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들아, 가능한 한 많은 경험을 하라”
  • 조현주 기자 (cho@sisapress.com)
  • 승인 2011.02.07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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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니까 청춘이다> 열풍 김난도 서울대 교수 인터뷰

 

▲ ⓒ시사저널 전영기

누구에게나 청춘은 있다. 하지만 새싹이 파랗게 돋아나는 ‘인생의 봄철’을 한껏 즐기고 사는 이가 대한민국에 몇이나 될까. ‘청년 실업’ ‘88만원 세대’ ‘취업 지옥’ ‘스펙 경쟁’ 등. 최근 20대를 수식하는 말들은 이 시대의 젊은이들이 얼마나 험난한 삶을 살고 있는지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지금 청춘들에게는 위로가 필요하다. 경쟁으로 치닫는 불안한 자신의 현실을 위로해주고 보듬어줄 누군가를 절실하게 원하고 있다.

최근 ‘불안한 청춘들’의 멘토가 되어주고 있는 책이 있다. 바로 김난도 서울대 교수(48)의 멘토링 에세이집 <아프니까 청춘이다>이다. 이 책은 지난해 12월24일 출간되어 이내 서점가의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다. 출간된 지 한 달 만에 15만부가량이 팔려나갔고, 1월 셋째 주부터는 교보문고 종합 베스트셀러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지난 1월27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본사 사옥에서 김교수를 만났다. 이날 김교수는 ‘영삼성닷컴’ 회원 3백여 명이 참석한 자리에서 ‘너라는 꽃이 피는 계절’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출간 한 달 만에 15만부 팔렸다.

1년 반 전에 출판사와 계약할 당시, 출판사 쪽에서 6만부가량의 판매를 예상하고 있었고 나 역시 그 정도만 되어도 상당하다고 기뻐했다. 하지만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벌써 15만부 판매고를 올렸다. 특히 마케팅이나 광고도 없었던 상황에서 첫 2주 동안 6만부가 팔려나가서 놀랐다. 솔직히 이 정도까지 인기를 얻으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저자로서 자신이 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다는 것은 기쁜 일이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요즘 젊은 학생들이 그동안 얼마나 아파했었고 힘들었는지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이 고통을 겪는 동안 이 사회의 어느 누구도 이 아픔을 다독여주거나 공감해주거나 힘을 주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이 시대의 청춘들은 아마도 위로에 몹시 목말라 있었을 것이다. 

이 책을 쓰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아프니까 청춘이다>에 실린 글 가운데 가장 오래된 글인 ‘슬럼프’는 내가 5년 전 즈음에 쓴 것이다. 한 친구가 자신의 슬럼프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았는데 그때 그 친구에게 보낸 편지글이 ‘슬럼프’이다. 당시 그 친구의 이름을 익명화해서 싸이월드에 올렸는데 이 글이 상당히 유명해졌다. 그래서 이런 종류의 글을 가지고 책을 엮어보자는 출판사의 제의까지 받게 되었다. 또 대학에서 수업을 할 때 이런 종류의 이야기를 많이 했다. 책이 나오고 나서 수업 때 했던 이야기를 책에서 보니까 신기하다는 학생들의 이메일을 많이 받았다.

대학 강단에 선 지도 벌써 15년째에 접어들었다. 요즘 대학생들이 과거와 달라진 점은 무엇일까?

가장 큰 변화는 학생들이 ‘개인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개인주의’와 같은 부정적인 함의를 갖는 것은 아니다. 쉽게 말해 자아와 개인이 중요해지는 현상을 일컫는다. 자기 자신에 대해 생각할 시간은 많아졌지만 타인과 상호 작용을 하면서 롤 모델을 찾거나 혹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진정한 나’를 발견할 기회는 줄었다. 지금의 젊은이들은 ‘관계’보다는 ‘자아’가 훨씬 중요해진 세대들이다. 상대적으로 자기 자신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 늘어났다.

