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실 스마트폰’, 누군가 쓰고 있다
  • 정락인 기자·박중건 인턴기자 ()
  • 승인 2011.02.07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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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청계천·인터넷 중고 카페 등에서 거래…경찰 “얼마든지 기기 변경해서 국내 사용 가능”

스마트폰 시대가 활짝 열렸다. 지하철 승객 10명 중 일곱 명이 스마트폰을 들고 있다고 할 정도이다. 실제 스마트폰 가입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이통통신 3사( SKT, KT, LG유플러스)의 가입자가 6백37만명을 기록했고, 올해는 그 두 배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올해 약정 기간이 끝나는 피처폰(일반 휴대전화) 사용자가 약 1천5백만명에 달해, 이 중 절반이 스마트폰을 선택할 경우 전체 가입자는 1천4백만명으로 늘어난다. 국민 다섯 명당 1.4명이 스마트폰을 갖게 되는 셈이다. 스마트폰 가입자가 급증하면서 분실이나 도난 신고 건수도 덩달아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워낙 고가이다 보니 분실·도난 폰(이하 분실폰)이 주인에게 돌아오는 확률은 극히 적다.

▲ 지난 1월25일 휴대전화 상가 밀집 지역에서 지하철에서 습득한 스마트폰을 돈을 받고 팔고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통신사, “일련번호로 추적돼 사용 불가” 주장

그렇다면 분실된 스마트폰을 습득자가 사용할 수 있을까. 이동통신사들은 분실폰의 경우 ‘원칙적으로 사용 불가’라고 말한다. 그 이유는 스마트폰에 부여된 ‘고유 일련번호’를 예로 든다. 분실된 스마트폰은 분실폰으로 등록되어 있어 타인이 등록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얘기였다. 또 분실폰은 통신사나 보험사의 추적을 받기 때문에 개통도 가능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경찰의 말은 달랐다. 분실폰의 개통이 국내에서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했다. 방법도 여러 가지이다. 우선 통신사끼리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 것에 허점이 있다. 분실폰이라고 해도 다른 통신사에서는 그것이 분실폰인지를 알 수가 없다고 한다. 반면 3세대 통신의 기본 개념이 된 ‘유심칩’은 통신사 간에 호환이 된다. 즉, 통신사 간에 정보 교환이 안 되면서 유심칩이 호환되는 것에 맹점이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SKT의 갤럭시S를 KT에서 개통하거나 KT의 아이폰을 SKT에서 개통해서 쓸 수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이런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 아무개씨의 경우 SKT에서 갤럭시S를 개통해서 쓰다가 KT 아이폰에 SKT의 유심칩을 꽂아서 SKT에서 사용 중이다. 그는 개통 과정을 인터넷 카페에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이씨는 “SKT에서 (KT의) 아이폰을 사용하는 것은 간단하다. 이제는 개통 후 바로 유심칩을 다른 공기계에 꽂아도 쓸 수 있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기자가 직접 휴대전화 단말기 대리점 여러 곳을 찾아가 문의해본 결과 한결같이 “공기계는 유심칩만 갈아 끼우면 바로 사용할 수 있다”라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단 “할부금이 남아 있지 않은 공기계여야만 된다”라는 조건이 붙었다.

경찰은 분실폰이라고 해도 분실자가 보상을 통해 새 단말기를 받으면 분실폰은 공기계가 된다고 설명한다. 여기서 의문점이 생긴다. 분실폰은 통신사의 전산망에 ‘분실폰’으로 분류되는데도 같은 통신사에서 개통이 가능한가 하는 것이다.

▲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에는 곳곳에 상담 안내 간판이 걸려 있다. 오른쪽은 휴대전화 대리점에 진열되어 있는 단말기들. ⓒ시사저널 박은숙

스마트폰 분야 전문 수사관이자 ‘수사의 신’ 카페(http://cafe.naver.com/112cyber police)를 운영 중인 이광수 경기 고양경찰서 형사과 강력2팀장은 “국내에서 분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우리가 같은 통신사의 단말기와 유심칩을 가지고 이것을 바꿔서 꽂았더니 통신사 개인 영업점의 전산에서 바로 떴다. 수사 과정에서도 분실 스마트폰에 유심칩을 꽂아서 사용하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했다”라고 말했다.

