위 10위권에 포함되었다. 하지만 최근 웰빙 열풍이 불면서 판매율이 하락하고 있다. 지난 2009년 10위권으로 밀려난 데 이어, 지난해에는 2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편의점 인기 상품 상위권을 차지했던 신라면이 어느 순간 그 자리를 내준 것이다. 훼미리마트 관계자는 “건강을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라면 대신 혼합 차나 다이어트 관련 상품이 많이 팔리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청바지 브랜드인 리바이스 역시 최근 고전하고 있다. 1990년대만 해도 젊은이들 사이에 최고 브랜드는 ‘리바이스’였다. 교복 자율화 등으로 내수가 늘어나면서 전성기를 구가했다. 리바이스는 콜라(코카콜라), 조미료(미원) 등과 함께 브랜드 자체가 청바지의 보통 명사로 쓰이고는 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만성적인 경영 적자를 겪었다. 여전히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후발 주자들로부터 끊임없는 도전을 받고 있다. 지난해 중순에는 제일모직의 ‘빈폴진’에 매출이 역전되기도 했다.

그 밖에도 ‘국민 소주’로 통하는 참이슬이나 합성조미료의 대표 격인 ‘미원’ 역시 최근 매출이 감소하고 있다. 특히 진로는 최근 알코올 함량 15˚의 초저 도수 소주로 매출 만회에 나섰다. 하지만 경쟁사인 롯데주류의 반격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처음처럼은 지난 2009년 1월 롯데그룹에 인수된 이후 지방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이로 인해 소주 업체 간 경쟁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