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에서 배우는 부자가 되는 길] 사업은 전쟁 같은 것…유리할 때 움직여라
  • 소준섭┃국제관계학 박사 (sisa@sisapress.com)
  • 승인 2011.02.14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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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식열전’이 가르치는 여섯 가지 성공 원칙

<사기> ‘화식열전’에서 백규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나는 경영을 할 때는 이윤(李尹; 상나라 탕왕 시기의 명재상)이나 강태공이 계책을 실행하는 것처럼 하고, 손자와 오기가 작전을 하는 것처럼 하며, 상앙(商鞅이 법령을 집행하는 것처럼 한다. 그러므로 변화에 시의 적절하게 대처하는 지혜가 없거나, 과감한 결단을 내릴 용기가 없거나, 구매를 포기하는 인덕(仁德)이 없거나, 비축을 견지할 강단이 없는 사람은 비록 내 방법을 배우려 한다고 해도 나는 결코 알려주지 않겠다.”

백규는 자신의 치생지술(治生之術)이 춘추 전국 시대의 병가와 법가 사상 및 학술에 대한 연구와 활용으로부터 비롯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이 글은 백규의 치부(致富)에 대한 근본적 경험을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병법학에 따라 화식의 대강(大綱)을 논하는 사마천의 시각이 분명하게 드러난 대목이기도 하다. 

‘태사공자서’에서 사마천은 자신의 조상이 군공(軍功)을 세운 것을 자랑스럽게 기술하면서 자신이 병가(兵家)의 후손이라는 사실에 대단한 자부심을 드러내고 있다. “조나라로 간 (사마천의) 조상 중 일파는 검술 이론을 전수하여 명성을 날렸는데, 괴외(蒯聵)가 그의 후손이다. 진(秦)나라로 간 사마착(司馬錯)은 장의와 논쟁을 벌였는데, 진나라 혜왕은 사마착에게 군사를 이끌고 촉을 공격하도록 하였고, 사마착은 이를 함락시킨 뒤 촉군 군수로 임명되었다. 사마착의 손자 사마근은 무안군 백기(白起)를 수행하였다. 사마근과 무안군은 조나라 군대를 대파하고 장평에 주둔한 조나라 군사들을 생매장시키고 진나라로 돌아왔다. 진시황 시대에 괴외의 현손(玄孫) 사마앙은 무신군(武信君)의 부장으로 있었는데 조가(朝歌)를 순찰하였다.”

▲ ⓒ일러스트 유환영

▒ 군사는 전쟁에서, 사업은 시장에서 결정된다

뿐만 아니라 사마천 자신 역시 20세 청년 시절 전쟁터를 누비며 낭중(?中)의 직책을 맡아 몸소 전쟁의 세례를 받았음을 묘사하고 있다. “낭중으로서 한나라 조정의 사명을 받들어 서쪽으로 가서 파촉(巴蜀) 이남 방면을 토벌하고 남쪽으로 가서는 공(邛), 작(笮), 곤명(昆明) 등의 지방을 경략하고 비로소 조정으로 돌아왔다.”

병가의 후예이자 자신이 직접 전쟁에 참전했던 경험은 그로 하여금 병법에 심취하게 만들었다. 더욱이 태사령이 된 뒤 그는 병법서를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좋은 환경에서 각종 병법서를 독파할 수 있게 되었을 것이다. 

군사 전쟁은 전쟁터에서 결판이 나고, 상인의 승패는 시장에서 결정된다. 상업의 경쟁은 사실상 일종의 전쟁이다. 전쟁과 상업은 그 기본적 전략 원리에서 공통적인 성격을 지닌다. 상품 경제는 일종의 경쟁 성격을 지닌 경제 형태이고, 전쟁은 인류 역사상 가장 잔혹한 경쟁의 형태이다. 이것은 상인이 처음부터 병법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근본 이유이다.

 병법가들은 “이익이 있을 때 움직이고, 이익이 없으면 머무른다(合迂利而動, 不合迂利而止)”라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좋은 계책을 채택한 뒤,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 작전 실행을 돕는다(計利以聽, 乃位之勢, 以佐其外, <손자병법>)”라고 한다.

 이 ‘이익’이라는 말이 곧 상가(商家)의 생명이다. 병가(兵家)는 “아직 싸우지 않고도 미리 승리를 안다. 승리를 예측하는 것에서 보통 사람들의 식견을 뛰어넘지 못하다면 고명하다고 할 수 없다”라고 지적한다. 상가(商家)에서도 이익을 예측하는 일에서 보통 사람들을 뛰어넘을 수 있는가의 여부가 경영의 성패를 좌우하게 된다.