이팀장은 또 “실제 개인이 운영하는 대리점에서는 분실·도난 폰을 개통해준 사례도 있었다. 통신사들이 스마트폰 개통을 안 해줘도 인터넷에서 유심칩을 구입해 사용하면 되는데 굳이 대리점까지 갈 필요도 없다. 이런 것을 볼 때 통신사들은 해당 스마트폰이 누구 소유였는지를 알고 있을 것이다. 통신사들이 조금만 더 피해자들에게 관심을 가진다면 분실폰을 찾아주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통신사에게, 분실폰을 개통하려고 할 경우 대처 방안을 물었으나 3사 모두 대응 매뉴얼이 없었다. KT 관계자는 “지금까지 분실폰을 개통하려는 사람이 없었다”라고 말했다. 통신사들은 또 분실폰 등록에 대해 ‘절대 불가’라는 원칙론을 내세웠다. 김철기 KT 홍보팀 차장은 “분실폰은 단말기 접속 자체가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원종록 SKT 홍보팀 매니저는 “SKT 단말기를 쓰다가 분실 신고한 후 KT 유심 단말기를 꽂았을 때 분실 단말기 정보가 뜬다. 그러면 KT 쪽에 단말기 정보 요청을 하는데 그쪽에서 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면 분실 단말기라고 판단하고 개통을 하지 않기 때문에 사용이 불가능하다”라고 강조했다. 김상수 LG유플러스 홍보팀장은 “우리가 2.5세대라면 다른 통신사는 3세대여서 호환 자체가 안 된다. 우리는 유심칩도 없다. 즉, 다른 통신사의 분실폰을 LG에서 쓴다거나, LG의 분실폰을 등록하려는 것 자체가 안 된다”라고 말했다.

스마트폰 소유자들은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비밀번호’를 설정해 놓는 경우가 있다. 스마트폰을 분실할 경우 비밀번호를 풀기 전에는 사용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이 아니었다. 비밀번호를 푸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인터넷에서도 ‘스마트폰 비밀번호 푸는 방법’을 검색하면 갖가지 방법이 소개되고 있다. 또, 용산이나 청계천 등에 가서 돈을 주고 스마트폰을 초기화 할 수 있다. 이광수 고양서 강력팀장은 “개인이라도 인터넷 등에 올라온 방법을 보고 초기화시킬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분실된 스마트폰은 어디로 흘러가는지가 궁금해진다. 기자는 용산 전자상가와 청계천 세운상가를 찾아 휴대전화 단말기 대리점을 통해 유통 루트를 알아보았다. 그랬더니 본인이 사용하지 않고, 이를 판매하려 할 경우 크게 세 가지로 압축되었다. 분실 스마트폰을 습득하면 용산이나 청계천 등의 대리점 업자들에게 팔고 있다. 장물업자들은 매입한 스마트폰을 내국인과 외국인 또는 보따리상에게 넘기는 방식이다.  

용산에서 만난 한 휴대전화 단말기 대리점 업자는 “한 번은 어떤 사람이 아리랑 치기를 한 후 (스마트폰을) ‘정상 해지된 폰’이라고 속여서 구매한 일이 있었다. 이것을 국내에 유통시켰다가 (경찰의) 조사를 받은 적이 있다. 분실폰은 정상 해지된 폰처럼 비싼 가격을 받을 수가 없다. 내가 아는 사람이 필리핀에 갈 일이 있다고 하는데, 팔 생각이 있으면 팔아라”라며 중간 매매상을 소개해주었다. 잠시 후 나타난 중간 매매상은 “신분증이나 연락처는 필요 없다. 돈을 주고 기기를 받으면 거래는 끝난다”라며 적극적인 구매 의사를 밝혔다.

다른 대리점 업주는 “분실폰은 매입도 판매도 불법이다. 분실폰 매매는 서로 연락처도 주고받지 않으며, 신분증도 서로 요구하지 않는다. 분실된 폰은 업자들이 중국으로 가져가 팔거나 외국인들이 싼값에 한국에서 폰을 산 다음 외국에서 사용한다. 혹은 한국인 가운데에는 외국에서만 쓸 용도로 사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대리점 업주는 “부품 폰으로 살 의향이 있다. 이 경우 8만원 정도에 살 생각이다. 일단 기기 상태를 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분실폰 매매가는 업자가 매입할 때는 15만~20만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었고, 팔 때는 그보다 10만원 정도 웃돈을 받고 있었다.

