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세계적 추세는 의회 권력 강화”
  • 감명국 기자ㆍ정리│김새별 인턴기자 ()
  • 승인 2011.02.14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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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 전도사’로 나선 이재오 특임장관 인터뷰 / “필요하면 박근혜 전 대표 만나겠다”

 

이재오 특임장관은 항상 기자들의 ‘포커스’ 안에 있다. 여권 주류인 ‘친이명박계’의 실질적 보스이고, 잠재적 대선 후보로도 분류된다. ‘여권 2인자’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다. 최근에는 ‘개헌론’을 들고 나오며 2011년 정국을 새롭게 요동치게 만들고 있다. 기자가 인터뷰를 요청하자 그는 몇 번이고 “개헌에 대해서만 얘기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의 머릿속은 지금 온통 ‘개헌’으로 가득 차 있다.

하지만 그의 말을 가만히 곱씹어보면 좀 더 깊숙한 ‘숨은 의지’가 도사리고 있는 듯하다. 그는 “지금 추진하는 개헌은 당연히 차기 정부부터 적용해야 한다. 차차기부터 적용하는 절충은 없다”라고 못 박았다. 친이계와 학계 일각에서 나오는 “개헌의 진정성을 위해서라도 차기가 아닌 차차기부터 적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라는 의견을 일축하는 셈이다. 즉, 친박근혜계와의 절충은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장관은 개헌을 통해서 또 한 번 ‘승부사’ 기질을 발휘하려는 모습이다. 한나라당의 개헌의총이 끝난 직후인 2월10일 장관실에서 그를 만났다.

국회의원들이나 학계 전문가들이나 개헌의 필요성은 어느 정도 공감하는데, 문제는 시기가 너무 늦었다는 점이라는 지적이 많다.

지금은 결코 늦은 것이 아니다. 지금이 대통령 임기 4년차라는 것보다는, 다음 대선이 아직 2년이 남았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면 된다. 때문에 올해 안에 준비하면 남은 1년은 대선을 준비할 수 있다. 이미 개헌에 대한 연구는 상당히 논의가 되었다. 여야가 합의하면 국민투표까지 두 달이면 된다.

지금 여권 주류의 ‘개헌 띄우기’에는 다분히 ‘대선 후보 박근혜 독주’ 판을 흔들고자 하는 정략적 의도가 숨어 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지금이 대선 1년 전이거나, 한나라당 경선 후보가 거의 확정 단계에 갔을 때 개헌 얘기를 꺼냈다면 그런 말이 통할지도 모른다. 우리 한나라당이 야당일 때 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제기한 ‘원포인트 개헌’ 제안에 대해 반대할 때가 그랬다. 2007년 12월이 대선이고, 그해 8월에 당의 경선이 있는데 1월에 개헌하자고 했으니 반대할 수밖에. 그때는 진짜 판을 흔들자고 하는 것이었다. 그에 비하면 지금은 아직 각 당의 경선 후보가 누군지조차도 실체가 안 드러나는 판국 아니냐. 괜히 언론에서만 ‘유력’이니 ‘대세’니 하는 것이지.

그렇다면 참여정부 때 노대통령이 개헌 제안을 빨리 했었다면 그때 한나라당이 찬성했을 수도 있었다는 얘기인가?

개헌에 대한 진정성이, 그때 정치권이 이해할 수 있는 선이었으면 상황은 분명 달라졌을 것이다.

당초에는 청와대나 장관이 직접 개헌을 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정부의 분위기였다. 그런데 올해 들어 왜 갑자기 청와대와 특임장관실에서 개헌을 부쩍 강조하고 나서나?

내가 2010년 9월1일 장관에 임명되었다. 그 직전인 2010년 8월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이대통령이 “국회에서 개헌 논의를 해주기 바란다”라고 밝혔다. 그리고 내가 특임장관에 임명되었으니까, 대통령의 뜻에 따라 국회에서 개헌이 논의되도록 하는 것이 내 임무이다. 그리고 또 언론에서 잘못 알고 있는 것이 있는데, 이대통령이 최근에 갑자기 개헌을 얘기한 것이 아니다. (수첩을 직접 펼쳐 보이며) 2009년 8·15 경축사 이후 최근까지 8차례에 걸쳐 꾸준히 일관되게 말씀했다.

그렇다면 결국 이장관의 ‘특임’은 대통령의 개헌 지시를 수행하는 것인가?

꼭 개헌 한 가지만이 임무라기보다는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임무가 주어진다. 특임장관은 대통령 뜻에 따르는 자리이니까 그 뜻을 따르는 것은 당연하다.

개헌에 대해 다소 회의적인 친이계 내부에서는 친박계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개헌 적용을 ‘차기’가 아닌 ‘차차기’ 정부부터 적용하자는 절충안도 제기되고 있다.

