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들의 연기 변신에 세련된 감각의 코믹 스토리 잘 버무려져
  • 황진미│영화평론가 ()
  • 승인 2011.01.24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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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일의 리뷰 <조선 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

<조선 명탐정…>은 정조 시대를 배경으로 한 추리역사소설 <열녀문의 비밀>을 원작으로 한다. 영화는 원작으로부터 열녀 추대의 비밀을 캐던 중 밝혀지는 한 여성의 놀라운 삶과 수구와 개혁이 대립했던 시대상을 가져왔다. 성리학적 질서를 수호하려는 노론 세력에 맞서는 두 개의 대립각으로 정조와 천주교가 있었다. 정조는 서얼을 기용하고 청나라 문물을 적극 받아들이며 천도를 통해 왕권 강화를 꾀했다. 또한 천주교의 만인 평등 사상은 신분 질서를 위협했다. 이러한 대립의 한가운데 당대 여성의 한계를 훌쩍 뛰어넘은 김아영이라는 가상 인물이 존재한다.

ⓒ쇼박스 제공


이렇게만 이야기하면 <영원한 제국>이나 <혈의 누>처럼 진지한 역사 추리극이 연상되겠지만, <조선 명탐정…>은 이들 사극과 분위기가 확연히 다르다. 흡사 만화책을 연상시키는 발랄한 제목처럼, <그림자 살인>보다 가볍고, <1724 기방 난동 사건>보다 웃기다. 영화는 원작의 캐릭터를 완전히 바꾸고, 사건을 재배치해 독창적인 퓨전 코믹 추리 사극으로 재탄생했다.

<불멸의 이순신> <하얀 거탑> 등을 통해 진지한 메서드 연기의 표본이 되었던 김명민은 천재 탐정 역할을 맡아, 눙치는 코믹 연기를 선보인다. 그의 진중한 이미지가 음각을 형성해 코믹 연기는 더욱 효과를 발한다. 사실 명석하면서도 의뭉스러운 캐릭터는 <춘향전>의 이몽룡에서 보았듯 전통적 연원을 지닌다. 오달수가 열연한 개장수 캐릭터는 상식의 허를 찌르며 뒤통수를 후려친다. 그가 조선 시대 동물 애호가였다니 어느 누가 믿을쏘냐? 단아한 역할이 잘 어울리던 한지민 역시 파격적인 변신을 선보인다. 영화는 이들의 열연 외에 재치 있는 대사와 환상적인 미술, 세련된 코미디 감각이 어우러져 굉장한 재미를 선사한다. 아울러 민초들의 삶과 개혁의 필요성 등을 담아내는 역사극으로서의 소임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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