 

주인 찾지 않고 중간 매매상에게 팔아넘겨

청계천에서는 스마트폰의 거래를 극도로 조심하고 있었다. 한 업주는 “분실폰은 잘 안 산다. 과거 2G폰 시절에는 휴대전화 복제가 가능해서 분실된 중고 폰들이 많이 매매되었으나 3G는 복제가 불가능해 매매를 잘 하지 않는다. 요즘은 주로 부품용으로 매입하고 있는데, 부품용은 보통 5만원 정도에 거래된다”라고 귀띔했다.

그런데 용산이나 청계천에서 만난 업자들은 “택시기사들이 분실폰 루트를 가장 잘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택시기사들이 고가의 스마트폰을 습득한 경우 주인을 찾아주기보다는 중간 매매상들에게 팔아넘기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청계천의 한 휴대전화 단말기 업자는 “택시기사들이 분실폰을 많이 습득하는데, 휴대전화를 찾아줘도 특별한 이득을 얻지 못해 중간 매매상에게 판다. 택시기사들이 분실폰을 가져다주면 휴대전화 주인들은 택시 미터요금만 주고 가버린다고 말한다. 이러면 택시기사들 입장에서는 시간만 낭비하는 셈이니, 차라리 중간 매매상에게 파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경찰에서도 택시기사들과 휴대전화 단말기 중간 매매상들과의 연결 고리를 추적하고 있다. 

인터넷 중고 카페 등에서도 스마트폰이 거래되고 있다. 중고 카페에서 ‘아이폰’이나 ‘갤럭시S’ 등을 검색하면 ‘조건 없이 사겠다’라는 문구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정상, 연체, 직권해지, 개통불가’된 폰도 최고가로 산다”라며 공개적으로 불법 거래를 밝히기도 한다. 

이광수 고양서 강력팀장은 “스마트폰을 분실할 경우 먼저 관할 경찰서에 신고해야 한다. 그리고 통신사에 분실 신고를 하고, 통신사에는 꾸준하게 분실폰의 개통 정보를 요구해야 한다. 그래야만 분실폰의 소재를 찾을 수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팀장은 또 “분실폰을 기기 변경이나 통신사 이동 등의 방법으로 사용한다고 해도, 경찰의 추적을 피할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분실폰을 습득했을 때는 관공서(경찰서, 우체국, 동사무소 등)에 가져가 주인을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 서울 지하철 2호선 시청역 유실물센터에 보관 중인 스마트폰 등 각종 휴대전화들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분실폰의 숫자가 예상보다 많았다. 지난해 SKT의 스마트폰 총 가입자는 3백92만명이며, 이 중 갤럭시S가 2백만명이다. 갤럭시S의 경우 지난해 12월에만 접수된 분실 신고가 3만2천5백60건에 달했다. 전체 가입자 중 1.7%가 잃어버렸다는 계산이 된다. 그런데 정작 분실폰을 찾은 사람은 1천8백50명(5.7%)에 불과했다. 분실자 20명당 한 명꼴로 분실폰을 되찾은 셈이다.

KT는 전체 휴대전화 가입자 1천6백만명 중 1백92만명(12%)이 분실 신고를 했다. 분실폰을 찾은 가입자는 월평균 7만6천여 명이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아이폰 가입자는 1백83만명이었으나 분실 신고 데이터는 공개하지 않았다. LG유플러스는 전체 가입자 9백만명 중 스마트폰 가입자는 62만명이다. 이 중 분실폰은 0.4% 정도라고 밝혔다.

지하철에서 분실된 휴대전화 단말기는 얼마나 될까. 서울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에 따르면 지난 한 해 지하철에서 수거하거나 접수된 분실 휴대전화는 7천3백93대였다. 이연표 시청역 유실물센터장은 “스마트폰은 분실 문의가 100건이 오면 실제 주인을 찾는 것은 3~4건에 불과하다”라고 말했다. 일반 휴대전화 단말기에 비해 스마트폰을 찾는 확률이 그만큼 낮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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