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적의 선두, 난코스는 이제부터
  • 김지영 (young@sisapress.com)
  • 승인 2011.01.24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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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이 진단하는 ‘박근혜 현상’ 이면 / “야권 단일 후보 뜨면 최대 복병 만날 것”

 

▲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1월6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11 재경 대구·경북인 신년교례회’에서 장미꽃을 받고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오른쪽은 김문수 지사. ⓒ연합뉴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대선 후보 지지율에서 압도적인 선두 질주를 계속하고 있다. <시사저널>이 이번에 실시한 설 민심 여론조사에서도 박 전 대표는 34.7%로 1위를 굳건히 했다. 2위 그룹의 후보들은 한결같이 10% 미만의 지지율에 그쳤다. 이같은 추세가 계속된다면 ‘제18대 대통령’은 박 전 대표가 될 것이라는 점은 너무나도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속단하기에는 이르다. 예전의 경우를 보아도, 대선이 치러지기 전해의 1월 여론조사 결과가 다음 해 12월의 대선에까지 그대로 이어진 사례는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대선까지는 아직 2년에 가까운 긴 시간이 남아 있다. 그 사이에 어떤 예측 불가한 변수들이 튀어나올지 모른다. 박 전 대표의 앞날에도 가공할 폭발력을 내재한 지뢰밭이 곳곳에 매설되어 있다는 이야기이다. <시사저널>이 여론조사 전문가 네 명에게 ‘박근혜 전 대표의 현재 단독 선두 체제에 대한 현상 분석 및 향후 변수’를 질문한 것도 그런 차원에서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한국 정치는 상당히 역동적이기 때문에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은 향후 얼마든지 요동칠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우선, 박 전 대표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 자리를 확고히 할 수 있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과거 ‘3김 시대’ 이후에 가장 안정적인 고유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는 유일한 정치인이기 때문이다”라고 평가했다. 김지연 미디어리서치 이사는 “예전에 이인제·고건 후보 등의 지지율이 한때 높았던 것은 본인의 동력보다는 외부 환경에 의해 만들어진 여론 때문이었다. 그들이 오래 버틸 수 없었던 것도 그 때문이다. 반면 박 전 대표는 자신만의 고유한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으며, 다른 주자들과 차별되는 가장 큰 강점을 갖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정한울 동아시아연구원 여론분석센터 부소장 역시 “다른 대선 주자들과는 달리 박 전 대표는 2004년 총선과 2007년 대선 경선 과정에서 영남 보수 세력을 자기의 지지 기반으로 다져놓았다. 3김 시대 이후에 확고한 지지 기반을 갖고 있는 유일한 후보이다”라고 분석했다.

“현재 지지율 계속되면 강력한 위기 직면”

박시영 윈지코리아컨설팅 부사장은 박 전 대표의 인기 비결을 세 가지로 분석했다. 그는 “전직 대통령의 딸이라는 인생 스토리를 갖고 있는 박 전 대표는 2004년 총선과 2006년 지방선거, 사학법 투쟁 등을 통해 대중성과 지도력도 갖추게 되었다. 야권의 강력한 후보가 아직 제대로 부상하지 못했다는 점도 요인이고, 이명박 정부로부터 탄압받는 정치인이라는 이미지까지 겹쳐서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우리 국민들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가장 선호하는 편인데, 박 전 대표도 현재까지는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보여주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예전에 정치 혐오가 극에 달했을 때 그 반사 이익으로 지지율이 높았던 후보들에 비하면, 박 전 대표는 스스로 포인트를 하나씩 하나씩 쌓아놓은 지지도이기 때문에 상당히 견고한 편이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이 20%대 이하로 떨어지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30~40%의 지지율로 대통령이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현재의 지지율이 계속된다면 강력한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향후 ‘박 전 대표 위기론’을 촉발하게 될 핵심 변수로, 올해의 두 차례 재·보선과 내년 4월의 총선 그리고 ‘친이계’와의 갈등 관계 등을 꼽았다. 특히 야권 후보의 극적인 단일화 성사 여부가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2002년 ‘노무현 효과’를 말하는 것이다.

