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화면에 ‘광풍’ 몰아칠까
  • 채은하│프레시안 기자 ()
  • 승인 2011.01.24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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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간접 광고 이어 중간광고까지 허용 움직임…“광고 시장 자체가 확대될 가능성은 작아”

 

▲ 갤럭시탭이 등장하는 MBC 드라마 . ⓒMBC 제공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서 배우들은 항상 ‘카페베네’에서만 커피를 마시고, 가수 ‘오스카’(윤상현 분)는 아웃도어 브랜드 ‘몽벨’의 홍보 사진을 찍는다. MBC 드라마 <욕망의 불꽃>의 김민재(유승호 분)는 갤럭시탭을 이용해 주식 거래를 하는 방법을 길게 설명하고, KBS 드라마 <드림하이>에는 ‘뚜레쥬르’가 상호명 그대로 등장한다.

지난해 1월 방송법 시행령을 개정해 프로그램 중에 특정 제품이나 브랜드명을 넣는 간접광고(PPL)를 허용하도록 한 이후 크게 바뀐 방송가 풍경이다. 간접광고가 허용되기 전, 드라마는 협찬 차량의 엠블럼이나 특정 브랜드를 가리기 위해 모자이크 처리를 하는 방법 등을 써야 했다. 그러나 이제는 전체 시간의 5%, 화면의 4분의 1을 넘지 않는다는 규정만 지키면 얼마든지 간접광고가 가능하다.

전체 광고 수익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지만 지난해 지상파 방송사들은 간접 및 가상 광고 허용에 따른 추가 수입이 제법 쏠쏠했다.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지상파 방송사들은 간접광고와 스포츠 중계 화면에 광고 화면을 덧씌우는 가상광고 허용으로 각각 4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체 방송 광고비 2조2천89억원 중에서 큰 비중은 아니지만 간접 및 가상 광고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의미가 크다.

“방통위가 오히려 방송 공공성 허물고 있다”

종합편성(종편) 채널 도입 등에 대한 ‘위기감’과는 별도로 지난해 지상파 방송사들의 광고 실적은 좋았다. 지난해 지상파 방송 광고비는 그 전해보다 15.9%(3천25억원) 증가했다. 특히 SBS는 밴쿠버 동계올림픽과 남아공월드컵을 단독 중계하면서 톡톡히 수혜를 누렸는데, 전년 대비 21.9%(9백3억원) 증가해 5천23억원의 수익을 달성했다. MBC는 8천2백13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5.0%(1천71억원), KBS는 5천8백58억원으로 13.0%(6백73억원) 증가했다. 이 가운데 지상파 DMB 광고비가 2백17억원으로 2006년 개국 이후 처음으로 2백억원을 넘어섰고 6개월~1년치 광고를 한꺼번에 판매하는 장기 판매(업프론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2년 만에 32.5%로 증가해 지상파 방송사들이 안정적으로 수익을 확보하는 데에 도움이 되었다는 분석이다.

가상 및 간접 광고 허용은 방송 광고 규제 완화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1월19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삼성전자, SK텔레콤, KT 등 광고주들과 메이저 광고대행사들을 불러 ‘광고 업계 CEO 오찬 간담회’를 열고 “2015년까지 광고 시장 비중을 GDP 대비 1% 이상으로 높이겠다”라는 목표를 재차 밝혔다. 이에 대한 기업들의 대답은 ‘규제 완화 요구’였다. 남상조 한국광고단체연합회 회장은 “중간광고, 광고 품목 제한, 표현의 규제 등 광고 규제들을 공익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풀어주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광고 규제 완화는 최위원장 등 방통위가 추진하는 것이기도 하다. 최위원장이 지난해 말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밝힌 ‘방송·통신 광고 시장 확대 방안’에는 ‘광고 총량제 및 중간광고 제도 개선’ 등이 포함되었다.

중간광고는 현재 케이블 방송, 위성방송이나 미국 방송에서 보이듯 프로그램 중간에 광고가 들어가는 것인데 이를 지상파 방송으로 확대시키라는 요구이다. 방송계나 광고주들은 중간광고가 광고 주목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끈질기게 규제 완화를 요구해왔다. 실제로 중간광고가 허가될 경우 지상파 방송에 상당한 수익을 가져오리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정연우 세명대 교수는 “물론 중간광고를 전면적으로 허용할 것이냐, 아니면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에만 국한해서 할 것이냐에 따라, 또 중간광고의 횟수를 한 시간에 한두 번으로 하느냐, 아니면 15분마다 한 번씩으로 하느냐 등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그러나 지상파 광고 수익이 늘어나는 것은 분명하다”라고 말했다. 김재영 충남대 교수도 “설사 전체 지상파 방송의 광고 시장이 위축된다고 해도 노출 빈도가 높아지는 만큼 지상파 방송 광고 수익에 도움이 된다. 광고주들 역시 선택지가 늘어난다는 점에서 반길 것이다”라고 내다보았다.

그러나 프로그램의 흐름을 끊고 튀어나오는 중간광고 도입은 시청자들의 반발로 번번이 무산되어왔던 것이 사실이다. 정연우 교수는 “중간광고가 있으면 프로그램 흐름이 끊어지면서 시청권이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다. 프로그램의 스토리 흐름 자체도 15분 단위로 구성되면서 호흡이 짧아지고 완성도가 떨어지게 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지적했다. 물론 다른 의견도 있다. 김재영 교수는 “시청자에게 미치는 불편이 없다고 보는 것은 아니지만, 일종의 시청 습관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지금처럼 지상파의 재원이 안정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저렴하거나 싼값에 비싼 콘텐츠를 접하는 대가라는 점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라고 말했다.

최시중 위원장이 강조하는 것처럼 중간광고가 도입된다고 해서 광고 시장 자체의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은 작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연우 교수는 “광고 시장 자체가 확대된다기보다 케이블 방송의 광고 물량이 지상파 방송으로 건너가는 식이 될 것이다. 이미 GDP에 대비한 광고 시장 자체가 크기 때문에 광고주가 총 광고 예산을 늘리는 식의 시장 자체 확대가 있으리라고 보기는 어렵다”라고 말했다. 간접광고나 가상광고 역시 마찬가지다. 정교수는 “간접광고는 그동안 음성적으로 이루어지던 것이 양성화되었다고 봐야지, 새로 시장이 창출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가상광고 역시 그동안 펜스 등에 옥외 광고물로 쓰이던 광고비가 이동하는 효과만을 갖게 될 것이다”라고 내다보았다.

향후 중간광고 허용 문제는 종편 채널 출범과 더불어 진통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의 광고 규제 허용을 두고 종편 채널을 획득한 보수 언론사들 역시 ‘지상파 달래기’라고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재영 교수는 “방통위가 올바른 정책적 집행이나 보완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지상파에게 떡고물을 주면서 종편에도 광고 규제를 주는 식으로 ‘정치 행위’를 하기 때문에 판단을 더 어렵게 한다”라고 말했다. 정연우 교수는 “시청자 주권을 대리해야 하는 방통위가 도리어 방송 공공성을 허물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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