 병가는 “작전을 잘 구사하여 승리를 거두고 그것을 알게 되지만, 사람들은 그 속에 있는 오묘함을 알지 못한다. 모든 사람들이 우리 군대가 적군을 격파한 사실 그 자체는 알고 있지만, 사람들은 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는지 그 이치를 알지 못한다. 전쟁은 기존 방식을 답습해서는 안 되고, 서로 다른 상황에 맞게 다른 방법을 채택해야 한다. 변화에 대응하는 것은 무궁하다”라고 강조한다.

 상가(商家) 역시 경영 책략에서 동일한 이치로 시장 변화에 따라 유연하고 적절하게 변화를 추구해야 하고, 새롭게 창조해나가야 한다. 바로 이러한 공통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사마천은 전국 시대부터 진한 시기의 성공한 화식가들에 대해 기술할 때 <손자병법>의 원리를 적용시킨 것이다.

▒ 큰 홍수 뒤에는 가뭄이 따른다

사마천은 화식 활동에의 종사를 용병술(用兵術)과 동일하게 파악해 사전 예측과 상업 기회 포착 그리고 뛰어난 사전 기획 등의 방책과 지혜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화식 경영의 환경은 전쟁 상황과 동일하게 복잡하고, 변화무쌍하며, 잔혹하고, 대결과 경쟁 등 불확실한 환경이라는 특징을 지니고 있어 이른바 “상장(商場)은 곧 전쟁터이며, 경쟁은 전쟁과 같다”라는 말이 성립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군인이나 상공업자는 모두 하나의 동일한 생존 과제에 직면하게 된다. 즉, 어떻게 기회를 포착하고 위험을 극복하며 이로부터 자신의 생존 발전을 획득해나갈 것인가의 문제이다.

 군사 전문가들은 지피지기(知彼知己)와 시기에 따른 대응을 강조한다. <손자> ‘모공편(謀功篇)’에서는 “자신을 알고 상대방을 알면 백번을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 자신을 알지만 상대방을 모르면 1승 1패가 된다. 자신도 모르고 상대방도 모르면 매번 싸울 때마다 반드시 위태롭다”라고, ‘계편(計篇)’에서는 “아직 싸우지 않고도 미리 승리를 안다면, 승산은 매우 많다”라고 했다. ‘허실편(虛實篇)’에는 “물은 지형의 높낮이에 따라 그 방향을 조정해나가고, 작전은 상이한 적정(敵情)에 따라 상이한 책략을 세워야 한다. 그러므로 용병과 전쟁에는 고정된 방식이 없으며, 불변의 형식은 존재하지 않게 된다. 적정(敵情)의 변화에 대응해 기민하게 움직여 승리를 거두는 것을 용병의 신이라 하는 것이다.”

 ‘화식열전’은 시기에 따른 변화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전쟁을 이해하는 사람은 곧 평시에 군사 준비를 정비한다. 물건을 세상 흐름에 맞추어 사람들이 찾게 하려고 하면, 즉 평시에 물건을 이해해야 한다. 시세의 수요와 물건의 특징이 세상에 분명하게 알려진다면, 이 세상 수많은 물건의 생산과 수요·공급 규율 역시 알 수 있게 된다. 세성(歲星: 목성)이 금(金: 서쪽)의 위치에 있을 때에는 풍년이 들고, 수(水: 북쪽)의 위치에 있을 때에는 수해(水害)가 들고, 목(木: 동쪽)에 있을 때에는 기근이 들며, 화(火: 남쪽)에 있을 때에는 가뭄이 든다. 큰 가뭄이 든 뒤에는 반드시 홍수가 있기 때문에 가뭄이 든 해에는 곧 미리 배를 잘 준비해두고, 큰 홍수 뒤에는 반드시 가뭄이 있으므로 홍수가 난 해에는 곧 미리 수레를 준비해야 한다. 이것이 물자의 등락을 장악하는 도리이다.…”

가격이 올라 일정한 수준을 넘어서게 되면 곧 떨어지게 되고, 가격이 떨어져 일정한 수준을 넘게 되면 곧 오르게 되는 법이다. 따라서 가격이 올라 일정한 수준을 넘게 되면 물건을 마치 인분(人糞) 보듯이 하여 한 점 주저함 없이 내다 팔아야 하고, 가격이 떨어져 일정한 수준에 이르게 되면 물건을 마치 진주 보듯이 하여 아무런 주저함 없이 사들여야 한다. 물건과 화폐는 마치 흐르는 물과 같이 끊임없이 유통하고 움직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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