올해 재·보선 결과 등 변수 ‘첩첩’

윤희웅 실장은 “박 전 대표의 지지층이 저학력·저소득층 및 특정 지역에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그가 개방성과 확장성을 보여주지 못하면 한나라당 친이계와 야권 등에서 다른 주자들이 정리되면서 위협받을 수 있다. 경쟁 구도가 출현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라고 말했다. 김지연 이사는 “내년 총선에서 박 전 대표가 어떤 역할을 하고,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오느냐 하는 것도 후폭풍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야권 성향 유권자들 사이에 잠자고 있는 표를 결집시킬 수 있는 야권 단일 후보가 나오면 그 파급력도 상당히 클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정한울 부소장은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며, 당장 지지율이 요동칠 만한 변수는 그리 많지 않다. 상당히 큰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의외로 끝까지 판이 크게 흔들리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다만 야권에서 드라마틱한 과정을 통한 강력한 단일 후보가 출현한다면, 그것은 상당히 큰 변수가 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박시영 부사장도 “향후 1년 동안 큰 변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향후 치러지게 될 4월과 10월의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이 패배할 경우, 여권 내에서 책임론이 불거지게 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친이계와 친박계의 극심한 갈등 양상이 노출되면 박 전 대표에게 생채기를 남길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시사저널 이종현
지난해 12월 출간된 <박근혜 현상>은 정치권의 주목을 끌었다. 특히 아군이 아닌 적군의 입장에 서 있는 진보 성향의 정치 논객들이 박근혜 전 대표의 여론조사 독주 현상을 분석했다는 점에서 더욱 그랬다. <박근혜 현상>을 기획하고 공동 저자로 참여한 이철희 민주당 전략기획위원회 부위원장을 1월19일 만났다.

<박근혜 현상>을 기획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진보 진영에서 박근혜 전 대표를 바라보는 시각은 크게 두 가지이다. 폄하 또는 경시하는 시각이 있는 반면, 지나치게 크게 보는 경향이 있다. 둘 다 문제가 있다. ‘박근혜 현상’을 객관화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지만, 이에 대해 생각해보자는 의도가 있었다.

‘박근혜 현상’을 대선 경쟁이 본격화되기 전까지 일시적인 것으로 보는가?

현 정부가 들어서고 3년 동안 계속 독보적인 지지율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기는 어렵다. 개인의 인기에 기반을 두고 있는 것이 아니라 보수·영남을 등에 지고 있다. 여기에 복지까지 합쳐지면서 기반이 점점 확대될 것이다. 하지만 한계도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지지층의 50%가 투표장에서 다른 후보를 찍을 수 있다고 말한 것이나, 지지율이 30~40%를 넘어가지 못하는 것을 보면 결코 난공불락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즉, 지난 대선 때 이명박 대통령이 가졌던 압도적 대세는 아니라는 것이다.

여당의 경쟁자들인 오세훈 서울시장, 김문수 경기도지사 등의 경쟁력은 어떻게 보는가?

지난 경선에서 박 전 대표는 보수를 대표하는 반면 이대통령은 중도까지 포용해 승리를 거뒀다. 지금의 ‘반(反)박근혜’ 진영에서 대북 관련 강경 발언을 쏟아내는 김지사는 중도 포용에 한계가 있다. 오시장이 그나마 중도 가능성이 있었는데 최근 강경 보수 쪽으로 기울고 있다. 이들이 박 전 대표와 대항하기 위해 강경 보수의 태세를 취하는 것은 못 이기는 게임이다. 한나라당 내에서 박 전 대표를 이길 수 있으려면 확장성이 큰 사람이 나타나야 한다.

박 전 대표가 여당의 대선 후보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것인가?

한나라당 대선 구도는 우열 구도가 아니라 찬반 구도이다. 이미 강자가 있는 상황에서 절대 강자를 극복하려면 2배 정도의 이유가 있어야 된다. 대통령이 힘을 부여하는 방법이 있겠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후보는 다 실패했다. 독자적인 기반을 만들어야 이길 수 있다.

민주당 등 야권에서 박 전 대표에 대항할 만한 인물이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현재 상황에서는 민주당 자체도 진보 개혁 세력의 결집체라고 부르기 어렵다. 지난 2008년 총선 때 진보 개혁 성향의 상당수 유권자가 투표장에 가지 않았다. 정책이나 노선을 통해 진보 세력으로부터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우선이다. 신뢰를 회복하고 그 안에서 좋은 사람들이 경쟁하면 충분히 승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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