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하고 씁쓸한 코엔 형제 표 서부극,전형적 영웅담 비튼 배우들의 호연 돋보여
  • 이지선│영화평론가 ()
  • 승인 2011.02.21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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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일의 리뷰 <더 브레이브>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코엔 형제가 돌아왔다. 이번에는 서부극이다. ‘악인은 쫓는 자가 없어도 도망한다’라는 경구로 시작한 영화 <더 브레이브>에는 도망치는 악인, 추격하는 짝패가 등장한다. 그런데 역시나 조금 남다르다. 그리고 즐겁고 씁쓸하다. 그들의 영화가 늘 그랬듯이.

무법자 톰 채니(조쉬 브롤린)에게 아버지를 잃은 열네 살 소녀 매티(헤일리 스타인펠드). 복수를 다짐한 그녀에게는 두 개의 선택지가 있다. 한때 잔인하기로 악명 높았던 연방보안관 카그번(제프 브리지스) 그리고 현상금을 노리고 접근한 텍사스 레인저 라 뷔프(맷 데이먼). 복수가 목적인 매티는 카그번을 고용하지만 술에 찌든 그는 어째 믿음직스럽지 않다. 경쟁 상대인 라 뷔프도 다를 건 없다. 지나치게 번듯한 라 뷔프의 수다에는 허세가 가득하다. 곡절 끝에 시작된 추격은 불안해 보이지만, 무법천지로 변한 인디언 보호 구역에서 매티가 의지할 것은 두 사람뿐이다. 기구하기도 하지.

찰스 포티스의 소설 <진정한 용기>를 각색한 영화 <더 브레이브>는 일종의 리메이크 작품이다. 그러나 1969년 만들어진 존 웨인 주연의 <진정한 용기>가 전형적 영웅담이었다면 <더 브레이브>는 무미건조한 유머와 아이러니한 위트로 이를 살짝 비튼다. 서부극 특유의 드라마적 공식은 <더 브레이브>에서도 엄수되지만, 코엔 형제의 손을 거친 캐릭터는 전형성을 벗어나 있다. 그들은 유치하고 우스꽝스럽고 고집스럽지만 인간적이고 따뜻하다. 그리고 성장한다. 복수라는 냉혹한 목표를 향해 달린 뒤 영웅의 퇴장이라는 씁쓸한 결말을 그리는 영화가 유쾌할 수 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세련된 화면 연출과 군더더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깔끔한 전개, 이야기에 서정미를 더하는 음악 역시 영화의 장점이다. 더불어 각 역할을 똑 따먹었다고 해야 할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하다. 주연에서 단역까지 어느 한 명 모자람도, 넘침도 없다. 특히 맹랑한 소녀 매티를 연기하는 헤일리 스타인펠드는 놀랍기 그지없다. <더 브레이브>가 데뷔작이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 그녀의 연기는 영화가 선사하는 큰 즐거움 중 하나이다.

원제는 ‘트루 그릿’(True Grit). 2011년 제83회 아카데미 시상식 10개 부문 후보에 올랐으며, 제61회 베를린 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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