그건 말이 안 되지. ‘차차기’부터 할 것을 왜 지금 논의하나. 지금 개헌하는 것은 다음 대통령부터 적용해야 한다. 올해 만들어진 새 헌법이 그 다음 정부에 적용되는 것이 옳다.

차기부터 적용된다면, 박근혜 전 대표를 비롯한 주요 대선 주자들이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텐데.

아직은 대선 주자가 확정된 것이 아니다. 언론이 만들어준 것이지. 그분(대선 주자)들도 시간이 가고 개헌의 필요성이나 내용에 대해 얘기하다 보면 진정성을 알게 되고 논의에 참여하지 않겠나. 다시 한번 말하지만 ‘차차기’부터 적용하는 쪽으로의 절충은 없다.

개헌 문제가 자칫 친이-친박의 갈등을 넘어, 친이계 내부의 갈등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친이계 의원들이) 개헌 필요성은 다 인정하니까, 갈등으로 비화되지는 않을 것이다. 의견이 다르면 그냥 다른 것이지. 싸울 일이 무엇이 있나.

개헌의 최대 관심은 결국 ‘권력 구도’일 수밖에 없다. 장관의 권력 구도에 대한 소신은 정확히 무엇인가?

내 소신은 원래 대통령제였다. 지금 내가 ‘분권형 대통령제’를 주장하는 것은 대통령제를 깨자는 것이 아니고, 대통령은 국민이 직접 뽑아서 연이어 4년 중임할 수 있도록 하고, 내각은 의회에서 구성해서 권력 분점을 하자는 것이다. 즉 대통령에게는 군 통수권과 외교·통일 등 국가 원수로서의 권한을 주고, 내치는 내각이 담당하자는 것이다. 이는 의원내각제와는 다르다.

내치와 외치를 구분하자는 것인데, 실정상 그런 구분이 가능하겠느냐는 반론도 있다.

그런 주장도 있겠지만, 그것은 법률로 잘 명시하면 되는 것이다.

자칫 청와대 권력과 의회 권력 간의 충돌로 국정이 더 혼란스러워질 수도 있지 않을까?

지금 세계적 추세는 의회 권력이 강화되는 것이다. 한 사람에게 집중되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뽑은 여럿의 국회의원에게 권력을 좀 더 주는 것이다.

이것은 다분히 의회 다수당을 오랫동안 누려온 한나라당이 의회 권력의 장기 집권을 노리는 것으로 볼 수도 있을 듯하다.

대통령이 되는 당에서 반드시 국회 과반수를 넘는다는 보장은 없다. 또 제1당이 과반수를 넘는다는 보장도 없다. 1당이 과반수를 안 넘으면 2당, 3당과 연정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여야 간의 극한 싸움은 줄어들 것이다.

박근혜 전 대표는 지금의 개헌 논의에 반대하고 있다. 그를 만나 설득할 용의가 있나?

필요하면 만나야지. 의견 나눠봐야지.

여권에서는 여전히 장관과 박 전 대표 두 사람의 관계가 초미의 관심사인 듯하다.

(웃음) 같은 당에서 국회의원 4선이나 같이 왔다.

“두 사람은 절대 화합이 어렵다”라는 얘기도 많다.

화합이라는 표현을 말할 수도 없다. 우리가 싸운 것도 아닌데. 사안에 따라 견해가 달라질 수 있는 것 아닌가. 노선이 다른 것이지, 사이가 나쁜 것은 아니다.

만약 한나라당 경선을 통해서 박 전 대표가 대선 후보가 된다면 도울 의향이 있나?

아이고. 전에 그 이야기 한 번 잘못했다가 아주 혼쭐이 났다. 아직 2년이나 남았는데…. 그 질문은 안 들은 것으로 하겠다.

장관도 현재 대선 주자로 분류되고 있다. 언제쯤 대선 출마에 대한 입장을 표명할 예정인가?

지금 언론이 분류하는 대선 주자는 열댓 명이나 되지 않나. 큰 의미가 없다. 개헌 논의 끝나고 내년 총선 끝나고 보자. 지금은 장관 하기에도 바쁜 사람이다.

설 직전에 친이계 모임인 ‘함께 내일로’ 모임을 주도했다. 언론에 비친 모습을 보니 계파 보스로서의 이미지가 다시 각인되더라. 

그런 오해를 살 만도 한데. 정확히 말하면 의원들이 나를 초청한 것이지, 내가 직접 사람들을 모은 것은 아니다.

이대통령과는 대화할 기회를 자주 갖는가?

국무위원으로서 1주일에 회의가 몇 차례 있는데, 따로 볼 필요는 없다. 솔직히 내가 정부에 들어오기 전에는 (대통령과) 독대할 기회가 있었다. 지금은 독대는 거의 없다.

이대통령의 개헌 의지는 어느 정도로 보나?

지난 2월1일 신년 회견 때 보지 않았나. 대통령의 개헌 의지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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