하지만 그것이 개인의 문제 해결 능력을 높여주지는 못한다. 타인과의 활발한 관계 맺음을 통해 어려움을 해결할 방법을 찾을 수 있는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이다. 요즘 학생들이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는 것은 관계를 맺지 못하고 개인에 매몰되어 얻어진 결과라고 본다. 이 책을 쓰려고 6개월 전에 전국의 대학생 1천여 명을 설문조사한 적이 있다. 설문조사의 질문 가운데 ‘자신이 힘들 때 누구와 상담하느냐’라는 문항에 70%가량이 ‘친구’라고 답했다. 학생들이 서로 비슷한 또래끼리 상담을 하고 고민을 나누다 보니 서로 쌓는 스펙이 비슷해지는 현상까지 생겼다. 같은 자격증, 같은 어학 성적 등으로의 쏠림 현상이 심각해지다 보니 더불어 경쟁도 더욱 치열해졌다.

요즘 젊은이들은 불투명한 자신의 미래에 대해 많은 불안을 느끼고 있는 듯하다.

ⓒ시사저널 전영기

사회가 연대감이 약해지고 개인적인 경쟁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386세대는 자신들이 겪는 문제점이나 모순의 원인을 다 ‘구조의 문제’로 보았다. 그런데 지금 사회는 ‘구조적 문제’를 모두 ‘개인의 역량 문제’로 환원시키는 경향이 있다. 사회적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몰아가니 개인이 지게 되는 짐이 상당한 셈이다.

이런 사회에서는 젊은이들이 자신의 역량을 키우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할 수밖에 없다. 지금은 치열한 ‘경쟁의 시대’이다. 하다 못해 아르바이트를 하더라도 10 대 1의 경쟁을 뚫어야 하는 시대이다. 고용 없는 성장이 지속되면서 신규 채용은 하지 못하고, 젊은 친구들의 경쟁은 극대화되었다. 경쟁에서 낙오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도 함께 커졌다. ‘나 역시 언젠가 루저가 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을 젊은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다. 또 이들은 루저가 되는 원인을 ‘내 스펙이 모자라서’라는 하나의 답에서 찾으려고 한다. 구조적 문제인데 그 문제를 개인적 스펙 경쟁으로 환원하고 있다. 이것은 심각한 사회 문제이다.


<아프니까 청춘이다>에서는 이러한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에 깊게 들어가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이 책은 수필집이다. 논문을 쓰는 것이 아니다. 딱딱하고 구조적인 문제를 논의하는 글이 있었지만 전혀 맥락이 맞지 않아서 제외했다. 그래서 나는 이런 구조 문제를 지적하는 부분은 다른 매체나 칼럼을 통해 충분히 이야기하고 있다. 내가 이 책을 쓴 의도는 젊은이들의 아픔을 어루만지고 그들에게 용기를 주고 또 때로는 꾸짖기 위함이다.


새내기 대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은?

대학은 ‘결승선’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선’이다. 새내기들 모두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된 셈이다. 새내기 대학생들이 대학 생활 4년을 자신에 대한 모색의 기간이라고 보면 좋겠다. 가능한 한 많은 경험을 해야 한다. 읽고, 여행하고, 대화하고 다양한 체험을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이 책의 주요 대상이 20대이기는 하지만 기성세대들에게도 던지는 메시지가 많다. 가령 인생을 시계에 비유한 글이 그러하다. 평균 여든 살가량 산다고 칠 때 마흔 정도면 몇 시쯤에 해당된다고 보는가. 12시에 불과하다. 이제 막 정오가 되었을 뿐인데 결실을 맺지 못했다고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았으면 한다. 12시면 지금 다시 시작해도 전혀 늦지 않은 시간이다. 고 박완서 선생님만 보아도 그러하다. 그는 30대에는 평범한 주부였다가 마흔 살이 되어서 첫 작품을 내놓았다. 그렇다고 해서 그의 작품들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우리 인생에 너무 빠르거나 너무 늦은 시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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